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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25화 <one by one>
작성일 : 20-06-30 22:56     조회 : 83     추천 : 0     분량 : 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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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니? 이건 대체?”

 

 성혁의 미간이 있는 대로 찌푸려졌다. 유진의 집에 놓인 TV는 HDR까지 지원되는 최신형 3D입체 와이드 커브드 디스플레이었다. 그런데 그 훌륭한 디스플레이 한 귀퉁이에 이상한 고양이 모양의 싼 티나는 금딱지가 붙어 있었다.

 

 “아, 그거요. 그 뭐더라... 전자파 스티커? 아니다. 전자파 차단 스티커!”

 

 오늘도 성혁이 바리바리 사 온 각종 음료수며 먹을거리를 냉장고에 정리하던 유진이 쾌활하게 외쳤다. 그 천진난만한 대답에 성혁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이런 걸 왜 붙인 거니?”

 “그게 TV 전자파를 막아준대요.”

 “대체 누가?”

 “어... 대학교 누나들이요.”

 

 성혁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놈의 대학교 누나들. 성혁이 보건데 그들은 유진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세상에서 알 가치가 없는 쓰레기 같은 잡지식을 지나치게 알려주는 공해를 저지르고 있었다.

 

 “누나들 컴퓨터에 보니까 다들 이런 게 붙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고 이걸 산 거야?”

 “아니오, 선물로 받았어요. 제가 이거 뭐냐고 물어보니까 귀엽지 않냐면서 저한테 잔뜩 쥐어주시더라고요.”

 “저게 또 있어?”

 

 유진이 해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상 위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전자파 차단 스티커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TV에도 붙이고, 컴퓨터에도 붙이고, 전자렌지랑 냉장고에도 붙였어요. 아, 휴대폰에도. 그런데도 아직 많이 남았어요.”

 

 그 말에 경악에 찬 성혁이 집안을 둘러봤다. 과연, 이전에는 없었던 금빛 물결이 방 안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성혁의 눈에는 그 광경이 엄청난 돈을 들여 채운 가구와 인테리어들이 순식간에 싸구려로 전락하는 비극으로 보였다.

 

 “이거 다 떼렴.”

 “엇, 왜요?”

 “아니다. 괜히 네가 떼다가 스크래치 날라. 내일 청소 부르마.”

 

 누가 정치인 아니랄까봐, 마치 독재자 같은 단호함이었다. 유진의 입이 자신도 모르게 삐죽 나와 버렸다. 유진을 지나쳐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집어 들던 성혁은 그런 유진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삐죽 나온 입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에휴. 이 세상 물정 모르는 것아.”

 

 탄산수를 한 모금 마시며 성혁은 말을 이었다.

 

 “이런 건 다 사기야. 물건 팔아먹으려는 상술이지. 가전제품이 시중에 판매되려면 의무적으로 전자파 기준을 맞춰야 해. 그래서 인체에 크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의 전자파는 애초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금색 스티커가 또 거슬렸다.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색상을 정하고 펄로 섬세하게 마감한 것인데, 덕분에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사방으로 퍼지는 전자파를 막으려면, 가전제품 전체를 모두 감싸야 해. 이런 허접한 스티커 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근데 누나들은 다 이거 붙이고 다닌단 말예요.”

 “그 누나들은 대체 무슨 과 몇 학년이니?”

 

 짜증과 한심함이 섞인 성혁의 말에 유진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대체 그 누나라는 사람들이 뭘 가르쳐 놓은 건지, 골치 아프게 되었다. 조만간 얘가 누구에게 뭘 어떻게 배우는 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유진이 처음 검정고시를 본다고 했을 때, 있는 것, 없는 것 다 사다 챙겨준 성혁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진은 그 어떤 공부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애가 염세주의자나 허무주의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세상을 배우는 것에 경기를 일으킬 만큼 공부를 싫어했다. 검정고시를 보라고 몇 번이나 권유했지만, 쓸모도 없는 졸업장 필요 없다며 거절하던 애였다.

 그런 애가 검정고시를 보겠다니 드디어 네가 철이 들었구나 싶어 기특하기도 하고, 그동안 이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해준 조언들이 빛을 발하는 구나 싶어 감개가 무량하기도 했다. 더욱 감격했던 것은, 애가 어디서 알아왔는지 대학생들이 검정고시생들을 멘토링 해주는 게 있더라면서 거기 가서 공부를 해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던 것이다.

 워낙 세상물정 모르는 애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터, 기사 딸린 차를 보내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유진은 끝끝내 거절했다. 결국 오피스텔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들을 타고 다니라고 택시비를 두둑하게 챙겨주는 걸로 그쳐야 했다. 근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유진아. 네가 절대 머리가 나쁜 애가 아니야. 오히려 똑똑한 애라고. 그런데 세상을 너무 몰라.”

