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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른 시간 속의 우리
작가 : PB8888
작품등록일 : 2020.8.1

미래의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떠난 여자와 과거사랑의 기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

"나 보고싶었지?"
"......어이가 없네."
또 다시 미래를 위해 남자를 찿아온 여자, 그리고

"과거에 빠지면 후회만 남고, 미래만 갈망하면 불안만 생긴대요. 그러니 지금 이 현재에 집중해요."
현재에 충실한 여자.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 각기 다른 시간만을 바라보며 사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5화. 마치 배웅 나온 것처럼 (1)
작성일 : 20-08-11 14:29     조회 : 277     추천 : 2     분량 : 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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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어젯밤부터 날이 청명하더니, 맑음이 아침까지 이어졌다. 적당한 기온에 바람도 적당히 살랑살랑 불어서 기분이 괜찮았다. 그래서 차 대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로 했다.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되돌아 생각해보면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일은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차 안의 블루투스 스피커 대신 이어폰을 꼈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노래를 듣는 것은 나만의 루틴 같은 것이었다.

 

 출근길에 노래를 듣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고, 퇴근길에 노래를 듣지 않으면 어쩐지 집안일이 엉망진창이 되는 일이 잦았다.

 

 매번 느끼지만, 서울엔 사람이 너무 많다. 한 절반 정도만 있으면 좋겠는데, 가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과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체력을 뺏기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는 활기 있는 소리가 아니냐 던데 딱히 동의하기는 어려운 얘기였다.

 

 격정을 울려대는 차들, 소리치거나 통화하는 사람들, 신호가 곧 바뀜을 알려주는 알림 소리, 근처 카페를 오가는 사람들이 문을 여닫을 때의 종소리. 적어도 나에게는 활기라기보단 소음에 가까웠다.

 

 “......!”

 

 마침 딱, 빨간불로 바뀐 횡단보도에 서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귀의 이어폰을 빼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좋은 아침!!”

 

 임민아였다.

 

 “워씨! 깜짝이야! 야, 넌 기척을 내고 다녀라.”

 

 “아까 전에도 한 번 불렀었거든요? 선배가 이어폰 끼고 있으니까 못 들은 거지.”

 

 한 일주일에 2번 정도, 회사 쪽으로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민아를 만나는 경우가 있었다. 특별히 주변에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매번 날 발견해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민아였다. 눈이 밝은 편이다.

 

 “오늘은 대중교통?”

 

 “음. 날씨가 좋아서.”

 

 “맞아요. 날씨 진짜 좋죠? 날씨가 이러니까 꼭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지 않아요? 음...대박 작가랑 계약한다든지?”

 

 “그런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냥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횡단보도의 불이 파랗게 변해서 길을 건넜다. 주변에서 가장 큰 사거리의 횡단보도인 데다가 출근 시간이었던 터라 사람들이 빽빽했다. 누군가 위에서 보면 개미 떼들이 우글거리는 거 같아 보이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이렇게 길고 사람이 많이 다니면 시간을 충분히 뒀어야 했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시간이 짧았다. 중간에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힌다거나, 어물쩍거리면 금방 신호가 바뀌어서 무단횡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일로 와.”

 

 어느새 좀 떨어져 버린 민아에게 손을 뻗어 흔들었다. 그러자 민아는 그대로 내 손을 잡고 옆으로 붙었다. 잡으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사실 좀 당황했다.

 

 “너 손가락 진짜 길다.”

 

 처음 잡아보는 민아의 손은 정말 얇고 또 길었다. 손가락이 길고 쭉 곧은 것이 예쁜 손이었다. 나는 손가락이 짧고 굵은, 흔히 말하는 단풍잎 손으로, 잘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콤플렉스였다.

 

 아무래도 뭐든 키고 길쭉한 것이 보기에도 좋으니까. 키도 큰 편이 아니고 목도 짧은데 손마저 짧고 굵으니 온몸에 긴 것이라고는 없었다.

 

 반면에 민아는 뭐든지 길었다. 손가락도 길고, 목도 길고, 키도 여자치고 꽤 큰 편이었다. 이렇게 바로 옆에서 자세히 볼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정말 뭐든지 길쭉했다. 정수아랑은 다르게.

 

 “아, 좀 그렇죠?”

 

 “목도 길구나, 이렇게 보니. 부럽네. 난 목도 짧고 손가락도 짧아서 몸에 긴 게 없는데.”

 

 “에이~그게 뭐 어때서요.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의외다.”

 

 “아니 뭐...신경쓴다기 보다는...이왕이면 긴 게 좋다는 거지.”

 

 “내가 길어서 그런가, 나는 짧은 사람이 좋던데? 손도 목도.”

 

 민아가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큰 눈동자 안에 비칠 것 같은 내가 부담스러워서 시선을 피했다.

 

 ***

 

 “엥? 선배 이게 다 뭐에요?”

 

 “나도 모르지. 너랑 방금 같이 들어왔는데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어제 오후부터 쭉 없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출근하니 회사가 왜 분주한지도 몰랐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정신없을 정도의 일이라면 미리 연락이라도 해줬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였다. 기획부, 홍보부 등 부서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원이 이것저것 나르고 붙이고 세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고, 이거 이럴 줄 알았으면 현수막이라도 만들어놓는 건데. 이렇게 해도 충분할까?”

 

 “네, 네 괜찮을 거 같습니다. 미리 연락해주신 게 아니다 보니 이해해주시겠지요.”

