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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이샤 - 사디스트 왕에게 복수하는 법
작가 : 재원이
작품등록일 : 2020.7.31

저주받은 왕녀를 대신해, 침략자 유목민의 볼모가 된 시녀 '아이샤'.
유목민의 군주이자 전쟁광인 '게세르'에게 청혼을 받는다.
게세르는 감시를 위해 근위대장 '무카'를 호위로 붙여놓는데, 아이샤는 사디스트인 왕보다 다정한 호위무사에게 더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한편, 친구인 아이샤를 구하기 위해 하렘을 뛰쳐나온 왕녀 '카야'는 저주받은 힘을 이용해 게세르를 박날낼 계획을 세우는데......!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하는 소녀.
그 소녀를 구하고자하는 왕녀의 고군분투기.

둘의 운명은?

#성장여주, #대형견남주, #순정판타지, #역하렘

seojw1111111@naver.com

 
2화 - 그 놈을 쳐부숴주마
작성일 : 20-07-31 12:27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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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미드 술탄국을 침략한 유목민의 군주 게세르.

 전쟁에서 승리한 그는 왕녀를 볼모로 보낼 것을 요구한다.

 가짜로 왕녀 행세를 할 시녀를 선발하라는 술탄의 명령.

 시녀들끼리 서로 떠넘기고 회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샤는 친구인 왕녀를 지키기 위해 선뜻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마주하게 된 게세르.

 가면을 쓴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악귀를 연상케 했다.

 

 “……아이샤 하미드.”

 

 성 밖으로 끌려나와 꿇어앉은 아이샤는 나직이 이름을 고했다.

 

 “그래요. 아이샤 왕녀. 제 이름은 들어보셨겠지요?”

 “……위대한 초원의 카간국 ‘카라가나’의 지도자……게세르 카간이십니다.”

 “기억해주시니 기쁩니다.”

 

 게세르는 흡족하다는 듯 이죽이었다.

 파도 하나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아이샤에게 돌연 게세르가 물었다.

 

 “그렇다면 하미드에서 저를 어떤 별명으로 불러댔는지도 아시겠군요?”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의 비위를 거스른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한다 해도 알아챌 것만 같았다.

 

 아이샤가 대답을 망설이자, 게세르는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나직한 날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좋게 말로 할 때, 대꾸하는 게 좋을 거야.”

 

 두려움에 질끈 눈이 감겼다.

 

 “거, 검은 악마 십니다…….”

 

 아아, 있는 그대로 말해버렸다.

 애초에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악명을 발림말로 미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아이샤는 달변가가 아니었다.

 

 “크큭, 큭…….”

 

 게세르는 가면에 손을 얹고는 어깨를 들썩였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폭소를 참아내는데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금발 머리에 검은 터번을 두른 재상이 못 들어주겠다는 듯 인상을 썼다.

 

 “복속국의 왕녀 따위가 예의를 모르는 군! 카간이시어, 제가 교육시키겠습니다.”

 

 재상이 입을 가리던 손수건을 구기고서 한 발짝 나서는데 게세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나의 카톤(왕후)이 되실 분이오. 이 정도는 넘어가 주시오, 유수프 재상.”

 

 그의 한마디에 유수프라는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솔직하셔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묻는 말에 그렇게 순순히 대답하시면 됩니다.”

 

 웃음기를 가라앉힌 게세르는 힘없이 시선을 떨군 아이샤를 내려다보았다.

 

 “먼 길 오시느라 지치신 모양입니다. 제 부하들이 부축해드릴 겁니다.”

 

 게세르가 다정한 투로 말하자, 그와 같은 가면을 쓰고 있던 절름발이 무사 ‘무카’가 양옆의 병사 두 명에게 고갯짓을 했다.

 

 검은 갑주를 가슴에 두른 병사 두 명이 아이샤의 양옆에 서더니 양팔을 붙잡고서 강압적으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왕녀님께서 염려하시는 일이 뭔지 알고 있습니다.”

 

 게세르는 병사 두 명에게 붙들린 아이샤의 양옆을 번갈아 오고갔다.

 

 “혹여나 거칠게 다뤄지진 않을까. 몹쓸 짓을 당하진 않을까 불안하시겠지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설프게 대답해봤자 상황만 악화시킬 것 같았다.

 

 “하지만 제 카톤으로 있는 이상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하늘에 계신 텡그리께 맹세하지요.”

