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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꿈속에서 봤습니다.
작가 : 정관월
작품등록일 : 2020.7.31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고대왕국, 휘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 정재현. 신은 그의 혈통에 선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리고 상큼발랄한 소녀 지영.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진실.

#꿈 #미래 #달달 #알콩 #달콩 #예지몽 #운명

 
10화. 문자왔쑝~!
작성일 : 20-08-05 23:52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6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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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

 

 재현은 읽던 부분에 손가락을 끼운 채

 또 다시 책을 덮었다.

 

 “하...”

 

 그는 지금 눈이 뻑뻑하고 따갑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한 손으로 이마를 천천히 문지른다.

 

 어쩌면 그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앞으로 그에게 다가올

 시련은 그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날지도 모른다.

 

 ‘만약 이 책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허망하게 죽게 되겠지.’

 

 갑자기 그는

 그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원래는 고대어로 되어있었는데,

 한글로 번역한 것이란다.’

 

 ‘한글로 번역이 안 되었다면

 책이 있어도 무용지물이었겠어...’

 

 ‘아마 번역도 오랜 세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왔겠지...’

 

 그는, 자신의 선조들로부터 아버지까지

 또 마침내 자신에게까지

 이 책이 전해지는 동안

 그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살아왔을지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감고 있던 눈을 다시 떴다.

 

 ‘나도 어떻게든 살아남겠어.’

 

 ‘그녀도 잃지 않을 거야.’

 

 창밖은 아직 깜깜하다.

 

 촤락-

 

 그 어둠속에서도

 환하게 빛나고 있는 스탠드 아래에서,

 그는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짹짹짹

 째재-짹

 

 날이 밝았다.

 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날개끝이 얼어붙을 듯한 바람 속에서도

 조그만 새들은 용케

 얼어붙지도 않고 지저귀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는 듯

 지영의 눈이

 서서히 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확 일어나 앉은 채,

 머리맡의 폰부터 확인했다.

 

 ‘안 왔네...’

 

 ‘뭐야 진짜...’

 

 풀썩.

 

 그녀는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녀의 마음속에

 서서히 다시

 구름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철컥.

 

 병원 구내매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민아 씨의 엄마는

 오늘 정말로 깜짝 놀랐다.

 

 평소에 연애나, 꾸미는 것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그녀의 딸이

 몸에 쫙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었다.

 심지어 허벅지 위쪽과 가슴 윗부분이

 훤히 드러났다.

 그리고 그 위에는 패딩을 하나 걸쳤다.

 

 자신의 딸을 본 그녀가 외쳤다.

 

 “야이 기지배야,

 오늘 얼마나 추운 줄 알어?!”

 

 그녀의 딸은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하이힐을 신고난 후

 홱 돌아보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씨익 웃고는 대답도 없이,

 그대로 나가버렸다.

 

 ‘아니 근데 쟤가...’

 

 그녀는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의 딸은 시력이 안 좋아서,

 평소에 꼭 안경을 썼다.

 아무리 렌즈를 껴보라고 해도

 눈이 따가워져서 싫다고,

 극구 거부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은

 안경도 끼지 않고 집을 나섰다.

 

 마치 그녀의 딸이 아닌 것처럼.

 

 또각.

 또각.

 또각.

 

 그녀의 눈이 녹색으로 빛나고 있다.

 그 녹색은 왠지 불길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그 녹색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남자나 여자나,

 거리에서 그녀를 본 사람들은

 그녀에게 찬탄의 눈빛을 보낸다.

 

 ‘와, 예쁘다...’

 ‘연예인인가...???’

 

 사람들은 마치 홀린 것처럼

 그녀를 쳐다보았다.

 

 평소의 그녀라면 분명히

 버스를 탔을 텐데,

 그녀는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갔다.

 

 두둑.

 텁.

 

 부르-응

 

 택시가 출발했다.

 

 “OO 병원으로 가주세요.”

