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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관계자 외 접근금지
작가 : 풀링
작품등록일 : 2020.7.31

술만 마시면 구구단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 하윤은 우연히 만난 「클럽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와 징글징글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파격적인 막말과 각종 못 볼 꼴, 그리고 조울증 비스무리한 다중인격까지 3단 콤보를 펼치며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줬는데...

"저 남자가 새로 오신 대표님이라고?!"

 
1화 젠느 클럽
작성일 : 20-07-31 11:18     조회 : 474     추천 : 0     분량 : 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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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가리 닥치고 썩 꺼져!!!”

 

 까랑까랑한 여자 목소리가 방문을 넘어 귀에 꽂히듯 들렸다.

 

 다들 집안에 우환 하나쯤은 가진 거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봤고, 대기실은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큰소리가 났던 방에서는 곧 중년의 아줌마가 혼비백산하며 뛰쳐나오더니, 신발을 신지도 않고 줄행랑쳤다.

 

 “야! 니 새끼가 음주운전 해서 감방 들어간 걸 왜 여기 와서 풀어달라고 해?!!!”

 

 방안의 여자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고래고래 소리쳤다.

 

 「팩트 신당」

 

 그렇다. 여기는 점을 보는 무당집이다.

 

 팩트만 콕 집어 말해준다고 해서 「팩트 신당」이란다.

 

 대학생이 된 하윤은 20년간의 모태 솔로를 청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호리호리하게 적당히 큰 키에 적당히 이쁘장한 얼굴.

 

 “여자는 머리빨이지.”라고 주장하며 풍성하게 굴곡진 긴 머리칼을 고수하는 적당히 여자여자한 미모의 하윤.

 

 뭐 하나 적당히 빠지지 않는 외모지만, 지금까지 썸조차 타보지 못한 그녀는 부적을 써서라도 모솔을 벗어나고 싶었다.

 

 “다음!! 다음 들어와!!!”

 

 다섯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방으로 입성하는 하윤과 친구 라연.

 

 점집은 처음이라고 자랑하듯 어깨를 잔뜩 웅크리며 쭈뼛쭈뼛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고!!! 탄 냄새가 진동하네!!!”

 

 요상스런 한복을 입은 젊은 여자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깃털이 달린 커다란 부채를 촥~ 펼쳐서 탄 냄새를 날리듯 허공에 대고 경박하게 부채질을 해댄다.

 

 문 앞에서 얼어붙은 그녀들은 킁킁하고 냄새를 맡아보지만, 탄 냄새는커녕 오히려 조금 전 줄행랑 친 아줌마의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그냥 문 열어놓고 들어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릎을 꿇고 앉은 둘을 향해, 스모키 화장을 한 여자는 눈을 번뜩하고 치켜뜬다.

 

 “너였구나?!! 탄 냄새!!!”

 

 하윤을 콕 집으며, 싸늘한 미소로 말을 이어갔다.

 

 “남자 찾아왔지?!!!”

 

 역시 용하다.

 

 “네네네. 저는 언제쯤 저의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요?”

 

 하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의 고민을 풀어놓는데, 스모키 화장을 한 여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넌 이미 만났어.”

 

 

 ***

 

 

 9년이 흘렀다.

 

 29살.

 

 임세연 부장이 상무로 승진한 축하 회식 자리.

 

 임 상무는 제일 아끼는 부하 직원인 하윤과 라연도 참석했다.

 

 연애도 결혼도 안 할 정도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독하게 살아온 임 상무는 그 많은 남자 동기들을 제치고 제일 먼저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여자들로만 구성되어있는 영업 1팀에 애정이 많이 갔다.

 

 “자~ 다들 2차도 가야지? 기분이다. 오늘은 특별히 내 아지트를 공개할 테니 잘 따라와.”

 

 “상무님.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요.”

 

 항상 1차가 끝나면 귀신같이 해산했던 이전의 회식과는 달리, 오늘따라 꼭 2차를 가겠다고 생떼를 쓰는 임 상무.

 

 “나 하나도 안 취했어. 가자. 아지트로~”

 

 그때, 단짝 친구이자 입사 동기인 라연이 사부작 다가와 조용히 하윤에게 속삭인다.

 

 “진만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2차는 빠질게. 미안해.”

 

 오늘은 라연이와 남자 친구의 10주년 기념일이다.

 

 이미 약속한 시각이 훌쩍 지난 상황.

 

 “응. 얼른 가봐. 진만이 많이 화났겠다.”

 

 라연은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뒷걸음질로 무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미안해. 나중에 통화하자.”라고 말하며, 임 상무가 정신없는 틈을 타서 라연은 전속력으로 도망갔다.

