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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한(恨)이 맺히는 이야기.
작성일 : 20-08-01 09:09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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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은 전염된다.’

 

  괴테의 베르테르(베르터일 테지만)의 슬픔에서 나온 베르테르 효과처럼 주영의 죽음은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 자신을 보던 시선을 느낀다. 사람에게는 그저 공허일 검은 심연에 닿은 시선을. 옅게 웃고는 다시금 옥상으로 향한다.

 

  여자는 절망한다.

  건들지 않아도 이미 절망하는 상대에게 흥미를 느끼지는 않지만, 이제 겨우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한에게는 힘이 필요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속삭이고 한은 여자에게 다가간다.

 

 “방금 흉흉한 일이 있어서 올라오기 힘들었을 텐데 여기는 어쩐 일로 올라오셨어요?”

 

  여자는 우물쭈물한다.

 

 “아, 그게…. 저….”

 

  말을 끝을 맺지 못한다. 겨우 먹은 마음에 생긴 이물질에 반응하듯 어색함만을 토해낸다.

 

 “아까 떨어지신 분 보셨어요?”

 

  한은 주영이 떨어진 경로를 따라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보는 여자도 아찔했는지 소리 지른다.

 

 “조심하세요!”

 

 “전 떨어질 마음이 없어서 괜찮아요. 근데 그쪽은 어떠신가요?”

 

  화들짝 놀라 돌아서 도망가려는 여자의 앞에 한이 나타난다.

 

 “뭐 이미 놀라셨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죠?”

 

  옥상 끝자락과 한을 번갈아 보는 여자.

 

 “어떤 문제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제가 기회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회요?”

 

  여자의 판단은 빨랐다.

 

 “네.”

 

  한은 생글생글 웃으며 여자에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고 유혹했다. 여자는 주영처럼 넘어오지는 않았다. 자신이 필요한 건 아이라며 그걸 잃은 지금 돌린다고 해서 돌아오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여자는 조금 머리가 있네.’

 

  한은 다른 제안을 한다.

 

 “그럼 아이가 살아있는 다른 세상을 가보는 건 어때요?”

 

 “네?”

 

 “그 세상이 마음에 드시면, 그곳에 자신을 죽이시면 됩니다. 방법은 자유, 선택도 자유. 한 번 보시겠어요?”

 

 “대가는요?”

 

 “그건 선택을 하게 되면 말씀드리죠.”

 

  한참을 고민하던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주영과 다르게 여자에게는 열매를 내민다. 사과의 모양을 한다.

 

 “동화에 나오는 유치한 독살 따위는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스스로 공주라고 생각하는 걸 나쁘다고 하는 건 아니에요. 과한 경계는 필요 없단 말이죠.”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한.

 

 “근데 왜 저한테 이런 기회를 주시죠?”

 

 “간절한 기도가 느껴져서요.”

 

 ‘절망에 끝에선 누구나 믿지 않던 것에게 빌게 되지. 그 먼 자를 대신해 나는 여기에.’

 

  여자는 한의 그런 생각도 모른 채 망설이다. 열매를 먹는다.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고 한마디를 하려고 한다.

 

 “야 이, 나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식은 끊어진다.

 

 “...그럼 부디 행복한 여행이 되길.”

 

  무언가 잘린 말이 들리며 여자는 완전히 눈을 감는다.

 

  일어난 여자는 여전히 옥상에 있고, 해가 떠오른다. 부랴부랴 내려가 병실로 돌아갔지만, 여자의 자리에는 누군가 누워있었다.

 

 “저 죄송한데. 여기 제 자리인데.”

 

 “무슨 소리예요. 제가 한 달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는데.”

 

  정신과의 소란은 바로 사람을 불러오게 했다.

 

 “호연 씨?”

 

  소란에 달려온 간호사 선생님은 여자를 호연이라 부르며 아는 척했다. 호연도 그를 아는 눈치였다.

 

 “저 여기 입원한 거 맞죠?”

 

 “아, 호연 씨 일단 따라오시겠어요?”

 

  호연은 그를 따라나선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병원에 입원해있었죠.”

 

 “약은 제때 드세요?”

 

 “네.”

 

 “호영이는 잘 있고요?”

 

 “네?”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호영이라뇨?”

 

 “아,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 같네요. 잠시만요.”

 

  그는 호연의 기록을 뒤졌다.

 

 “주소는 기억나세요?”

 

 “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거기 말고 여기에는 아파트라고 적혀있는데요?”

 

 “네?”

 

 “일단 주소 적어드릴 테니까. 집부터 가보세요.”

 

  주소를 받아들고 병원을 나서고 겨우 몸을 살피게 된다. 환자복이 아닌, 후드티와 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주소로 향하자. 아파트가 나타났다.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건물, 경비 아저씨는 호연을 보며 인사한다.

 

 “408호 처녀. 어디 갔다 와?”

 

 “아, 병원엘 좀.”

 

 “어디 아파? 젊은 사람이 벌써 그러면 안 되는데.”

 

 “이제 괜찮아요.”

 

 “저번에 준 반찬은 우리 할멈이랑 잘 먹었어. 고마워.”

