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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1장 야월취화(夜月取花) - 7화 주령의 등장(2)
작성일 : 20-08-19 02:35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6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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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사내가 머리를 싸매고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열심히 머리를 굴려 봐도 이미 기울어져 버린 전세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밀려오는 후회와 낭패감에 그만, 사내가 실의를 잃고 말을 쥐고만 있자 다른 노름꾼들이 그를 도와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짧게 시선을 교환한 그들이 내가 든 주령구의 금이 갔다는 핑계를 대며 새 주령구를 내밀었다.

 

 아마 내가 그 짧은 사이에 주령구에 무슨 짓을 했다고들 믿는 눈치였다.

 

 내가 새 주령구를 흔쾌히 받아들자, 그들은 기가 죽은 사내의 어깨를 한차례 두드리고는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들이 가기 전, 사내에게 무슨 말이라도 귀띔해 준 건지 잔뜩 풀 죽어 있던 그가 다시 생기를 띤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원래 인생은 제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법이라고 하던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서 굴려진 주령구의 수가 6을 벗어나는 적이 없던 반면, 사내가 굴린 주령구의 수는 3 이상을 넘기는 일이 없었다.

 

 

 ‘승부가 났군.’

 

 무서운 속도로 검은 말을 치우는 연의 모습에 한결 느슨해진 자세로 지켜보고 있던 결이 살며시 입가를 끌어올렸다.

 

 ‘지기 싫어하는 건 어릴 때랑 똑같구나.’

 

 어린 시절, 진검이었던 자신이 무거워 후들거리는 팔다리로 꾸역꾸역 들고 있던 소녀가 떠올랐다.

 

 자신을 곧 내려놓을 거라는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소녀는 자기의 아버지가 그를 빼앗아 갈 때까지 놓지 않았다.

 

 희고 긴 손가락이 그녀를 닮은 흰말을 들고 여유롭게 움직였다. 절망에 휩싸인 사내의 눈이 고운 손가락을 따라 자신의 말 쪽으로 향했다.

 

 그가 연에게 딱 한 번만 눈감고 물러달라는 눈빛으로 애원했다.

 

 ‘툭.’

 

 가볍게 검을 말을 치는 동작이 무희의 춤처럼 우아하기만 했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연은 사내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가 그녀에게 주령구를 주며 그랬듯이.

 

 그런 연의 행동에 결이 장안이 떠나가라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그를 따라 하나둘 웃기 시작했다.

 

 수치심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노름꾼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아니, 손님! 사실 꾼이지? 어떻게…연속으로 6만 나올 수 있어!”

 

 그의 움직임에 맞춰 인파 속에 숨어 있던 노름꾼들이 일제히 튀어나온다. 다들 건장한 체격을 지닌 이들이었는데, 이런 사태를 대비해 숨어 있었던 것 같았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구경꾼들이 뒷걸음치며 물러나려는 와중, 장안을 뒤엎는 호령이 떨어졌다.

 

 “거기, 낮부터 노름과 술은 금지인 것 모르나!”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던 화랑들이 판을 파하기 위해 다가왔다. 구경꾼들은 괜히 불똥이라도 튈까 두려워 황급히 달아났다. 미처 챙기지 못한 술병과 옷가지가 하늘과 바닥을 놔 뒹굴었다.

 

 “연아!”

 

 “괜찮아, 돈이 될 만한 건 챙겼어!”

 

 미꾸라지처럼 흩어지는 인파 속에서 결의 팔을 잡았다. 그대로 우리는 손을 고쳐 잡고 앞을 향해 내달렸다.

 

 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앞을 휙휙 지나가며 사라져갔다.

 

 그 중심에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굳건한 결의 등이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상하게 든든하게 느껴져 안심이 됐다.

 

 “화랑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지금 같은 속도로는 따돌리기 힘들어. 안고 가마.”

 

 “그래.”

 

 마침, 가져온 재화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붙잡고 뛰는 게 연은 불편했던 참이었다.

 

 자연스레 그의 목에 팔을 걸었다. 떨어지지 않게 연의 몸을 꽉 잡은 결이 화랑들을 피해 뛰었다.

