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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126. 장롱판타지 (4)
작성일 : 20-07-21 19:54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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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 장롱판타지 (4)

 

 

 

  약묻은 면봉이 고통어린 내 인상을 보고 기분 좋다는 듯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녀석의 힘과 손을 잡은 짓궃음이 날 향해 머뭇거림 없이 직진 해 온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무릎의 자국들이 쿡쿡 쑤셔오는데.. 저 거친 직진이 닿게 되면 얼마나 아플까. 허나, 미래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면봉을 쥐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 상당한 걱정으로 물들어 있었기에.. 회피선택지가 저절로 몸을 숨겨 버렸다.

 

  “으아아아악!! 아파!!”

 

  생각만 이어가던 내 모습이 어리석다는 듯, 면봉이 상처에 닿아온다. 찢어진 피부의 틈새로 새어드는 약의 움직임이, 내 몸에 상처가 있다는 걸 더 자세히 알려준다. 시리다 못해 짜릿한 감각이.. 조용히 있으려 노력했던 나를..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

 

  “..조용히 해.”

 

  “윽!! 아픈데 어떡하냐!”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표정에 무거운 느낌의 감정이 실려있었다. 사춘기 어린 내 마음이 저절로 반박하려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다시금 얼굴을 내비친 면봉이 얼굴을 부비며 무릎에게 애교를 부리는 걸 마주한 순간, 턱하고 행동에 딜레이가 걸렸고.. 온 몸에서 소름이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소리지르는 걸 두 번 보이고 싶지 않아서 입술을 질끈 물었다보니 한 가지 행동을 소비해 버려 하려던 움직임인 목소리를.. 바깥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적당한 두께로 무릎에 약이 입혀지고, 반창고가 상처를 껴안는다. 고통의 시기는 어느샌가 지나갔고, 멀뚱멀뚱 보고 있던 내 모습을 보며 녀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 상황에 대한 걸 물어보는 듯 했다.

 

  “..왜 거기에 있었는데.”

 

  무슨 말이든 하려 했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이런 버벅임 속 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사실이란 이름의 진실 뿐.

 

  “어.. 그게.. 음..”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녀석의 표정을 읽어보고자 노력했지만.. 녀석은 딱히 화난 것 같지도 않았을 뿐 더러, 그렇다고 다른 느낌이 섞여 있지도 않았다. 의미섞인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형상에, 유단자인 나도 당황을 잔뜩 드러내고 말았다.

 

  ‘..저..저게 뭐야!’

  ‘저런 표정이 제일 무서워, 읽을 수가 없잖아?!’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머뭇거리는 내 회로 앞, 다시금 녀석의 말이 주도권을 잡는다.

 

  “..언제 온 건데.”

  “얼마나 들은건데.”

 

  이제서야 제대로 마주한 녀석의 표정.

  화가 담겨있는 줄 알았던 표정이라는 그릇에는.. 화는 커녕 불안과 슬픔이 담겨져 있었다.

 

  저절로 조심스러워진 생각들이, 평범한 말을 꺼내려다 녀석의 말을 듣고 바로 명령을 취소시켰다. 그래, 지금의 공기에 미숙한 거짓말까지 뿌리면.. 더욱 답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왠지 모를 숨기고 싶음이 머리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사실대로 녀석에게 말하기로 했다.

 

  “어.. 나는 그러니까.. 너희 엄마께서 우리집에 오셔서..”

  “일 관련얘기를 하고 계시길래..”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목소리.

  그래도 이왕 설명하는거 제대로 말하자 다짐하고 목소리에 살짝 힘을 주었다.

 

  “니가 힘들어 할 까 싶어서 걱정되서 왔는데..”

  “불편하게 자고 있길래 공책을 빼주려는데 공책이 찢어져가지고..”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니가 일어나려고 해서 나도 모르게 장롱에 숨었는데..”

  “여차저차 어쩌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되버렸네..”

 

  있는 그대로를 천천히 설명했는데.. 어떤 부분에 반응한 건지 녀석이 중간중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움찔거리고 있었다. 혹시라도 기분나빴을까 싶어, 잘못한 부분을 다시금 곱씹은 뒤 녓거에게 바로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넸다.

 

  “어.. 그러니까.. 나쁜의도는 아니였는데.. 미안.”

 

  들려올 대답을 기다리며 사과를 이어가고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녀석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다른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책상 위 구겨져버린 종이를 빠르게 손에 쥔 녀석이 포스트잇을 나에게로 가져왔다. 동시에, 허탈한 웃음이 섞여있는 녀석의 말이 나에게로 전해진다.

 

  “..그럼, 이거 봤다는 거네.”

 

  “아..뭐.. 그렇지.”

 

  녀석의 슬픈표정을 보고자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었다.

  오해를 품은 건 아닐까라는.. 조그만 가능성을 떠올린 나는, 녀석에게 상황을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경찰아저씨가 다 얘기해주셨어.”

 

  아무 말이 돌아 오질 않는다.

  그래도.. 조그만 오해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녀석에게 상황 속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야~ 와중에 그..그런 상황이었으면 나한테 말 해주면 되는 걸 따로 가서 왜 그렇게 화를 냈냐?”