 “... 배워가고 있어요.”

 “그래. 그 노력을 아니까 네가 멘토링 받는답시고 시답잖은 애들과 시간 보내는 걸 오케이 한 거지. 살다보면 그런 종류의 인간들도 다룰 줄 알아야 하니까.”

 

  성혁이 이렇게까지 나오면 그냥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었다. 나름 사람 좋고 젠틀한 사람이긴 한데... 재벌 출신 정치인, 거기다 스스로 지식인이라 자부하는 어마어마한 정체성 덕분인지 절대 유진이 무너뜨릴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그 벽은 가끔 이렇게 인간미 없는 방식으로 가시화되곤 했다.

 

 “아무튼 결론은, 이건 사이비들이 상술을 부려 만들어낸 상품이라는 거야. 물론, 경제학이나 기업의 전략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꽤나 브릴리언트하지. 그렇지만 그런 상술에 너까지 속아 넘어가는 건,”

 

 성혁이 뾰로통해 있는 유진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알겠지?”

 

 유진은 그냥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표정 풀고. 안그래도 민우 녀석 중2병 앓는 것에 시달리다 왔다고. 아들놈 내놓아버린 상황에서 믿을 게 너 밖에 더 있겠니?”

 

 성혁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볼멘소리를 했다. 보아하니 오늘도 아들인 민우와 한 판하고 온 모양이다.

 

 “민우는 그냥 두시라니까요. 알아서 잠잠해 질 거예요.”

 “그러면 다행이고.”

 

 유진이 테이블 앞에 앉자, 성혁이 기다렸다는 듯, 유진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에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 떠 있었다.

 

 “어? 이 사람은...”

 “아는 사람이니?”

 “아는 것까진 아니고, 몇 번 본 적은 있어요.”

 “그래?”

 “옆집 사시는 분 가족이잖아요.”

 

 휴대폰에 떠 있는 건 도현의 얼굴이었다.

 

 “그래? 몰랐네.”

 

 성혁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물론 말뿐이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일로 알게 된 사람이야. 앞으로 자주 만날 일 많을 거 같은데, 그래도 감은 좀 잡고 싶어서.”

 “아.. 그래요?”

 “네 옆집에 사는 여자 가족이라니, 이것도 인연이네.”

 “그렇죠...”

 

 유진은 성혁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도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현의 눈, 코, 입. 안나와 닮은 곳이라고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톡톡톡. 유진의 손가락이 핸드폰 화면에 닿았다. 순간, 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 그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성혁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유진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놨다.

 

 “뭔가가... 좋지 않니?”

 “네? 어... 그게...”

 

 당황했는지 유진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성혁의 날카로운 눈이 유진을 향했다.

 

 “일단, 느낌이 좋지는 않아요.”

 “좋지 않다고?”

 “네... 일적으로 알게 되셨다고 했죠?”

 “그래.”

 “같이 일하거나 그런 건 절대 하지 마세요. 아저씨랑 이 분이 같이 있으면 절대 좋은 결과는 나올 수 없을 거예요.”

 “그렇단 말이지...”

 

 유진의 말을 들은 성혁이 생각에 잠겼다.

 

 “근데 그게 왜 그런 걸까? 이 친구도 나름 수완 있고 성격도 꽤나 쾌활했거든. 나랑 맞지 않을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성혁의 질문에 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도현의 사진을 좀 더 오랫동안 바라봤다. 성혁은 리모컨을 찾아 에어컨을 틀었다. 유진의 이마에서는 더 많은 땀이 흘러 내렸던 것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가면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목적만을 위해 집요하게 행동하고요. 그리고 그 목적은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한 거예요.”

 “그래?”

 “그러니... 이 사람은 절대 누구랑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 사람이 아저씨와 무슨 일을 하기로 했다면 그건 원래 자기가 계획했던 일의 일부였던 것일 테니, 잘 알아보고 결정하세요.”

 

 유진이 겨우겨우 말을 마쳤다.

 

 “알겠다. 나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너한테 물어봤던 건데, 물어보길 잘 했구나. 그런데 넌 괜찮니?”

 

 성혁의 물음에 유진이 힘들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괜찮아요. 이분이 워낙에 많은 걸 숨기고 있어서 그런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밀려와서요. 그래서 그랬어요.”

 

 꼬치꼬치 캐물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의외로 성혁은 쉽게 납득하는 모양이었다. 유진은 성혁이 눈치채지 못하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이미지가 흐려져 있었다.

 뭔가, 능력에 이상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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