 

 한편, 난리 통속에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주인장은 정신을 차린 후, 연이 남기고 간 재물과 놀이판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이쿠,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돈은 아깝지만 나도 도망가야 억!”

 

 허겁지겁 물건을 챙겨 달아나려는 주인장의 발에 누군가 다리를 걸면서 볼품없게 쓰러진 그가 씨근덕거리며 일어났다,

 

 “이 씨…. 누구야!”

 

 “아저씨! 맨 날 오는 술꾼 장씨 말이야, 아저씨 수법 다 들켜서 이제 안 통할걸? 조만간 돈 돌려 달라고 따지러 올지도 모르겠어. 어쨌든 그동안 재밌었어! 안녕.”

 

 천진난만한 아이의 목소리에 그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발을 건 사람이 어린아이라 놀랐다기보다는 자기가 본 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흙먼지 속으로 사라진 아이의 모습이.

 

 “붉은 머리?”

 

 

 *****

 

 

 결이 나를 안고 담벼락 위로 뛰어들었다. 도망치는 동안 두 사람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기와가 종종 빠졌다, 그 탓에 발이 꽤 미끄러울 텐데도 그는 쉽게 담벼락 사이를 넘나들었다.

 

 “너무 무모했다! 어쩌자고 그런 내기를 한 거야?”

 

 그가 질책하듯 물었다.

 

 “만약 판에서 진다고 해도 장물은 치워야 했으니까. 그리고 저들이라면 치안대에도 잡히지 않을 거고 우리보다 장물을 잘 치울 수 있겠지. 혹 운 나쁘게 저들이 걸린다면 더 좋고. 앞으로 이런 짓은 꿈도 못 꿀 테니. 안 그래?”

 

 잘못한 건 잘 알아서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식으로 웃으며 말하니 그가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전전긍긍했을 그를 떠올리면 너무했던 것 같기도 해서, 다음번에는 제대로 얘기하고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쫓아오던 화랑들의 모습이 점처럼 멀어지고 우리가 한숨을 돌릴 때쯤, 뒤에서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잠깐 기다려! 그렇게 빨리 뛸 필요 없잖아! 휴, 겨우 따라잡았네.”

 

 붉은빛이 도는 갈색 머리칼이 눈에 띄는 사내아이가 숨을 헐떡였다.

 

 “안심해. 화랑들은 내가 다 따돌려 보냈어-! 역시, 어린애가 하는 말이면 어른들은 백이면 백 다 믿는다니까!”

 

 안면이라도 있는 사이인 양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는 한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결이 안고 있던 나를 내려놓고 자신의 뒤로 보냈다.

 

 “어땠어? 내가 일부러 제일 좋은 숫자만 나오게 했는데! 이름이 뭐야?”

 

 검을 들고 경계 태세를 취하는 결을 무시한 채, 아이가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

 

 “나를 알아?”

 

 “연아, 무시해.”

 

 “이름이 연이야? 이름도 예쁘네! 안녕, 나는 주령이야!”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는 아이는 햇볕에 그을린 듯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장난기가 가득한 인상이었다.

 

 아이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전체적으로 붉은 기가 도는 짧은 꽁지머리가 총총거렸고 왼쪽 볼에 난 작은 흉터는 개구쟁이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술을 마실 때 서로 마시는 방식을 정하는 약속은?”

 

 내가 뒷말을 이어주길 바라는지 아이가 밝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주령.”

 

 “딩동댕! 정답! 그러면 이제 누님이라고 불러도 돼? 응?”

 

 “안…….”

 

 안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기대감으로 부푼 적갈색 눈동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막상 사슴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니까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응?”

 

 내가 쉽게 허락해주지 않으니 아이가 나를 어르듯이 재촉했다. 아이의 올망졸망한 눈빛 공격에 나는 그만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래…….”

 

 한이 또래의 아이가 누님이라고 부르니 나도 모르게 거절하기 어려웠다.

