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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개팅하는 여자
작가 : 까망별하
작품등록일 : 2020.7.31

맞선이며 소개팅이며 줄기차게 해보았던 바리스타 33세 그녀, [금벼리]. 무슨 이유인지 매번 실패했던 연애 트라우마에,
더 이상, 연애고 남자고 생각이 없다.
남은 생은, 커피와 아이돌, ''윤제이''만 있음 돼! 하던 그녀 앞에, 무려 8살이나 차이나는 연하남,[은유비]가 거침없이 직진을 해오는데..그 어디에도 없던 직진 로맨스!!<소개팅 하는 여자>

 
1. Goldstar
작성일 : 20-08-01 03:05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9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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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톡

 깨톡

 깨톡

 

 벼리는 말끔하게 다려서 곱게 접어 두었던 앞치마를 라커룸에서 꺼냈다.

 소파 쪽에 던져둔 폰에서 연달아 울려대는 메신저 알림 소리.

 그 소리에 그녀는 귀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금벼리.

 그녀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출근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멈출 생각 없이 폭격하듯 울려대는 알림음.

 뭐, 하루 이틀도 아닌 일이었다.

 

 깨톡

 깨톡

 깨톡

 

 그 소리를 연신 들으며 벼리는 격하게 앞치마를 허리에 둘렀다.

 그리고 짜증을 가득 담아 앞치마의 끈도 야무지게 묶었다.

 앞치마까지 장착한 후에야 벼리는 소파에서 폰을 집어 들었다.

 알림음 소리는 지금 그녀가 폰을 집어든 순간에도 울려 댔다.

 

 “아~ 진짜! 맨날 무음으로 해놓을 수도 없고!”

 

 그녀는 입으로 앞머리 쪽에 바람을 훅훅 불며 구시렁거렸다.

 그리고 한숨을 길게 푹 쉬며 드디어 메신저 창을 열었다.

 보나마나겠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였다. 지금까지 쌓인 메시지가 무려 30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읽지 않은 이 300개가 넘는 메시지는 모두 한 단체 메시지 방에서 울린 것이었다.

 벼리는 그 300개가 넘는 메시지들이 쌓인 [지여사들]이라고 되어 있는 단체 메시지 방을 열었다.

 그리고 읽지 않은 메시지들을 대충 훑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여사(mom) 1 : 우리 딸내미, 일어났나? 아직 카페 문 안 열었제?]

 

 [지여사 3 : 꺅~ 우리 금스타 굿모닝! 이모가 보내준 가디건 입어 봤나? 이삐제?]

 

 [지여사 2 : 아이고, 지씨 아지매들 아직 아침 6시도 안 됐는데 벌써 활동 하네~ 아지매들 할 일 없음 울 집으로 퍼뜩 건너 온나! 오늘 김치 좀 같이 담자!]

 

 [지여사 3 : 둘째 언니야! 나는 못 간데이~ 나도 장사 하는 사람이다~]

 

 [지여사 2 : 가스나! 하루 종일 옷 10벌도 팔까 말까 한담서. 전기세 낭비 하지 말고 일찍 문 닫고 우리 식당으로 온나! 니 좋아하는 주꾸미 데치 줄게!]

 

 [지여사 3 : 오메야~ 이 언니야가, 주꾸미로 사람 꼬시네~]

 

 [지여사 4 : 둘째 언니! 나는 오늘 학교 회식해서 못 감!]

 

 [지여사 2 : 어데서 회식 하는데? 이번에는 우리 집으로 안 오나?]

 

 [지여사 4 : 오늘은 육 고기 묵으러 간다~ 오예!!]

 

 [지여사(mom) 1 : 이 지지배들아! 나 우리 딸내미한테 말 좀 하자!]

 

 스크롤을 쭉쭉 내리던 벼리는 다시, 지여사(mom) 1이라는 닉네임이 등장하자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리기 싫었다.

 굳이 보지 않아도, 그녀의 메시지 내용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분명, 또 그 내용일 것이었다.

 

 그 내용이란, 바로 선 자리에 관련된 것일 터.

