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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5colors, 날 반 미치게 하는너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7.11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우주대스타 오색조(五色鳥)

[미친, 팔색조도 아니고 오색조는 뭐냐? 설마 다섯 명이라고 오색조는 아니지?]
[아무리 아이돌 전성시대라지만, 살다살다 새 컨샙은 처음 보네요. 설마 비둘기도 있나요?]

이름부터 병맛미 넘치는 그들이 처음 데뷔했을 때 쏟아지는 반응은 처참했다. 그런 그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 여자들에게 농익은 남자의 매력을 선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긴 시절을 조류돌이라 불리며 가요계의 놀림을 받던 그들은, 어느새 OSJ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며 아이돌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찬란한 빛에 이끌린 돈 겁나 많은 빠순이, 박순희와 그녀의 친구 정신과 의사 정시나가 우연히 우주대스타 오색조와 엮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

이메일: pusin21@naver.com

 
너 나랑 같이 팬질 안 할래?
작성일 : 20-07-11 22:55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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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따스한 햇살이 너른 창을 안으로 잔잔히 쏟아져 내렸다. 하얀 의사가운을 입은 긴 생머리의 여자가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같은 모양새로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며 병원 프론트의 번호가 떠올랐다. 여자는 긴팔을 뻗어 오른쪽으로 기운 얼굴의 반대편에 수화기를 갖다 댔다.

 

 “어. 김 간호사”

 “원장님. 친구 분 찾아오셨습니다. 박순희님이요.”

 “돌려보내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벌컥 하고 문이 열리며 똑 단발에 알이 큰 금테 안경을 낀 여성이 들어왔다. 빨간색 파란색 흰색등 다섯 가지 색의 스트라이프 무늬의 맨투맨을 입은 그녀는 문을 박차며 큰소리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정 원장. 환자도 없는데, 귀한 손님을 이딴 식으로 돌려보내면 쓰나?”

 “시끄럽고, 돌아가세요.”

 “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저따구로 말을 하니 장사가 안 되지. 넌 좀 말이야 사회적 미소를 장착할 필요성이 있어.”

 “됐다. 현생에 미련 없다.”

 “이 병원 차린다고 쓴 대출금이나 갚고 말하시지?”

 “용건이 뭐야?”

 “아 맞다!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비록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지만 제법 똑 소리나 보이는 그 여성은 아차 싶었는지 양손으로 짝 소리를 내보이더니, 이내 공격적이었던 태세를 바로 부드럽게 전환했다. 기관차가 증기를 뿜어내듯 ‘시나야~’하며 콧소리를 뿜어대는 그녀는 여전히 의자위에 널브러져 있는 여자를 향해 파리처럼 양 손을 비비적 거리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시나야~ 이번 주 일요일날 뭐해?”

 “밀린 미드 볼 건데.”

 “그럼 나랑, 우리 오색이들 팬 사인회 같이 안 갈래?”

 “미드 볼 거라니까? 그리고 주말은 쉬느라 있는 거다. 난 그딴 쓸 모 없는 일에 시간 쓰지 않아.”

 “뭐? 쓸 모?”

 

 살랑살랑 걸어오던 순희는 순식간에 얼굴을 확 구기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잔뜩 흥분한 순희와는 대조적으로, 의자에 앉은 시나라는 이름의 여자는 몸을 좌우로 돌리며 무심한 표정으로 오늘의 뉴스를 클릭하고 있다. 그녀가 긴 손으로 마우스의 왼쪽 버튼을 클릭할 때마다 따닥, 따닥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희는 한 순간 욱하고 치솟은 제 감정을 무거운 눈꺼풀 속으로 감추었다. 최종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현재의 욕구를 자제해야만 했다. 이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순희는 가슴팍위로 제 고운 손을 올리고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동그란 금테 안경 너머에 그녀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르 떨리더니 이내 진정을 되찾았다. 순희는 제 얇은 입술을 길게 올리며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어야 기쁜 거라잖아? 그러니 웃으면 화도 달아 날거야~’ 라고 자위하며.

 

 두 눈을 꼬옥 감고 조커처럼 쭉 찢듯 인위적인 미소를 지은 채, 쉼 호흡을 하고 있는 제 친구를 바라보며 시나는 두 번째 손가락을 머리 옆으로 들어 올려 뱅뱅 돌려보았다.

 

 ‘저거, 저거. 나이 서른 다 돼서 아이돌에 미쳐가지고는…. 하여간 하는 짓이 정상은 아니야.’

 

 그런 제 시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순희가 큰 눈을 부릅 뜨듯 번쩍 뜨자, 시나는 황급히 제 손가락을 가운 주머니 안으로 감추었다. 순희는 싱글싱글 웃으며 시나의 책상 맞은 편 의자에 살포시 걸터앉았다.

 

 “시나야. 우린 쓸 모 없는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니.고. 창조적인 일을 하러 가는 거야. 팬 사인회 가잖아? 꽃동산도 그런 꽃동산이 있을 수 없다?”

 “응. 그렇~구나~ 그 좋은 곳 너님 혼자 가세요. 바바이~”

 “야!”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뜨며 책상을 팡! 내리치는 순희의 행동에 이제껏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던 시나가 움찔하고는 이를 악물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20년지기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친구는 또 다시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정히 말을 이어갔다.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나 앨범 500장이나 샀단 말이야~”

 “… 너 방금 뭐라고 했냐?”

 “뭐가~?”

 “500장?”

 

 시나는 제 귀를 의심했다. 장당 최소 2만원 이상 하는 앨범을, 고작 한 두시간 짜리 팬사인회에 가겠다고 500장을 샀다고? 그 웃기지도 조류돌 사인하나 받자고, 천만원을?