 

 누가 봐도 주저하는 기색이 만연한 대답이었는데도, 아이는 그저 호칭을 허락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기쁜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결이 의외라는 눈으로 나를 쓱 쳐다보았다.

 

 나도 아니까. 그렇게 보지 말라고 그에게 따지고 싶었으나, 그냥 조용히 꿀 먹은 아이처럼 입을 다물었다.

 

 여하튼 목소리가 낸 문제와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걸 보아 아까 들린 목소리의 주인은 저 아이인 듯했다.

 

 어떻게 나한테만 들리게 말을 건 건지는 몰라도 따지고 보면 아이는 수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우선 어린아이 혼자서 화랑들을 따돌렸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결을 따라잡았다. 더구나 조금 전에 주령구에 빛이 난 걸 보면…….

 

 ‘설마? 또?’

 

 “그나저나 누님, 정말 대단해! 이게 숫자만 잘 나온다고 이기는 놀이가 아닌데! 나 진짜- 감동했잖아!”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라며 아이가 감격에 찬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한순간이나마 나도 모르게 고마워 라고 답하려던 방정맞은 입을 찰싹 때리고는 단추를 채웠다.

 

 아이의 기세에 또 말려들 뻔하면 어떡해! 정신 똑바로 차리자, 연!

 

 그런 내 행동을 물끄러미 주시하던 주령이 명랑한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을 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못 샀지? 내가 이쪽 물가는 잘 알거든. 그리고 저쪽은 이미 순찰할 시간이 지났으니까, 노름했다는 걸 들킬 일도 없을 거야, 따라와 봐! 안내해줄게! 이래 봬도 사람들 입에 내리는 풍문은 다 기억하거든.”

 

 “우리가 너의 뭘 믿고 따라나서야 하지?”

 

 “그러면 형님은? 다짜고짜 푸줏간 말고 일반 노점에 가서 꿩이랑 토끼 사라고 들이밀었다며-”

 

 주령이 눈을 찡그리며 결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결은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그건….” 이라며 나직이 말을 돌렸다.

 

 결, 너? 저 말 진짜야?

 

 내가 경악에 차 입을 벌리고만 있자, 이번에는 주령이 나를 걸고넘어졌다.

 

 “그… 누님도 그래. 물건 가격도 제대로 모르고 막 샀다며, 상인들이 다 쑥덕대더라니까. 지푸라기 같은 색 옷 입고 낡은 모포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쓸데없이 돈이 많다고. 그러니까 아까 아저씨들이 누님을 지목한 거 아니겠어?”

 

 주령의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부 사실이었다. 나와 결은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수도에서 제법 유명인이 되어 있던 모양이었다.

 

 ‘누가 쥐구멍이라도 좀 줬으면 좋겠다.’

 

 미리 준비한 것 인양 일발 장전되는 말에 우리는 누구 하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자 주령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씩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도와줄게!”

 

 “필요 없….”

 

 “아 그럼 형님은 따라 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 누님이 잘 안 보이니까 좀 비켜줄래?”

 

 주령이 사사건건 토를 다는 결이 귀찮았는지 그의 말을 자르고는 귓구멍을 후벼 팠다. 그 껄렁한 태도에 한껏 열이 오른 결이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누가 네 형님이냐.”

 

 “그야, 누님 덕분이지-! 형님도 누님이 만든 거 아냐? 그러면 당연히 형님이지!” 

 

 “하…….”

 

 주령의 말에 결이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 속에 이상한 게 나타났다는 티가 역력했다.

 

 나는 그보다 방금 주령이 내가 자기를 만들었다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는데 둘이 계속 아웅다웅 다투는 바람에 묻지 못하고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내가 담 위에 앉아 자기들이 다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저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서로 오고 가는 말은 험했으나, 은근히 죽이 잘 맞는 모습에 뭔가 나만 고립된 기분이었다.

 

 슬슬 이제 끼어들어도 되나 해서 몸을 일으키는데 반대쪽 담 너머로 익숙한 인영이 지나갔다.

 

 “어머니…?”

 

 흰색 표의를 입은 쪽머리에 익숙한 걸음걸이. 잘 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어머니가 확실했다!