 벼리는 지난주 토요일 낮에 엄마, 희숙이 억지로 보라고 했던 선을 보고 왔었다.

 선 후기를 아직 벼리가 보고하지 않았으니, 희숙은 100프로 그것에 대한 것을 얘기 할 것이 뻔했다.

 

 더 피곤해지기 전에 벼리는 폰 화면을 얼른 꺼버렸다. 그리고 폰을 앞치마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스탭실에서 나온 금벼리.

 그녀는 13평정도 규모의 자신의 카페를 눈으로 쭉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 귀찮음과 짜증이 섞인 표정은 어디로 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는 그녀였다.

 11년 전, 그녀는 잘 다니고 있었던 대학교를 돌연 자퇴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말 자신이 즐겁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일 말이다.

 그 일이 바로, 커피였다.

 언제부턴가 커피의 매력에 홀딱 빠져 버린 벼리였다.

 

 벼리는 커피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커피와 함께 하는 인생을 사는 중인, 금벼리.

 

 11년 전, 대학교를 자퇴하는 문제를 놓고 벼리는 엄마, 희숙과의 갈등을 당연 피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택하기 위해선 지희숙 여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었다.

 그때가 희숙, 그녀와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던 때이기도 했다.

 

 벼리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제법 잘했었다.

 떡하니 서울 내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까지 하고 멀쩡히 대학 생활도 잘 하고 있었다.

 

 그랬던 하나밖에 없는 딸, 벼리가 갑자기 커피에 미쳐서 자퇴를 했으니, 어느 엄마가 뒷목을 잡지 않을 수 있었겠나?

 11년 전, 그때가 벼리 그녀가 사춘기였을 때보다도 더, 희숙과의 갈등이 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벼리가 희숙과의 갈등이 옅어진 건, 벼리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나서부터였다.

 금벼리, 그녀는 희숙이 보란 듯이 아르바이틀 성실하게 다니며 알뜰살뜰하게 살았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고 있었던 벼리였다.

 자연스럽게 희숙은 벼리의 고집스런 행보에 백기를 들어버렸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며 희숙은 벼리를 거의 버리듯 두고 떠나버렸다.

 3년 전, 벼리의 아버지 일봉과 남해로 귀농을 한 것이었다.

 남해는 희숙의 원래 고향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들이자 벼리에게 이모들인 3명의 지여사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었다.

 

 벼리도 희숙과 일봉을 따라 남해로 내려가려고 하긴 했었다.

 남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카페를 열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벼리였다.

 

 그런데 희숙은 아주 단칼에 벼리의 생각을 뜯어말렸다.

 희숙, 그녀가 딸, 벼리의 생각을 뜯어 말린 이유는 간단했다.

 대학을 포기했으면 남자라도 서울에서 만나서 결혼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벼리는 희숙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홀로 서울에 덩그러니 남아 있게 된 것이었다.

 

 뭐가 어찌됐든, 벼리는 지금 이 순간이 아직도 너무나 설레는 순간 중에 하나였다.

 이 깔끔한 앞치마를 걸치고 스탭실에서 나온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눈으로 쭉 둘러보는 이 순간을 말이다.

 

 이 의식을 하게 된 지 벌써 2년째에 접어 들었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설레는 순간을 만끽하는 벼리였다.

 이 기분을 희숙에게 말한다면, 분명 그녀가 이렇게 말 할 것이 눈에 선했다.

 

 [**도 풍년이다! 이*아! 어디 설렐 게 없어서! 으휴!]

 

 바로 이렇게 말이다.

 상상 속에 희숙이 실제처럼 거칠게 자신에게 나무라더라도, 함박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미소를 장착한 채, 벼리는 사뿐 사뿐 걸어 홀을 이곳저곳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나, 삐 뚫어진 테이블과 의자들을 정리했다. 진열장에 커피 관련 장식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다음으로 벼리는 진열장 바로 옆에 놓인, 별도의 테이블 하나가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이 테이블 위에는 요즘 핫한 7인조 아이돌 그룹, [옐로우즈]의 멤버, 윤제이의 사진들이 박혀 있는 굿즈들로 꾸며져 있었다.

