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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혼란한 세상, 이상한 사람
작가 : 토토
작품등록일 : 2016.9.28

 
나타나든지 말든지
작성일 : 16-10-18 17:09     조회 : 517     추천 : 0     분량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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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나든지 말든지

 

  일요일 오전. 집안이 분주하다. 텐트, 버너, 코펠, 랜턴, 휴대용 가스레인지, 불판, 휴지, 돗자리. 전날 챙겨두었는데 자꾸만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영주가 말했다.

  소형 라디오 가지고 갈까?

  그래 가지고 가.

  아차, 도마를 빼먹었네.

  다 챙겼다며? 누구한테 까마귀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윤주가 말했다.

  아빠, 게임기 가져 가?

  게임기는 놔 둬. 거기 가면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게 얼마나 않은데.

  어깨에 메고 양손에 들고 아이들도 제 몸 크기만 한 것들을 들고 나온다. 네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차 트렁크에 짐들을 실었다.

  야호! 떠난다.

  강변 캠프장에 1박 2일로 나들이 가는 날. 목적지는 교외에 있는 캠프장. 자연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수려한 곳이다. 영주의 얼굴은 밝기는 했으나 장삼이 안하던 짓을 하자 이따금 장삼의 얼굴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장삼이 말했다.

  왜 자꾸 웃어?

  홍콩 갔다 오더니 이상해졌네. 안하던 짓을 하고.

  갑자기 윤주가 끼어들었다.

  아빠, 홍콩 갔었어?

  응?.. 아, 아니야.

  운전은 영주가 했다. 차가 경쾌하게 도로를 달렸다. 가는 도중에 하얀색 승용차가 계속 차 사이를 요리조리 파고들며 주행을 했다. 그러다가 영주의 차 앞에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었다. 영주가 놀라 경적을 강하게 눌렀다.

  운전을 왜 저 따위로 하는 거야?

  하얀 색 차가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서자 영주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뒷좌석 아이들 몸이 앞으로 쏠렸다. 다시 하얀 색 차가 앞으로 서서히 나갔다. 장삼은 속에서 불이 오르는 걸 느꼈다. 영주는 옆 차선으로 속도를 내서 하얀 색 차 옆에 나란히 주행했다. 장삼이 창문을 내리고 조수석에서 하얀 차를 향해 소리쳤다.

  아저씨, 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검은 선팅을 한 하얀 차의 창문이 내려갔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클랙슨을 왜 누르냔 말야! 엉!

  장삼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당신 차 좀 세워 봐.

  하얀 색 차가 도로 옆에 서고 영주의 차가 뒤에 섰다. 앞차 운전자가 선글라스를 벗더니 오만 가지 인상을 쓰며 차문을 열고 나왔다. 일반적인 성격은 아닌 듯싶었다. 윤주와 유주는 뒷자리에서 토끼 눈을 하고 손을 모았다. 장삼은 문을 열고 나갔다. 남자가 말했다.

  왜 세우라는 건데?

  장삼은 무척이나 불안하고 난처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남과 다퉈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장삼은 최대한 침착하고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은 처벌대상이야. 내 차 블랙박스에 다 찍혔다고.

  그런데?

  그러니까.. 내 말은.. 서로가 양보운전하면 도로에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을 거라 이 말.. 이지요...

  장삼이 겸손한 자세로 바꿔 말하자 남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클랙슨 누르면 사람 열 받지...

  누구 잘못은 차치하고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운전 하기로 합시다.

  장삼이 억지로 웃는 얼굴을 내보이자, 남자는 장삼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 차로 돌아갔다. 하얀 차가 천천히 움직이며 갔다. 장삼은 돌아와 탔다. 영주가 장삼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말한 거야?

  블랙박스에 영상 다 찍혔으니까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저 사람이 고분고분해지더라고.

  왜 그런데 조용조용 말해?

  꼭 언성 높여서 말해야 하나? 자기는 성질이 급한 게 탈이야.

  영주는 말없이 운전대를 돌렸다.

  장삼은 그 남자와 드잡이 할 생각도 없었고, 모처럼 즐거운 날에 경찰에 신고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 불쾌감이 남긴 했지만 나름대로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윤주가 말했다.

  아빠, 우리가 이긴 거야?

  그럼, 이겼지.

  나무 그늘 아래 텐트가 펼쳐지고 불판에선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다. 산새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진다. 시원스레 펼쳐진 파란 강물. 윤주와 유주는 작은 꽃과 나비와 대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싱그럽고 상쾌한 초록의 자연 속에 바이러스와 미세먼지와 그림자 따위가 어른거릴 여분이 없어보였다.

  장삼이 아이들을 불렀다.

  이리 와. 사진 찍게.

  윤주와 유주 그리고 영주와 장삼이 햇볕 아래에 모였다. 옆 텐트에 있는 여자가 카메라를 들었다.

  아, 예쁜 그림이네요.

  등 뒤에 있는 해가 가족의 그림자를 앞으로 드리었다. 작은 그림자 두 개와 큰 그림자 두 개가 뚜렷이 나타났다. 장삼은 눈이 동그래져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겹쳐지지 않은 네 개의 그림자였다. 여자가 말했다.

  아래 보지 마시고 여길 보세요. 자, 스마일..

  장삼은 얼른 고개를 들어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음을 급히 지었다. 장삼은 속엣 말을 냉소적으로 툭 내뱉었다.

  ‘나타나든지 말든지...’

  하나 둘 셋!

  찰칵.

 

  오늘은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서는 이번 비가 한반도 상공에 떠있는 미세먼지와 오존의 대기를 빗물이 세척해 줄 고마운 비라고 했다. 답답하고 유해한 대기를 빗물이 세척해준다는 건 모두에게 상쾌한 일이었다.