 

 게세르는 아이샤의 눈앞에 멈춰 서고는

 

 “물론 어디까지나 당신을 카톤으로 취급해드릴 때의 이야기라는 걸 알아주시길. 그 이외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을 마치고서 뒤를 돌았다.

 

 “그 이외의 경우도, 그것대로 재밌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덧붙이는 게세르의 뒷모습을 경멸하듯 쳐다보았지만, 겁에 질려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려움에 흔들리는 눈동자, 하지만 이 이상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 이를 악다물었다.

 끌려가면서도, 붙들린 두 손을 말아 쥐었다.

 병사 두 명에게 끌려간 아이샤는 20마리의 낙타가 끄는 수레와 마주했다. 바퀴 위에는 펠트로 감싼 거대한 천막이 있어 마치 성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반강제로 천막 안에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바닥이 진동했다. 80개의 발굽이 일제히 고원의 땅을 박찼다.

 그들이 택한 방향은 동쪽, 하미드의 국경을 넘어 카라가나의 평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아이샤는 천막바닥에 깔린 양탄자 위에 주저앉았다.

 가슴팍을 움켜쥐었고 막혔던 숨을 뱉었다.

 진정하려고 눈을 감자, 눈꺼풀 끝에 맺혔던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베일을 벗고서 소매로 눈가를 닦은 뒤, 천막 안을 둘러보니 침대 하나가 구석에 있었다.

 바닥이 요동치는 탓에 일어설 수 없어 양탄자를 짚어가며 기어갔다.

 구석에 다다른 아이샤는 몸을 뒤집어 침대 다리에 등을 기대었다.

 

 옷깃 안으로 손을 넣으니 늘 상 가지고 다녔던 조각칼이 잡혔다.

 아이샤는 소매 속에 감추어둔 미완성의 목각 인형을 꺼내고는 사각사각 깎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상대를 조각하는 것, 어렸을 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해왔던 그 나름의 대처법이었다.

 

 ‘원래는 왕녀님께 드리려고 했는데…….’

 

 다시금 막막해져 울음이 올라오려 하자, 눈을 찡그리고서 고개를 저었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야.’

 

 일단 살아있어야, 언젠가 해방되고 왕녀님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갓 12살이 된 어린 왕녀님…….

 왕가에서 내려오는 저주 탓에 하렘 안 시녀들에게도 외면당하는 불쌍한 왕녀님…….

 괴로우실 테지만, 꼭 버텨주세요.

 저도 노력할 테니까.

 

 

 ***

 

 

 술탄과 정실부인인 여술탄, 그리고 술탄위를 이어받을 왕자.

 하미드의 술탄궁전 안에서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건 딱 여기까지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왕족들은 평생을 하렘 속에서 지내야 한다.

 

 좋게 말하면 온실,

 나쁘게 말하면 감옥,

 그저 술탄이 하사하는 것을 받아먹으며 목숨을 연명하는 것이 잉여 왕족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삶이다.

 

 현 술탄인 ‘오르한 2세’의 사생아 중 유일한 왕녀였던 카야도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살아왔다.

 먹고 자는 것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 없고, 무엇보다 함께 했던 친구가 있었기에…….

 그렇다. 있었다.

 어디까지나 과거형이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보니, 늘 옆에 있던 친구 ‘아이샤’가 사라져 있었다.

 시종들을 붙들고서 물어보니 술탄의 명령으로 다른 궁으로 옮겨갔다는 것이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카야는 볼일을 보러간다고 적당히 둘러대고, 시녀의 도움 없이 대충 두건을 매고서 침실을 빠져나갔다.

 기다란 베이지색 두루마기의 소맷자락과 치맛자락을 바닥에 질질 끌며 힐끗 곁눈질을 했다.

 푸른 터키석을 박은 모자이크가 벽에 장식된 복도를 활보하는데, 마주치는 시종들마다 고개를 숙이고 잽싸게 지나쳐 가버렸다.

 

 ‘평소엔 그냥 무시하던 것들이.’

 

 반응이 달라져있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바뀐 건 한달 전부터였다.

 동쪽에서 검은 기마군단이 쳐들어왔다는 풍문이 들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이 수도인 사부르 코앞까지 밀고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를 기점으로 시종들은 관심에도 없던 카야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검은 악마가 복속의 조건으로 볼모를 요구할 건 불 보듯 뻔한 일, 그중에서 왕녀를 데려갈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야기는 바로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잉여왕족 하나가 없어지는 건 손해 볼 게 아니지만, ‘저주’라는 치명적 결함이 있는 왕녀를 보냈다가는 검은 악마가 더 노할 거라는 게 이유였다.

