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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31화 <꿈과 현실>
작성일 : 20-08-11 23:51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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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결론은요.”

 [결론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

 

 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며칠 째, 지원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 도현이 자신의 수하들을 시켜 지원의 집도 몰래 찾아가보고, Bz 호텔에도 잠입해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이 조용했다. 더욱 복창이 터지는 건, 심지어 경찰과 병원에서도 아무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원의 과거를 걸고 말하건데, 지원이 말도 없이 스스로 증발할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하나였다. 누군가에 의해 제거당한 것이다.

 

 “어쩐지... 이리저리 뺀질대고 다닐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그렇게 조심하라고 말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어. 아무튼, 그쪽 라인은 이제 끊어졌다고 봐야 할 거야. 대체할 새로운 라인 구축해 볼 테니, 감안하고 있어.]

 “알았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도현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차분했다. 이래저래 인정머리가 없는 인간이었다. 지금 상황이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

 

 지원이 Bz로 들어가 정보통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데에도 도현의 서포트가 적지 않았다. 만약 도현이 아니었다면, 지원이 아무리 복수에 불타올랐다고 해도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평범하게 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원이 흐릿하게 가지고 있던 꿈을 선명하게 키우고 그를 실행할 결심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디까지나 도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지원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도현은 지나치게 침착했다. 그것이 거슬렸다.

 

 “그럼 뭐... 나도 사라져도 상관없겠네.”

 

 안나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봤다. 유진에게선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며칠 째, 집에 들어오는 것 같지도 않고, 집에 드나드는 사람도 없이 조용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안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사실, 자신이 걱정해봐야 쓸모없는 일이었다. 유진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다면 인경자나 인성혁이 알아서 모니터링 할 것이다. 그것이 걱정이든 다른 이유에서든. 그들은 유진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니까. 마치 인질처럼.

 

 

 

 

 

 익숙한 천장이 유진의 눈에 들어왔다. 지난 15년 동안 늘 유진을 덮었던 하얀 천장. Bz호텔 35층의 스위트룸이었다. 몸을 일으킨 유진은 멍하지 앞을 바라봤다. 아주 오래 전, TV가 철거되어 구멍만 남아있는 벽. 나사가 박혔던 구멍이 잠깐 2개가 되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그 뒤로 유진은 꽤나 오랜 시간동안 생각에 잠겨있어야 했다. 잠에서 덜 깨 몽롱한 탓인지, 어디부터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딘가 꿈과 현실을 가를 기점을 잡아야 했지만, 지난 15년 동안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던 유진에게 그런 기점이 있을 리 없었다. 어제의 기억도 하얀 방이었고, 그제의 기억도 하얀 방이었으니.

 유진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냥 이대로 잠이나 더 잘 심산이었다. 눈을 감아서도 하얀 방의 잔상이 어른거렸다. 꿈과 현실을 굳이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그 어떤 것도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고, 그 어떤 것도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딸깍]

 

 노크도 없이 열리는 문소리가 유진을 현실로 불러왔다. 뜻밖에도 경자였다.

 

 “일어났구나, 아가. 좀 괜찮으냐?”

 

 경자는 대체 뭘 괜찮냐고 물어본 것일까? 자신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일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모호함 속에서 경자의 말을 기점 삼아 기억을 되짚어가던 유진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하얀 색으로만 가득했던 기억 속에 떠올리기도 싫은 붉은 색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 붉은 색은 검은 어둠 속에서 끈적한 감각으로 다가왔었다. 검은 어둠은 달콤한 향기 뒤에 다가왔고, 달콤함은 따가운 불꽃에서부터 왔다. 그리고 그 불꽃은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경자가 내밀었던 것이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고는 앞으로 푹 고꾸라져 버렸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머리까지 뒤흔드는 것 같았다. 바들바들거리며 떨리는 손가락이 자신의 신경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 유진의 모습을 본 경자는 조용히 손짓했다. 뒤에 있던 경호원이 의자를 끌어다 놓았다. 경자는 의자에 기대 앉은 채 유진의 떨림이 멈추길 기다렸다.