 

 

 ***

 

 

 어느새 쿵쾅거리는 음악이 새어 나오는 화려한 클럽 입구 앞에 서 있는 영업 1팀과 임 상무.

 

 ‘여기가 아지트?!!’

 

 누가 봐도 아지트라는 포근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클럽 젠느」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클럽 이름과 건물 외관을 비추는 화려하고 현란한 조명만 봐도 보통 클럽이 아님을 느낀다.

 

 입장을 기다리는 대부분의 손님 역시 클럽만큼이나 화려한 패션으로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마치 밀라노 패션쇼를 연상시키는듯한 모델 같은 비주얼을 하고, 새어 나오는 음악에 맞춰 둠칫둠칫 리듬을 타고 있다.

 

 연예인 반, 재벌 후계자 반으로 일반인은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내는 천상계 클럽.

 

 후배 사원들은 이미 흥분이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꺄~~~ 상무님. 저희 오늘 이 클럽에 들어가는 거예요?”

 

 “대박 웬일이야?!!! 임세연 상무님 사랑합니다.”

 

 후배들에 비해, 흥미를 잃은 눈빛으로 의욕 없이 서 있는 하윤에게 후배 한 명이 다가와 속삭인다.

 

 “대리님. 이 클럽, 30대 이상은 못 들어가요. 상무님은 어쩌죠? 거부당할 게 뻔한데…”

 

 곧 서른이 될 예정인 하윤도 입장 자격이 간당간당하지만 클럽 최종 관문을 통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졌다.

 

 하지만, 오늘같이 역사적인 날에 클럽 입장 거부당해서 기분을 망치게 할 수는 없었다.

 

 “상무님.그냥 노래방으로 가시죠.”라고 말하려고 다가가는데, 갑자기 클럽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가는 임 상무.

 

 ‘헉!!! 망했다. 막아야 한다.’

 

 플랜B따위 없는 하윤은 억지를 써서라도 붙잡아 볼 생각이었다.

 

 “상무님!!! 잠시만요.”

 

 “왜?”

 

 “여기 줄을 서야 할….”

 

 하윤은 입구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임 상무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럴 필요 없어. 난 프리패스가 있거든.”

 

 그녀는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다시 도도한 표정으로 입구로 당차게 걸어간다.

 

 입구를 막고 서있는 슈트를 입은 덩치들에게 「VIP」라고 적힌 카드를 보여주니, 일제히 그녀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한다.

 

 ‘잉? 인사를 해?? 이게 이렇게 돌아가면 안 되는데…’

 

 덩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듯 이니어로 된 무전기로 뭔가를 보고하는 듯 보였다.

 

 상황 판단도 채 끝나기 전에, 클럽 안에서 도시적으로 생긴 멀끔한 남자가

 

 “누나!!!”하며 뛰어왔다.

 

 ‘뭐?!!! 누..누나?!!’

 

 최소 모델 비주얼의 훤칠한 남자는 임 상무에게 꽤 친한 척을 했다.

 

 ‘혈연관계는 아닌 거 같고, 누가 봐도 엄마뻘인데… 뭐? 누나라고?!’

 

 “큐~ 오랜만이네.”

 

 심지어 더 친하게 반기는 임 상무.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오늘은 NO.1 케이 좀 데려와 봐.”

 

 “에이~ 누나~ 케이는 안된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나 여기 VIP잖아.”

 

 “누나는 VIP 중에서도 VIP죠. 근데 케이는 자기가 내켜야 움직이는 성격이라 저희도 힘이 없어요.”

 

 “내가 여기 몇 년을 다녔는데 얼굴 한번을 안 보여줘?”

 

 “누나. 이해 좀 해주세요. NO.2부터는 다 불러드릴게요.”

 

 큐를 따라 긴 통로를 지나니 클럽의 음악 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이들을 기다리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55층으로 향한다.

 

 

 55층 「젠느 VIP」

 

 

 조금 전의 시끌벅적한 클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상무님. 여긴 클럽이 아닌 거 같은데요.”

 

 “여긴 일반인은 출입이 안 되는 상위 클래스 여자들의 VIP 전용 클럽이야.”

 

 “그럼…. 단란주점?”

 

 “촌스럽기는…. VIP 전용 클럽이라고!!!”

 

 여성 정계 관계자나 여성 기업 CEO 등 전국의 여성 리더들이 정보를 나눈다는 말로만 듣던 비즈니스 VIP 클럽이었다.

 

 “상무님. NO.1 케이가 누구예요?”

 

 후배 사원 한 명이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해서 묻는다.