 

 아직도 주령과 입씨름 중인 결을 두고 혼자 담에서 뛰어내렸다.

 

 “결-! 어머니를 봤어! 나 먼저 갈게!”

 

 “아니, 그러니까! 읍… 읍….”

 

 “좀 조용히! 연아 지금 뭐라고?”

 

 결이 뒤를 돌았을 때, 연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이 허망한 눈으로 연이 있던 자리를 덧그렸다.

 

 “연아…….”

 

 “무어야, 누니미 어디 가쓰어?”

 

 주령이 결에게 입을 잡힌 상태로 얼굴을 쏙 내밀며 순수하게 물었다.

 

 

 *****

 

 

 “잠시만, 저예요! 어머니-!”

 

 그녀는 연이 부르는 소리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가시는 거지?’

 

 연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잠재우며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

 

 ‘만약, 여기서 어머니를 놓친다면 다시는 만나기 힘들지도 몰라.’

 

  불현듯 드는 생각에 심장이 요란스레 뛰었다. 연은 한계까지 다다른 숨이 가빠 갈비뼈가 아파와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제발! 놓치면 안 돼!

 

  “어머니-!”

 

 ‘제발 가지 마세요.’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빌며 길거리에서 부모의 손을 놓친 아이처럼 연은 어머니의 뒤를 쫓았다.

 

 “저 연이에요!”

 

 그런 연의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목청이 터져라 외친 부름에 그녀의 어머니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천천히, 하얀 표의에 남색 빛 치마를 입은 여인이 뒤로 돌았다. 고운 남색 빛 치마가 팽이처럼 빙그르르 돈다.

 

 먹먹함에 말을 잊지 못한 연이 차차 그녀에게로 팔을 뻗었다. 드디어 만났다는 실감에 손끝이 잘게 떨렸다.

 

 “어머….”

 

 “어머니!”

 

 뱉지 못한 말이 혀끝에서 잔인하게 맴돌았다. 나를 지나 밤톨만 한 아이가 여인의 치마 품으로 뛰어들었다.

 

 “언아!”

 

 여인은 자신에게 뛰어드는 아이에게 맞추어 몸을 낮추고 두 팔을 벌렸다. 아이는 자신에게 꼭 맞는 어머니의 품속으로 안겨들었다.

 

 마주한 여인의 얼굴은 연이 꿈에도 그리던 이가 아니었다.

 

 억척스러워 보이는 눈매에 굳센 주걱턱, 아이를 단단하게 붙드는 강인한 어깨와 팔이, 연이 아는 어머니와는 전혀 달랐다.

 

 분명, 자신의 어머니와는 너무도 다른 사람인데.

 

 자식에게만큼은 한없이 여린 잎을 감싸는 봄바람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연의 가슴을 할퀴고 지나갔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독을 뿌리듯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져 내린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지 말걸. 마지막이 될 줄 알았으면… 미운 소리만 하지 말걸.’

 

 온통 후회되는 일투성이였다. 마주한 현실은 연에게 너무 무섭고, 무겁고, 버거운 일만 가득했다.

 

 이대로 가만히 침전해버린다면 좋을 텐데, 그마저도 그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언니, 어디 아파요?”

 

 상념을 일깨우는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연은 뭔가 무서운 걸 보기라도 한 사람처럼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빠져나왔다.

 

 ‘아….’

 

 목청껏 내지르느라 너덜너덜해진 목에서는 바람구멍 같은 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정신이 들었을 땐, 장안 한복판에 서 있었다.

 

 노름을 구경하러 모인 구경꾼들보다 더한 인파가 몰린 곳이 보였다. 그곳에 정신이 쏠린 연은 저도 모르게 발을 뻗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터라 육안으로는 다들 뭘 보러 모인 건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연은 사람들을 비집고 전진했다.

 

 주변에서 밀지 말라는 불평이 아우성쳤으나 무시하고 나아갔다.

 

 겨우 앞줄까지 도착하고 나서야 시야가 트였다.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무언가를 붙이고 있었는데…….

 

 그건 연의 얼굴이 그려진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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