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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개팅하는 여자
작가 : 까망별하
작품등록일 : 2020.7.31

맞선이며 소개팅이며 줄기차게 해보았던 바리스타 33세 그녀, [금벼리]. 무슨 이유인지 매번 실패했던 연애 트라우마에,
더 이상, 연애고 남자고 생각이 없다.
남은 생은, 커피와 아이돌, ''윤제이''만 있음 돼! 하던 그녀 앞에, 무려 8살이나 차이나는 연하남,[은유비]가 거침없이 직진을 해오는데..그 어디에도 없던 직진 로맨스!!<소개팅 하는 여자>

 
4. 다시는 선 안 봐!
작성일 : 20-08-03 03:53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7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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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 중입니다.”

 

 이 멘트를 듣고 나서도 벼리는 한참을 카페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카페 오픈을 했을 때, 그 아침 의식처럼, 카페 문을 닫고 난 후에도 그녀만의 의식이 있었다.

 이 경비 보안 멘트가 들리면 이쯤에서 그녀의 입 꼬리가 양쪽으로 한 번 올라가줘야 했다.

 이 의식이 카페 일상의 마지막 의식이라면 마지막 의식이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그 난리를 겪는 통에 이 어둠이 어떻게 내려와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벼리는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손님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손님이 많은 날에 정신없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그랬다.

 

 벼리는 투명한 카페 문에 비친 넋 나간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여자와 성빈이 나간 뒤에 바로 여기다가 소금을 뿌렸어야 했다고.

 소금을 뿌리지 않아서 이렇게까지 찝찝함이 남아 있는 거라고 말이다.

 

 “야! 금벼리! 카페에 뭐 문제 있어?”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한국의 미신들.

 그것들을 이제는 그냥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까지 들고 있는 벼리.

 벼리는 문득 떠올랐다.

 자신의 엄마 희숙이,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시절,

 진상 손님이 다녀 갈 때마다 미용실 문 앞에 소금을 뿌리던 그 장면이.

 

 뇌리에 남아 있었던 건지 자신이 어렸을 때 그 장면이 떡하니 떠오르면서, 한참 그 생각에 빠져 계속 서 있었다.

 벼리 그녀의 귀로 친구, 제라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카페의 투명한 문을 통해, 자신의 모습 외에 다른 이의 모습이 비춰지고 나서야 벼리는 흠칫했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았다.

 벼리의 19년 지기 친구 송제라.

 현재 뮤지컬 배우인 그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지는 벌써 8년 차인 제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아직도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활발한 성격에 노래며, 춤이며 끼가 다분했던 그녀.

 그래서 학창시절에 교내에서 하는 축제나 행사, 또 장기자랑은 꼭 참여를 하며 그 끼를 발산했었던 제라였다.

 

 그 끼를 살려 뮤지컬 배우의 길을 선택해서 가고 있는 제라.

 그런데 그녀가 아직까지 맡고 있는 배역들은 단역이나 짧은 카메오 출연 정도였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라도 지금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들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트며 레스토랑이며, 또 벼리가 카페를 열고나선 벼리의 일도 가끔 도와주고 있기도 했다.

 

 제라는 사실, 벼리가 카페 보안을 걸자마자 벼리 옆에 와 있었다.

 멀리서부터 그녀를 부르면서 온 것인데 이상하게 벼리가 계속 못 듣는 것 같았다.

 그런 벼리를 제라가 가까이까지 와서 보니 그녀는 카페 문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제라는 벼리가 보고 있는 카페 문 쪽을 큰 눈으로 들여다보며 벼리에게 물었다.

 그제야 벼리가 제라를 의식했는지 제라를 힐끔 쳐다보았다.

 

 “손님 많았어? 오늘?”

 

 제라는 벼리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오늘 역대급이었다.”

 

 “왜?”

 

 “여러 가지로. 그리고 아메리카노 다섯 잔이랑, 바닐라 라떼 두 잔이랑, 유자차 한 잔이랑, 페퍼민트 차 한 잔이랑, 또 그린 티 라떼 한 잔 팔았다.”