 

 윤제이는 옐로우즈 메인 댄서를 담당하는 멤버.

 무대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그의 매력이 많은 팬들을 영업하고 있으며, 그룹 내에서도 갈수록 더 상한가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금벼리, 그녀의 올해 나이는 33살. 꼼짝없이 30대 행렬에 포함되어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25살, 무려 8살 차이가 나는 아이돌에게 빠져 있는 중이다.

 내심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당하게 덕질을 하기엔, 벼리, 그녀의 성격상 조금은 어려운 일이었다.

 정말 친한 친구들에게만 티를 낼 뿐이었다.

 

 벼리는 그래도 덕질 생활을 하면서 나름 자신의 실속을 챙기고 있는 중이었다.

 옐로우즈 팬들에게 굿즈 샵 장소나 옐로우즈 관련 이벤트 장소로, 카페를 가끔 대여해 주겠다는 것을 빌미로 삼은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인 커피와 카페, 그리고 남몰래 덕후 생활까지.

 

 그 어떤 억만 장자.

 또 그 어떤 잘난 남자와 연애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여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지금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벼리다.

 

 벼리는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윤제이의 굿즈들도 살짝 재정비했다.

 그리고 한참 그 윤제이의 굿즈들을 흐뭇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딸랑~

 

 카페 문에 달려 있던 방울이 청명한 소리를 내며 카페 안으로 울려 퍼질 때까지 말이다.

 벼리는 그 소리에 문 쪽으로 돌아보았다.

 

 딱 봐도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키에 늘씬하면서도 다부져 보이는 체구의 젊은 남자 손님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새 하얀 봄 니트에 청바지를 입은 깔끔한 차림새였다.

 그리고 윤제이만큼이나 어려 보이는 손님의 외모.

 

 ‘대학생인가?’

 

 벼리는 그 손님과 눈을 마주치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벼리가 운영하는 이 카페 동네 근처에 대학교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카페 위치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 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대학생 손님들이 많이 오는 편은 아니었다.

 대학생들은 주로 교내에 있는 카페나 큰 길 가, 또 번화가에 있는 카페들을 주로 이용했다.

 

 그래도 간혹 찾아오는 대학생 손님들이 있긴 했다.

 그런 그들을 위해 벼리는 소소한 할인 이벤트나 그 외에 여러 가지 다양한 이벤트들을 기획해 항시 진행하고 있었다.

 벼리, 그녀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저 남자 손님에게 오랜만에 이벤트를 가동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서 오세요!”

 

 “안녕 하세요~”

 

 벼리가 손님에게 미소 지어 보이며 카운터로 쫑쫑 걸어 들어가 인사했다.

 그러자 손님도 벼리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해주며 카운터 앞까지 다가왔다.

 

 “지금 메뉴 다 되는 건가요?”

 

 남자는 카운터 앞에 놓인 메뉴판을 보며 벼리에게 물었다.

 

 “네! 다 됩니다!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음.. 그린 티 라떼 주세요!”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엇, 아뇨! 아이스로 주세요~”

 

 “네~ 그린 티 라떼, 아이스로 하나 주문 하셨습니다!”

 

 벼리는 포스기에 그린 티 라떼를 찍었다.

 

 “카드는 앞에 패드에 꽂아 주시면 돼요. 아, 혹시 연운대 학생이세요?”

 

 “네? 아니요? 뭐.. 연운대 졸업생이긴 하지만…….”

 

 남자는 카드를 꽂으며 벼리의 물음에 멋쩍은 표정을 하고서 대답했다.

 

 “어? 정말요? 저희 카페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연운대 재학생들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오늘은 커피나 차 종류를 2천원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해요. 음.. 손님은 오늘 첫 손님이시고 연운대 졸업생이시니까, 특별히 해드릴게요!”

 

 “와! 대박! 감사합니다! 역시, 이 동네로 오길 잘 한 거 같아요.”

 

 남자는 기쁜 얼굴로 벼리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벼리는 남자가 했던 인사말 다음 말에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이내 다시 미소를 머금으며 주문을 마쳤다.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마지막 멘트까지 남자에게 건네고 벼리는 바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유비.

