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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32화 <반응>
작성일 : 20-08-19 00:03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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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님.”

 

 도현이 해맑게 웃으며 성혁에게 인사했다.

 

 “초대받은 내가 더 고맙지, 뭘. 성 대표 덕에 이런 데서 축사도 다 해보는군.”

 

 도현의 잡지사가 해마다 맞는 창간기념일이었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일개 잡지사일 뿐이지만, 도현의 잡지사가 갖는 위상은 나름 상당했다. 창간 이후, 이미 문화계의 원로들에서부터 세계적인 예술인들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라인업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데다, 도현이 가진 돈을 가지고 해마다 여는 공모전과 지원 사업의 규모는 업계 최대라고 할 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더욱이 기념일 행사는 공모전 시상식과 지원 사업 발표회를 겸해서 열렸기 때문에 이곳에 모인 귀빈들만 해도 문체부는 씹어먹고도 남을 정도였다.

 

 “어떻게 닿은 인연인데,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도현은 넉살좋게 웃어 보인 뒤, 성혁을 귀빈실로 안내했다.

 

 “그나저나 성 대표도 대단해. 젊은 나이에 시작해서 이 정도 사업을 일구다니.”

 “그런가요? 제 눈에는 아직 코딱지만 해 보이는데요. 하루라도 더 빨리 키우고 싶어서 안달하는 중입니다.”

 “목표가 꽤 큰가 보군. 그러고보니 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기업을 회복하는 게 목표라고?”

 “네. 그렇게 말씀드렸었죠.”

 

 도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실은, 이미 거의 대부분 회복했습니다.”

 “회복했다고?”

 “네. 물론 이런 저런 법적 문제와 서류는 남아있지만, 규모만 따지만 네. 회복한 셈이죠. 이제야 원래 서야 했던 출발점에 제대로 선 셈이랄까요.”

 

 지금 자신이 가진 위치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듯,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빼앗겼던 과거를 조금은 억울해하는 듯, 그러나 자신의 승리를 애초에 확신하는 듯.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도현의 태도에는 꽤나 당당한 오만함이 깔려 있었다.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재벌가의 자제로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가지고 있는 태도였다. 어차피 세상과 부딪히다보면 점점 꺾여나갈 태도이기도 했다.

 

 “이제야 출발점에 선 거라... 그럼 도착점은 어딘가?”

 “일단 Bz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혁이 도현을 빤히 바라봤다.

 이 친구는 왜 또 자신을 도발하는 걸까? 조금 상대해줬더니 들뜬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성혁은 그런 애송이의 도발에 넘어갈 일은 없었다.

 

 “목표가 뚜렷하다는 건 좋은 일이지. 나도 응원하겠네.”

 

 귀빈실에는 은은한 커피향이 가득했다. 지난 번, 도현의 사무실에서 맡았던 그 커피향이었다.

 

 “아, 이 원두가 취향에 맞으신 것 같아서 이번에도 준비했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성혁은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이었다.

 

 

 

 원두가 그라인더에 갈리는 소리와 주전자에서 물이 쪼르르 떨어지는 소리가 귀빈실의 정적을 대신했다. 어찌나 조용했던지, 뽀글거리며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까지 모두 들릴 정도였다. 도현은 직접 내린 커피 두 잔을 들고 와 성혁에게 한 잔을 건넸다.

 

 “보내주신 축사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어떻던가?”

 “사실 제가 글을 보는 눈은 없어서요. 대신 제 동생에게 보여줬더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동생’이라는 말에 성혁의 안색이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어두워졌다.

 

 “동생이라면...”

 “안나요. 전에 말씀 드렸었죠?”

 

 성혁이 말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제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걔가 글을 참 잘 쓰거든요. 창피한 말이지만, 제가 TV에서 떠드는 말도 다 걔가 대신 써 준 거랍니다.”

 “그래... 그런데 그 동생이란 친구는 오늘 안 왔나? 성 대표 가족이니 함께 있을 법도 한데?”

 

 성혁의 질문에 도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도 그랬으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걔가 지금 그럴 형편이 아니어서요.”

 “형편이 아니라니?”

 

 무심코 내뱉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도현의 눈빛이 순간 반짝거렸다. 도현은 뭔가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것 마냥, 성혁을 향해 몸을 숙였다.

 

 “요즘 연달아서 충격을 좀 받은 게 있거든요. 얼마 전에 무서운 괴한이 제 동생을 살해하려고 공격하지 않나,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는 친한 친구 중 하나가 살해당하지 않나...”

 

 성혁의 잔이 다시 입으로 향했다. 호로록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모금이 또 사라지고, 잔은 다시 테이블 위에 놓였다. 도현은 성혁의 표정을 읽으려 애썼다. 그러나 성혁은 쉽사리 패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 충격이 클 만도 하지. 멋진 행산데 안 됐군.”

 “그러게요. 사실 이 행사를 여기서 치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응?”

 “원래는 Bz 호텔에서 치르려고 했거든요.”

 “......”

 “그런데 내 동생이 살해당할 뻔 했던 장소, 친한 친구가 살해당한 장소. 모두 Bz 호텔이었던 바람에.”

 

 성혁과 도현의 시선이 마주쳤다. 도현은 자신 있게 그의 반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성혁의 눈빛은 평온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난 지금 성 대표가 왜 내게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아,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야기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Bz의 대표는 어머니이지, 내가 아냐. 나는 사업과 관련 없는 정치인일 뿐이고.”

 “아... 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군. 일전에 성 대표 동생과 잠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범죄심리학자라지? 교도소에서도 활동하던.”

 

 뜻밖의 이야기에 도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이야기까지 주고 받으셨나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원한을 사기 쉬울 수밖에. 동생에게 조심하라고 안부 전해주게. 필요하다면 내가 잘 아는 경호도 알아봐 주지.”

 “아, 예... 감사합니다.”

 

 그 때, 누군가 귀빈실을 노크했다.

 

 “대표님. 이제 행사 리허설 시작합니다.”

 “알았어요. 곧 나가지.”

 

 도현은 재킷을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따 행사 시작 때 뵙겠습니다.”

 “알겠네.”

 

 도현은 성혁을 향해 고개를 살짝 꾸벅이고는 문을 향해 다가갔다.

 

 “아, 참.”

 

 갑자기 뭐가 또 생각난 듯, 도현이 뒤를 돌았다. 난데없는 도현의 신경전으로 점점 지쳐가던 성혁의 얼굴에 짜증이 숨겨지지 않고 드러났다. 그러나 그것이 도현의 의욕에 더 불을 질렀다.

 

 “제 동생이 교도소에서도 일했다는 걸 아신다면... 혹시 담당 재소자가 누구였는지도 아십니까?”

 “내가 그걸 알아야 하나?”

 

 도현은 짐짓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표정에는 분명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그래도 아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슨 말이지?”

 “우선 재소자의 이름은 강경식. 그의 혐의는... 인경철. 즉 의원님의 호적상 아버지이자 작은 아버지였던 사람을 살해한 혐의였죠.”

 “......”

 “그런데 동생이 말하길, 그 혐의는 사실 누명이었다네요.”

 

 도현이 목소리를 더욱 낮춰서 말했다.

 

 “진짜 범인은... 제 동생이었거든요.”

 

 성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실은 22년 전에 제 동생의 친구 가족이 몰살 당했는데, 그 범인이 강경식이었거든요. 그래서 홧김에 확. 뒤집어 씌워버렸죠.”

 “......”

 “뭐 어떤가 싶어요. 어차피 증거가 없어서 감옥에 보내지도 못했을 사람, 그렇게라도 보내면 된 거죠.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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