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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관계자 외 접근금지
작가 : 풀링
작품등록일 : 2020.7.31

술만 마시면 구구단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 하윤은 우연히 만난 「클럽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와 징글징글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파격적인 막말과 각종 못 볼 꼴, 그리고 조울증 비스무리한 다중인격까지 3단 콤보를 펼치며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줬는데...

"저 남자가 새로 오신 대표님이라고?!"

 
5화 그 전화 받지 마요
작성일 : 20-08-12 14:23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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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조만간 또 봐요. 」

 

 ‘아… 진짜!! 이건 또 뭐야?!’

 

 의문 투성이었던 하루의 마지막을 또 의문으로 장식하게 되어 짜증이 솟구친다.

 

 ‘내가 오늘은 이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으니, 이건 다음 기회에…’

 

 쪽지를 그대로 접어서 다시 명함집 안에 넣어둔다.

 

 ‘오늘 하루 진짜 버라이어티하네. 한 시간 뒤면 내일이다. 제발 남은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자.’

 

 라고 기도하듯 빌며 터벅터벅 회사를 나선다.

 

 “하윤아!”

 

 기도가 무색하게 그녀를 잡아 세우는 목소리.

 

 ‘아~~ 진짜. 또 뭐야?! 또 뭔데?! 또 누구야?!’

 

 짜증 한가득한 얼굴로 획~ 뒤로 돌아보는 하윤.

 

 “어?? 선배?”

 

 최명이다.

 

 “퇴근이 늦네.”

 

 “네. 선배도 이제 퇴근하는 거예요?”

 

 “사무실에 계약서 두고 퇴근하는 길이야.”

 

 “수고하셨어요.”

 

 나란히 회사를 걸어나와 최명은 주차장으로, 하윤은 버스 정류소로 가야할 갈림길에 선다.

 

 최명은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윤아. 저녁 먹기로 했던 거, 오늘 먹을래?”

 

 “지금요?”

 

 “나 오늘 한 끼도 못 먹었거든.”

 

 생각해보니 하윤이도 오늘 제대로 된 식사한 적이 없었다.

 

 더구나 재벌 후계자가 종일 굶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최명이 너무 안쓰러워졌다.

 

 “선배. 우리 저녁 먹으러 가요. 저도 저녁 거르고 일했더니 지금 쓰러질 거 같아요.”

 

 여전히 표정은 없지만, 생기가 도는 듯 환해졌다.

 

 “이탈리안 잘하는 곳 있는데, 괜찮아?”

 

 “네. 좋아요.”

 

 

 ***

 

 

 -띵동~ 48층입니다.-

 

 빌딩 최고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인테리어만 봐도 딱 비싸 보이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배인이라는 명찰을 단 남자가 총총걸음으로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전무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전에 예약을 했는데…”

 

 “물론 전망 좋은 자리로 예약해뒀습니다.”

 

 안내받은 자리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야경이 끝내주는 룸이다.

 

 하윤이 평소에 먹던 이탈리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제대로 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굳이 한식과 비교를 하자면 돌솥비빔밥과 궁중요리 같은 느낌.

 

 오랜만에 단둘이 하는 식사라서, 어색한지 하윤은 자꾸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아! 선배. 팔찌 너무 예뻐요.”

 

 팔을 올려 손목을 흔들어 보이며 좋아한다.

 

 “다행이네. 취향이 아닐까 봐 고민했는데.”

 

 “그런데 이렇게 비싼 선물을 받아도 되는 거예요?”

 

 “나한테는 비싼 거 아니니깐 부담 갖지 마.”

 

 똑똑똑

 

 마침, 지배인의 노크 소리와 함께 샴페인을 한 병 들고 들어온다.

 

 “전무님. 샴페인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100만 원이 넘는 돔페리뇽!

 

 ‘역시 재벌 집 아들은 스케일이 다르구나.’