 

 드디어 카페 앞에서 발을 떼고 걸으며 제라에게 오늘 카페 매출의 대해서 보고하는 벼리.

 

 “히이? 뭐야? 너 오늘 중간에 카페 문 닫았었어? 아님, 늦게 나왔었어? 그래 가지고 가게 월세는 어떻게 낼라 그래? 요새 아무리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그렇지! 나 혼자 가게 볼 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제라도 벼리를 따라 걸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벼리에게 속사포로 말을 뱉어냈다.

 

 “에효. 손가락이라도 빨아 야지. 뭐~ 참, 너 오늘 오디션은 잘 봤어?”

 

 한숨을 짧게 쉬며 벼리는 제라에게 대꾸해주었다.

 그리고 묶었던 머리를 풀고 고무줄을 가디건 주머니에 넣으며 제라에게 물었다.

 

 “에혀. 폭망이지 뭐. 오늘 목 상태까지 안 좋았어.”

 

 벼리가 보고한 오늘 카페 상황에 걱정을 잔뜩 하던 제라.

 그녀는 벼리가 묻자 그녀도 벼리처럼 한숨을 푹 쉬며 하소연하듯 대답했다.

 

 “너 그 작품 진짜 하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잖아. 그것 때문에 목에 무리 됐던 거야?”

 

 깔끔하고 차분하게 정리 되어 있던 자신의 단발머리를 한 손으로 마구 흐트러뜨리며 한숨을 한 번 더 내뱉은 제라.

 그녀가 벼리에게 말했다.

 

 “아, 몰라~ 에혀. 술이나 마시러 가자! 희담이가 먼저 가서 이것저것 시켜 놓는댔어.”

 

 “술?”

 

 그런데 벼리가 제라를 보며 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희담이가 저기 사거리 호프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댔잖아~ 뭐야? 왜 모르는 얼굴이야?”

 

 제라는 벼리의 어깨를 찰싹 때리며 쏘아 물었다.

 그러자 벼리는 바로 에코백에서 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헐~ 너 뭐야? 설마 지금까지 톡 안 봤어? 아! 그러보니 나 오디션 폭망 했다는 얘기도 톡으로 한 거 같은데?”

 

 “헛! 진짜?”

 

 “헐~ 손님도 없었다면서, 톡도 안 보고 뭐한 거야? 오늘? 또 윤제이 영상 돌려 봤어?”

 

 제라와 희담, 그리고 벼리 자신이 포함된 단체 메시지 방을 열어 스크롤을 내리는 벼리.

 그런 그녀를 벙진 표정으로 쳐다보며 제라가 벼리를 야단치듯 말했다.

 제라는 얼른 덧붙여 말했다.

 

 “그래서 내가 우울해 하니까 희담이가 술 사준다고, 보자고 했잖아. 희담이는 뭐, 좋은 일 있는 모양이더라고. 자기도 할 말 있다고 그러면서. 야! 금벼리!”

 

 폰을 계속 들여다보며 걷고 있는 벼리를 제라가 불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벼리 앞을 가로 막고 섰다.

 

 “너 오늘 뭔 일 있었지? 매출은 그렇다 치고, 아까도 계속 멍 때리고 있고. 뭐야? 뭔 일이야?”

 

 제라의 추궁에 그제야 벼리가 고개를 들어 제라를 보고 입을 열었다.

 

 “야, 제라야! 사실, 아니다! 에혀~ 호프집 가서 얘기 해줄게~”

 

 ★☆★☆

 

 “뭐? 이런 미친? 뭐 그딴 **랑 그딴 *이 다 있어?”

 

 벼리의 카페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사거리에 위치한 한 호프집.

 벼리가 카페 문을 닫고 제라와 벼리의 또 다른 19년 지기 친구, 희담이 자주 모이는 단골 호프집이다.

 

 호프집 사장님은 벼리의 엄마와 이모들과 비슷한 연배로, 벼리의 카페에 한 번씩 들리기도 하는, 벼리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녀는 벼리가 만들어준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가 맛있다며 항상, 그것을 주문하고는 했다.

 

 호프집 한 구석 테이블에 제라와 희담이 앉아 있었고 그 건너편에는 벼리가 앉아 있었다.

