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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관계자 외 접근금지
작가 : 풀링
작품등록일 : 2020.7.31

술만 마시면 구구단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 하윤은 우연히 만난 「클럽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와 징글징글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파격적인 막말과 각종 못 볼 꼴, 그리고 조울증 비스무리한 다중인격까지 3단 콤보를 펼치며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줬는데...

"저 남자가 새로 오신 대표님이라고?!"

 
10화 복수는 사이다처럼
작성일 : 20-08-12 14:28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6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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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동댕~

 

 “인포메이션에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9시부터 특별한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오니,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캠프파이어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웅성웅성하며 캠프파이어장으로 향한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큐는 하윤과 라연을 눈에 잘 띄지 않는 관계자 좌석으로 안내한다.

 

 진만이와 여자는 눈에 확 띄게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자~ 지금부터 「젠느 수목원 글램핑장」의 특별한 캠프파이어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동시에, 캠프파이어장 한중간에는 건물 3층 정도의 높이의 장작에 순식간에 불이 붙으며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진행자가 능숙하게 분위기를 띄웠고, 무대 위에는 디제잉의 공연과 함께 유명 랩퍼와 브레이크 댄스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누가 클럽 출신 아니랄까 봐 순식간에 글램핑장이 클럽화 되어가는 과정을 몸소 경험한다.

 

 분위기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드디어, 잇츠 쇼 타임~

 

 잘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진행자는 큐와 눈짓 사인을 주고받더니 마무리에 들어가는 듯 했다.

 

 “자~ 다음은 마지막 순서가 되겠네요. 마지막인 만큼 아주 특별한 분을 모셔 볼까 합니다.”

 

 사람들은 웅성웅성하기 시작한다.

 

 “여기는 「젠느 그룹」에서 운영하는 글램핑장인 건 다들 알고 계시죠?”

 

 “네~”

 

 “물론 검색해보시면 글램핑장뿐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모실 분은 이 큰 그룹의 운영해 나가고 있는 분입니다. 젠느 그룹의 차성빈 대표님을 모셔보겠습니다.”

 

 진행자의 소개하는 말과 동시에 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대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는다.

 

 “안녕하세요. 젠느 대표 차성빈입니다.”

 

 “꺄~ 와~ 악~”

 

 여자들의 함성이 쩌렁쩌렁 떠나갈 듯 울린다.

 

 ‘큐가… 젠느 대표였어?!!’

 

 하윤은 서둘러 핸드폰 검색창에 「차성빈」이라고 쓴다.

 

 검색 결과, 큐의 증명사진과 동시에 엄청난 양의 약력 소개가 액정 한 면을 가득 채웠다.

 

 「젠느 그룹 대표 겸 현직 변호사

 한국 사법 대학 석사

 젠느 법률 사무소

 젠느 실버타운

 젠느 클럽/ VIP

 .

 .

 .

 젠느 수목원 글램핑장」

 

 그리고 마지막 줄을 보는 순간 하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팬카페」

 

 팬클럽까지 결성되어있는 유명인이었다.

 

 ‘큐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반반한 얼굴로 클럽에서 일하는 그저 그런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참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자책하는 하윤.

 

 그러고 보니 큐도 케이만큼 큰 키에 아기 피부같이 뽀얗고 하얀 피부, 말할 때마다 생기는 한쪽 보조개가 매력적인 남자였다.

 

 “우선, 글램핑장의 오픈을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차성빈의 인사말에 박수 소리와 호응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진지한 모습.

 

 “이 특별한 날.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에게 고백할까 합니다.”

 

 “꺅~~~ 안 돼요.”

 

 큐의 발언으로 현장 분위기는 뒤집어졌다.

 

 ‘저 여자들은 팬클럽인 게 분명하다.’

 

 여자들은 절규하며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공라연 씨. 나와주시겠어요?”

 

 큐는 어색하지 않게 쑥스러운 척 연기를 하며 긴장하는 디테일까지 보였다.

 

 진행자 역시 연기인지, 진짜 놀란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척척 대사를 뱉어가며 연기에 충실했다.

 

 “와~ 이건 정말 충격적인데요. 우리 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계셨군요. 공라연씨 어디 있나요? 앞으로 나와주세요.”