 

 비싸서 더 맛있는 샴페인을 홀짝홀짝 자꾸 마시다 보니,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한 병을 거의 다 비워버렸다.

 

 “지배인님. 같은 거로 한 병 더 부탁해요.”

 

 “아!! 죄송해요. 제가 다 마셔버렸네요.”

 

 “샴페인이라도 알코올 도수는 높아. 빈속에 마시면 금방 취해.”

 

 “그런데 이거 너무 맛있네요 헤~.”

 

 최명은 미소를 머금고 살짝 취해서 전투적으로 수다를 떠는 하윤을 닳아없어질 정도로 바라보고 있다.

 

 볼이 발그레해서 개구진 얼굴로 웃는 하윤이 너무 이뻐서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하윤의 볼을 만질 뻔했다.

 

 “하윤아.”

 

 “네. 선배.”

 

 “하윤아. 내가…”

 

 “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드디어 여자친구가 생긴 거예요?”

 

 “아직 여자친구는 아니고…”

 

 “그럼 썸?”

 

 “상대방은 아직 모르고 있으니까. 짝사랑이겠네.”

 

 “그분은 선배한테 잘해줘요?”

 

 “응. 많이.”

 

 “그럼 빨리 고백하세요.”

 

 “고백해도 될까?”

 

 “당연하죠. 선배가 고백하면 무조건 잘될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다행이에요. 전 선배가 공부 중독이고, 일 중독이라서 연애 같은 건 안 하는 줄 알고 되게 걱정 했거든요.”

 

 “그때는 연애할 여유가 없었어.”

 

 “그럼 지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우선순위가 바꼈어. 항상 일이 먼저였는데, 이젠 일보다 그 사람이 먼저야.”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귀까지 빨개진 최명은 술기운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선배. 이런 모습 낯설어요. 히히.”

 

 알딸딸해진 하윤은 턱을 괴고 살짝 풀린 눈으로 최명의 바라봤다.

 

 ‘내 첫사랑이 선배인 거 알아요?’ 라고 고백할 뻔했으나, 독백으로 마무리했다.

 

 역시 술은 위험하다.

 

 씁쓸한 표정을 짓던 하윤은 잔에 남아있는 샴페인을 한 번에 입안 가득 털어 넣었다.

 

 “그 여자분은 좋겠네요. 선배같이 좋은 사람이 몰래 좋아해 주고 있으니…”

 

 최명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띤다.

 

 

 ***

 

 

 “선배. 오늘은 잘 먹었습니다.”

 

 꾸벅 배꼽 인사를 하는데 살짝 비틀거리는 하윤.

 

 최명이 재빨리 어깨를 잡으며 부축한다.

 

 “시간도 늦었고, 내 차 같이 타고 가.”

 

 “선배 집이랑 반대 방향이잖아요.”

 

 “많이 취한 거 같은데?”

 

 “저 아직 구구단 안 했어요. 멀쩡해요. 히히~”

 

 마침 그때,

 

 최명의 차가 두 사람 앞에 멈췄고, 기사가 후다닥 내려 뒷문을 열어줬다.

 

 나란히 뒷좌석에 앉은 하윤은 포근한 승차감에 흠뻑 취한다.

 

 ‘택시 타고 갔으면 후회할 뻔했겠어.’

 

 찌이잉~

 

 하윤의 가방 속 핸드폰이 문자가 왔다고 알려준다.

 

 ‘이 시간에 누구지?’

 

 기현의 문자다.

 

 -「어디야?」

 

 「집에 가고 있어.」

 

 -「이 시간까지 뭐 했어?」

 

 「야근하고 저녁 먹고 가는 길이야. 오늘 너무 늦었으니 낼 통화해.」

 

 그리고는 핸드폰을 가방 안에 던져 넣어버린다.

 

 계속 오는 문자 알림 소리.

 

 찌이잉~ 찌이잉~

 

 “계속 문자가 오는 거 같은데?”

 

 하윤은 온갖 짜증 나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보니 이번엔 전화다.