  “니가 화내면서 이거 떨어트리고 갔다면서 경찰아저씨가 나한테 종이 주셨어.”

  “뭐, 어짜피 난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나쁜 건 아니지? 하하!!”

 

  어떻게든 웃어넘기려 노력했지만.. 내 말을 듣고 있는 녀석의 표정은 여전히 슬픔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랑 상관 있다고 말하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거리를 둔 채 혼잣말로 속삭이는 녀석의 공기소리가 나에게 까지 닿아오진 않는다.

  중얼거림이라는 생각만 들 뿐, 정확한 형태로 귀에 닿아오지는 않는다.

 

  그 대신, 허탈함을 잔뜩 묻힌 미소가 내 피부를 스쳐지나갔다.

  자연스레 걱정이 피어올라, 녀석에게 다가가 괜찮냐는 질문을 이었다.

 

  “야, 너 괜찮아? 혹시 어디 아프다거나..”

 

  흔들리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뭔가 어색했다. 지금의 상황 뿐 만 아니라, 여러가지 순간들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듯 보이는.. 녀석의 지친 모습. 중심을 잃지는 않았지만, 과부화 상태인건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스스로도 조절 못하는 감정들이 녀석에게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언가를 한다고 바뀔 수 있는게 아니었고, 바람의 흐름 자체가 녀석에게서 우러나오는 고민이라는 걸 잔뜩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상처받지 않을까.”

 

  “…?”

 

  갑자기 얼굴을 내민 ‘상처’란 단어. 왜 찾아온 건 지 이유를 모르겠다.

  일단, 녀석의 말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무슨 소리야, 내가 상처받을 일이 뭐가 있냐..”

  “니가 나한테 많은 걸 주긴 했지만.. 그 중에 상처는 없어.”

 

  어떻게든 녀석을 돕고 싶었으나.. 내 말이 녀석에게 제대로 닿기는 어려웠다.

  한 번 흘러나온 허스키의 말들이.. 하나 둘 씩 우르르 바깥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이미 너한테 많은 걸 잃게 해버렸는데..”

 

  ‘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녀석이 곧바로 이상한 말들을 이어나간다.

 

  “나 때문에..”

  “.. 그렇게 조심해왔는데..”

  “옆에 있고 싶은 것 뿐이었는데..”

  “상처받게 하지 않고 싶은데.. 이미 큰 상처를 줬는데..”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녀석의 흔들리는 동공이, 무너질 듯 중심을 잃었다.

  심지어, 평소 잘 보이지 않던.. 물방울까지.. 녀석의 아랫눈썹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는거야?”

  “이게 대체 뭔데 그러는데.”

  “어짜피 우리랑 연관된 것도 아닐거고..”

  “혹시, 엄마 소식이 마음 아픈거라면.. 네 잘못이 아니야.”

 

  녀석과 어떻게든 시선을 맞췄는데..

  녀석의 생각 속에는 빈틈이 존재 하지 않았다. 내 말이 닿지 않았다.

 

  “..난.. 말해 줄 수 없어.”

  “오랫동안 담아둔 기간만큼 몇 배로 힘들어하면 어떡해.”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을 삼켜왔는데..”

  “..해치려하고 있어.”

 

  드디어 마주한 녀석의 눈.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 서려있는 눈의 유리창을 마주하자마자.. 무엇을 해야하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안돼.. 상처받지 마.”

  “어떻게 하면 항상 웃게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피해를 주지 않고.. 웃는 모습을 이어가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쪽을 골라도.. 다 상처입히는 선택지야..”

  “욕심은 안 돼. 말려줘, 부탁이야.”

 

  녀석의 손이 눈에 보이는 떨림을 드러내며 나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영문 모를 말들을 늘어놓는 녀석이었기에.. 내 멋대로 애매한 의미의 말을 들썩일 수는 없었다.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거고.. 누굴 상처준거고.. 누굴 저렇게나 걱정하는 걸까. 내가 다 불안할 정도의 맹목적임이 눈 앞에서 흔들림을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당장 물어보려 해도..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짐작이 안간다. 아까 전의 말들도 대부분 혼잣말 느낌이었기에, 익숙한 소리를 발견하지 못 한 데다.. 녀석의 힘들어하는 표정이 걱정의 앞에 아른거려서 아무 말도 시작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걱정과 함께.. 어떻게든 떠오른 말을 녀석에게 전했다.

 

  “야.. 난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 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괜찮다면.. 부탁이야, 자세히 말해줘. 듣고싶어.”

 

  “….”

 

  힘 없이 들어 올려지는 고개가.. 완벽히는 아니어도 적당히 중심을 유지하며 나와 눈을 맞춘다. 갑작스러움에 감정적으로 답변하기보다는.. 눈 앞에서 무언가를 드러내는 녀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들려오는 무언가에, 내가 모를 진심이 섞여있다면, 공감이나 위로를 전하고 싶다.

 

  미숙하더라도.. 부족 하더라도..

  내가 함께하는 게 1이라는 수치밖에 안 된다고 해도, 100을 99로 만드는 힘 정도는 있다는 거니까. 그 정도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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