 

 진행자는 한술 더 뜨며 라연을 찾는척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 신들린 연기까지 곁들여지니 한층 더 흥미진진해졌다.

 

 라연은 낮에 큐와 맞춘 리허설대로 수줍어하며 무대 위로 올라간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하윤은 이제서야 케이의 계획을 알게 된 것이다.

 

 라연이 앞으로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대사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공라연입니다.”

 

 “우와~”

 

 부러움의 환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사실 저는 결혼할 남자가 있었습니다.”

 

 캠프파이어장 안은 비난인지 탄성인지 모를 “우~ 에~ ”하는 함성이 이어졌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진만이가 슬그머니 여자를 데리고 일어나더니 캠프파이어장을 빠져나려는 움직임이 보인 것이다.

 

 플랜에 없던 상황이라 당황한 라연은 도망가듯 입구 쪽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친다.

 

 “거기 서! 조진만!!”

 

 모든 조명이 도망가려던 두 사람을 향해서 비췄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며 갑자기 조용해진 캠프파이어장.

 

 사람들은 숨죽이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 광경을 핸드폰으로 찍기 시작한다.

 

 “제가 저 남자와 결혼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네요.”

 

 잠시 뜨끔하며 걸음을 멈췄던 두 사람은 다시 입구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두 번째 돌발 상황.

 

 같이 끌려나가던 여자가 진만의 손을 뿌리치고 서더니

 

 “오빠. 저 여자가 오빠 얘기하는 거야? 아는 여자야?”

 

 “아…아니야. 빨리 텐트로 가자.”

 

 어이없다는 시늉을 하는 여자와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진만을 보고 있으니 꿀잼이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전투적으로 라연에게 걸어오며 따지는 여자.

 

 “저기요. 이봐요. 뭔가 착각한 거 같은데. 우리 오빠는…”

 

 “그래. 너희 오빠. 시집 못 가고 취직 못 한 누나가 둘, 병원에 계신 어머니 한 분 계시잖아.”

 

 “그…그렇긴 한데, 차인걸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혹시 너희 오빠가 회사 한 달 만에 그만두기 실천 중인 건 알아?”

 

 “뭐.. 회사는 또 구하면 되잖아. 근데 당신이 우리 오빠한테 뭐 보태준 거 있어?!!”

 

 “보태준 거 많지. 너희 오빠가 살고 있는 그 32평 빌라. 3002호. 그거 내 집. 오늘 타고 온 그 차도 내 차. 물론 지금까지 너한테 썼던 돈도 내 돈이겠지?”

 

 “당…당신!! 내가 확인해보고 사실이 아니면 명예 훼손죄로 고발할 거야. 두고 봐!”

 

 부끄러운지 얼굴을 가리고 씩씩대며 캠프파이어장 밖으로 나가는 여자와 그 여자를 졸졸 쫓아 나가는 진만.

 

 “잠깐만!! 구남친아. 내 차 키는 주고 가야지?!”

 

 구남친은 바지 호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더니 라연을 향해 던지고는 여자를 쫓아 뛰어갔다.

 

 “그리고 내일 현관 비밀번호 바꿀 테니까. 그 전에 짐 다 빼. 다시 찾아오면 주거 침입죄로 신고할 테니깐.”

 

 라연의 말을 끝까지 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짝짝짝

 

 박수가 터져 나왔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큐는

 

 “공라연씨. 우리 한번 만나볼까요?”

 

 “우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함성과 함께 축하해주었지만, 드문드문 아쉬운 표정을 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캠프파이어는 막을 내렸고, 라연의 10년 연애도 끝이 났다.

 

 “마음이 좀 후련해?”

 

 “후련해. 내가 말하면서도 이렇게 별로인 남자를 10년이나 만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좀 억울하긴 하지만.”

 

 하윤은 라연을 꼭 안아준다.

 

 “좋은 남자 만날 거야.”

 

 “너… 오늘 낯설다. 이런 다정함… 상당히 불편한데.”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깐 마음껏 누려.”

 

 마음먹은 김에 서비스로 토닥토닥까지 제공한다.

 

 텐트로 돌아오는 길.

 

 건너편 텐트 쪽에서 여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꺄~악~ 이게 뭐야?!! 엉엉. 이게 뭐냐고!!!”

