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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종결] 범죄 은행 (이상 가면)
작가 : 셀폽티콘
작품등록일 : 2020.7.31

당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범죄를 저축합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범죄를 출금할 수도 있습니다.
현금으로
혹은 또 다른 범죄로...

 
6.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작성일 : 20-08-07 12:45     조회 : 362     추천 : 4     분량 : 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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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선은 좀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이상 전문가로서의 제대로 된 면모를 보여줄 수 있겠구나 했던 생각이 여지없이 박살난 까닭이었다. 이미 뱃지의 행방을 확인했다는 빡쌤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그 학원 강사라는 남자가 뭔가를 주웠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뭔가를 주웠다는 거지 확실히 뱃지였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동현의 말에도 윤선은 시선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억지로 조합한 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빡쌤은 화면 속 남자가 분명 뭔가를 주었다고 하긴 했다. 하지만 그에게 들은 내용대로라면 30대 학원 강사의 행동은 너무너무 의심스러웠다.

  손님들이 피를 흘리고

  동료까지 다친 폭발 현장에서,

  심지어 자신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숨거나, 동료를 챙기기보다도……

  뭔가를 줍는다?

  사람이 뭔가를 줍는다는 게 뭘까? 그건 그만큼 중요한 물건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 남자가 주운 건 절대 뱃지가 아니에요. 뱃지는 분명 여기 33번지에 있다니까요.”

  동현의 말투에는 자신감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단순히 윤선에 대한 위로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어딘가 과장된 부분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윤선은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혹시라도 겪게 될지 모를 실망을 위해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싶었다.

 

  “여가 옛날에는 우물이 있던 자리여. 고리 고리 우물이 있었제. 동그란 우물을 중심으로 똑같이 생긴 골목 5개가 쫙 있었거든. 말하자먼 5거리였거든. 학동 오거리라고. 70년대까정은 유명했제. 첨 온 사람들은 길이 하도 똑같은 게 길도 못 찾고 막 그랬제. 지금은 연립주택이 많이 생겨부렀제. 그래도 여전히 골목은 비슷하고 집들도 비슷비슷하고 그래. 영 헷깔린다니까.”

 

  처음에는 말도 섞지 않으려던 슈퍼 주인이었다. 하지만 유통 기간이 넘은 것 같은 빵이랑, 과자 몇 개, 음료수까지를 골라서 넉넉하게 금액을 지불하자, 이번엔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건네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퍼 주인의 이야기는 대체로 쓸모없는 마을 역사에 대한 것이었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동네이고 보니 사람들의 통행은 거의 없어서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사람들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폭발이 있던 날이요.”

  “뭔 폭발?”

  “수요일 오후에 폭발이 있었다고 신고가 들어왔더라고요.”

  “아아, 부탄 터진 거어. 그거 별거 아니여, 애기들이 이거 저거 갖고 놀다가 그냥 실수한 거여. 아이고, 앞집 영감이 소리만 듣고 놀라서 신고했는 갑구만.”

  가게 주인은 대수로운 사건 아니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날, 이 쓰레기장 앞에서 아이들이 놀았었나요?”

  동현이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슈퍼 여주인을 바라보았다.

  가게 맞은 편 전봇대에는 개를 묶어 두는 쇠줄이 감겨 있었다. 그리고 함부로 쌓아 놓은 종량제 쓰레기 더미들이 전봇대를 빙 둘러 쌓여 있었다.

 

  “으윽, 여긴 청소를 아예 안 하시나 봐요. 이런 데서 어떻게 애들이 놀아요?”

  슈퍼 주인이 대답하기 전에 윤선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전봇대 옆은 단순히 종량제 쓰레기만 쌓여 있는 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며, 거기서 스며 나온 썩은 물이 여기 저기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저런 곳에 개를 묶어 두어도 괜찮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물며 그 위에서 사람이 논다는 생각은…….

 

  “청소 해에, 그라고 애들이 이런데 오간디?”

  “아니 아까 전에 애들가 뭘 가지고 놀다가 폭발했다고 하셨잖아요?”

  당황스럽다는 듯이 동현이 물었다.

  “아니, 언제……. 꼭 애가 갖고 놀았다고는 한 거시 아니고, 애들같이, 뭐 그런 철없는 사람들이 갖고 놀았을 지도 모른다아 고 한 것이제”

  “그럼 그날 2시에는 가게에 아줌마 혼자 계셨어요?”