 

 발신자는 「임세연 상무님」

 

 “네. 여보세요.”

 

 “혹시 진하윤 씨 되시나요?”

 

 “네. 누구시죠?”

 

 “며칠 전에 「클럽 젠느」에서 뵌 분 맞으시죠? 전 큐라고 합니다.”

 

 “아.. 네. 제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술이 확 깨는 하윤은 급하게 핸드폰을 끊었다.

 

 “선배. 저 여기서 내릴게요. 기사님. 죄송한데 잠시 세워주시겠어요?”

 

 “무슨 일이야?”

 

 “일이 좀 생겼어요.”

 

 “이 시간에? 태워다 줄게.”

 

 “괜찮아요. 오늘은 감사했어요. 내일 회사에서 뵐게요.”

 

 차가 멈추자마자 후다닥 내린다.

 

 “그래. 조심해.”

 

 최명의 차가 떠나는 것을 확인한 하윤은 임세연 상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사실 최명과 임세연 상무는 오래전부터 라이벌 관계였으며, 지금도 사이는 그닥 좋지 않다.

 

 하윤이 특별히 임 상무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임 상무의 사생활이 회사에서 불리하게 작용 될 수도 있기에 때문에 프라이버시는 지켜주고 싶었다.

 

 “여보세요? 진하윤입니다.”

 

 “지금 누나가 술이 많이 되셔서 여기서 주무시거든요.”

 

 그놈의 「누나」 소리는 이 와중에도 듣기 거북하다.

 

 “상무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데요?”

 

 “「젠느 VIP」요.”

 

 “제가 거기로 갈게요.”

 

 “그럼 도착하시면 전화 주세요. 입구로 마중 나가겠습니다.”

 

 “네.”

 

 하윤은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바로 젠느로 향한다.

 

 그리고 골목에 숨어 있던 최명의 차가 그 택시를 뒤쫓았다.

 

 

 ***

 

 

 새벽 2시가 넘은 늦은 시각.

 

 화려한 조명과 건물 밖까지 쾅쾅 울리는 음악 소리로 「클럽 젠느」 앞은 아직 초저녁 같은 분위기다.

 

 젊은 애들이 「젠느」에 들어가려고 영혼까지 갈아 넣은 듯 꾸미고, 여전히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윤은 클럽을 바라보고 서서 한숨을 길게 내쉰다.

 

 ‘내가 또 여기를 오게 될 줄이야…’

 

 하윤은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려는 그 순간,

 

 누군가 하윤의 손목을 낚아채서는 성큼성큼 「클럽 젠느」로 향해 걸어갔다.

 

 놀랄 틈도 없이 손목을 잡혀 끌려들어 가는 하윤은 거부할 정신도 없이 그저 소리만 지를 뿐…

 

 “악! 저기!!! 잠시만!!!”

 

 “조용히 좀 하지?”

 

 고개를 돌려 시끄럽게 소리치는 하윤에게 주의를 준다.

 

 마스크까지 한 후드티 남자는 앞머리 사이로 반짝거리는 눈만 보였다.

 

 “당신은…후드티…?”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최명이 그 둘 앞을 가로 막고 서있다.

 

 “선배?!! 선배가 어떻게…?”

 

 하윤은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미행을 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최명은 하윤이 아닌 후드티 남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후드티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쓰고는 하윤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지금부터 뛸 건데, 달리기 잘해요?”

 

 “아뇨. 못해요.”

 

 그 남자는 하윤을 향해 돌아보며 신발이 단화라는 걸 확인한 후,

 

 “뛰어요!!!” 라고 외치더니 최명을 제치고 클럽 입구를 향해 달렸다.

 

 여전히 하윤의 손목을 잡은 채…

 

 클럽에 들어가려고 줄 서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둘은 입구를 통과했다.

 

 심지어 문 앞의 직원들이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어줬고, 남자는 문을 통과함과 동시에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막아!!!”

