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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5colors, 날 반 미치게 하는너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7.11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우주대스타 오색조(五色鳥)

[미친, 팔색조도 아니고 오색조는 뭐냐? 설마 다섯 명이라고 오색조는 아니지?]
[아무리 아이돌 전성시대라지만, 살다살다 새 컨샙은 처음 보네요. 설마 비둘기도 있나요?]

이름부터 병맛미 넘치는 그들이 처음 데뷔했을 때 쏟아지는 반응은 처참했다. 그런 그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 여자들에게 농익은 남자의 매력을 선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긴 시절을 조류돌이라 불리며 가요계의 놀림을 받던 그들은, 어느새 OSJ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며 아이돌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찬란한 빛에 이끌린 돈 겁나 많은 빠순이, 박순희와 그녀의 친구 정신과 의사 정시나가 우연히 우주대스타 오색조와 엮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

이메일: pusin21@naver.com

 
너 하나 이러는 거 보겠다고, 내가 천만원을 썼다.
작성일 : 20-07-12 21:36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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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싫어.”

 “뭐? 싫어??”

 

 시나의 대답은 당연히 예스일거라 생각했다. 비록 서울 외곽이라지만 병원 월세가 무료 한 달에 350만원이었다. 아무리 박순희가 돈이 많다지만 딴에는 나름 큰맘 먹고 제안한 건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싫다니. 이거, 예상치 못한 대답에 순희의 두 눈과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싫어? 아니, 왜?”

 

 놀란 순희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시나는 평온한 표정이다. 그녀는 의자에 뉘인 오징어마냥 흐느적대면서 주머니에서 꺼낸 볼펜을 이리저리 돌리며 저랑은 상관 없다는 이야기인 양 무심히 대답한다.

 

 “귀찮으니까.”

 “뭐?”

 “귀찮다고. 까짓거 그냥 환자 상담하고 말지. 그 돈 아끼자고 하루뿐인 주말을 웃기지도 않은 꽃돌이들 쫒아 다니는데 쓰고 싶지는 않거든. 그런 이뤄지지도 않을 허상들을 쫒는데 귀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잖아?”

 

 구라도 이런 개구라가 있을 수 없었다. 사실 시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월 300을 아낄 수 있다니! 이거 1년 이면 오천이잖아!’

 자고로 제안이란 것은 덥석 받아 물면 안 되는 법이었다. 스키너의 실험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만족은 자고로 지연되어야 나중에 더 큰 쾌감을 주는 법이다.

 

 ‘훗. 제법 놀란 눈치군.’

 시나는 슬쩍 순희의 표정을 살폈다. 여전히 얼이 빠져 저를 보고 있는 저 돈이 썩어나는 빠순이를 보니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져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비죽거렸다. 이제 어디 한번 밀당을 해볼까?

 

 “너 내가 싫다는 게 그렇게 충격적이야?”

 “…어. 좀 많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쉬는 날이 일요일 단 하루잖아. 그런데 그 쉬는 날, 피로를 풀지 못하면 환자들 상담은 어떻게 하니? 사람들, 자기 말 잘 듣고 있는지 아닌지 귀신처럼 안다? 그리고 난 언제나 진심이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거든.”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야. 미안하다.”

 “에이, 뭐 우리 사이에 미안할 것 까지-”

 “그냥 못들은 걸로 해.”

 “어?”

 “내가 생각이 짧았어. 네가 보통 직업도 아니고, 아픈 사람들 치료하는 의사인데. 미안하다. 나 갈게.”

 

 순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지만 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에? 이게 아닌데!’

 

 시나는 황급히 의자 손잡이를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워 순희를 불러 세웠지만 그녀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아니, 야! 순희야 잠깐만! 야!”

 

 순희가 문고리에 손을 올린 그 순간 허겁지겁 뛰어간 시나가 그녀의 가녀린 팔을 붙잡았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시나를 쳐다보며 순희는 나지막히 말했다.

 

 “고?”

 “어…?”

 “이게 어디서 되도 않은 연기 질이야. 콱!”

 “알고 있었냐…?”

 “내 너를 20년을 봤다. 어디 그런 내 앞에서 되도 않는 발연기질이야…. 죽을래? 나 우리 오색이들 연기 아님 다 극혐이라고.”

 

 시나는 드라마 속의 부잣집 시어머니들처럼 고고하게 저를 내려다보며 꾸짖는 순희의 말에 비굴하게 몸을 바싹 낮추고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까 그 제안 아직도 유효한 거지?”

 “뭐.”

 “에이~ 알면서 그런다. 내가 네 사랑 오색이들 팬질하는 데 같이 따라다니면, 너 진짜 월세 안 받는 거다? 1년간~?”

 

 

  **

 

 

 ‘하…. 저 재수 없는 건물주 같으니라고.’

 

 시나는 종이가방에서 거대한 날개 두 짝을 꺼내다 말곤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보았다.

 

 오색조가 우주급이긴 우주급인가 보다. 저 멀리 우주의 어느 소행성이라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길쭉한 카메라까지 대동하는 걸 보면 말이다.

 

 요상한 망원경 카메라를 든 순희가 한쪽 팔을 번쩍 들고는 시나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앙큼하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아…, 그러니까 이거 입고 사진 찍어 달라, 그 말씀인거죠?”

 

 시나의 시선이 다시,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당황한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보들보들한 아기 궁둥이를 연상시키는 뽀얀 볼이, 인위적인 미소 때문에 힘껏 부풀 듯 올라와 있었다. 그 앙증맞은 볼 위에 박힌 두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그 눈동자가 시나가 꺼내든 샛노랗고 거대한 그것에 고정된 채, 선풍기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네.”