 

  점심 때쯤 해서 행복 연립 301호 사는 여자가 비빔밥을 들고 가게를 찾아 왔었다. 이런 동네에서 슈퍼는 그런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속상한 일이 있거나 심심하면 함께 밥 먹자며 찾아오곤 하는 것이다. 뒷산에서 나물을 캤다는 여자는 자기 집에 가지 않고 슈퍼에 들러서 나물 좀 묻혀 달라고 소리치기도 했고, 남편 때문에 속상한 여자는 술 한 잔 먹자며 비닐 컵을 내밀기도 했다.

  애를 둘이나 키우는 301호 여자의 불만은 주로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남편은 가끔 일을 나갈 때도 있었지만, 해만 뜨면 동네 PC방을 전전하는 백수였다. 혼자서 살림하랴 애들 돌보라 힘겨워 하는 여자는 가끔 그렇게 슈퍼를 찾아왔고, 함께 식사를 나눈 후, 마음까지 잘 맞아서 막걸리는 나눠 마셨다는 것이었다.

 

  “폭발은요?”

  “여편네는 거기 앉아 있고, 나는 여기 있는디, 저짝 어디 밖에서, 정확히 어딘가는 몰라. 갑자기 펑 소리가 났어. 그 바람에 여편네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제. 애들만 집에 두고 왔는디 걱정된다고……. 아이고, 나가 본 게 별일도 아니었거든. 오랜만에 막걸리 매상 좀 올릴라고 했드만 애새끼가 방해를 쳐버렸다니까.”

 

  슈퍼와 쓰레기장 주변을 서성 거렸지만 뱃지 비슷한 건 그림자도 없었다. 이미 용의자를 찾은 상황이었으므로 윤선은 빨리 복귀하고 싶었지만 동현이 301호 아줌마네에 가보자고 우겨댔다.

 

  “집에 아무도 없을 것이여. 그날 어쩔라고 집에 있긴 했는디……. 어디서 뭔 일을 헌지 맨날 외출이여. 허긴 남편이 돈 한 번 지대로 벌어다 주는 법이 없는디…… 여자라도 일을 해야제. 암은, 요즘 시상에 남자 여자가 따로 있간디. 그래도 돈은 제법 잘 버는 모양이드라니께.”

  301호를 찾아가겠다는 두 사람의 등 뒤에 대고 슈퍼 여자는 그렇게 소리쳤다.

  동현은 슈퍼 여주인의 태도가 어딘가 미심쩍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동현의 의견에 윤선은 전혀 동조해 주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33번지를 떠나 빡쌤의 용의자에게 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았다.

 

  “이상의 대표적 연작시 오감도 1호가 뭔지 알아요?”

  동현이 불쑥 물어왔다. 너무나 의기소침해 하고 있는 윤선의 기분을 좀 달래보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런 걸 내가 알겠어요? 뭐 그런 태도로 윤선이 동현을 쳐다보았다.

  “진짜 감동적인 신데, 한 번 들어 볼래요?”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

 

  “이게 감동적인 시라고요? 대체 몇 명 아이까지 무섭다고 할 꺼죠?”

  당황한 윤선이 물었다.

  “일단 13까지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에요. 그리고 나서 다시 이러 거든요”

 

 십삼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이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 중에 일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이어도 좋소

 그 중에 이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이어도 좋소

 그 중에 이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이어도 좋소 …….

 

  “이번에도 13아이까지 갈 거예요?”

  “그렇지는 않아요.”

  “이게 감동적이라고요? 아니 이게 시가 맞긴 맞아요?”

  자세한 해석까지만 가지 않는다면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이상 시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선이 역시 시가 주는 당황스러움에 빠져 침울한 기분을 잠시 떨쳐내고 있었다.

 

  “시 맞아요. 이게 이상의 ‘오감도 1호’라니까요. 처음에는 무서워하던 아이가 나중에는 무서운 아이가 되거든요. 피해자가 결국 가해자가 되고, 하지만 돌아설 수 없어서 막 질주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게 대게 철학적이고, 심지어 감동적이잖아요?”

  “칫. 감동은 무슨……. 설마 13인의 아이가 나오니까 301동에 사는 아주머니가 범인이다. 뭐 그런 걸 말하고 싶은 건 아닐 테고……. 너무 제 기분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원래 자주 다운됐다가 그냥 또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지고 그러니까.”