 

 얼마 전 큰일을 겪은

 택시 기사 김주성 씨,

 그는 그날 처음으로

 사람이 죽은 걸 보았다.

 그 장면은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며 그를 괴롭혔다.

 그래서인지 그의 앞머리 탈모도

 훨씬 심해졌다.

 

 그는 한동안 심리치료를 받은 후

 이제 겨우 좀 괜찮아져서

 쉬고 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택시를 몰고 도로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물색하고 있는데,

 멀리 떨어진 길가에서

 옷을 굉장히 춥게 입은

 여자를 발견했다.

 

 ‘손님이다!’

 

 그는 길가에 택시를 세웠다.

 

 ‘어...?!!’

 

 그는 조금 놀랐다.

 그건 그녀의 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보통 여자 손님들은

 뒷좌석에 주로 앉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그의 바로 옆, 조수석에 앉았다.

 

 김주성 씨,

 그도 남자인지라

 곁눈질로,

 자신도 모르게 자꾸 보게 되었다.

 

 허벅지 안쪽 속살이 보인다.

 그 위로 쫙 달라붙은 원피스,

 그리고 그녀의 아랫배가

 살짝 볼록하다.

 

 꿀꺽.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니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이러면 안 돼!’

 

 김주성 씨는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의 푸근한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운전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귓가에서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왜? 좋아?”

 

 그녀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좀 더 빨리 가도록 해.”

 

 인간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네, 주인님.”

 

 그렇게 대답하는 그의 눈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했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차를 병원 앞 길가에 댔다.

 

 “여기에서 기다려.”

 

 “네, 주인님.”

 

 탁

 

 지영은 병실에서 밥을 먹은 후,

 식판을 다시 배식대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내가 먼저 보러갈까...?’

 

 그녀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 그러면

 쉬운 여자처럼 보일 수도 있어.’

 ‘이번엔 좀 튕기는 거야.’

 

 그녀의 표정은 약간 화난듯하면서도

 뭔가 장난스럽다.

 

 ‘감히 나한테 연락을 안 해?!!’

 

 ‘이번엔 내가 널 길들여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마치 샴푸광고

 엘라스땡했어요~! 에서처럼,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살짝 쳐 넘겼다.

 

 찰랑

 

 “문자왔쑝~!”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 나서 폰을 보며

 세상에서 제일 기쁜 듯이

 미소를 짓는다.

 

 [잠깐 나와 볼래?]

 

 그 문자를 보자마자,

 그를 길들이겠다는 말은

 마치 한 적도 없다는 듯,

 입가에 한 가득 미소를 머금고,

 벌떡 일어나서 목발도 짚지 않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나왔는데.

 그랬는데.

 

 조금 떨어진 곳,

 그의 병실 앞 복도에

 그가 서있다.

 옆에는 어떤 여자가

 그에게 팔짱을 끼고 있다.

 

 ‘예쁘다...’

 

 ‘나보다 훨씬 더...’

 

 ‘연예인 같아...’

 

 ‘누난가...?’

 

 지영은 너무나 예상치 못한

 장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약간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그에게 충분히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 옆의 여자가 말했다.

 

 “자기야, 저 여자앤 누구야?”

 

 투둑.

 

 지영의 손에서 폰이 떨어졌다.

 

 그녀는 지금 그를 향해 서있지만,

 당황한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갈 곳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예쁜 두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다.

 

 ‘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재현은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빨리 아니라고 말해!!!!’

 ‘그런 거 아니라고...’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지영의 절망적인 눈빛을 피한 채,

 재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아는 애야.”

 

 그녀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듯,

 천천히 몸을 숙여

 떨어진 폰을 줍는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병실 쪽으로

 절뚝거리며 멀어진다.

 멀어지던 그녀가 휘청거리며

 벽을 짚었지만, 재현은 처음의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그녀가 처음부터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띠로리~! 띠라리라 리리~!

 

 지영의 엄마.

 그녀의 벨소리가 울렸다.

 그녀의 딸이었다.

