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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개팅하는 여자
작가 : 까망별하
작품등록일 : 2020.7.31

맞선이며 소개팅이며 줄기차게 해보았던 바리스타 33세 그녀, [금벼리]. 무슨 이유인지 매번 실패했던 연애 트라우마에,
더 이상, 연애고 남자고 생각이 없다.
남은 생은, 커피와 아이돌, ''윤제이''만 있음 돼! 하던 그녀 앞에, 무려 8살이나 차이나는 연하남,[은유비]가 거침없이 직진을 해오는데..그 어디에도 없던 직진 로맨스!!<소개팅 하는 여자>

 
3. 멋진 이웃사촌
작성일 : 20-08-02 04:01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5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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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유비는 폰 화면을 켰다.

 그리고 메신저 창을 열어 [윤제이] 라고 저장 되어 있는 대화창을 켰다.

 그린 티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며 그는 폰 키보드를 두드렸다.

 

 [오늘 스케줄 있어?]

 

 유비가 제이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금방 제이에게서 답변이 왔다.

 

 [윤제이 : 아니~ 모레까지 휴가! 왜?]

 

 [그럼 지금 숙소야?]

 

 [윤제이 : 어. 아롱이 밥 주는 중! 아, 도장 언제 오픈임?]

 

 [이번 주말? 내일 가구랑 이것저것 올 거 같아서, 청소나 할 겸 해서 지금 도장 동네 와 있는 중~]

 

 [윤제이 : 엇! 그럼, 낼 글로 가? 우리 숙소랑 가까우니까 금방 갈 수 있을 듯!]

 

 [오면 좋지~ 안 피곤하면! 아, 그러지 말고 지금 올래?]

 

 [윤제이 : 지금?]

 

 [어! 나 지금, 도장 옆에 카페에 있음! 근데 여기 카페 사장님, 네 팬이신 듯. 네 굿즈 많다!]

 

 [윤제이 : 오! 진짜? 언제까지 있을 건데?]

 

 제이에게 다음 메시지를 보내려던 유비.

 그는 조금 전 카페로 들어온 두 명의 여자 손님들이 다가와 아는 체를 하는 바람에 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한껏 들뜬 얼굴로 여자들이 유비에게 인사하며 사인 요청을 해왔다.

 지금 이런 상황이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있는 유비였다.

 은유비.

 그는 2년 전, 올림픽에 출전해 태권도 선수가 된 후, 처음으로 메달을 땄었다.

 6년 전에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에 트라우마를 딛고서 2년 전 다시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따냈던 유비.

 뼈를 갈아 훈련을 하고 경기에 임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한국에서 유명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훈훈한 비주얼에 금메달이라는 희소식을 국민들에게 안겨준, 은유비.

 그는 단번에 주목받는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로 떠올랐었다.

 연이은 광고계의 러브콜에, 각종 TV 방송 섭외까지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화보를 찍는 잡지사며 청와대나 유명 기관과 유명 인사들의 초대까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자신이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그는 솔직히 민망한 기분들이 연신 들었었다.

 

 지금 이곳에서도 자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 해온 여자들.

 그녀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 상황도 여전히 어색하기만 했다.

 

 따악!

 

 그럼에도 유비는 여자들에게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온 마찰음 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유비는 그 소리가 들려온 온 쪽을 향해 시선을 꽂았다.

 

 보아하니 벼리가 방금 전에 들어온 여자 손님에게 뺨을 맞은 상태인 것 같았다.

 자신의 왼 뺨을 감싸 쥔 채, 앞에 여자 손님을 벙진 얼굴로 보고 있는 벼리.

 분위기 파악을 바로 한 유비 또한 놀란 눈으로 벼리와 여자를 주시했다.

 

 유비에게 사인을 받고 있었던 여자 손님들도 지금 카페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했다.

 여자 손님들은 벼리와 벼리의 뺨을 때린 듯한 여자를 힐끗 거렸다.

 그러던 두 사람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유비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카페를 나갔다.

 

 반면, 벼리를 혼자 두고 나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든 유비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카운터 앞에 저 여자의 뒷모습만 봐도 화가 엄청 나 있는 상태인 것이 느껴졌다.

 

 “지난 주 토요일에, 김성빈 이라는 사람과 선 봤죠?”

 

 두 사람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유비의 귀로 벼리의 뺨을 때린 여자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들려왔다.

 

 “네.. 그런데요?”

 

 “하! 나, 그 인간 여친 이에요?”

 

 “금시초문이네요. 여자 친구 있는 사람이 어떻게 선을 나올 수 있죠?”

 

 “허!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여자 친구 있는 사람이랑 어떻게 선을 볼 수 있어요?”

