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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른 시간 속의 우리
작가 : PB8888
작품등록일 : 2020.8.1

미래의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떠난 여자와 과거사랑의 기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

"나 보고싶었지?"
"......어이가 없네."
또 다시 미래를 위해 남자를 찿아온 여자, 그리고

"과거에 빠지면 후회만 남고, 미래만 갈망하면 불안만 생긴대요. 그러니 지금 이 현재에 집중해요."
현재에 충실한 여자.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 각기 다른 시간만을 바라보며 사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7화. 만약에 내가 간다면 (2)
작성일 : 20-08-15 13:40     조회 : 245     추천 : 1     분량 : 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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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말 다 큰 어른 셋이 앉아서 뭐 하는 건지. 회의실에 침침하게 앉아서 침묵을 지킨 지도 벌써 1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따금씩 우리가 궁금한지 까치발을 들고 반투명 유리를 넘어 훔쳐보던 사원들도, 이제는 흥미가 떨어진 듯 더는 훔쳐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입을 열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10분 넘도록 시선도 한 번 주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반투명한 유리만 보고 있었다. 그 옆의 민아라는 분은 나와 그의 눈치만 번갈아 보고 있었다.

 

 적어도 나이가 2살은 어려 보였는데,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조금 안쓰러웠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좀 더 어른스러운 사람이 져줄 수도 있는 법이다.

 

 “이성연 대리님, 언제까지 그러고 계실 건가요?”

 

 “니가 나갈 때까지.”

 

 “저...선배, 그래도 작품 얘기는 해야...”

 

 “필요 없어. 여기서 작품 안 쓰실 테니까. 민아야, 작가님 가신댄다. 배웅해드려라.”

 

 적개심만 가득한 목소리와 말투. 드디어 변한 모습을 하나 발견했다. 떠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이런 식으로 나에게 말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늘 좋은 말밖에 할 줄 모르던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것이 나란 생각에 조금은 콧잔등이 시큰거렸다. 정말 조금, 굳이 말하자면 고추냉이를 먹은 정도로만.

 

 “이미 계약서 다 쓰고 서명까지 했어. 난 파기할 의사가 없는데, 니가 자꾸 그렇게 나오면 너희 회사만 위약금 무는 거야. 돈 많아?”

 

 “...너 도대체 왜 이러냐? 심심해? 인기가 너무 많고 책이 너무 잘 팔려서 돌아버린 거냐?”

 

 “저, 민아 씨? 민아 씨라고 불러도 되죠?”

 

 “네? 아, 네.”

 

 “정말 미안한데, 커피 딱 한 잔만 좀 타 줄래요? 이런 거 시키면 안 되는 줄 잘 아는데, 진짜 미안해요.”

 

 “아...네, 자, 잠시만요!”

 

 잠시도 멈칫하거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곧장 탕비실로 뛰어갔다. 불쾌한 요청이었을 텐데, 사실 탁 잘라 거절해도 할 말이 없었는데. 정말 잠깐 보고, 제대로 대화해 보지도 않았는데 착하고 순한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티가 날 수가 있구나-새삼 신기한 사람이었다.

 

 “착하고 예쁘고. 세상 혼자 사는 아이네.”

 

 “...무슨 말을 하려고 쟤까지 내보내.”

 

 “저분, 아니지. 민아 씨랑 사겨?”

 

 “뭐라는 거야. 진짜로 미쳤냐 너.”

 

 “그래, 아닐 거 같긴 했어. 그래도 혹시나 물어본 거야. 또 아주 아닌 건 아닌 거 같긴 한데, 뭐, 아무튼. 이제 둘만 남았으니, 이제야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겠지?”

 

 드디어 두 눈이 다시 마주쳤다. 천천히 눈 속에 나타나는 그를 살폈다. 이렇게 오래 그를 직시한 것이 얼마 만인지, 조금 몸이 간질간질해지는 게 어색하기도 했다. 5년이 길기는 길었다. 그렇게 그를 살피니, 아까까지 찾을 수 없던 몇 가지가 눈에 들었다.

 

 언제나 반짝이는 줄만 알았던 그의 눈은 조금 탁해졌고, 늘 웃던 입꼬리는 다시는 올라가지 않을 것처럼 무거워 보였으며, 얼마나 찡그리고 다닌 건지 미간 사이에는 벌써부터 주름이 잡히려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사람이 우중충한 날씨 같아졌다. 변하지 않은 것은 영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눈도 나를 살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적개심과 분노가 담긴 감정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담긴 감정이 무엇이고 이유가 무엇이든 나를 살피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이윽고, 서로가 서로를 살펴보는 짧은 시간이 끝나고 다시금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가 느꼈던, 느끼는 감정들이 눈을 통해 전해졌다. 내가 느꼈고, 느끼는 것들도 그에게 전해졌을 것이란 걸 알았다. 그의 눈 속에 끝이 보이고, 흔들리는 빛을 숨기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인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나 바빠.”

 

 “나 보고 싶었지?”

 

 “......어이가 없네. 진짜 욕 나오게 하지 말고 제발 꺼져.”

 

 “거짓말도 못 하면서 애쓰지 마. 다 티나. 너랑 본 시간이 얼만데 너를 모를까.”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꿈 깨라. 5년도 더 지나서, 이제 와서 잠꼬대 하지 말고.”

 

 몸을 일으켜 나가려는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되었다. 심장이 뛰었다. 설레는 게 아니다. 그저 조금은 겁이 났고, 조금은 떨렸고, 또 조금은 슬펐고, 또 조금은 기뻤을 뿐이다.

 

 “나는 보고 싶었는데.”