 

 ‘결함이 있다’라고 매도당하는 것에 이를 갈면서도, 카야는 한편으론 안심했다.

 누가 뭐라 한들 하렘 안에서 아이샤랑 계속 함께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기에…….

 그렇게 생각했는데……아이샤가 사라졌다.

 

 다른 궁전으로 갔다고?

 거짓말도 정도껏 쳐야지.

 

 카야가 아는 아이샤는 자기를 내버리고 떠날 사람이 아니었다.

 만들어주기로 했던 목각인형도 보여주지도 않은 채 내뺄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분명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간 것이다.

 그 검은 악마 놈에게.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 한 카야는 몰래 하렘의 중앙부로 향했다.

 원형 돔 구조의 천장이 위치한 중앙은 사방으로 갈림길이 나있는 미로 같은 곳이었다.

 볼록한 돔 천장에 붙은 황금 자개를 빤히 바라보던 카야는 눈을 감고서 코를 킁킁 거렸다.

 미세하게 바람이 흐르는 방향을 찾아낸 카야는 출구로 보이는 쪽으로 달려갔다.

 샛길의 끝자락, 반원 모양의 출입구 양옆으로 술탄의 근위대 두 명이 버티고 서있었다.

 물방울 모양 투구를 쓴 두 병사는 느닷없이 달려오는 카야를 보고서 급히 막아섰다.

 

 “왕녀님! 허락 없인 나가실 수 없습니다!”

 

 병사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창을 눕혀 앞을 가로막았지만, 카야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냈다.

 도움닫기를 한 뒤 몸을 한껏 낮추어 미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를 슬라이드해 창을 피해갔다.

 한 명을 제치고 출입구 밖으로 발을 내딛으려 하는데 남은 한 명의 병사가 카야의 두건을 잡았다.

 그러나 덮쳐오는 손길을 뿌리치고 강하게 땅을 박차니 병사는 힘이 겨워 카야를 놓치고 말았다.

 두건이 벗겨지자, 다섯 갈래로 길게 땋은 적갈색 머리가 어깨 아래로 내려왔다.

 카야는 푸른색 눈동자를 뒤에 있던 병사들에게 향하며, 어떠냐는 듯 웃음 지었다.

 탈출시도 10번째 만에 성공한 기교에 카야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왕녀님이 탈출했다!”, “젠장! 한동안 잠잠하다가……!”

 

 한동안은 아이샤가 있어서 얌전히 있어줬던 것 일뿐,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하렘 밖을 나온 카야는 추격해오는 근위대의 냄새를 피해 다니다 궁전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담벼락을 앞에 두고 멈춰 섰다.

 막다른 길이었다.

 

 카야는 아래에서 위로 벽을 훑다 그 끝에 놓인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창틀에 둘러싸이지 않은 온전한 하늘이었다.

 

 “왕녀님!”

 

 숨을 고르고 있는데, 중후한 목소리가 카야를 불러 세웠다.

 근위대장이었다.

 

 “그만 포기하십시오. 어차피 나가봤자 갈 곳도 없잖습니까?”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성의 없는 안하무인 한 대답, 양옆으로 길게 뻗은 콧수염을 한 근위대장은 심기에 거슬리는지 미간을 좁혔다.

 

 “그 저주받은 몸으로 받아줄 데나 있을 것 같습니까? 시녀 한 명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술탄께 새로 구해다 달라고…….”

 “아이샤가 아니면 안 돼.”

 

 카야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못을 박았다.

 

 “그 아이는 검은 악마한테 보냈습니다! 왕녀님을 대신 해서요! 이게 다 하미드와 왕녀님을 위해서……!”

 “다시 찾을 거야.”

 

 근위대장은 대화를 포기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잡아.”

 

 짧은 한 마디에 그의 뒤에 있던 근위대원들이 방패에 창을 겨누고서 조심스레 카야에게 접근했다.

 담벼락에 등을 붙인 카야는 눈가에 날을 세우고서 병사들을 쏘아보았다.

 

 지금 여기서 잡히면, 독방에다 하루 종일 감시대상이 된다.

 그럼 아이샤를 찾을 수 있는 기회 또한 영영 날아가 버리겠지.

 그것만은 안 된다……그것만큼은…….

 

 

 궁지에 몰리니 심장고동이 온몸으로 퍼지는 게 느껴졌다.