 그는 기분 좋게 카드를 지갑에 챙겨 넣으며 카페를 찬찬히 구경했다.

 카페 한 쪽 벽에는 밖에 간판에서 보았던 [Goldstar]라는 문구의 금색 네온 장식품이 걸려 있었다.

 

 유비는 달그락거리며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만들고 있는 카페 사장을 힐끔 보았다.

 그리고 뒷짐을 지고 계속 카페를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진열대를 구경하던 유비.

 그의 시선에 굿즈들이 진열된 테이블이 문득 들어왔다.

 

 유비는 테이블 쪽으로 걸음을 살짝 옮겼다.

 테이블에는 [옐로우즈] 멤버, 윤제이의 사진이 박혀 있는 포토 카드며, 역시 그의 사진이 박혀 있으며 카페 이름인 골드스타 문구가 새겨진 컵 홀더.

 또 현수막 같은 것들까지, 꽤 다양한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장님, 윤제이 팬이신 가 봐요?”

 

 굿즈들을 내려다보며 유비가 카페 사장에게 물었다.

 

 “네?”

 

 벼리는 어느새 그린 티 라떼가 만들어진 컵에 얼음을 넣다가 그의 질문에 힐끔 돌아보았다.

 유비는 윤제이의 굿즈들로 채워진 테이블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 뭐.. 요즘 워낙 핫 하잖아요~”

 

 벼리는 유비에게 대충 얼버무리듯 대답했다.

 자신이 옐로우즈 팬클럽인 옐로우 엔젤 2기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아이스 그린 티 라떼 나왔습니다!”

 

 완성된 그린 티 라떼에 뚜껑을 닫으며 벼리가 유비에게 알려주었다.

 팔짱을 끼고 굿즈를 구경하고 있던 유비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 쪽으로 돌아보았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카운터 쪽으로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유비는 그린 티 라떼를 집어 들며 벼리에게 인사했다.

 

 “아! 사장님!”

 

 돌아서려던 유비가 멈칫하는듯하더니 다시 벼리를 보며 그녀를 불렀다.

 조리대를 정리하려던 벼리도 마찬가지로 동작을 멈추고 유비를 쳐다보았다.

 

 “윤제이 사인 받아다 드릴까요?”

 

 유비가 벼리에게 물었다.

 방금 그의 물음에 벼리가 순간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헉! 우리 제, 아니, 윤제이 사인을요?”

 

 “네! 윤제이, 저랑 친구거든요.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헐! 진짜요? 대박이다! 저 옐엔 2기..가 아니라, 받아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옐엔들이 더러 오니까 걸어 놓으면 좋아할 거 에요. 하하~”

 

 순간 하마터면 호들갑을 떨 뻔한 벼리. 게다가 자신이 옐로우엔젤 2기라는 것까지 고스란히 고백할 뻔 했다.

 다행히 정신을 겨우 붙들어 잡은 벼리였다.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향해 말을 뱉었다.

 

 ‘정신 차리자! 금벼리! 네 나이를 생각해! 부끄러운 건 알아야지!’

 

 “그렇지 않아도, 어제 윤제이, 한국 들어와서 잠깐 만났었거든요.”

 

 속으로 자신을 꽤 엄격하게 다그치고 있던 중, 벼리의 귀에 유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또 흥분할 뻔 한 벼리.

 

 윤제이가 엊그제 태국에서 콘서트를 마치고 귀국 했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벼리가 흥분한 포인트는 앞에 이 남자 손님이 윤제이를 무려, 어제 만났었다는 것이었다.

 벼리는 또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제이는, 친구도 자기처럼 훈훈하구나. 유유상종이라더니~ 으흐흐~“

 

 그렇게 생각하니 벼리의 입가에 어딘지 모르게 음흉한 미소가 옅게 번지는 듯했다.

 유비는 그린 티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옅은 웃음소리를 그녀 몰래 내뱉었다.

 

 “사장님! 그런데 저는 혹시.. 모르시겠어요?”

 

 “네?”

 

 심지어 양 쪽의 볼까지 붉어지는 것만 같은 벼리에게 유비가 다시 물었다.