 

 “엄마... 흑.. 나 퇴원할래...”

 “흑흑”

 

 딸의 흐느끼는 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곧,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치 힘든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듯이 물었다.

 

 “지영아.., 괜찮니...?”

 

 “흑흑”

 “아니... 안 괜찮아...”

 

 “일단, 엄마가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

 “조금만 기다려줄래?”

 

 “응, 흑흑... 엄마 빨리 와...”

 

 “그래 지영아 조금만 참고 있어-”

 

 그녀는 놀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상했다.

 

 사실 이미 며칠 전에,

 담당 의사로부터,

 깁스는 좀 더 하더라도,

 이제 퇴원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딸이

 절대로 퇴원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퇴원시키지 않았던 건데,

 갑자기 퇴원하겠다니,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무슨 일일까...?’

 

 그녀는 잔뜩 경직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후 바로 집을 나섰다.

 

 두득.

 

 그녀는 차 문을 열어둔 채,

 자신의 손을 봤다.

 조금이지만 분명히 떨리고 있었다.

 

 텁.

 

 차를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그녀가 병원에 도착하여

 딸의 병실에 갔을 때,

 그녀의 딸은 어찌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그녀는 한참동안

 딸을 꼬옥 안고 있었다.

 그녀는 딸의 퇴원수속을 밟은 후,

 그녀의 딸과 함께 짐을 챙겨

 병원에서 나왔다.

 

 씨익-

 

 누군가 병실 창문을 통해

 두 모녀를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

 

 그들은 병원 앞 길가에

 정차되어 있던 택시에 올랐다.

 택시에 오르는 지영의 패딩

 오른쪽 주머니에

 뭔가가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었다.

 

 ‘미행은 안 해도 되겠네.’

 ‘잘 모셔다드리고 오도록 해.’

 

 ‘네, 주인님.’

 

 택시가 출발했다.

 

 촤락-

 

 다시 시간을 거슬러, 지난 새벽.

 재현은 계속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존재들을

 많이 겪으며 자연히 알게 되었다.]

 

 [눈이 노란 빛으로 빛나든,

 아니면 붉은 빛으로 빛나든,

 그것들이 깃드는 인간들은

 모두 이미 죄를 저지른 자들이었거나

 끔찍한 고통이나 충격을 겪은 후

 정신이 불안정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을 아무리

 죽여도 그런 존재들은

 몸을 바꾸어 계속 나타났다.]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아진다면

 그런 자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나는 백성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개혁적인 정책들을 많이 시행하였다.]

 

 [그리고 심복들을 나라 곳곳에 보내어

 악을 저지르는 자들을 찾아내어

 도성으로 압송하도록 하였다.]

 

 [압송된 자들 중에는

 노란 눈빛을 한 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 존재들은 이미 나를

 여러 번 본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눈에서

 붉은 빛을 띠는 자는 없었다.]

 

 [오늘은 나에게

 정말 기쁜 일이 일어났다.]

 

 [왕비가 회임을 하였다.]

 

 [참으로 기분이 좋다.]

 

 [지난번에 글을 쓰고,

 일주일이 지나서 다시 글을 쓴다.]

 

 [그동안 너무 과로를 한 것일까?]

 

 [마지막으로 글을 쓰고 나서

 나는 일주일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어의가 하는 말이 이상하다.]

 

 [내 몸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몸속에서

 힘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 난다.]

 

 [오늘은 밤에 잠행을 다녀왔다.]

 

 [붉은 눈빛이었다.]

 

 [도성 주막에서 발견하고 쫓아갔는데,

 여러 명의 산적들에게 둘러싸였다.]

 

 [함정이었다.]

 

 [대략 스무 명쯤 되었는데,

 호위와 나 단 둘이서 모두 처단하였다.]

 

 [호위보다 더 많은 수의

 산적을 베었지만

 나는 숨조차 차지 않았다.]

 

 [확실히 나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붉은 눈빛을 띠는 그자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아마도 왕비가 회임을 하여,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겠지.]