  일과가 끝나고 장삼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조금은 가늘어진 비가 축축이 내리고 있었다. 장삼이 출근할 무렵에는 날만 흐려 있어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저 정도의 비를 맞고 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여직원이 우산을 하나 건네주었다.

  장삼 씨, 우산 안 가지고 왔나 봐요? 여기 있던 건데 쓰고 가요.

  우산살이 빠져 나온 낯익은 우산. 직원들이 저마다 우산을 펴며 밖으로 나갔다. 장삼은 우산을 우산 통에 꽂아두고 문을 나섰다. 이 정도의 비는 맞아도 그다지 청승맞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미세먼지와 오존을 없애주는 고마운 비가 아닌가. 장삼은 젖은 길바닥을 내려다보며 걸었다. 모두의 그림자를 감춰주는 고맙고 공평한 비. 버스 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데 얇은 빗줄기가 일시에 굵은 빗줄기로 바뀌어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느긋하던 장삼의 걸음도 폭우 앞에서는 태연할 수 없었다. 장삼은 한 건물 입구에 머무르며 비의 세기가 약화되기를 기다렸다. 30분가량 퍼붓던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지자 장삼은 다시 빗속을 걸어갔다. 머리를 감은 듯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와이퍼가 차 유리를 닦아내듯 장삼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이 힐끗 장삼을 쳐다보며 지나갔다. 장삼은 예전 언젠가 굵은 빗줄기 속을 고개 숙이고 걷던 어느 여고생이 떠올랐다. 단정한 교복과 단발머리가 흠씬 젖도록 그 여학생은 그늘진 얼굴로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아이는 왜 우산을 쓰지 않았던 것일까? 빗물에 잠겨 걷는 걸로 봐선 우산을 거부한 거 같기도 하다.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성적이 떨어져 낙심한 거 같기도 하고, 이른 나이에 인생을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 여학생은 비를 피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나도 어떤 때는 하염없이 빗속을 거닐고 싶을 때가 있거든. 주변 눈치 보다간 평생 한 번도 빗속을 거닐 기회는 없다....’

  장삼에겐 오늘이 그런 날이다. 찬 빗물이 등줄기에 흐르고 셔츠는 등에 딱 달라붙었다. 바지 안 팬티가 축축해진 느낌과 질퍽질퍽한 신발은 고인 웅덩이 물조차 거리낌이 없어 사방에 물이 튀어도 상관이 없다. 빗줄기 아래로 침잠하는 가느다란 마음, 주변의 아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차분해지고 찔걱거리는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찔걱 찔걱 찔걱... 구두가 젖어서 내는 소리는 마치 길들여진 이 세계에 도끼날을 박는 것으로 들려왔다.

  비를 맞고 집에 들어오자 바닥에 물이 뚝뚝 덜어지고 있었다. 윤주가 말했다.

  아빠, 우산 가져갔어야지. 그게 뭐야?

  유주가 달려가 수건을 가져왔다.

  고마워.

  장삼은 젖은 머리를 닦았다. 영주가 말했다.

  어휴, 청승맞게. 우산 없으면 하나 사서 쓰고 오지. 하여간...

  장삼은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했다. 그리고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정확히 6시에 저녁을 먹으므로 7시 쯤 들어오는 장삼과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 장삼은 밥을 먹고 소파에 앉아 TV 리모컨을 눌렀다.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오늘 내린 비가 30밀리 정도 되는데요. 한반도 상공에 두텁게 정체되어 있던 미세먼지와 오존층의 공기가 비에 섞여 내린 흙비입니다. 직접 피부와 머리에 닿으면 유해할 수 있으니 꼭 우산을 쓰시는 게 좋겠습니다.

 

  주차해둔 차에 얼룩이 져있었고 건물의 유리도 진흙물로 얼룩이 졌다고 한다. 특히 통유리로 된 고층 빌딩은 날이 개면 유리 청소 작업을 해야 될 판인데 그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모처럼의 단비는 대기의 오염원을 씻어 내리며 지상의 하수구로 쏟아내 버렸다. 장삼은 그래도 무방비로 호흡할 수밖에 없는 현실보다는 흙비나 중금속 비를 시원스레 감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다.

  ‘한 번 대차게 씻겨 내렸으니 내일은 모처럼 청아할 거라는 믿음이 생기잖아. 그것이 비록 당분간이라 해도 말이야.’

  장삼은 방에 들어가 젖은 옷을 가져와 세탁기에 던졌다. 그리고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바디 워시 거품을 잔뜩 부풀려 머리에서 발끝까지 구석구석 박박 문질러 닦았다.

 

  두 달이 지났다.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감소 추세에 들었고 감염자들은 사망자 없이 치료 중이거나 완쾌되어 퇴원을 했다. 확실히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직도 이 병의 감염 원인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국민들은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다. 언제든지 다시 창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둔 채, 항간에서는 정부가 이 병의 실체를 알면서도 일부러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면서 전국을 어수선하게 했던 몽큐 패러디 열병도 푹 사그라들었다. 수많은 전단지와 포스터 그리고 그라피티는 모두 깨끗이 수거되고 떼어지고 지워져갔다. 패러디 제작에 참가했던 수십 명이 적발되어 경찰에 입건되었는데, 게 중에는 정식 재판을 청구한 작가들도 있었다.

  장삼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는 매일매일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소파에 옆으로 누워 리모컨을 돌리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영주도 강사 일을 병행하면서 집안일을 했다. 영주와 윤 프로가 완전히 결별을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 관계를 재차 확인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모처럼 찾아온 평화를 깨기 싫었다. 장삼은 뭔가 다른 꿈을 그려보거나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도 했으나,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늘 부담으로 작용 했다. 근래 들어 생각하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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