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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죽은 귀인
작성일 : 20-08-01 09:05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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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수가 멀어지고, 무언가 다가왔다. 스치는 감촉이 부드러운 머릿결 같았다. 통증도 잊을 만큼 조용해진 숲속에서 몇 번을 스치고, 목소리로 나를 이끌었다.

 

 *“이조 씨 가요.”

 

  선영의 목소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넘어질 듯하면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고, 앞에 무엇이 있다고 말해주며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동굴 같은 곳으로 날 데려갔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상냥하던 말들은 사라지고,

 

 “이조 씨.” “이조 씨”

 

  반복적인 말만 하다 어디쯤 다다르자 목소리는 멈췄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뭐 쉽게 사는 줄 알고 결혼했는데, 손만 많이 가고 점자책 만드는 기술자라고 해서 돈이라도 많이 버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부모는 어렸을 때 눈이 먼 당신을 버려서 없고, 그걸 다 계산해보니 보험금 받으면 딱 맞겠더라고.”

 

  선영의 목소리가 날 향하지 않고 들린다. 허공에 뜨는 말에 내용은….

 

 *“2년 지났어. 어, 이제 보험금 탈 수 있어. 내가 방법은 생각해놨으니까. 넌 내 알리바이만 만들어주면 돼.”

 

 ‘넌...누구일까?’

 

  선영의 말이 향하는 대상은 함께 나를 죽일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응. 이 일 끝나고 보험금 받으면 둘이 같이 살자. 내가 힘들 때 네가 위로해줬다고 하면 되지. 우리 친한 건 사람들이 다 아는데. 응, 나도 사랑해.”

 

 ‘사랑’ 참 그리운 말이다. 선영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니 부러워졌다. 우리의 사랑은 언젠가 다툼을 기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전의 모든 게 어떤 연기라고 할지라도 내 모든 걸 다해 사랑하던 일에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응. 맞아. 나 이런 사람 아니야.”

 

 ‘이런 사람 아닐 거야.’ 몇 번이고 했던 말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을 꾸밀 사람이 아니란 사실.

 

 *“이런 사람 아니야. 우릴 위해 이렇게 독하게 마음먹는 거지. 알잖아?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주영아 넌 나 버리지 마. 알겠어. 너한텐 아무 일도 없게 할게.”

 

 ‘주영’ 선영이 언젠가 소개해줬던 친구의 이름이었다. 유일한 친구라며 집에서도 몇 번이고 통화하는 걸 들었던 친구였다. 선영은 한 번도 다시 ‘그녀’의 이름을 내게 말한 적은 없었다. 그저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에게 담던 감정이 느껴졌을 뿐.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지만, 이미 나는 아는 일이었다. 선영이 날 죽일 거란 사실을, 그때부터 나는 이미 죽어있었다. 사는 동안 선영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다.

 

  사는 동안….

 

  찰스의 말에 희망을 품었다. 선영이 죽었다는 세상과는 달리 내가 아는 ‘다른 세상’의 거주자인 찰스의 말은, 우리의 만남이 가능할 거라 믿게 했다. 거짓말처럼 연락은 왔고, 지금 여기 선영의 목소리를 내는 희미한 것이 내 앞에 존재한다.

 

  현수를 처음 만났을 때 느껴지던 그 강렬한 존재감, 그가 다가가자 빛을 내듯 나타난 찰스라는 존재. 눈이 보이지 않아도 내 앞에 느껴지는 빛과 어둠으로 나뉘는 그 풍경에 선영의 목소리를 내는 빛이 있었다. 원래의 선영은 빛이라곤 없었다. 결혼 생활에서 내가 그린 빛들은 현수의 말 한마디에 어둠이 되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건 본디 어둠이었을지 모른다.

  선명하게 그려지던 선영이 날 향해 미소를 짓던 사진, 미소는 다른 의미였는지도 모르지만, 사진보다 선명한 빛이 되어 지금 선영은 내 앞에 존재한다.

  눈을 부릅뜨고 빛을 향해 다가간다.

 

 *“왜 그래 이러지 마. 싫어!”

 

  어린 여자아이, 선영의 어린 목소리 같다.

 

 *“죽여버릴 거야.”

 

  살기 어린 그 말에도 멈추지 않았다.

 

 *“이제 난 난 자유야!”

 

 “응, 자유야.”

 

  나와 선영의 말을 무시라도 하는 듯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한다.

 

 *“애비가 죽었으면 딸내미가 돈을 갚아야지? 몸으로 때울래? 아직 안 영글어서 이자 정도밖에 안 되겠지만?”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겨우, 겨우 자유가 됐는데.”

 

  선영의 빚은 오래 그리고 깊게 그녀를 지배했던 것 같았다. 목소리는 나를 홀리는 것일까? 선영은 아버지를 죽인 것일까?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향해 간다.

 

 *“그래 이 정도면 이자는 되겠어.”