 

 어느새 업무를 볼 책상과 컴퓨터는 양쪽 벽으로 밀어두었고, 대신 깨끗한 책상 두어 개만 중앙으로 나와 있을 뿐이었다. 가지런히 놓인 다과상과 함께.

 

 문 열린 탕비실 쪽에선 커피포트의 물 끓는 소리도 들렸고, 들어오는 입구에는 잘 관리하지도 않던 화분을 잘 닦아 배치해두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먼지가 쌓여있던 화분 화초는 마치 같은 화분이 아닌 것 마냥 반짝반짝했다.

 

 막내 이 사원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바닥을 구석구석 쓸었고, 막내 바로 윗기수인 최 사원은 막내가 쓸고 지난 자리를 열심히 대걸레로 닦고 있었다. 어째 출근 시간이 나와 민아만 달랐던 모양이다.

 

 “누가 오는 것 같은데?”

 

 “되게 대단한 분이 오나 봐요.”

 

 “오, 마침 잘 왔네. 자, 자네는 가서 우리 출판사 히트작 목록 있지? 그거 좀 쭉 프린트해서 회의실에 세팅 좀 해줘. 그리고 민아씨는 회의실 정리하고 다과도 좀 놔주고. 여기서 얘기 좀 하다가 자연스럽게 회의실로 가도 바로 쓸 수 있도록. 알아들었지?”

 

 “예? 아 예...그 혹시 누가 오는-”

 

 민아와 자신을 발견한 부장은 뭘 물어볼 틈도 없이 시킬 일만 딱 알려주고는 또 어디론가 급히 뛰어갔다. 이쯤 되면 누가 오는지 궁금한 걸 넘어서 슬슬 걱정되고 겁날 지경이었다.

 

 우리 출판사의 히트작은 A4 용지로 2장이면 충분했다. 히트작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지기는 하지만, 업계의 일반적인 ‘괜찮은 반응과 준수한 판매량’ 기준을 잡으면 딱 2장이 나왔다. 그마저도 1/3은 최근 발굴해낸 것이니, 딱 잘라 말하자면 출판사로서의 경쟁력이 많은 회사는 아니었다.

 

 책의 표지와 작가, 판매량과 반응 등을 정리한 목록을 10부 복사해서 회의실로 갔다. 민아는 한창 유리벽을 닦고 있었다.

 

 “작품 목록?”

 

 “어. 딱 2장 나오네.”

 

 “1장에 몇 개씩인데요?”

 

 “6개씩 해서 총 11개.”

 

 “...적은 줄은 알았지만 진짜 적긴 하네요. 그것도 좀 기준을 관대하게 잡은 거 아니에요?”

 

 “관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빡빡하게 잡지도 않았지. 그냥 일반적인 기준이야. 근데 이런 거 보여줘서 뭐하나...오히려 마이너스일 거 같은데, 인상에.”

 

 책상 위의 새 걸레를 집어 민아가 닦는 반대편 유리벽을 닦았다. 그래도 선배가 되어가지고 편한 복사는 자기가 하고, 힘든 청소는 후배에게 맡기는 건 도리가 아니었다.

 

 “근데 선배는 왜 여기로 이직했어요? 전에 있던 곳은 훨씬 더 큰 곳이라고 들었었는데.”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칙-하고 유리 세정제를 뿌리는 소리와 뽀득-하는 유리를 닦는 소리만 회의실에 흘렀다. 고개는 일부러 돌리지 않았다. 안 봐도 뻔하다.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뒤돌아보고 있겠지.

 

 조금 더 침묵을 지키면 사과를 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불편한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굳이 대답하기 싫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대답하기 싫다는 말까지도 하기 싫은 그런 게.

 

 “다 했나? 이 정도면 됐어, 빨리 나와, 1층에 도착하셨대. 자네 둘이 가서 좀 모셔와.”

 

 내가 나가기도 전에 민아가 무슨 말을 이어 하려는 듯 입술을 떼고 숨을 마시는 소리가 들린 순간이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부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도 저렇게 빨리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새삼 놀라면서 짧게 대답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계단 1칸 1칸마다 긴장감과 설레임이 있었다. 이곳으로 이직한 지도 어언 5년이나 되었지만, 이렇게 부산스럽고 유난을 떠는 모습을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여 좋은 기회가 온 건 아닌지, 그렇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작은 출판사에서 벗어나 그럴듯한 규모를 갖추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평탄하게 살고자 하는 게 모토일지라도, 자신도 상승 욕구가 있는 사람이었다.

 

 건물 밖엔 많은 사람들이 어지러이 섞여 거리를 덮었다. 아까 지나간 얼굴이 또 지나가는 것 같았고, 방금 본 얼굴을 또 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맞이해야 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마른 몸매를 부각시키는 청스키니, 반대로 조금 펑퍼짐한 오버핏 하늘색 셔츠, 어깨너머로 내려오는 갈색같이 어두운 금발, 왼쪽 팔에 걸친 검은 가죽 핸드백, 민아가 조심스레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보이는 선글라스까지. 이런 걸 기시감이라 한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청운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네, 맞아요.”

 

 연분홍색 립을 바른 입술이 움직이고 양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른손으로 선글라스를 빼고 머리를 한 번 쓸어 정리하자 빛나는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어떻게 한눈에 알 수 있었을까-하는 신기함과 묘한 기시감이 비로소 정체를 드러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느꼈던 설레임과 긴장감은 자취를 감추고 남은 것은 오직 바람이 훑고 지날 공허함 뿐이었다.

 

 “정수아입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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