  뭔가 말하려다 말고 동현은 그냥 픽 웃어버렸다. 잠을 자겠다고 도서관을 찾아오질 않나, 어쩌다 찍은 선택이 틀릴 것 같다고 침울해 하질 않나. 어린애처럼 감정에 솔직한 게 귀엽기도 하고 이상의 시만큼이나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행복 연립’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층 주차장에는 페인트가 벗겨진 흉물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슈퍼 여자의 말대로 301호는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안에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른들이야 직장에 갔다지만 애들은 학교가 끝나고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야!”

  행복 연립을 나왔을 때, 머리 위에서 잘게 찢어진 종이 조각들과 함께 여자아이의 되바라진 목소리가 쏟아졌다.

  3층 난간으로 파란색 목걸이를 한 여자애의 얼굴이 불쑥 불거져 있었다. 쏟아지고 햇빛 탓에 아이의 얼굴은 윤곽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두 사람은 손으로 해를 가리면서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아이를 바라보았다.

 

  “너 혹시 301호에 사니?”

  동현이 물었지만 아이는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배고파. 빵 줘”

  “부모님은 안 계시니?”

  이번엔 윤선이 물었다.

 

  “빵 줘어!”

  아이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윤선이 들과 있던 비닐 봉지에서 빵을 꺼내 동현에게 건넸다. 어차피 가져가도 먹을 것 같지도 않은 빵이었다.

 

  “대답을 해야 빵을 주지. 보이지? 우리가 이거 줄 수 있어. 너 대답할 거야?”

  동현이 빵을 던지려다 말고 물었다. 하지만 햇살에 가린 아이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너, 뱃지 알아? 뱃지! 작고 동그란 건데, 그걸 이상 뱃지라고 하거든……, 저 슈퍼에 폭발한데 부근에 있었을 거야. 너 그거 아니? ……아무튼 그거 어딨는지 알면 이거 다 줄게.”

 

  말같은 걸 물어보라는 듯이 윤선이 동현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왜에, 쟤가 13인의 아해일지도 모르잖아. 뭐 그런 대답을 하며 장난스럽게 동현이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장난이 아이에게는 별로 재미있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이가 난간 안쪽으로 고개를 쑥 집어넣으며 사라져 버렸다.

 

  쯧쯧쯧 남자가 줄 거면 그냥 주지 쪼잔하게…….

  그런 눈빛으로 윤선이 동현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서 뭐? 나 원래 이런 놈이거든. 뭐 그런 표정을 짓는 동현이 윤선의 옆구리를 푹 찌른다는 게 그만 엉뚱한 데를 푹 찔러 버렸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서 화들짝.

 

  “야, 우리 그냥 간다.”

  어색해진 동현이 나타나지 않는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순간, 아이가 다시 난간 앞으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잠깐 멈춰서 그들을 쳐다보더니 다시 소리쳤다.

 

  “빵 줘. 다 줘. 빨리 줘.”

  그리고는 화가 났다는 듯 손에 쥔 뭔가로 벽 난간을 벅벅 긁어댔다.

  동현이 들고 있던 과자와 빵 봉지를 아이가 있는 난간으로 힘껏 던졌다.

  때를 쓰던 모습과는 달리 아이는 날아오르는 과자들을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서 있던 아이가 마지막 과자 봉지를 확인하고는 고맙다는 인사 따위도 없이 휙 고개를 난간 안쪽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대개 싸가지 없네요. 정도의 말을 꺼내며 떠나가려는 찰나였다. 계집애의 머리가 다시 난간으로 휙 나타났다. 그리고는 뭔가를 커다란 물건을 들어올리더니 갑자기 아래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 놀란 동현이 자신도 모르게 휙 몸을 날려 윤선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진 건 처음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종이 쪼가리였다. 바람 좋은 날에 쌍계사 벚꽃길을 걷듯, 허공으로 흣날리는 그것들은 사뭇 아름다웠다. 여자 아이도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햇살을 닮은 웃음소리를 그들의 머리 위에 쏟아 주었다.

 

  윤선이 동현의 감싸 안은 팔을 천천히 풀어냈다. 그제서야 조금은 어색해진 동현이 화들짝 놀라서 감싸 안았던 윤선을 놓아 주었다. 윤선이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묘한 감정에 볼을 살짝 붉히고 있다는 걸 동현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였다.