 숨이 거칠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피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근위대의 창을 코앞에 두고 카야는 풀썩 쓰러졌다.

 머리를 감싸 쥐고서 부들부들 떠는 카야를 보고, 근위대장은 눈을 부릅떴다.

 

 “빌어먹을! 하필 지금……!”

 

 근위대장이 병사들을 재촉하려는데, 카야가 그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 굉음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야생에서 들을 법한 ‘하울링’이었다.

 카야에게 접근하던 병사들이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왕녀는 점점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길쭉해진 주둥이에 송곳니가 튀어나왔고, 온 몸엔 짐승의 털이 돋아났다.

 땅을 짚은 카야의 두 손에는 발톱이 자랐다.

 

 네 발로 선 그 짐승은 조금 큰 강아지 정도의 크기였다.

 그러나 그르렁 거리는 위협에서 오는 살기가 맹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잿빛 털을 가진 푸른 눈의 늑대, 이것이 왕녀가 안고 있는 저주의 정체였다.

 

 건국 이래 왕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 왕족 중 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이 증상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흉포해져 카야에게 이르렀다.

 

 근위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잿빛늑대 쪽에서 먼저 달려들었다.

 성난 짐승의 공격에 술탄의 방패라 불리던 이들이 풍비박산 나기 시작했다.

 발톱 달린 앞발에 짓밟히는가 하면, 날카로운 이빨에 옷자락이 갈기갈기 찢기기도 했다.

 세 네 명, 같은 식의 본보기를 보고나니, 나머지 병사들은 부들부들 떨며 다가가지도 못했다.

 

 겁에 질린 병사 한명이 방패를 치켜들자, 카야는 그 위로 올라타 방패를 딛고 담벼락 쪽으로 튀어 올랐다.

 하늘 위로 솟구친 카야, 근위대장은 벽 너머로 유유히 넘어가는 왕녀의 모습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반대쪽 땅 바닥에 착지한 카야는 운 좋게 일이 풀린 것에 신이 났다.

 가끔씩 위기에 몰릴 때 발작처럼 일어나는 저주가 때마침 지금 일어난 것이다.

 만일 늑대로 변하지 않아 병사들에게 잡혀 버렸다면……하며 잠시 스쳐가 듯 생각했지만,

 

 ‘아무렴 어때? 결국 좋게 풀렸잖아?’

 

 그렇게 정리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궁궐을 벗어난 카야는 도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외곽 쪽으로 달렸다.

 성벽이 닫히는 건 해질 무렵, 그때까지 사부르를 벗어나야했다.

 시간이 흘러 조금 지워진 감이 있지만, 말똥 냄새랑, 낙타똥 냄새, 역한 쇠붙이 냄새가 성벽에 배어있었다.

 기마군단이 남기고 간 잔재였다.

 아이샤도 분명 그들이 데려갔을 터…….

 

 일단 하렘을 탈출 했으니 1차 계획은 성공.

 그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2차 계획도 물론 짜 놓았다.

 

 첫 째, 아이샤를 끌고 간 그 검은 악마 놈을 찾아낸다.

 둘 째, 그 놈과 그놈의 군대를 박살낸다.

 특히 아이샤를 해코지하려한 검은 악마 놈은 모가지를 물어뜯어줄 것이다.

 셋 째, 멋지게 아이샤를 구해낸다.

 

 정말 완벽하다.

 

 흠잡을 곳 없는 자신의 계획에 자화자찬을 날란 카야는 기세를 몰아 성벽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가다보면, 어딘가에 문 달린 곳이 하나쯤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

 

 -툭, 투둑

 

 빗방울이 천막의 천장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목각에 집중하느라, 날이 저문 것도 모르고 있었다.

 천막을 끌던 낙타들이 쉬고 있는지 바닥의 진동은 멈춰있었다.

 

 그윽한 눈빛으로 목각에 매진하던 아이샤는 후 불어 톱밥을 털어내고는 완성된 인형을 탁자 위에 놓았다.

 갈기를 세우고 포효하는 꼬마늑대.

 이를 형상화한 목각 인형을 바라보며 아이샤는 카야 왕녀를 떠올렸다.

 

 ‘지금쯤 깽판 치고 계시겠지?’

 

 하루에 한 번쯤 날뛰지 않고서는 성이 안 차시는 왕녀님.

 

 갑자기 사라진 자신을 찾아 길길이 난동을 피울 여자 아이를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작가의 말
 

 본격 깽판이 특기인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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