 

 두 사람의 대화가 번갈아 들려왔고 유비는 더 이상 두 사람의 사적인 대화들을 들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움찔 거린 유비.

 그런데 벼리의 목소리가 움직이려는 유비를 붙잡듯이 카페 매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떤 상대방이 선 볼 남자가 여친이 있는 걸 알고도 선을 보러 나올 거라 생각하세요? 돌대가리도 아니고. 그리고! 제대로 확인도 안하시고 다짜고짜 손찌검 하신 거, 이거 폭력죄인 거 아시죠? 폭행과 업무 방해죄로 저, 경찰에 신고 할 겁니다! cctv 증거물도 다 있고요. 아! 또 그리고! 그쪽이 정말 김성빈씨 여친 이라면, 죄목 하나 더 추가해서 고소하면 되겠네요. 사기죄로요. 김성빈씨가 변호사시니까 더 잘 아시겠죠?”

 

 한마디, 한마디 여자를 향해 내뱉는 벼리.

 그녀를 보고 있자니 유비는 자신의 속마저 다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벼리가 방금 뱉은 말들을 참고로 상황을 유추해 보는 은유비.

 그리고 카페 안으로 저 대화 속에 맞선남인 듯한, 남자 한명이 들어서니, 유비는 상황 파악이 완전히 되는 듯 했다.

 

 남의 일에 참견을 해서 좋을 건 없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엔.

 하지만 이 카페의 사장님은 곧 자신이 오픈할 태권도 도장의 이웃 사장님이 될 예정이기도 했다.

 아직, 유비 혼자만 알고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아! 마침 오셨네요. 두 분이서 저기 테이블에라도 앉아서 정리하시고, 다시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바로 법적 절차 진행하게요.”

 

 벼리는 그 남자를 힐끗 보며 여자에게 다시 말했다.

 

 “이게 어디서!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박성준 의원 딸이야! 마음만 먹으면 너 여기서 얼굴 들고 장사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알아?”

 

 여자는 언성을 더 높여 벼리에게 협박하듯 사납게 쏘아 붙여 따졌다.

 유비는 그 여자를 계속 주시하다가 여자의 뒤쪽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여자 친구인 듯한 여자가 벼리에게 협박을 하고 있는데도, 바보처럼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남자.

 유비는 저 남자가 같은 남자인 자신이 봐도 한심해 보였다.

 

 그래도 저 복잡한 남녀들 문제에 자신이 낄 일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카페를 나가려 다시 몸을 움찔 거렸다.

 그런데 그때 벼리의 목소리가 다시 카페에 퍼졌다.

 내내 조곤조곤 하던 벼리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조금 더 커진 상태였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쪽한테 그런 일을 당해야 하죠? 아, 그리고.. 어디서 봤다고 나한테 반말이니? 너! 의원 딸이면 뭐? 이렇게 다짜고짜 남의 가게 쳐들어와서, 행패 부려도 되는 거야? 네 아부지는 너 교육을 그렇게 시키디?”

 

 다시 여자를 나무라듯 따박따박 말하는 벼리를 유비가 주시했다.

 여리 여리해 보이기만 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드센, 앞에 여자에게 안지고 쏘아붙이는 모습.

 그 모습이 순간 너무 멋있어 보였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유비.

 또 괜찮은 이웃사촌을 만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든 그였다.

 

 왜 그런 생각들이 지금 물밀 듯이 드는 것일까?

 저 카페 사장이 있는 이 동네라면 안심하고 태권도 도장을 운영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유비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던 그 순간,

 벼리 앞에 여자가 다시 손을 들어 벼리를 때리려 하는 모습이 유비의 눈에 불쑥 들어왔다.

 거의 반사적으로 유비는 여자 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여자의 팔을 붙잡고 여자를 내려다보며 경고하듯 한마디 했다.

 

 “그만 하시죠?”

 

 “아씨! 뭐야? 억…….”

 

 “무슨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말로 잘 푸셔야지, 이렇게 폭력을 쓰시면 안 되는 거죠.”

 

 “포, 폭력이 아니라.. 저, 근데 맞죠? 은유비씨 맞죠? 태권도 선수! 금메달리스트!”

 

 “네. 맞아요. 우선 이 손을 좀 거두시고…….”

 

 여자가 자신을 알아 봤는지 놀란 얼굴로 연신 묻자 유비가 대답해주며 여자를 설득하려했다.

 

 “저, 사인 좀!”

 

 유비는 황당했다.

 방금 전까지 벼리를 쳐다보던 그 사나운 표정은 어디로 가고, 자신을 향해 태도를 급속도로 바꾼 여자가 그저 어이가 없는 유비였다.

 게다가 대뜸 사인까지 요청을 해오는 여자.

 

 “해드릴게요. 대신, 여기 사장님께 사과 하시면 사인 해드릴게요.”