 

 [붉은 눈빛을 한 자의 심장을 찌르자,

 또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엔 더 많이 데려올 거다

 라고 들렸다.]

 

 텁.

 

 재현은 침대위에 책을 엎어두었다.

 

 ‘그러니까 왕비님이 임신을 했다는 건,

 소중한 사람이 또 생겼다는 거잖아...?’

 ‘그리고 일주일간 깨어나지 못했다?’

 

 ‘나도 지영이를 점점 의식하기

 시작하다 쓰러졌고...!’

 ‘그리고 일주일동안 깨어나지 못했어!’

 

 ‘설마 그럼 나도 힘이 세졌을까?’

 

 재현은 일어나서

 침대 옆에 있는 사물함을 들어보았다.

 사물함에는,

 그의 아버지가 그의 부탁으로 가져온

 문제집들과 연습장 따위가 들어있었고,

 사물함 자체도 합판으로 되어있어,

 꽤나 무거웠을 터였다.

 

 스윽

 

 너무나 가볍게 들어졌다.

 

 ‘정말이야, 나 힘이 세졌어...!’

 

 그는 내친김에 그의 덩치보다

 훨씬 더 큰 옷장도 들어봤다.

 

 스윽

 

 너무나 가볍게 들어졌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럼 나도 앞으로 웬만한 사람들은

 제압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의 머릿속에 불현 듯

 눈이 붉게 빛나던 살인마가 떠올랐다.

 

 ‘그런 존재들까지...!’

 

 스읍-

 후-

 

 그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어쨌든 지금은 읽어야 해!’

 

 스륵

 

 그는 엎어져 있던 책을

 다시 뒤집어 들었다.

 

 [꿈을 꾸었다.]

 

 [아름다운 여자가 나왔다.]

 

 [꿈속에서 그 여자는

 나를 보며 울었다.]

 

 [한 번만 돌아봐 달라고 절규했다.]

 

 [꿈에서 깬 다음날,

 대신들은 나에게

 후궁을 들일 것을 청했다.]

 

 [왕이라는 게 참 쉽지가 않다.]

 

 [힘의 균형을 위해서

 나는 그 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가히 경국지색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처자가 후궁으로 들어왔다.]

 

 [꿈에서 본 그 여인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왕비가 있었다.]

 

 [그리고 왕비는 회임 중이었다.]

 

 [나는 단 하룻밤도 후궁을 찾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후궁이 된 것이

 그녀의 잘못도 아닌데,

 초야도 치르지 못하고 그렇게 쓸쓸하게

 늙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혹한 듯했다.]

 

 [나는 그런 마음을

 나의 왕비에게 말하였다.]

 

 [그녀는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이,

 부드러운 눈길로, 한동안

 말없이 내 눈을 바라보다가,

 내 품에 살포시 안기며 말했다.]

 

 [전하의 뜻대로 하시어요.]

 

 [어쩌면 처음부터 후궁은

 들이지 않았어야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나는 처음으로 후궁을 찾았다.]

 

 [그녀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이 기뻐하였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만약 그대에게 죽음이 찾아와

 고통에 몸부림치는 순간,

 멀쩡히 살아있는 과인을 본다면

 어찌하겠소?]

 

 [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대답했다.]

 

 [신첩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울 것입니다.]

 

 [어째서인가?]

 

 [전하께, 더 이상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녀가 참으로

 솔직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선아와

 왕비가 떠오르는 건, 어째서였을까.]

 

 [나는 그녀를 품에 안을 수는 있었지만

 사랑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후궁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하루는 후원을 걷다,

 그녀와 마주쳤다.]

 

 [꿈에서 봤던 것처럼, 그녀는

 한 번만 돌아봐달라고 절규했다.]

 

 [그날 밤 나는 또 꿈을 꾸었다.]

 

 [그녀의 눈빛이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불길한 느낌을 주는

 녹색 빛은 처음이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엘라스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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