 

  “아, 왜 거기 서 있어요? 한바터면 큰 일 날 뻔 했네에. 오해하지 말아요. 난 당신같은 스타일에는 전혀 관심 없으니까.”

  체조하듯 팔을 휘휘 내젓는 동현.

  나같은 스타일?

 

  “정말 나 같은 스타일에는 관심 없는 거 확실해요?”

  “네에. 당근이죠. 이건 그냥 위험하니까 본능적으로…….”

  윤선의 인상이 확 찌그러졌다. 위에서 단추라도 떨어졌는지 바닥으로 뭔가가 땡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동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쏟아지는 종이 더미에 쌓여 뭔가를 찾기는 어려웠다.

 

  “빨리 가요.”

  윤선이 타박 걸음을 쿵쿵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야, 이뻐”

  위층의 아이가 소리쳤다.

 

  “저기요……”

  떠나는 윤선을 향해 동현이 소리쳤지만 윤선은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을 듯한 기세였다.

 

  “우리 이제 간다. 잘 먹고…… 안녕!”

  동현이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 좋아”

  아이는 문장을 쓸 줄 모르는 것처럼 낯설고 간단한 문장으로 그들에게 소리치더니 다시 휙 사라져 버렸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럼 말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이 동현을 괴롭혔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큰 죄를 지은 것 같은 죄책감이 그의 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냉랭한 분위기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저, 저기 내려 주세요.”

  동현은 적당한 곳에 내려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탈 양으로 말했다. 말없이 운전을 하던 윤선이 차를 길 옆에 세웠다.

 

  “그럼.”

  차에서 내린 동현이 인사를 하고 막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요. 왜 그때 고개를 끄덕였을까요?”

  윤선의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네?”

  “왜 잠깐 난간 뒤로 숨었었잖아요. 다시 나타나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지 않았어요?”

  동현은 그제야 햇빛에 눈부셔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을 천천히 떠올렸다. 그 햇빛의 눈부심 아래서 아이의 고개가

  끄 - 떡

  움직였다는 것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뱃지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긴 뭐. 그래봐야 용의자는 정해졌는데……. 여자애가 고개 좀 끄덕였다고 이제 와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혼잣말을 하던 윤선이 다시 동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바빠질 것 같으니까 함부로 연락하진 말아요. 중요한 일 있으면 이쪽에서 연락할 테니까. 쓸데없는 일로 귀찮게만 해서 미안했어요. 자기 스타일도 아닌 여자하고 있느라 많이 힘드셨을 테니까. 오늘 후로는 서로 연락 안 했으면 좋겠어요.”

 

  윤선의 차가 부웅 떠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제야 동현은 의심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종이 가루들의 날림 속에서 조용하게 들려왔던 단추 따위의 작은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던 소리. 동현은 자신의 옷에 달린 단추들을 천천히 하나씩 점검해 보았다. 자기 옷에서 떨어진 단추는 단 하나도 없었다.

  뱃지를 알고 있다는 고개의 끄덕임이었다면, 그 아이가 던진 종이 더미 속에 뱃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의 새로 신은 구두의 뒤꿈치처럼 자꾸만 그의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

 

 
작가의 말
 

 로맨스의 미묘한 감정 만들기 참 어려워요.

 사소한 말 실수, 사소한 행위 따위로 인간 감정을 위조한다는 게

 저한테는 좀 힘든 일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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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바다라 20-08-07 13:44
 
여기도 로맨스 시작?인가보죠~?!
위조라고 하면 우리가 뭔가 나쁜 일 하는 거 같잖아요~ㅎㅎ
다른 말로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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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8-07 16:06
 
스릴런데... 로맨스가 따로 시작하기는 어렵죠.
전체적으로 지난번까지의 작품들과 달리 로맨스를 많이 넣으려고 애썼다는 거죠.
살짝 더 말랑 거리지 않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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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바다라 20-08-07 16:52
 
그니깐요. 모든 장르에 로맨스를 살짝 넣어서 이완시켜주어야 한다니깐요.  전작들에비해  말랑해져서 내심 놀라긴 했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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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8-07 14:42
 
애가 빵 다 주라고 했고, 땡그랑 소리까지 났는데, 뱃지 찾으러 간 남녀가 먼 쓸데없는 짓만 하다가... 나보다 무뎌서 뭘 찾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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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8-07 16:07
 
앞 글에서 뱃지를 다른 공간에서 찾았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여기서는 찾을 게 없다는 방심이 헛점을 만들었다고 보시는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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