 벼리는 그의 질문에 그를 향해 되물었다.

 

 “아! 아니에요. 그쪽으로 관심이 없으시면 모르실 수도 있죠.”

 

 멀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벼리에게 유비는 미소 지어보이며 다시 말했다.

 

 딸랑~

 

 그때 또 다시 카페 문에 달려 있는 방울 소리가 울렸다.

 벼리는 문 쪽에 시선을 꽂았다.

 유비는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긴 다리를 꼬며 빨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열린 문을 통해 카페 안으로 젊은 여자들 두 명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벼리가 그녀들에게 인사하자 여자들도 동시에 벼리에게 인사하며 카운터 쪽으로 다가왔다.

 한 명은 칼 단발 스타일, 다른 한 명은 벼리처럼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스타일의 여자였다.

 

 “주문하시겠어요?”

 

 벼리는 두 여자 손님에게 친절하게 물었다.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랑요? 넌 뭐 마실래?”

 

 벼리가 묻자 단발머리 여자가 메뉴를 보며 주문을 하다 말고 옆에 묶은 머리 여자에게 물었다.

 묶은 머리 여자는 메뉴를 보고 한참 고민했다.

 그러던 여자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유비 쪽을 무심코 한 번 보았다.

 

 “아! 나도 그린 티 라떼 먹어야겠다. 아이스 그린 티 라떼도 하나 주.. 으잉?”

 

 여자는 벼리를 보며 주문을 하다 말고 돌연 주문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유비가 앉아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왜?”

 

 단발머리 여자가 그런 친구를 뚱하게 보며 물었다.

 유비를 다시 보던 묶은 머리 여자는 놀란 눈을 하며 자신의 친구를 쳐다보았다.

 심지어 여자는 자신의 입까지 틀어막는 행동을 해보였다.

 벼리도 그런 여자를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야! 대박! 은유비!”

 

 유비를 힐끔 거리며 묶은 머리 여자가 자신의 친구에게 속닥거리듯이 말했다.

 

 “뭐? 은유비?”

 

 갑자기 잔뜩 흥분한 채 자신에게 속닥거리는 친구를 뚱하게 보던 단벌머리 여자.

 그녀도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어! 은유비!”

 

 “태권도 선수?”

 

 “어~ 어!”

 

 “아는 분이세요?”

 

 단발머리 여자마저 자신의 친구처럼 유비를 힐끔 거리며 놀란 얼굴을 하자, 벼리는 두 사람의 대화에 조심스레 끼어 들어 그녀들에게 물었다.

 

 “사장님 모르세요? 저 사람, 태권도 선수잖아요! 국대 출신! 왜, 저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잖아요!”

 

 묶은 머리 여자가 벼리에게도 속닥거리며 알려주었다.

 여자가 제법 상세히 설명을 해주는데도 벼리의 반응은 덤덤했다.

 

 “그래요? 하하~ 대단한 분이시구나. 제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이 없어서…….”

 

 “잘생긴 한국의 스포츠 스타 리스트에도 들어가요. 사장님, 저 분 여기 자주 오세요?”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대답하는 벼리에게 단발머리 여자가 벼리에게 물어왔다.

 

 “아뇨. 오늘 처음 오셨어요. 저기 연운대 졸업생이시라던데.. 아! 연운대 체대 나오셨나보다!”

 

 “맞아요! 윽, 대박이다~ 진짜 잘생겼어. 어윽~ 키도 진짜 훌륭하고! 그치?”

 

 벼리가 단발머리 여자에게 대답해주자 이번에는 묶은 머리 여자가 벼리의 대답에 맞장구치듯 대답하며 유난을 떨었다.

 연신 유비를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 하는 여자들.

 

 “도복 입은 것도 완전 멋지던데! 사인 해달라고 해야지!”

 

 “나, 나도 나도!”

 

 여자들은 주문을 다 하지 않은 채 갑자기 유비 쪽으로 총총 다가갔다.

 

 “저.. 은유비 선수 맞으시죠?”

 

 묶은 머리 여자가 폰을 보고 있던 유비에게 물었다.

 

 “아! 네!”