 

 “「클럽 황제」라고, 이미 연예계에서는 유명한데, 아무도 케이를 직접 본 사람은 없어. 케이의 그림자만 봐도 자랑하고 다닐 정도니…”

 

 20명은 족히 들어갈 큰방에 보송보송한 소파가 불규칙적으로 놓여있었고, 벽면 한쪽에 대형 화면에는 조금 전에 지나왔던 클럽의 스테이지를 담고 있었다.

 

 “항상 먹는 코스로 준비해줘.”

 

 “넵.”

 

 큐는 깍듯이 인사한 뒤 나간다.

 

 “꺄~~~ 상무님. 여기 너무 좋아요.”

 

 “아까 그 VIP 카드. 저도 보여주시면 안 돼요?”

 

 새로운 세계를 처음 접한 후배 사원들은 신기하기만 한 VIP 카드를 금댕이 다루듯 조심스럽게 돌려가며 관람했다

 

 잠시 후, 큐라는 남자와 함께 음식과 술이 룸으로 들어왔고,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몇몇도 함께 들어왔다.

 

 같이 술 마시고,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다들 신나게 놀고 있는데, 하윤은 지루하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오늘 같은 날, 먼저 집에 간다고 하는 것도 매너가 아니기에 핸드폰만 집어 들고 시끄러운 룸을 살며시 빠져나오는 하윤.

 

 조용한 장소를 찾아 화장실로 왔지만, 여기도 음악 소리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때, 화장실 맞은편에 비상구 표시가 되어있는 철문이 눈에 들어왔고, 철문 건너편은 아주 조용할 거 같았다.

 

 주변을 한번 훑으며, 보는 눈이 없는 걸 확인한 하윤은 문을 살짝 열어 고개만 빼꼼히 넣고 살펴봤다.

 

 ‘비상계단이네.’

 

 전화 통화하기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눈높이에 떡하니 붙어있는 경고 간판.

 

 별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을 닫으니 꽤 조용하고 생각보다 쾌적하다.

 

 찌이잉~

 

 몰래 귀가한 라연이 문자다.

 

 -「하윤아 해산했어? 혹시 아직 2차? 」

 

 톡을 확인 후, 라연에게 전화를 거는 하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부 고자질하듯 말해주고 싶었다.

 

 “라연아~~헝~”

 

 -“뭐야? 너 울어?”

 

 “진짜 울고 싶다.”

 

 -“지금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언제 집에 가?”

 

 “다들 신나서 아무도 집에 갈 생각이 없어. 흑~”

 

 -“어딘데 그렇게 다들 신난 거야?”

 

 “VIP 클럽이라는데, 나보다 어린 남자애들이 룸에 들어와서 같이 노는데… 이건 네가 직접 와서 봐야 해.”

 

 -“재밌겠다.”

 

 “재미있었으면 이렇게 너랑 통화하고 있겠냐? 넌 남친이랑 잘 보내고 있어?”

 

 -“당연히 또 싸웠지.”

 

 “아… 조금 더 빨리 가지 그랬어.”

 

 -“그럴 상황이 아니었잖아. 지금이라도 거기로 갈까?”

 

 “오지 마.”

 

 -“왜? 재밌겠는데…”

 

 “여기 「클럽 황제」라는 남자도 있고, 진짜 웃기지도 않아.”

 

 -“클럽 황제? 그 말 들으니 더 가고 싶잖아.”

 

 “아주 자기네들 세상이야. 유치해.”

 

 클럽은 물론이고 회사랑 상사까지 소환해서 신나게 까고 있는데

 

 “풉~”

 

 어디선가 낯선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헉!!! 남자 웃음소리?’

 

 숨죽여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라연아. 혹시 옆에 누구 있어?”

 

 -“아니.”

 

 “남자 웃는 소리 못 들었어?”

 

 -“무섭게 왜 그래?”

 

 누군가 엿듣고 있는 기운을 감지하고는 등골이 오싹해진 하윤은 소리가 들린 위쪽 계단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혹시 거기 계단 위에 누구 있어요?”

 

 “……”

 

 조용하다.

 

 누군가 대답을 했다면 더 무서웠겠지만, 대답이 없어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빨리 룸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느낀 하윤은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라연아.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그 와중에도 계단 위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몸통만 문 쪽으로 돌려 손잡이를 잡은 순간,

 

 저벅저벅

 

 계단을 내려오다가 멈춘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나가려던 하윤은 문을 열다 말고 위쪽 계단을 응시한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분명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 누…누구지? 왜 내려오다가 멈춘 거지?’

 

 어둡고 서늘한 비상구 계단에 자신과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솜털까지 곤두서는 기분이다.

 

 저벅저벅

 

 ‘헉!!!’

 

 검은 그림자.

 

 하윤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그곳에는 시선을 강탈할 만큼 훌쩍 큰 키에 슈트 빨 죽이는 남자가 그녀를 주시하듯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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