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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종결] 범죄 은행 (이상 가면)
작가 : 셀폽티콘
작품등록일 : 2020.7.31

당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범죄를 저축합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범죄를 출금할 수도 있습니다.
현금으로
혹은 또 다른 범죄로...

 
11. 엎어치기
작성일 : 20-08-14 12:26     조회 : 392     추천 : 3     분량 : 7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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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윤선이 옥상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김 반장에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김 반장이 화들짝 놀라 담뱃불을 난간에 비벼 끄며 자리를 피하려는 순간이었다.

 

  얏!

  번개처럼 달려든 윤선이 그대로 거구인 김 반장의 멱살을 감아쥐더니 순식간에 엎어치기 기술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쿵.

  아이쿠.

  본래 정의롭지 못한 일이 발각된 형사들이 윤선의 펀치에 복부를 얻어맞고 며칠씩 혈변을 누었다거나, 쓸데없는 일로 객기를 부리다 윤선의 돌려차기에 턱주가리를 얻어맞고 며칠씩 음식을 씹지 못했다는 전설은 익히 형사과에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보다 직급이 높아도 한참 높은, 그것도 직계 상관도 아닌 2과의 과장을, 콘크리트 바닥에 엎어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놀란 김 반장이 아픈 줄도 모르고 몸을 발딱 뒤집었을 때였다. 다시 윤선이 김 반장의 멱살을 움켜쥐려 했으므로 김 반장이 엉금엉금 기다시피 도망을 치며 연신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 잠깐만……. 이야기할 기회를 줘. …… 야아, 다 이유가 있었어……. 제발. 한 번 들어만 보라니까…… 누님!”

  윤선이 씨익씨익 거리며 덤버들던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번엔 독사같은 눈빛으로 반장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 그것은 분노가 틀림없었지만 반장에게 변명할 잠깐의 시간은 허용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자네를 보호하려는 거였어.”

  “나를 보호하려고 내 핸드폰을 몰래 도둑질해요? 게다가 사건 현장에 없던 글씨를 쓰고 거짓말로 조작한 게 나를 위한 거예욧? 누구보다 정직해야할 형사가…… 형사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욧?”

 

  김 검사의 언론 브리핑은 윤선 모르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여자아이와의 취조가 길어진 까닭도 있었지만 취조가 끝나고도 아이는 윤선의 옆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빡쌤이 ‘이거 자네 거 아냐?’ 하고 휴대폰을 건네 줄 때만해도, 그녀는 빅뱅팀이 자신 모르게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내 핸드폰이 언제 떨어졌을까?’ 정도의 어리둥절함만 느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자 회견에 등장한 자신의 문자 확대 사진을 봤을 땐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게다가 자신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있지도 않았던 붉은 색의 글자가 벽에 떠억 쓰여 있었다는 사진을 보았을 땐, 이 타락할 대로 타락한 경찰청 건물을 통째로 엎어쳐서

  가루 가루

  흔적도 찾기 힘들게 휘날리는 잿더미로 만들고 말겠다는 분노에 휩싸였던 것이다.

 

  “그러게……. 그러니까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보라니까.”

  “그래요. 말해요. 나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오늘 이 건물에서 살아나갈 생각 따위는 아예 안 하시는 게 좋아요.”

  씩씩거리며 윤선이 소리쳤다.

 

  “기자 회견은 우리가 요청한 게 아니야. 위에서 마음대로 잡아 버린 거였어. 자네의 문자하고 아이의 메모를 보고하고 불과 10분만에 내려온 결정이었어. 김 검사도 나도 절대 안 된다고 반발했지. 특히 김 검사는 어렵게 얻은 정보라서 공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그런데요?”

 

  “작전이라는 거야. 작전! 이상 가면이 방송을 이용한 건 실제 범죄보다는 여론전을 하고 있다는 거지. 이미 사건은 누가 누구를 잡느냐 잡히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누가 국민들에게 타당성을 얻느냐의 문제로 바뀌어 버렸다는 거야. 여론을 통해서 이상 가면의 주장이 허위임을 드러내고 동시에 코너로 몰아붙이면, 숨어 있던 녀석이 다시 언론을 통해 정당성을 얻으려고 나타날 거라는 거야. 그게 범죄를 분석하는 여러 프로파일러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고 하는 거야. 알잖아? 그 책상머리에 앉아서 대가리만으로 사건을 분석해 내는 프로파일러 놈들 말이야. 어쩌겠어. 윗분들이 그게 더 타당하다는데…….”