 벼리는 아침 댓바람에 카페에 있었던 그 황당한 일을 두 사람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오징어 다리를 뜯고 있던 제라가 불같이 화를 내며 욕을 뱉었다.

 

 “신고는 했냐? 어디 남의 가게에 쳐 들어와서 그 난리를 쳐? 누가 보면 불륜 저지른 줄 알겠네! 오히려 고소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송제라 그녀에 이어, 골뱅이 무침에 소면을 건저 올리던 희담도 젓가락질을 돌연 멈추고 제라를 거들었다.

 희담이 늘어놓은 말 중에는 제라처럼 욕설은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만큼은 살벌했다.

 

 제라 보다 조금 더 긴 단발에 최근에 뽀글뽀글한 사자머리까지 해서, 희담, 그녀의 매서운 눈빛이 더 부각 되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마 성빈의 여자 친구인지 뭔지, 그 여자가 희담 앞에 있었다면, 희담의 눈빛 하나로 억센 그 여자도 단박에 제압당했을지도 모른다.

 

 김희담 지금 그녀의 현직은, 방송국 예능 메인 작가.

 그런 그녀의 전직은 다름 아닌, 복싱 선수였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했었다.

 그렇게 그녀는 20대 초반까지 서울 시청 소속 복싱 선수로 활약한 바 있었다.

 

 아직까지 그 운동 신경이 죽지 않은 희담.

 그녀는 주로 야외에서 촬영하는 버라이어티 예능 감독들의 러브콜을 독차지 했었다.

 웬만한 남자 스텝들 보다 체력이 더 좋은 희담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선수 시절부터 따라 올 자가 없었던 끈기와 인내.

 또 성실하기까지 하니 그녀가 이렇게 빨리 예능 메인 작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것들이 다 한 몫 했을 것이다.

 

 “신고하려고 했지.”

 

 “신고하려고 했지? 신고를 안했단 말이야? 가만히 당하고 있었어? 천하에 금사장이?”

 

 땅콩을 오도독 씹으며 벼리가 희담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대답에 희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벼리를 보며 되물었다.

 

 “내가 어떻게 당하고만 있어?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누가 상황, 말려주는 바람에 그냥 마무리 됐지. 뭐.”

 

 “누가?”

 

 희담의 물음에 벼리가 다시 대답하며 맥주잔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바로 제라와 희담이 동시에 똑같이 눈들을 동그랗게 뜨고, 역시 똑같이 벼리에게 물었다.

 

 “손님이.”

 

 “손님이 말려서 상황이 마무리가 됐다고?”

 

 벼리가 짧게 대답하자 제라가 다시 되물었다.

 

 “응.”

 

 “그래도 신고를 했어야지. 난데없이 폭행까지 당했는데. 쓸데없이 손찌검 하는 것들은 빨간 색칠 좀 끄여 봐야 돼!”

 

 벼리가 다시 짧게 대답하자 이번에는 희담이 신경질을 팍 내며 말했다.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을 텐데. 진짜 내가 선이며, 소개팅이며, 거기서 별의 별 인간들도 다 보고, 별 일도 많이 겪어 봤었잖아. 그런데 오늘 같은 경우는 진짜, 또 색 다른 경험이었다. 나 나중에 소개팅 무용담 모아서 책 좀 써 볼까 함. 그때 나 도와줘라. 김 작가야?”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말을 다 늘어놓은 벼리는 남아 있던 자신의 맥주를 한 번에 쭉 들이켰다.

 

 “사장님! 저희 소주 좀 한 병 주세요!”

 

 남은 맥주를 쭉 들이켰는데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감히 소주까지 시켜 버렸다.

 

 “어무니한테 말씀 드렸어?”

 

 제라가 벼리에게 물어왔다.

 

 “못했지. 안 그래도 내가 아직까지 맞선 후기, 보고 안 해서 폭풍 연락 오고 난리나 셨어. 이번 주 데이트 한 번 해보고 보고, 하려고 했었는데. 에휴~”

 

 “그려. 하지 마. 어무니가 그렇게 기대하시면서 보라고 했던 선이었는데, 얘기 들으시면 진짜 속상해 하시겠다.”