 

 “......뭐, 뭔-”

 

 “너도 그렇잖아. 거짓말할 거였으면, 들키질 말았어야지.”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앞머리를 몇 번 쓸어넘겼다. 떨리는 것은 내 손이었을까, 그였을까. 그는 손길을 거부하지도 않았다. 복잡한 눈과 오묘한 표정으로 내 얼굴과 손을 번갈아 보며 눈을 둘 곳을 찾지 못할 뿐이었다.

 

 그래,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숫기도 없고, 마음에 있는 것을 숨길 줄도 모르고, 마음에 없는 걸 있는 척하는 법도 모르는 사람. 누구는 어린아이 같은 면이 남아있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만의 특별함이라 했다.

 

 시간이 너무 지난 탓인지, 아니면 이제는 좀 더 어른이 된 덕인지 빛바래기도 하고 퇴색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그에게 꽤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모습만으로도.

 

 “...이제 와서 미처 사랑을 몰랐다거나, 후회한다거나...그런 말을 할 생각이라면-”

 

 “그때 너만 진심이었을 거라 생각하나 봐? 내가 보여준 모든 모습이 다 거짓이었을까? 나도 진심이었어. 그리고, 후회하지도 않아. 내가 언제 후회하는 거 본 적 있었어?”

 

 “그럼 뭐야.”

 

 “사람은 여유가 없을 땐 가장 필요 없는 거부터 버리고, 사정이 나아지면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부터 사지. 누구나 그렇잖아? 그때 너는 내가 버릴 수 있는 유일한 거였고. 그뿐이야.”

 

 그가 필요 없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당시 내가 끝의 끝까지 고수하고 있었던 몇 개 남지도 않았던 것들 중에서, 그나마 버릴 수라도 있었던 것은 그가 유일했다는 것.

 

 막 중학교에 올라가 첫눈에 사랑에 빠진 학생도 아니고 사랑에 목매달아, 다른 모든 걸 저버릴 수는 없었다.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초조했고, 어서 빨리, 뭐든 이루고 싶었다.

 

 그가 받을 상처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도 잘 몰라 모든 걸 서툴러 하면서도 매사에 진심을 쏟는, 언제나 나를 보는 눈에 사랑이 가득하던 그가 받을 상처가 클 것이란 것쯤은 굳이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떠나야 했다. 내 인생이 있고, 내 삶이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그와 함께 붙어서 핑크빛 세상만을 보며 살 수는 없었다. 지금은 핑크빛일지라도 색은 언젠가 흐려지고 바래고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거참...대단한 말이네. 버릴 수 있는 게 나뿐이었다는 건. 내가 여기서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지?”

 

 “지금 우리에게 많은 말이 필요할 거 같아?”

 

 떠나는 날 붙잡는 그의 눈물범벅을 들으면서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구질구질하고 구차하고 드라마 같이 질척거리는 마지막 따위는 정말 질색이니까.

 

 오히려 눈물이 흘렀을 때는 그를 떠난 후 처음으로 낸 글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란 걸 검증받은 그 날, 그를 떠날 때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하지만 2번째 글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또 3번째 글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동안 눈물의 양은 점점 줄었고, 반대로 매달 찍히는 통장의, 아무렇지 않게 집어넣는 옷 가격표의, 매일 가는 식당 메뉴판의, 1년에 내는 건강보험료의 단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기뻤을까? 당연하지.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지극히 단순한 목표인 부와 명예 두 가지 다 가졌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외로웠을까? 아니. 연애 따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대시해오는 남자들은 매일 있었고,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듯한 사람과의 소개팅 자리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끊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젠 그 어떤 것도 나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돈은 묵혀만 놔도 문제없을 정도로 많았고, 인기는 많으니 귀찮기만 했으며, 남자는 시시하고 뻔하기만 했으니. 목표를 잃은 로켓은 그저 여태 달려왔었던 과거의 힘에 관성적으로 의지하여 물 흐르듯 나아가기만 했다.

 

 엎친 데 덮친다고들 하지. 가뜩이나 마음은 갈 곳을 아직 못 찾고 있었는데, 글마저 제대로 써지지 않았었다. 하루 온종일 꼼짝 않고 글을 써도 다음 날이면 통째로 지웠다. 그걸 무려 2달이 넘도록 반복하면서 변화든 계기든 뭐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계기는 의도치 않게, 우연히, 그리고 별로 쓰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어쩌면 운명적으로 일어난다. 미처 버리지 못하고 책장 사이에 접어놓았던 그에게 받은 편지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를 못 잊어서도, 추억을 간직하려고 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언젠가 글이 쓰다가 막히면 어떤 부분은 차용이라도 해볼까-하는 마음에 둔 것이었다. 그는 글솜씨가 퍽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때는 버릴 게 너밖에 없어서 널 버렸고.”

 

 그리고 울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로 책이 아닌 다른 이유로 처음 흘리는 눈물이었다. 편지가 감동적이어서? 뒤늦게 사랑을 알아서? 그런 건 몰랐다. 알 방법도 없었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음이 가야 할 곳은 찾았다는 것이었다. 어디로 가야 이 힘 잃은 자신이 다시 힘을 얻고 나아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가져야 하는 게 너밖에 없어서 온 거고.”

 

 “뭐-”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감촉이, 숨결에서 느껴지는 그 만의 온도가 온몸에 퍼져서 피처럼 돌았다. 그의 체취가 그 숨결을 타고 주위에서부터 감싸듯 스며들었다.

 

 마치 어제 맡은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하고 당연한 체취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덕분에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머릿속은 깨끗했고, 약간은 불규칙적으로 뛰는 것만 같던 심장도 평온해졌다. 안정적이고 완성된 한순간이었다. 마치 그때로 되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작가의 말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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