  “좋아요. 그건 그렇다고 해 줄 게요. 하지만 그거랑 범죄 현장 조작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게다가 그따위 짓거리가 저를 위해서라는 게 말이 돼요?”

 

  윤선은 이번 이상 가면의 사건을 윗분들이 어떤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한 법관을 성매매 사건과 그 사건을 무죄로 몰아가는 법관들의 세계가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런 그들의 추한 뒷모습을 가리기 위해 장기의 말처럼 미친 듯 뛰어다니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건 현장을 조작하자는 건 김 검사의 제안이었어. 자네의 핸드폰 문자야. 지인의 핸드폰이라고 얼렁뚱땅 둘러댄다고 치더라도 아이의 손에서 나온 메모가 누구를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냐의 문제는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고 본 거지. 자네를 조사팀에서 해고하라는 여론부터, 이상가면의 연인이라는 등의 기사는 필연적이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이미 위에서는 팔팔 끓고 있고 말이야. 오늘 본청에 검사며 법관이며 얼마나 찾아왔는지 알지? …… 메모를 공개하지 않으면, 증거로서의 필연성이 떨어지고……. 사실 사건 현장을 조작한 건 위에도 알리지 않고 김 검사가 독단으로 처리한 거야. 위에건 국민에게든 자네를 숨기겠다고 이를 악물고 지시한 거야. 그걸 우리가 어떻게 거역하겠어? 게다가 이 모든 일의 책임은 자신이 다 지겠다고 이를 악무는데 말이야.”

  “누가 그딴 거 신경 써 달래요? 그리고 아무리 그렇다고 형사가 사건 현장을 조작합니까? 예?”

  다시 윤선이 따지듯이 물었다.

 

  “그래서 지금 이 난리잖아. 지금 김 검사가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못 들었어? 비상소집이야. 비상소집! 직접 검사장이 내려 오셨다니까.”

  말 그대로 비상소집이었다. 무슨 일인지 빅뱅 팀 전체가 소집 대상이었지만 윤선만을 제외한 채였다. 그것이 잘못된 언론 브리핑 때문일 거라고 윤선은 생각했다. 기자를 향해 마이크를 던지려한 장면이나, 이상 가면이 검찰의 정의를 조롱하고 사라진 장면은 국민 모두에게 생중계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반장의 말대로라면 브리핑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 때문에 비상소집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김 검사, 그 사람 생각보다 자네를 아끼는 모양이야. 검사장이 자네를 수사팀에서 제외하라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거든. 그런데 그 앞에 딱 버티고 서서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버티는 거야. 자네는 절대 범인에게 협조할 사람이 아니고 누구보다 정의로운 형사라면서 말이야. 정강이를 몇 대를 채였는지 몰라. 허이 참. 나같으면 바닥을 뒹굴어도 몇 번은 뒹굴었지……. 공부밖에 안 했다는 사람이 어디서 그런 강단이 나오는지 몰라.”

  검사장 앞에서 일 개 검사가 자기 의견을 말한다는 건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더구나 분노한 검사장의 말을 거역하고 있는 거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어떻게 되긴……, 김 검사만 남고 우린 모두 쫓겨났잖아. 대장만 남겨놓고 해산이라니……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 이렇게 담배만 피우는 거지. 어쨌건 김 검사는 버티고 있지만 위에선 이미 결정을 내린 것 같아. 나도 최선을 다해 보겠지만……. 자네도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할 거야.”

 

  김 반장이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소리를 땅땅치던 윤선이었지만 이 모든 상황이 윗분들과 자신 사이에 끼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다시 들어가 봐야지. 그래도 한 배를 탄 식군데……. 누구처럼 엎어치기를 해서라도 대장을 구해야지. 아쿠쿠. 근데 너…… 소문대로 한 액션 한다 어.”

  김 반장이 허리를 매만지며 허허한 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런 상황인 줄은 몰랐어요.”

  “아냐, 아냐. 네 잘못만은 아니지. 넌 어쨌건 피해자라고 봐야지. 핸드폰까지 도둑 맞았는데……. 중간에서 내가 중심을 잡았어야 했는데…… 늙어서 판단력이 흐려졌나봐……. 근데 말이야. 이건 하나는 약속해 주라.”

  “뭘요?”

  “오늘 자내가 나한테 한 일 말이야. 그거 소문나면 평생 놀림거리라서 말이야. 허허허.”

  김 반장이 사람 좋게 웃었다. 자신이 놀림감이 된다는 사실보다는 상관을 폭행했다는 사실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걱정한 처사임을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상관 폭행은 가벼워도 감봉 6개월에 정직까지 내려질 수 있는 사항이었다. 김 반장의 따뜻한 마음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자요.”