 

 최명 역시 곧장 뒤를 쫓아 뛰었지만, 결국 입구의 직원들에게 제지당하며 클럽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 순간의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운 하윤.

 

 ‘선배가 왜 나를 미행한 거지? 후드티 남자는 나를 왜 데리고 들어온 거지?’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앞서가는 후드티 남자는 인파 속에서 잃어버리지 않게 하윤의 손목을 꼭 잡고 걸어간다.

 

 그리고 클럽 조명이 잠시 스칠 때마다 그 남자의 손목에 「K」라는 작은 문신이 희미하게 보였다.

 

 긴 통로를 지나니 음악 소리는 작아지고, 그제야 하윤의 손목을 놓으며 앞장서서 걸어가는 후드티 남자.

 

 찌이잉~ 찌이잉~

 

 발신자 「최명 선배」

 

 “그 전화 받지 마요.”

 

 “네?”

 

 “조금 전, 우리 쫓아오던 남자잖아요.”

 

 “맞아요.”

 

 “그러니 받지 마요.”

 

 어차피 최명 전화를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남자의 말을 들으니 더 받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기회를 엿보던 하윤은 후드티 남자를 만나면 묻고 싶었던 질문은 조심스럽게 꺼냈다.

 

 “혹시 며칠 전에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신 분인가요?”

 

 “……”

 

 “여기 직원이세요?”

 

 “……”

 

 민망하게 대답이 없다.

 

 “저기요! 죄송한데, 저는 「큐」라는 사람을 만나러…”

 

 “따라와요.”

 

 세 번째 질문에 겨우 대답을 했고, 너무나도 단호하고 차가운 말투에 할 말을 잃은 하윤은 말없이 따라간다.

 

 곧 엘리베이터가 55층에 멈췄고, 며칠 전에 왔던 「젠느 VIP」에 또다시 오게 된 하윤.

 

 ‘안 좋은 기억만 가득했던 이곳에 다시는 오지 않기로 다짐을 했건만, 내가 여기를 내 발로 다시 오게 된다니…’

 

 패배자가 된 기분이다.

 

 「큐」라는 남자는 이미 입구 앞에 기다리고 있었고, 하윤을 보자마자 달려온다.

 

 하윤을 이곳까지 데려온 후드티 남자는 인수인계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한마디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다.

 

 “누나는 안쪽 룸에 계세요. 따라오세요.”

 

 큐가 안내해준 룸에는 임 상무가 소파에 쓰러져 있었다.

 

 “상무님 괜찮으세요?”

 

 하윤은 달려가 임 상무를 부축했다.

 

 “자기가 와줬구나. 고마워.”

 

 “술 많이 드셨어요?”

 

 “그랬나 봐.”

 

 “상무님 걸으실 수 있겠어요?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가시죠.”

 

 “기사 불렀으니 내 차 타고 가자.”

 

 

 ***

 

 

 임 상무 집.

 

 “상무님. 물 좀 드세요.”

 

 갈증 때문인지 물 한 컵을 순식간에 비웠다.

 

 “고마워. 이제 좀 살 것 같네.”

 

 소파에 엎드려있던 몸을 힘겹게 일으켜 소파에 기대앉는 임 상무.

 

 “잘 찾아왔네. 헤맬 줄 알았더니.”

 

 “입구에서 누가 제 손목을 잡더니 클럽 안으로 끌고 들어왔어요.”

 

 “누가? 모르는 사람이?”

 

 “직원인 거 같았어요. 손목에 「K」라는 문신이 있더라구요.”

 

 “뭐?!!!!!”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더불어 놀란 하윤은 순간 자신이 뭔가 잘못한 줄 알았다.

 

 “왜…. 왜 그러세요??”

 

 “방금 「케이」라고 했어?”

 

 “네…”

 

 “자기 손목 잡고 뛰었다는 그 남자가 젠느 NO.1 「클럽 황제 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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