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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28화 <환기>
작성일 : 20-07-21 23:46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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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유독 바람이 좋은 날이었다. 그 때문인지 늘 닫혀있던 안나의 연구실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시원한 바람에는 습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아마 곧 비가 온다는 뜻일 것이다.

 벽에 걸린 시계바늘은 정각에서도 20분이 더 지나 있었다. ‘생각보다 늦네.’ 하지만 안나는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별 일은 아니었다. 원래 상담실습을 하다보면 2~30분 씩 늦어지는 것이 예사였기 때문이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나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하 조교였다. 하 조교는 A4용지 뭉텅이를 들고 있었다.

 

 “이번 시간 레포트들이요.”

 “그래.”

 “얼핏 봤는데, 그래도 전보다는 다들 낫더라고요.”

 “그래야지.”

 

 별 감흥 없는 안나의 대답에 하 조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교수님.”

 “응?”

 “혹시 그만 두세요?”

 

 하 조교의 물음에 안나가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 말이 들려서...”

 

 분명 그만 두려고 했던 건 사실이다. 강경식이 죽은 이후, 더 이상 안나로 사는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반납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학교에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알리기는 했는데... 그것을 알았던 모양이었다.

 

 “진짜예요?”

 

 물론 지금은 보류했다. 안나의 오피스텔이 침범 당하고, 15년 전의 사건 뒤에 뭔가가 더 숨겨져 있다는 것을 찾았던 것 때문이었다. 거기다 이 소장까지 죽으며 더 이상 빼도박도 못하게 생긴 터라, 그 때까지는 꼼짝없이 안나로 살아야 했다.

 

 “아직은 아니고.”

 “그럼 그만 두시기는 하는 거예요?”

 

 어쩐지 집요한 질문이었다.

 

 “언젠간 그만 둬야, 하 조교에게도 기회가 가지.”

 

 안나의 엉뚱한 대답에 하 조교의 얼굴이 뚱해졌다.

 

 “제가 문제가 아니고요, 애들이 섭섭해 하고 있어서 그러죠.”

 “걔네들이 왜?”

 “왜긴요. 애들이 교수님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허튼 소리 하지 마.”

 “허튼 소리 아닌데. 교수님만큼 인기 있는 분이 또 어딨다고요.”

 

 하 조교의 대답에 안나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 알기로 그 애들은 안나를 마녀라고 욕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안나는 하 조교로부터 레포트를 받아 들고 조용히 읽기 시작했다. 그런 안나의 모습을 본 하 조교는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가는 중에도 한 마디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그만 두지 마세요. 애들도 애들이고, 저도 교수님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무슨 말이든, 크게 의미 둘 것 없는 말이었다.

 

 연구실의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뭐 두고 간 게 있나... 안나는 문에 시선을 두지도 않고 레포트를 한 장 더 넘겼다.

 

 “저 끝났어요.”

 

 유진이었다.

 

 “많이 늦어졌나보네?”

 “첫 번째 팀이 시간을 막무가내로 더 쓰셔서요. 다른 팀들한테 불공평한 것 같아서 맞춰주다 보니 늦어졌어요.”

 

 제 딴에는 나름 형평성을 맞춰본다고 애썼던 모양이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잘 했어. 일단 나가자.”

 “아, 바로 들어 가시게요?”

 “날씨가 좋잖아. 오늘은 밖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하자.”

 

 안나가 자켓을 집어 들고 연구실을 나섰다.

 유진은 창밖을 빤히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네.”

 

 뭐, 좋은 날씨인 거겠지.

 앞뒤를 따지지도 않고 납득해버린 유진이 안나를 따라나섰다.

 

 

 학교 안에 자리한 카페에는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유진은 신기한 듯 카페 안을 둘러봤다.

 

 “카페에도 처음 오니?”

 “네.”

 “그래도 커피는 익숙한가봐?”

 “네. 아저씨가 워낙 좋아하셔서...”

 “궁금한 게 있는 데 말이야...”

 “네?”

 “니가 아는 세상은 인성혁한테 배운 것 뿐이니?”

 

 반쯤 볼멘소리로 물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유진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15년 동안 호텔에만 머무르다시피 하면서 TV도 책도 안 봤다. 결국 유진이 접할 수 있는 바깥 세상은 성혁이 알려준 것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니, 뭐 대답을 꼭 들으려고 하던 건 아니고-”

 “다른 것도 있기는 있어요.”

 “응?”

 “저 어렸을 때. 저한테 이것저것 가르쳐주었던 누나가 있어요.”

 

 안나의 표정이 살짝, 아무도 모르게 굳어졌다.

 

 “길지는 않았고 1년 정도였는데... 아빠가 갑자기 사라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그 누나가 저를 보육원에 데려다주고, 매일 찾아와서 이것저것 가르쳐줬었어요. 그 때 많이 배웠죠.”

 “... 그래?”

 “네. 근데... 갑자기 사라졌어요.”

 “......”

 “제가 생일이 언제인지 몰라서, 그 누나가 자기랑 처음 만난 날을 생일로 삼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생일선물 가져온다고 기다리라고 했는데... 누나는 안 오고 대신 성혁 아저씨랑 할머니가 와서 저를 데려간 거죠.”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이 아이는 자신을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혹시... 안나가 수연이라는 걸 이미 알아 차렸을까?

 그러나 더 궁금해 할 틈이 없었다. 유진이 갑작스럽게 안나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전에 아저씨랑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누나, 교도소에도 자문으로 계셨다면서요.”

 “응?... 어. 그랬지.”

 “그 교도소요... 저희 아빠도 있었던 거기 맞죠?”

 “... 맞아.”

 “혹시... 저희 아빠 아세요?”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까? 아니, 이 아이가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잠시 접어뒀던 두려움이 슬금슬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두려운 것은 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성혁과 안나가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펼친 그날, 유진은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지켜만 봤지만 그 안에서 사실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사람도 유진이었다.

 서울 외곽에 있던 교도소. 그 교도소에 누군가를 괴롭히려 들어갔다는 안나. 그런데 교도소에서 살해당했다는 그 재소자. 그런데 사실은 누명을 쓴 것이라는 그 사람.

 자꾸만... 안나가 가리키는 사람이 자꾸만 자신의 아버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안나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유진의 불안도 더 커지고 있었다.

 

 [삐비비빅-]

 

 침묵은 안나의 휴대폰 소리와 함께 깨어졌다. 도현의 전화였다.

 

 “무슨 일이에요?”

 

 전화를 받는 안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뭔가 좋은 소식이 있는 듯 했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통화를 마친 안나가 유진을 바라봤다.

 

 “가자. 날이 좋아서 잊고 있었는데, 할 일이 많았네.”

 

 그리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에서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이내 굵은 줄기로 바뀌어가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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