  그녀가 팔을 쭉 내밀었다.

 

  “뭐, 뭐야?”

  “나도 한 번 엎어 쳐요. 그럼 셈셈이니까.”

  “야, 그런다고 그걸…….”

  “아니면 소문내고 다닐…… 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 반장이 그녀를 내다 꽂았다. 그리고는 미친 듯 계단으로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 아무 일도 없었다아. 잊지 마.”

 

  생각보다 허리가……, 열나

  아팠다.

 

  윤선은 느리게 바닥에서 일어났다.

  옥상에서 내려온 그녀는 딱히 갈 데가 없었다.

  빅뱅팀 사무실은 검사장이 직접 주관하는 비상소집이 길어지고 있었고, 과장실 역시 또 다른 윗선을 모시느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2과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눌 수는 있었지만 히히덕거리며 노닥거릴 기분이 아니었다. 비상소집에서 쫓겨난 동료들도 모두 거기 있을 것이었다.

 

  “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데?”

  어디서 구했는지 주사위 게임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있는 민서 옆으로 다가 앉으며 윤선이 물었다.

 

  “본래는 아동 상담소에서 사람들이 와서 데려가야 하는데, 일이 늦어지나 봐. 아무래도 오늘은 경찰서에서 재워야 할 것 같은데?”

  민서가 비스킷으로 손을 뻗는 여자아이의 손을 제지시키며 대답했다.

 

  여자애가 윤선을 보더니 ‘안녕’하고 예쁘게 웃어보였다. ‘어유, 인사 잘하네.’ 그런 말을 민서가 하는 순간, 아이가 얼른 남은 비스킷을 꺼내더니 낼름 입안으로 집어 넣어버렸다.

 

  “와, 애 완전 식충이다. 맨날 배고파야. 화장실 가다가도 먹을 것만 보면 참아버린다니까.”

  “그래도 얘덕에 니가 이렇게 숙직실을 통째로 빌려 쓰게 된 거잖아.”

  윤선이 두 팔을 쭈욱 펴고 자리에 누우며 말했다. 그러자 여자 아이도 두 팔을 쭈욱 펴며 그녀의 옆에 따라 누웠다.

 

  숙직실은 본청 건물의 뒤편에 따로 나 있는 별도의 건물이었다. 이전에는 건물 안에 있었지만 워낙 움직임이 많은 건물 내에서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면 새 경찰청의 지시사항으로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경찰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서로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쓰기 어려운 건물이 되어 있었다.

 

  “야, 너 이거 안 할 거야?”

  주사위 판을 들여다보고 있던 민서가 황당하다는 듯 아이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미 아이의 관심은 주사위 판을 떠난 뒤였다.

 

  “엄마, 엄마.”

  이이가 윤선을 껴안으며 말했다.

 

  “야, 쟤가 무슨 네 엄마야. 너 얘를 몰라서 그래. 얘가 얼마나 왈가닥인데. 너 말 안 들으면 어퍼컷에, 날라차기에, 엎어치기……. 너 평생 후회한다.”

  낄낄거리며 민서도 아이의 옆에 누웠다.

 

  “오늘 저녁에 나도 여기서 잘까?”

  민서와 아이가 주는 따뜻함에 울컥 외로움을 느낀 윤선이었다. 동현은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팀원들은 자신 때문에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있는 듯 했다.

 

  “니가 왜?”

  민서가 물었다.

 

  “룸메이트도 여기 있고, 애가 나를 엄마라잖아. 엄마가 딸 옆에 있어 줘야지.”

  “엄마라고 다 딸 옆에 있는 건 아니…….”

  말을 하다 말고 민서가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윤선의 표정을 살폈다.

 

  “야, 나 말 실수했지?”

  “뭐얼. 맞는 소리했지. 엄마라고 다 딸 옆에 있진 않지. 그래서 나라도 애 옆에 있어줘야겠다. 싶은 거지.”

  윤선이 천정을 보며 한숨을 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어, 아줌마 소식 궁금하지?”

  민서가 조심스럽게 윤선에게 물어왔다. 윤선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오랜 불면증의 어머니 때문이라는 건 의사가 말하지 않아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불면증을 윤선이 어떤 마음을 먹더라도 고칠 수 없는 병이었다.

 

  “내가 울 엄마한테 들었는데……. 새로 살림 내셨다던대…….”

  “됐어어. 담에 하자.”