 

 진만과 여자의 텐트의 한쪽 기둥이 무너져 들어갈 수도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오빠는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그럼 네가 해보든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면서… 내가 일부러 무너뜨렸어?!!!”

 

 “빨리 집에 데려다줘. 여기서 어떻게 잠을 자?!”

 

 “이 시간에 차가 어디 있어?”

 

 “우리가 타고 왔던 차가 진짜 그 여자 차란 말이야?!!”

 

 “내 차라고 말한 적 없잖아.”

 

 “그걸 말이라고 해?!! 이 사기꾼아!!”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진만과 여자.

 

 뒤따라오던 큐가 이 광경을 발견하더니, 진만에게 다가가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오픈 첫날 텐트를 파손하시면 어떡합니까? 기물 파손 비용은 이틀 내로 청구서 보내겠습니다.”

 

 왜 멀쩡하던 텐트가 무너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진만은 텐트 파손으로 영업을 못 하는 비용까지 떠안게 생긴 것이다.

 

 “깔깔깔~ 저 둘 표정 좀 봐. 깔깔~”

 

 라연은 너무 통쾌해서 까르르 넘어간다.

 

 “세상을 다 잃은듯한 표정이네.”

 

 “깔깔~ 다 잃었지. 집에서도 쫓겨나고 용돈도 생활비도 다 끊기는데. 깔깔~”

 

 웃음소리는 점점 강해졌고, 나중에는 억지로 웃음을 쥐어 짜내고 있는 그녀를 하윤은 안쓰럽게 바라봤다.

 

 

 ***

 

 

 텐트로 돌아와서 뒤풀이 겸 삼겹살에 소맥 파티까지 했더니 라연은 금방 곯아떨어졌다.

 

 맥주를 혼자 홀짝홀짝 마시다가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하윤은 캔맥주를 하나 들고 텐트 밖으로 나온다.

 

 ‘나랑 기현이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최근에 위태위태했던 두 사람.

 

 이대로 기현이와 아무렇지 않은 듯 다 덮고 결혼까지 한다는 생각을 하니 숨이 막혔다.

 

 끝은 안 좋았지만 혼자가 된 라연이 오히려 부러웠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 뭔가에 홀리듯 걷다 보니 근처 호숫가에 다다랐다.

 

 글램핑장 옆이라 그런지 밤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호숫가에 분위기 있는 하얀 벤치를 발견한 하윤은 살짝 걸터앉아 맥주를 한 모금 넘긴다.

 

 “이 시간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한데.”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하윤의 옆자리에 앉아있다.

 

 “악!!!”

 

 하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벤치 한쪽 끝으로 바짝 옮기며 남자와 거리를 넓혔다.

 

 ‘이 옆모습….’

 

 어두운 와중에도 풍성하고 긴 속눈썹과 매끈하게 오뚝한 코는 확실히 보였다.

 

 “케이씨.”

 

 후드티 모자도 벗었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온전한 얼굴을 처음 본 하윤은 노골적인 시선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두운데 혼자서 뭐해요?”

 

 “제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이 아가씨 착각이 심하네.”

 

 “네?”

 

 “난 호숫가를 산책하고 있었고, 우연히 아는 여자가 위험하게 혼자 있으니깐 걱정돼서 왔을 뿐인데.”

 

 “아…”

 

 김칫국을 너무 마셔버린 하윤은 또 생각 없이 뱉은 말에 후회가 몰려왔다.

 

 “날 스토커 취급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복수도 도와줬는데.”

 

 “아!! 친구 일은 고마웠어요.”

 

 “그럼 다음에 갚아요.”

 

 덤덤한 말투의 케이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맥주캔을 뺏더니 마지막까지 다 마셔버린다.

 

 “그런데 지금은 마스크를 안 했네요?”

 

 “밤이니깐요. 그리고 진하윤씨는 이미 내 얼굴을 아는데, 굳이 가릴 필요가 없죠.”

 

 “왜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거예요?”

 

 케이는 하윤의 질문을 듣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벤치에 앉아있는 하윤의 앞에 선다.

 

 상체를 숙여 하윤의 벤치 등받이 쪽으로 양팔을 뻗어 지탱하더니,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댄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코앞까지 다가온 그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여유가 생겼다.