 

  바로 앞에서 한 번 멈칫했지만, 두려워하듯 벽에 붙어 목소리를 내는 선영을 안는다. 아픔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흐르는 듯 머리를 적셔온다.

 

  잠시 후 흐느끼는 소리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는다.

 

  얼마쯤 시간이 흐르고, 돌아올 리 없을 의식이 돌아왔다. 의식보다는 인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나를 씹으며 우는 짐승의 존재와 환한 빛을 내는 존재를 인지한다. 동굴 입구에서 걸어오는 존재는 찰스였다. 내게서 나오는 붉은 피가 닿는 부분의 은빛 털은 타는 듯한 소리로 연기를 냈다. 찰스는 어둠뿐일 그 공간에서 타는 것도 모른채 먹기 바쁜 짐승에게 말했다.

 

 “이조 씨, 선영 씨와 하나가 되니 어떠세요?”

 

  날 향한 말이었다.

 ‘하나?’ 하는 생각이 곧 떠올랐지만, 선영의 기운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았다.

 

 “두 분, 아니 적어도 당신은 참으로 사랑했나 보군요. 이렇게 확연한 붉은 빛을 띠다니.”

 

  그제야 빛무리가 된 나의 손을 올려다보았다.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분노일까 사랑일까? 사람들이 떠올리는 색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일반적인 세상을 건너 다른 편에 오신 걸 이제 느끼실 텐데요?”

 

 ‘전 누굴 사랑할 자격이 없어요.’

 

 “그럼 그건 분노겠네요?”

 

 ‘전 누구에게 화낼 자격도 없어요.’

 

 “그럼 어떤 걸 원하시죠?”

 

 ‘선영일 보고 싶어요.’

 

 “소원을 이뤄드리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짐승은 먹이를 다 먹고 찰스에게 으르렁거린다.

 

 “닥쳐, 짐승.”

 

  낮은 경고에도 짐승은 움찔한다.

 

 ‘제게 남은 걸 모두 드릴게요.’

 

 “좋습니다. 먼저 저 짐승부터 죽여야겠네요.”

 

 ‘죽이지 마세요.’

 

  찰스의 앞을 가로막자 짐승은 할퀴는 행동을 하지만, 붉은 내 몸을 통과한 부위는 타들어 간다.

 

 “짐승을 죽이지 않으면, 다른 것이 깃들지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모두를 주신다고 했으니 그 의식도 제 것이겠죠? 많은 걸 바라진 않겠습니다. 짐승을 안아주세요. 그게 가장 고통 없는 방법일 겁니다.”

 

  망설인다.

  계속 몸을 지나는 미세한 질량감, 타는 소리와 짐승의 울부짖음이 결심하게 만든다. 다가가 짐승을 안자 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발버둥 친다. 안던 것이 모두 타들어 가 없어지자 찰스가 다가와 바닥에 남겨진 은빛 가죽을 든다.

 

 “뭐 만족스럽네요. 이조 씨는 제가 아는 누이의 곁에서 일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절로 선영 씨를 만나게 되겠죠.”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꾸벅 인사를 하고 빛무리인 내 손을 잡아 이끈다.

 

  한순간이었지만, 도착한 곳은 산이 아니었다. 육 면이 책으로 가득한 공간, 무언가를 처음으로 선명하게 보는 이 감각이 신기해 몇 번이고 눈을 만져보았다. 빛무리 같던 몸도 ‘형상’을 가졌다.

 

 “안녕? 그리고 또 안녕? 널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처음 뵙네요.”

 

  가장 강렬한 기운을 가진 여자가 앞에 나타나 인사했다.

 

 “앞으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더 고맙지. 이런 귀인을.”

 

 “제가 귀인인가요?”

 

  갑자기 나온 목소리에 놀라 목도 만져보지만, 으스러졌던 기억과는 달리 멀쩡히 존재했다.

 

 “귀하지 점역사. 보인다고 못 하는 건 아니지?”

 

 “네.”

 

  그녀는 바로 날 육 면에 존재하는 문과 공간을 몇 번 가로질러 한 방으로 안내한다.

 

 “여기 있는 걸 다 정리해주면 돼. 공부하기 위한 책은 위에 있고,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해도 돼.”

 

 “네 감사합니다. 근데 시작 전에 찰스 씨에게 인사를 좀 드려도 될까요?”

 

 “찰스? 힘들걸.”

 

 “네? 왜죠?”

 

 “그렇게 오래 ‘혼자’ 있진 못하거든. 반푼이라. 아, 불가능한 건 됐고, 소개가 늦었네. 내 이름은 허월이야. 여기는 허월관, 식구가 된 걸 환영해.”

 

 “네.”

 

 “그럼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곤 허월은 문을 하나 건너 나간다.

 

  찰스의 말대로 선영을 만나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약속은 지키는 자라고 믿기로 했다. 그게 유일한 희망이자, 빛이였다.

 

 
작가의 말
 

 *는 특별한 존재가 내는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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