 

 “넘어 가지. 울 엄마~ 뭐, 봐서, 적절한 타이밍에 내가 그 인간 차버렸다고 대충 둘러대야지. 뭐.”

 

 “자~ 여기 소주가 왔습니다.”

 

 그때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호프집 사장님이 소주를 가지고 왔다.

 소주뿐만이 아니라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샐러드가 담겨 있는 접시까지 테이블에 내려놓아주는 그녀.

 

 “감사합니다. 엇! 샐러드 맛있겠다!”

 

 “헤헤~ 이건 서비스! 더 맛난 거, 주려다가 아가씨들이라 기름진 건 많이 안 먹을 거 같아서, 요걸로 준비 해봤어. 몸매 관리 하는 배우도 있고, 그러니까?”

 

 “안 그래도 뭔가 프레쉬한 게 당겼는데. 감사합니다~ 사장님!”

 

 “우리 금 사장님도 맨날 서비스 챙겨 주니까.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든 재료는 몇 없어도, 이거 다 유기농이다? 우리 집 텃밭에서 다 키운 걸로 한 거야. 드레싱도 내가 개발 한 거. 헤헤~ 함 잡사 봐~ 우리 작가님이랑 배우님도 많이 잡사요. 모자라면 더 만들어 줄게!”

 

 “와! 잘 먹겠습니다~ 사장님~”

 

 “이모님 대박! 짱짱!”

 

 사장이 싱글싱글 웃으며 그녀들에게 말하자 희담과 제라가 차례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쿨 하게 테이블 쪽에서 벗어나 멀어지는 호프집 사장의 뒷모습에다, 벼리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손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갑자기 기분이 한결 좋아지기 시작한 벼리.

 그런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사장님이 내려놓고 간 차디찬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

 

 “으야아아~ 택시 잡아 준다니까?”

 

 본의 아니게 호프집이 거의 문 닫을 때까지, 세 여자는 술을 진탕 마시고 바깥으로 나왔다.

 하나같이 눈이 풀리고 비틀대며, 붉게 물든 얼굴의 그녀들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 보다 더 많이 취한 듯한 벼리.

 그녀를 제라와 희담이 택시를 태워 보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벼리는 연신 비틀거리며 그녀들의 배려를 한사코 거부했다.

 

 “아냐~ 나 카페 가서 자면 돼. 문 열 시간, 몇 시간 안 남았어. 지금 집에 들어가면 못 나올지도 몰라. 또 장사를 망칠 순 없지! 헤헤~”

 

 흰 얼굴이 원숭이 엉덩이만큼 빨개진 벼리.

 그녀는 혀 꼬인 발음으로 두 사람에게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술 냄새 폴폴 풍기면서 장사 할래? 안 그럼, 같이 택시 타고 울 집으로 가~ 시간 되면 깨워줄게. 나도 몇 시간 있다가 방송국 가봐야 돼서 일찍 일어나야 돼. 제라도 상태가 안 좋아서 울 집으로 데리고 가야겠다.”

 

 세 사람 중에서 그나마 상태가 나은 듯한 희담.

 그녀가 벼리 보다 좀 더 흐느적거리는 제라를 부축하며 벼리에게 말했다.

 

 “아냐~ 니네 옆집 아줌마 시끄러운 거 싫어하시잖아. 나까지 가면 더 시끄러워서 뭐라 하실 거야~ 카페 가서 찬물에 세수 좀 하고, 눈 붙이면 괜찮을 거야. 있다가 사우나를 가든지 하면 돼.”

 

 벼리는 희담의 걱정에 자신의 양 볼을 두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희담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그럼 카페까지 데려다 줄게~”

 

 “에이, 아냐~ 신호등만 건너가면 되는데 뭐. 어! 저기 택시 온다. 제라부터 어떻게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내 얘기 하느라 제라 오디션 얘기 많이 못 들어 줬네? 희담이 네 애기도!”

 

 “나중에 또 얘기 하면 되는데 뭘. 톡으로 해도 되고. 참, 그나저나, 그 손님은 뭔데 그 성질 더러운 여자를 제압하고 내보냈데?”