 

  경비 아저씨는 엘리베이터까지 잡아주며 그렇게 말하곤 손짓으로 올라가라고 하며 문은 닫힌다.

 

  4층에 도착해서 408호로 향했다. 잠겨있는 문을 열 방법이 없었다. 도어락에 처음 떠오르는 번호를 눌렀다.

 

 0.2.2.7. 아이의 생일.

 

  문은 열렸다.

 

 “엄마?”

 

  익숙한 아이의 목소리였다. 신발도 벗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처음 와보는 집을 두리번거리며 아이를 찾아 안았다.

 

 “엄마? 왜 그래? 아파? 왜 울어?”

 

 “왜, 왜 이렇게 많이 컸어?”

 

  안던 아이에게 조금 떨어져 얼굴을 보고 말한다.

 

 “잘 컸네. 우리 아들?”

 

 “방금 보고 나가놓고선 무슨 소리야. 아이스크림 사 왔어?”

 

 “호영아, 아빠는 어디 있어?”

 

 “아빠라니 엄마 무슨 소리야?”

 

  이내 열린 문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누구세요?”

 

  뒤에서 호연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자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여자가 손에 들던 비닐을 떨어트리며 놀란다. 아이스크림들이 후드득 바닥에 널브러진다. 비닐의 여자는 호영을 품에서 빼앗아 안는다.

 

 “누구야, 당신.”

 

 “전….”

 

  그동안의 얘기를 ‘이곳’에 호연에게 말한다. 호영은 방으로 보내고 둘은 대화를 시작한다. 좋은 아파트에 호영까지 살아있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 자연스레 주방에서 먹을 걸 준비하는 ‘이곳’의 호연을 죽일 마음이 생기지만, 쉽게 행동하진 못한다. 그리고 묻는다.

 

 “근데 호영이 아빠는….”

 

 “아, 그이는….”

 

 ‘병원에 매일 찾아왔는데 나는 그이라고 부르지도 못했네.’

 

  호연은 생각한다.

 

 “‘그쪽’ 세계랑 다르게 호영이가 죽은 날, ‘이곳’에서는 그이가 죽었어요. 그래서 받은 보험금으로 호영이랑 지내고요.”

 

  모든 살의가 거둬지는 순간이었다. ‘이곳’의 호연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호영이와 종일 놀고 마지막으로 안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 옥상으로 향했다. 죽을 생각은 없었지만, 돌아갈 방법을 알아야 했다.

  한이 때맞춰 앞에 나타난다. 호연은 먼저 말을 건다.

 

 “‘이곳’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으셨나 보네요?”

 

 “호영이가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충분해요. ‘이곳’의 호연, 아니 나는 그이가 없는 그 사실로 슬프고 힘들어하더라고요. 이제 돌아가서 그이에게 잘하려고요.”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은 열매를 건넨다. 이제 의심 없이 호연은 먹는다.

 

 

  깨어나자 아침이었고, 옥상에서 병실로 향한다. 이제는 자리가 비어있다. 자리에 누워 아침마다 오는 그이를 호연은 기다린다. 그이가 오자 퇴원을 해도 괜찮겠다고 말하며 둘은 퇴원 절차를 밟고 집으로 향한다.

 

  퇴원하고 첫 끼를 만들어 주고 싶다며 호연을 남겨두고 그이는 장을 보러 나간다. 침대에 누워 팔로 이마를 감싸는 호연 옆에 다시 한이 나타난다.

 

 “이제 볼일 없을 줄 알았는데요.”

 

 “아, ‘그쪽’에서 볼일이 있어 보여서요.”

 

 “네?”

 

  일어나자 방문 앞에 칼을 든 호연이 서 있다.

 

 

  둘의 몸싸움은 시작된다. 한은 큭큭 거리며 옆에서 구경한다. 몇 번의 칼이 닿지만 통과한다. 한쪽의 목숨이 끊어지자. 호연이 말한다.

 

 “이제 내 삶은 지켜지는 거지?”

 

 “네. 물론이죠.”

 

  호연은 웃기 시작한다. 호연이 한창 웃을 때, 옆에서 한의 더 큰 웃음소리가 그 소리를 넘어선다. 호연은 ‘뭐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한은 호연에게 말한다.

 

 “이 세상에 없던 게 나타나서 자신을 죽였어. 그게 과연 자신일까? 그런 괴리가 일어날까? 아니. 애초에 ‘널’ 죽이고 확인했어? 죽었는지? ‘너’인지?”

 

  그 말에 호연은 시체를 확인한다.

 

  거기엔….

 

  피를 쿨럭거리며 죽어가는 그이가 있었다.

 

 “어. 어…. 어?”

 

  손으로 목에서 흐르는 피를 막고 호연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울고만 있다. 한은 구두로 피를 밟고 발자국을 남기며 밖으로 나간다. 발자국은 길게 이어지고 이웃에서 핏자국을 보고 신고를 한다.

 

 

 ‘조현병을 앓던 아내, 남편을 죽이다.’

 

  교도소 앞에서 신문을 읽고는 한은 던져버린다. 신문은 교도소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이제 ‘그녀’를 만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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