  윤선이 민서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마음에 엄마 이야기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윤선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민서 역시 입을 닫아 버렸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히이익 쿠우우.

  무슨 놀이이 빠졌는지 아이가 윤선의 몸을 더듬으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순간이었다. 벌떡 숙직실의 문이 열렸다.

 

  “엄맛!”

  놀란 민서가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멍멍. 멍멍.

  놀란 아이도 화들짝 무릎을 꿇고 앉더니 개 짖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됐어, 됐어.”

 

  사무장이 아이를 향해 손짓을 하자 아이가 개 짖는 소리를 멈췄다. 아이의 학대가 얼마나 심했던 것인지 윤선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일어난 둘과 달리 느리게 상체를 일으켜 놀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언니가 지켜줄게. 그런 말들이 그녀의 가슴을 스쳐지나갔다.

 

  “아! 여기 계셨네요. 한참 찾았습니다. 검사님이 찾으셔서요. 아이 때문에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셔서…….”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사건현장에서 보았던 사무장이었다. 비상소집은 이제 끝난 모양이었다. 사무장이 빨리 나오라고 연신 손짓을 해댔다.

 

  윤선은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보나마나 빅뱅팀에서 제외 되었으니 본과로 복귀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겠지. 예의 바른 김 검사니까 그런 말은 자신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릴 테고……. 인간이 뭘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어. 그냥,

  넌 아웃이야.

  해도 될 텐데…….

 

  본청 건물의 복도를 걸어가는 내내 윤선은 그런 생각들에 휩싸여 있었다.

  사무장이 윤선을 데려간 곳은 빈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안에는 김 검사가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김 검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는 가 보겠습니다. 그럼.”

  사무장이 도토리를 주운 다람쥐처럼 문 뒤에 숨어서는 보일랑 말랑한 인사를 던지고는 휭하니 사라져 버렸다.

 

  “검사님 하실 말씀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저는…….”

  윤선이 자신의 각오를 먼저 밝히려는 순간이었다. 일어서 있던 김 검사가 의자 앞으로 한 걸음 나오더니 바닥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정강이에 부상을 입은 탓인지 그의 움직임은 몹시 굼떠 보였다.

 

  “이 무슨…….”

  “죄송합니다. 이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윤선이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김 검사가 머리를 수그렸다.

 

  “윤선 씨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욕심이 너무 지나쳤어요. 확인되지도 않은 증거를 상부에 보고해 버렸습니다. 나중에는 이걸 수습해 보려 했지만 일이 너무 커져 있었습니다. 부하들의 상황을 돌아보고 우산이 되어 주는 게 팀장의 일어야 합니다. 저는 그릇이 너무 작은 모양이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너무 몰두해 있었습니다.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사과에 윤선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얼마 안 되는 형사 생활동안 그렇게 진심으로 하는 사과는 받아 본 일이 없었다. 자신 역시 어머니에게 그런 사과를 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겠죠. 하지만 그 실수를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런 의미에서…….”

  꽤나 긴 침묵을 깨고 윤선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김 검사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 검사님.”

  그녀가 몸을 낮추어 흔들리는 검사의 몸을 잡았을 때였다. 김 검사의 몸이 그대로 그녀에게 기대어 왔다.

 

  “드르렁. 음냐 음냐.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가…….”

  분위기 깨는 이 소리는 뭐냐. 혹시 이 남자 자는 거야?

 

  “윤선 씨…… 일생을 제가……. 드르렁 푸우.”

  이미 정신을 거의 잃은 김 검사였다. 그의 두 손이 윤선을 감싸안으며 본격적으로 간격을 좁혀오고 있었다. 윤선이 씨익 웃으며 그에게 안겨오는 김 검사의 넥타이를 부드럽게 감아쥐었다. 그리고는

  파아.

  엎어치기였다.

 

  “꿈 깨셔. 이게 어디서 치한질이야.”

 
작가의 말
 

 오늘 토욜인 줄 알고 오전을 여유있게 즐겼네요.ㅋㅋㅋ

 금욜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부랴부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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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바다라 20-08-14 13:1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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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8-14 15:52
 
사건 설명의 필요가 있는 장면이라...
사건이 없어서 읽기에 따라서는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걱정이었어요.
코믹은 약간의 과장이라고 생각해 주삼. ㅋㅋㅋ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심삼일 20-08-14 16:39
 
역시 경찰은 아직 문제가 많아요. 검찰도 그렇지만 앞으로 검찰의 업무를 경찰에 이관하는 건 좀...
윤선이 유도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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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8-14 21:23
 
윤선은 여러 무술의 유단자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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