 

 반듯하게 깎아놓은 턱선, 수분을 한껏 머금은듯한 입술, 날카롭게 솟은 콧날의 순서대로 하윤의 시선이 옮겨갔다.

 

 마지막 시선이 닿은 곳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깊은 시선.

 

 알 수 없는 짜릿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이 남자. 키스하는 거 아냐?'

 

 순간, 주책스럽게도 눈을 감으며 자신의 입술을 내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구 불만이 심각해지면 과대망상으로 빠져들기도 하는 걸까.

 

 이대로 있다가는 더 곤란한 상황이 닥칠 것만 같았다.

 

 아니, 자신이 곤란한 상황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뒤로는 벤치의 등받이가 있고 어깨 양쪽으로는 그의 팔이 뻗어있어서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눈동자로 주술이라도 거는 걸까. 그와 눈만 마주치기만 하면 항상 감정 조절에 실패한다.

 

 하윤은 또 그렇게 감정을 못 숨길 예정이었다.

 

 또 그녀의 호흡이 멈춘 걸 눈치챈 케이는 “피식~”하고, 건방진 매력 미소를 지으며 몸을 세워 호숫가로 돌아선다.

 

 “하악하악~”

 

 겨우 참은 숨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하윤.

 

 “진하윤 씨는 나랑 있다가는 조만간 죽겠는데요.”

 

 “전 원래 모르는 남자가 가까이 오면 긴장해서 숨이 멈춰요.”

 

 “나한테 진하윤 씨는 아는 여잔데, 난 왜 진하윤 씨한테 모르는 남자일까요?”

 

 “난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깐요. 「클럽 젠느 NO.1 케이」라는 거밖에 아는 게 없어요.

 

 “그게 다예요.”

 

 “본명이 뭐예요? 큐 씨는 차성빈이던데.”

 

 “그 기억도 날려 먹은 건가?”

 

 “전 그쪽 본명 몰라요. 나한테 말해준 적 없잖아요.”

 

 “분명히 알려줬어요. 그날 그렇게 불러댔으면서 기억을 못 해요?”

 

 “제가요? 본명을 불렀다구요?”

 

 “잘 생각해봐요. 다 생각 난 거 같은데 내 이름은 아직인가 봐요?”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본명을 들은 기억도 없고, 더구나 그 본명을 그렇게 몇 번을 불렀던 기억은 더 없다.

 

 “칫~ 됐어요. 다른 직원분들한테 물어보면 되죠. 이름 정도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아요.”

 

 “큐 이외에는 제 본명 아는 사람이 없어요. 알아내기 되게 힘들 텐데?”

 

 “신비주의에요?”

 

 “훗~”

 

 굳이 이렇게까지 숨기니 더 의심스럽다.

 

 “진짜 당신은 누구예요?”

 

 하윤의 질문에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케이는 다시 하윤을 향해 돌아선다.

 

 “잠시만요. 거기 그대로 서서 대답해요.”

 

 하윤은 손을 뻗으며 더이상 다가오지 마라며 의사 표현을 했다.

 

 “훗~ 내가 그쪽 잡아먹기라고 해요?”

 

 “가까이 오지 말고 그냥 거기 서 있어요.”

 

 “가까이 와달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오지 말라는 말은 처음이네요.”

 

 “제가 조신하지 못하게 막 함부로 모르는 남자와 가까이 친하게 지내고 그런 성격은 아닌 거든요.”

 

 “아~ 그래서 그날은 조신하게 제 차에 막무가내 탄 거였어요?”

 

 “제발… 그날 일은 잊어주세요.”

 

 그날 일만 생각하면 어찌나 수치스러운지 하윤은 최대한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그때 저 멀리서 글램핑장으로 검은색 차 몇 대가 요란하게 들어오는 게 보였다.

 

 재빨리 벤치 뒤쪽으로 몸을 숨기는 케이.

 

 어느새 마스크까지 했다.

 

 “케이씨?”

 

 “쉿.”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하윤 역시 몸을 숨겨 숨죽이며 차들을 지켜봤다.

 

 일렬로 세워진 차에서는 검은 수트를 입은 덩치들이 내렸고, 그리고… 하윤이 아는 얼굴도 보였다.

 

 ‘명이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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