 

 “어? 그 손님?”

 

 “박성준 의원 딸 개차반이라고 소문 자자하잖아~ 우리 예능국장이랑 박 의원이랑 친해. 그래서 그 여자에 대한 소문을 종종 듣는다고. 긴 말 하긴 그렇고, 암튼 인성 더러워. 너도 당해 봐서 알겠지만. 야, 안 되겠다. 가야되겠다. 제라, 이뇬 곧 골로 갈 듯. 야! 송제라! 아직 정신 놓지 마!”

 

 “어어! 그래, 그래!”

 

 천하에 희담이 흐느적거리는 제라를 부축하는데 한계를 느낀 듯 했다.

 희담은 이마에 땀을 삐질 흘리며 낑낑 대고 있었다.

 그리고 벼리에게 마지막으로 말하자 때마침 택시가 그녀들 앞에 정차 했다.

 

 벼리는 서둘러 택시 문을 열고 희담을 도와 제라를 택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곧바로 희담도 택시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들이 택시에 타자마자 택시는 벼리의 눈앞에서 벗어났다.

 

 벼리, 그녀가 희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 바람에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려고 들고 있던 벼리의 손이 뻘쭘하게 허공에 떠 있었다.

 

 ★☆★☆

 

 벼리의 카페가 있는 골목길.

 그 골목길 안으로 막 접어든 벼리.

 희담과 제라와 작별을 할 때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았다.

 벼리는 그녀들이 떠나고 혼자가 되고 나니 취기가 더 깊게 몰려오는 것 만 같았다.

 

 조금 전 보다 더 격하게 비틀 거리는 벼리.

 그렇게 비틀 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아슬아슬하게 골목을 더 깊이 들어오고 있을 때쯤이었다.

 

 그런데 벼리의 뒤에서 깡마른 체구에 캡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벼리를 힐끗 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그 상황을 당연히 모르고 있는 벼리.

 

 “아쒸~ 나쁜 것들! 금벼리! 이제 다시는 선도 보지 말고, 소개팅도 하지 말자! 남자 그 딴 거 다 필요 읎워! 우리 제이만 있음, 된 다고오~”

 

 주정하듯 내뱉는 벼리의 말투 또한 심하게 꼬여서 흘러나왔다.

 

 “흐흐흐~ 우리 제이 보러 가야쥥~”

 

 계속 중얼 거리는 벼리를 따라오고 있던 남자.

 그 남자는 어느새 벼리와 간격을 더 좁히고 있었다.

 모자 밑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의 입가는 오싹할 정도로 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금별!”

 

 그때였다.

 벼리는 뒤에서 갑자기 크게 들려온 어떤 남자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어떤 형체가 벼리 옆을 빠른 속도로 쓱 지나쳐 갔다.

 

 그리고 벼리를 스쳐간 남자가 있던 뒤에서 큰 키의 다른 남자가 벼리를 향해 뛰어 오고 있었다.

 취기 때문에 벼리의 눈에 남자의 모습은 흐릿하게 보였다.

 그래도 벼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 오는 남자를 확인하려고 애를 썼다.

 

 “누구지?”

 

 벼리는 손으로 눈까지 비볐다.

 그리고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남자를 계속 응시했다.

 그 순간,

 남자가 불쑥 벼리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가슴팍 쪽으로 끌어당겼다.

 

 남자는 벼리를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자의 걸음 속도가 조금 빠른 듯했다.

 그 탓에 벼리의 걸음도 남자의 속도에 덩달아 빨라졌다.

 어느새 남자는 벼리를 앞서 걸어가던 모자 쓴 남자와 간격을 바로 좁혔다.

 그리고 모자 쓴 남자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벼리에게 말했다.

 

 “자기야! 내가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랬잖아! 왜 먼저 가? 위험하게!”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벼리는 다시 눈을 비비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어렴풋이 낯익은 남자의 모습이 벼리의 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엇! 윤제이 친구다!”

 

 벼리는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고 바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를 향해 외치듯 말했다.

 남자는 다름 아닌, 은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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