 

 유비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자신에게 다가온 여자들을 보며 쑥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팬이에요~”

 

 묶은 머리 여자는 유비에게 한층 더 높아진 목소리 톤으로 그에게 말했다.

 

 “저두요! 혹시, 사인 좀…….”

 

 이번에는 단발머리 여자가 유비에게 조심스레 부탁하듯 말했다.

 

 “네!”

 

 유비는 흔쾌히 여자에게 대답했다.

 여자들의 표정은 더욱 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표정들이었다.

 그녀들은 각자 가방에서 펜과 수첩을 꺼내 유비에게 쓱 내밀었다.

 

 “금메달리스트? 정말 훌륭한 사람이구나~ 좋을 때다~ 다들! 흐흐. 참! 난 윤제이 사인 받아 달라고 해야지!”

 

 벼리는 카운터 테이블에 두 팔을 얹고 기댔다. 그리고 꽃받침을 하며 여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유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윤제이의 사인을 받을 생각에 벼리도 저 여자들처럼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 번지고 있었다.

 

 딸랑~

 

 훈훈한 분위기가 카페 안에 채워지고 있는 사이, 카페 문은 또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한 명의 여자 손님이 카페로 들어서고 있었다.

 딱 봐도 벼리의 또래 같아 보이는 손님이었다.

 

 진한 검은색의 굽슬굽슬한 웨이브가 진 긴 머리에, 길이가 허벅지까지 오는 몸에 짝 달라붙는 연보라색 원피스 차림의 손님.

 

 “어서 오세요~”

 

 벼리는 재빨리 포스기 앞으로 돌아가 여자를 향해 친절하게 인사했다.

 그런데 카운터까지 걸어오는 내내 말 한마디 없는 여자였다.

 굉장히 차가운 표정을 하고서 하이힐을 또각 거리며 카운터 앞까지 와서 선, 여자.

 벼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실수하면 안 될 거 같은 인상이다! 실수 하지 말자!’

 

 카페라는 서비스직에서 몸을 담은 지 꽤 많이 된 금벼리.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손님들의 인상이나 차림새 같은 것만 봐도 손님 유형을 대충 유추 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른 벼리였다.

 

 “주문하시겠어요?”

 

 “주문은 됐고. 그 쪽이 금벼리씨에요?”

 

 벼리는 다시 여자에게 친절하게 물었다.

 그런데 내내 말 한마디 없던 여자가 입을 열어 인상만큼이나 싸늘한 말투로 벼리에게 물었다.

 

 “아, 네.. 전데…….”

 

 따악!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벼리는 정신이 아찔했다.

 자신의 이름을 묻던 앞에 여자.

 그녀에게 벼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하려 했다.

 

 벼리가 입을 열자마자 벼리의 왼쪽 볼에 여자의 손바닥이 사정없이 내리 꽂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아픈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벼리였다.

 너무 놀란 벼리가 앞에 여자를 벙진 얼굴로 쳐다보았다.

 

 유비의 사인을 받고 잔뜩 기쁜 얼굴을 하고 있던 두 명의 여자 손님들도, 이 갑작스럽게 살벌한 장면을 향해 시선을 꽂고 있었다.

 유비 또한 벼리와 벼리의 뺨을 때린 여자 손님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까망별하입니다.

 독자님들께 재밌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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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서울은 좁다 2020 / 8 / 8 212 0 7155   
9 9. 문전성시 2020 / 8 / 7 219 0 6995   
8 8. 점점 선명해지는 꿈 2020 / 8 / 6 229 0 5813   
7 7. 팬 사인회 2020 / 8 / 6 217 0 7881   
6 6. 지나칠 인연이기에 2020 / 8 / 5 210 0 6853   
5 5. 밥 먹어요! 2020 / 8 / 4 219 0 7644   
4 4. 다시는 선 안 봐! 2020 / 8 / 3 227 0 7903   
3 3. 멋진 이웃사촌 2020 / 8 / 2 222 0 5686   
2 2. 뜻밖에 고백 2020 / 8 / 1 227 0 5615   
1 1. Goldstar 2020 / 8 / 1 364 0 9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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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海月) : 뒤
까망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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