 

 “네가 미친 여자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미쳤는 줄은 미처 몰랐네.”

 “어허. 미치다니! 그게 정신과 의사란 작자가 할 말이냐? 그리고 사람이 제 분수에 맞게 소비를 했는데 미친 짓이라니~ 네가 뭘 모르나 본데, 내 생애 가장 합리적인 소비가 얘네한테 쓰는 거야. 그리고 이 얼굴을 보고 어떻게 사람이 안 미쳐!”

 

 어느새 눈 절반을 흰자위로 채운 순희가, 미소년 5명의 인화되어있는 제 스마트폰 케이스를 들이민다.

 

 “자! 봐봐. 완전 죽이지? 궁금하지? 실제로 이 아이들을 영접하고 싶지 않니?”

 

 시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순희가 들이미는 사진을 떨떠름하게 쳐다보았다. 확실히 곱상하게 생긴 남정네들임엔 분명했다. 비록 입 밖으로 꺼내기 촌스러울 정도의 이름이었지만. 하긴…. 얘네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이상,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앵무새느니, 공작새느니 해대는 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을 터였다.

 

 인간의 가장 큰 욕구인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치욕까지 무릅썼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에 연민이 싹텄다. 그리고 그 것을 눈치 챈 순희가 재빨리 그 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시나야. 제발 금쪽같은 내 돈 1000만원을 봐서라도 사인회에 같이 가주면 안 돼? 나 말이야. 우리 애들한테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고작 나 하나론 그 욕심을 다 채울 수가 없어. 응? 시나야. 부탁이다.”

 “대체 무슨 욕구가 그리 네 안에 가득한데?”

 

 박순희. 방년29세. 오색조의 빠순이인 그녀는 팬들 사이에서도 새 박사, 닥터버드로 유명했다. 오색조의 모든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수백 장씩 앨범을 사들이는 그녀는, 고품질, 고화질의 사진들을 찍어내고는 했는데, 팬 사인회에서 찍은 사진은 슬로건, 그립톡, 부채 등 다양한 굿즈로 재탄생되어 적잖은 돈이 되어 순희에게 돌아오곤 했다. 진정한 참 순환이라고나 할까. 팬들은 이런 순희에게 덕업일치도 이런 덕업일치가 없다며 부러움을 표하고는 했다. 똑같은 팬싸를 가는데, 어째서 닥터버드만이 이렇게 찰나의 순간을 잘 포착할 수 있는지, 진정한 재능이었다.

 

 “나 우리 애들한테 의사가운도 입혀보고 싶고, 혀 내밀고 윙크하는 사진도 찍고 싶고 막 그래. 응? 제발. 제발 내 부탁이야. 너도 알잖아. 나 얘네 덕질 말곤 삶의 낙이 없어. 아니, 얘넨 이제 나에게 있어 유일신이자, 종교야.”

 “그래서 삶의 낙을 찾으려고 한다는 짓이 걔네 갖고 이상한 소설 쓰는 거냐?”

 “이상한 소설이라니…? 너 그 소설이 한 달에 몇 건씩 다운로드 되는 줄 아니?”

 “20만 건이라며. 난 그 남정네들끼리 물고 빠는 걸 적은 네 글을 20만이나 본다는 거 자체가 쇼킹해. 그런 거보면 인생 참 덧없어. 누군 그따위 글로 매달 남들 연봉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누군 뭐같이 공부했는데도 대출금이나 갚고 있으니.”

 

 순희에 비하면 시나의 인생은 고달파도 이렇게 고달플 수 없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만 되면 인생 펼 줄 알았는데, 펴지기는 개뿔. 아직도 구겨진 시나의 인생은 도당체가 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의원 차린다고 들어간 돈이 몇 억인지. 오히려 덕질에서 시작된 주식과, 웹소설이 대박 나, 돈이란 돈은 모조리 쓸어 모으고 있는 저 박순희 인생이 훨씬 순탄해 보인다.

 

 “아무튼 됐어. 여기 대한민국,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나라야. 그러니까 네 종교 나한테 강요 하지 마. 갈 거면 알파카인가 뭔가 하는 너희 빠순이들 중에 한 명 데리고 가던지.”

 “어허! 무슨 큰일 날 소리! 야, 생각해봐. 걔들은 어차피 당첨될 때까지 지들 돈 더 쓰면서 앨범판매율까지 올려줄 거야. 근데, 넌 안 살 거잖아.”

 “어 평생 걔네 앨범 같은 거 살 일 없음. 됐지? 이제 그만 하고 나가.”

 

 완강했다. 처음부터 쉬이 같이 가주리라 예상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완고하다. 순희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몇 년을 함께 다니던 단짝과 소원해진 뒤로 몇 달을 혼자 팬질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외로움이 컸었다.

 

 처음부터 혼자였음 모를까, 항상 같이 각종 팬사인회와 콘서트를 다니던 이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만 느껴지던 오색조의 6집이었다. 6집, 오색조가 대한민국 최강을 넘어 우주대스타가 된 역사적인 6집, 그리고 그 뒤 우주대스타로서 발매하는 첫 앨범인 7집 활동은, 정말이지 자신의 모든 걸 불태워서라도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친구가 필요했다.

 

 순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시나가 그런 순희를 보며 이제 포기하고 돌아가겠거니 싶은 그때, 순희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달콤한 제안이 흘러나왔다.

 

 “너 내가 일년동안 여기 월세 안 받으면, 일년간 나 따라서 우리 오색이들 팬질하러 다닐래?”

 “…뭐?”

 “내가 일년동안 여기 월세 안 받겠다고. 대신, 넌 나랑 같이 팬질하러 다녀해. 어때?”

 

 
작가의 말
 

 팬질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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