 

 시나는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시나는 지금 오색조의 7집 발매 기념 팬 사인회에 와 있다. 그리고 건물주 순희의 명에 따라 그녀의 차애, 즉 두 번째로 애정하는 맴버 강찬에게 순희가 직접 준비한 소품을 들이밀고 있었다.

 

 “이 모자도 같이요.”

 

 카나리아의 노란 날개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팔 토시와 모자를 내려놓으며, 시나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강찬은 새 깃털을 한땀 한땀 기워 단 듯한, 우스꽝스러운 샛노랗고 거대한 팔 토시 두 짝과 볼터치를 한 카나리아 모자를 바라보았다.

 

 애당초 그룹이 결성될 때부터 카나리아였던 강찬이었지만, 이렇게 고퀄리티의 새 날개를 받아보기는 데뷔 후 처음이었다.

 

 애써 웃고 있었지만, 승천한 듯 한껏 부풀어진 광대에선 저도 모르게 경련이 일었고, 잘 정리된 숱이 많은 가지런한 두 눈썹은 거센 비에 지상으로 도망쳐 나온 지렁이마냥 꿈틀거렸다. 너무 쓸 데 없이, 필요 이상의 고퀄이었다.

 

 “많이 싫으신가 봐요. 이 날개 이래봬도 팡드레 킴 선생님께 부탁해서 만든 건데.”

 “아…”

 

 대한민국 패션계의 거장 팡드레 킴의 작품이라면, 이 과분한 화려함이 남득이 갔다. 강찬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카나리아 모자를 쓰고 눈을 찡긋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은 그녀는,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는 듯, 짜증스럽게 강찬을 보고 있었다.

 

 ‘뭐야…이 사람. 진짜 내 팬 맞아?’

 그 위에 박혀 있는 ‘또 나만 진심이지?’ 라는 문구. 대체 뭐가 나만 진심이라는 거지?

 

 “아, 싫은 건 아니고, 조금 당황해서요.”

 “시간도 얼마 없는데, 빨리 입어주시면 안될까요?”

 

 화려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고양이 상의 여자는 자꾸 뒤를 힐끔힐끔 거리며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있었다. 강찬은 내키지 않지만 여자가 내려놓은 거대한 팔 토시를 집어 들었다.

 

 순간, 양 옆에 앉아있던 멤버들과, 그들의 앞에 앉아있는 팬들의 시선이 모두 강찬을 향하는가 싶더니 ‘우와아아’ 하는 경탄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마치 절대반지를 집어든 기분이라고나 할까. 강찬은 제 손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팔토시를 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팬의 부탁이 아닌가. 이 사인회를 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강찬 역시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기에, 비록 조금 정상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보이지만 자신의 팬을 위해서 이 정도쯤은 감수할 수는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

 강찬이 그 아름다운 날개를 양팔에 장착하자 팬들의 함성이 쏟아지며 찰칵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터졌다. 강찬은 수치스러웠지만, 웃었다.

 

 ‘이렇게 빌어먹을 카나리아 사진이 또 하나 완성되는 건가. 돈벌어먹고 살기 참 힘들구나.’하면서 말이다.

 

 “아. 맞다. 모자도.”

 

 여자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더니 긴팔 원숭이가 울고 갈만큼 긴 팔을 쭈욱 뻗어 강찬의 머리위로 카나리아 모자를 떨어트렸다. 마치 그곳이 제가 있을 자리라는 걸 알고 있는 듯, 강찬의 작은 머리위로 새빨간 볼 터치를 한 카나리아의 머리가 쏘옥 내려앉았다.

 

 꺄아아아! 강찬아! 귀여워! 귀여워요 오빠!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에 강찬은 애써 웃음 지으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런 날이면 강찬은 가끔씩 이렇게까지 하면서 아이돌을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고는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이런 일인 것임을.

 

 “저, 이제 벗어도 됐죠?”

 “아뇨. 그래도 귀한 작품인데, 날개 짓은 몇 번 해주셔야죠.”

 “네?”

 “파.닥.파.닥. 이렇게요.”

 “저기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치솟아 강찬은 이곳이 팬싸인회라는 것을 잊고는 저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묻자, 여자는 또 귀신같이 그걸 알아보고는 억지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니…. 그래도 강찬씨 이러는 거, 하나 보겠다고 천만원을 썼다는데….”

 “네? 얼마요?”

 “아니…뭐 액수가 중요한 건 아니고. 뭐 어쨋든 팡드레 킴 선생님께서도 기대하고 계실 거 같고, 무엇보다도 저 뒤에 있는 알파카들도 더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가 고갯짓으로 환호하고 있는 팬들을 가리켰다. 그녀들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보여줄 거지? 그럴 거지? 맛보게 해줄 거지?’

 

 초롱초롱한 그 눈빛은 주인이 간식을 주기만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눈빛과 같았다. 저 눈빛을 외면할 수 있으랴. 다른 이들도 아닌 알고싶다 파이브 칼라, 알파카들인데.

 

 강찬은 깊은 한숨을 내 쉬며 눈을 감고는 양 팔을 들어올렸다. 유광 코팅이 되어 빛을 무지막지하게 반사하는 두 날개는 마치 천사의 재림을 알리는 것 마냥 그를 바라보는 이들을 눈부시게 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리베라 소년 합창단의 상투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가지가지 한다.

 

 “파닥파닥”

 

 강찬은 튀어오르는 욕지거리를 집어삼키며 앞에 앉은 여자의 명령에 따라 힘껏 펼친 날개를 뻗고는 힘차게 날개짓했다. 파닥. 파닥.

 

 “한번 더요,”

 

 하, 안무 점검 받는 것도 아니고….

 

 파닥.

 꺄아아아아아아아

 

 그게 강찬과 시나의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 말
 

 귀찮아하면서도 다 해줄거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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