 

 유비가 여자에게 제법 단호하고 엄중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여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다시 사납게 돌아왔다.

 

 “방금 뭐라고 했어? 너! 뭘 하고 뭘 해줘?”

 

 “여기 사장님 때리시고, 협박하신 거, 사과부터 하시라고요. 그럼 제가 사인을 해드리겠다고요.”

 

 “허! 하! 와~ 진짜, 이거 완전 싸가지 없네? 네가 뭔데 내 일에 참견인데? 금메달리스트면 다야? 그리고, 뭐, 이 사장*이랑 뭐 있어?”

 

 유비가 재차 여자에게 경고하듯 말하자 여자는 연신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에게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그런 여자를 뒤에서 남자가 잡아 끌며 말렸다.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쳐다보는 여자를 보며 유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요? 저, 여기 사장님한테 방금, 반한 사람인데요?”

 

 ★☆★☆

 

 “괜찮으세요?”

 

 유비가 여자를 말린 덕분에 상황은 어떻게 종결이 됐다.

 찝찝한 상황 종결이긴 했지만 말이다.

 벼리에게 사과를 하라는 유비의 말에 여자는 한참 유비를 노려만 봤었다.

 그러다 그에게 욕을 한마디 퍼붓고 성빈과 카페를 나가버렸었다.

 빨갛게 부어 오른 볼을 하고서 포스기 앞에 서서 벼리는 유비에게 말했다.

 

 “놀라셨죠? 죄송해요! 아침부터 참.. 다음에 또 오시면, 드시고 싶은 거 그냥 만들어 드릴게요.”

 

 황당하면서도 불같은 폭풍을 일으켜 놓고 성빈과 그 여자가 사라진 골드스타.

 지금 이 카페에는 벼리와 유비만이 남아 있었다.

 그제야 벼리의 눈에 유비가 들어왔었다.

 방금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을 유비.

 급기야 여자를 말려 주기까지 했던 유비였다.

 

 벼리는 순간 맞지 않은 오른쪽 볼까지 화끈 거리며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아침, 첫 손님으로 등장한 유비를 보고 있자니 민망함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불편을 겪었을 이 젊은 손님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골드스타의 사장으로써 말이다.

 

 “더 부을 거 같은데……”

 

 유비는 자신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벼리의 모습 보다, 그녀의 부어오른 왼쪽 뺨이 더 신경 쓰였다.

 

 “얼음찜질 좀 하면 괜찮을 거 에요. 진짜, 아침부터 별꼴을 다 보셨네요. 저 때문에.”

 

 유비가 자신에게 걱정을 해오자 벼리는 그를 향해 별일 아니라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어쩌다 저런 쓰레기를 만나신 거 에요?”

 

 그때 다시 들려온 유비의 목소리에 벼리가 움찔 거렸다.

 벼리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을 뱉은 유비.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얘기를 엿들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벼리를 향해 유비가 사과를 하며 말을 덧붙였다.

 

 “아휴~ 죄송하긴요! 그 여자도 그렇고, 저도 그렇게 동네방네 떠들어 댔는데... 아무튼 죄송하고 감사해요. 다음에 또 오실 일 있으시면, 드시고 싶으신 거 말씀만 하세요! 제가 다 만들어 드릴게요.”

 

 그제야 벼리가 웃으며 그에게 말을 늘어놓았다.

 그런 벼리를 잠자코 내려다보던 유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거 먹어도 돼요?”

 

 “네?”

 

 벼리는 뚱한 표정을 하고서 그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유비가 다시 입을 떼기도 전에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로 벼리가 유비에게 말했다.

 

 “아! 우리 집 그린 티 라떼 맛이 없구나? 그럼, 다른 카페에서 사드릴게요. 언제든 오셔서 말씀만…….”

 

 “그런 거 말고 밥 같은 거 먹어요. 저랑.”

 

 싱긋 웃으며 말을 늘어놓던 벼리. 그녀의 말은 끝을 맺지 못하고 잘렸다.

 유비가 방금 뱉은 말 때문이었다.

 벼리는 다시 뚱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님, 술 같은 것도 괜찮고요. 오늘.. 술 당기실 거 같은데.”

 

 “저기…….”

 

 “언제든 말씀 드리면 되는 거죠? 뭐, 오늘 사주셔도 상관없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그럼. 이만 가볼게요. 또 봬요.”

 

 벼리가 입을 제대로 열지도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이, 유비는 그런 그녀를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할 말을 다 마친 유비는 곧 몸을 돌려 카페 밖으로 유유히 빠져 나갔다.

 

 순간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알 수 없는 말들을 뱉어내고 사라져 버린 유비.

 그런 유비가 빠져 나간 문 쪽을 벼리는 그저 벙진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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