 

 

 기다림이 생각보다 길어져 차나 한 잔 마실까 고민하던 중, 유진이 앞으로 숙여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떨림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지만, 그를 집어삼킬 뻔 했던 공포에서는 조금 멀어진 듯 했다.

 

 “성혁이한테 듣자하니, 여기에서 이사 가고 싶다고 했던 이유가 사고수 때문이라고 했다던데... 그게 이걸 말했던 건가 보구나.”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쯧쯧... 이런 걸 미리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어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가엾은 것...”

 

 경자가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오히려 유진의 몸은 더욱 경직될 뿐이었다.

 

 “그런 장면을 봤으니 충격이 클 밖에. 당분간 이곳에 머물려무나. 그래도 그 썰렁한 오피스텔에 혼자 있는 것보다야, 우리 식구들이 같이 있는 여기가 더 낫지 않겠니? 너도 더 익숙할 테고 말이다. 하우스키퍼들이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널 챙겨줄 테니, 딱히 부족하진 않을 거다.”

 “아버지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유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뜸 말을 뱉었다. 경자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짐작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굳이 떠났던 호텔에 다시 방문하고, 경자가 내밀었던 라이터의 주인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경자의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의 시나리오가 세워질 수 있었다.

 어쩌면 아무에게도 흘린 적 없는 자신의 본심, 지원에게 어떻게든 귀띔을 해주고 싶었던 마음까지 꿰뚫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또 어쩌면 점점 사라져가는 유진의 능력에 대해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또 어쩌면 안나가 수연이라는 것까지도 알아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머릿속에서 뭉게 구름처럼 커져가는 생각 속에서 유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경자의 눈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 핑계를 대고 말았다.

 

 “이것저것 많이 아는 분 같아서... 혹시 아버지 이야기도 알까 해서... 성혁 아저씨랑 할머니가 절 위해 안 알려주시는 것도 있는 거 같아서...”

 “괜찮다, 얘야. 사람이 자기의 뿌리를 궁금해 하는 건 인지상정 아니냐. 다 이해한단다.”

 

 놀랍게도, 경자는 유진의 말에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참으로 신통하기도 하지. 얼마 전에 보여줬던 그 라이터가 이번에 사고를 당한 그 친구의 라이터가 맞단다. 그 친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정보통으로 일한 것도 맞고 말이다. 네 신기야, 내 익히 알아왔던 터지만, 갈수록 신통하구나.”

 “네...”

 “신경 쓸 것 없단다, 얘야. 그 친구가 어디선가 개인적인 원한을 산 모양이야. 너도 예언하지 않았느냐? 그냥 그것에 제 팔자였던 게지. 뭐가 됐든 이젠 다 끝난 문제이니, 아무 걱정 하지 말고, 푹 쉬렴.”

 

 

 경자와 그를 따르던 경호원들, 그리고 하우스키퍼까지 나가자 스위트룸은 다시 하얀 적막에 휩싸였다. 그러나 유진에게는 적막이 아니었다. 흐려지기는 했지만 아직 사라지진 않은 신기 때문인지, 방 안이 군데군데 일렁이고 있었다. 꼭 그 중에 지원의 영혼도 있을 것 같아서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이었다.

 

 그 어떤 핑계도 댈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걸 말했을 뿐이라는 핑계도, 누군지도 몰랐다는 핑계도 댈 수 없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저 머릿속의 생각으로 지어낸 말이었다.

 

 인과관계는 너무나도 뚜렷했다. 내가 말을 했기 때문에, 그가 죽었다.

 

 유진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해가 지지 않은 대낮의 이불 속은 역시나 하얀빛이었다. 정신이 다시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은 미래 따위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은 다 망상일지도 모른다. 이 망상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던 거 같다.

 

 어쩌면 이대로 계속 망상의 세계 속에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

 

 

 [위이이이잉]

 

 다시 한 번, 유진은 현실로 나왔다. 테이블 위에 있던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하얀 방 속에서 혼자 검은색이었다.

 

 길게 울리던 진동이 끊어졌다. 부재중으로 찍힌 전화는 안나에게서 온 것이었다.

 

 유진은 손을 뻗어 스마트폰을 쥐었다. 그리고는 전원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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