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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23화 <조정>
작성일 : 20-06-16 22:40     조회 : 94     추천 : 0     분량 : 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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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현의 집 2층. 이곳은 15년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매일 최신형 로봇청소기가 집안을 돌아다니며 나름 청소란 것을 하고는 있었지만, 결국 청소 흉내만 낼 뿐이었다. 집안의 틈새마다 끼인 먼지하며, 카펫과 소파에 쌓인 시간을 닦아내기엔 택도 없었다.

 

 그 먼지 속에 도현은 철푸덕 드러누웠다. 바깥 세상에서 채워온 신선한 공기가 몸 속에서 밀려나고, 다시 먼지가 도현의 폐와 혈관을 채워가고 있었다. 이제 그 먼지를 뇌로 올려 보낼 시간이었다.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설명할 수 없는 불쾌함이 가슴 언저리를 떠나지 않았다. 패기 좋게 성혁과 만난 이후 어느 한 순간, 체한 것처럼 가슴 속이 꽉 막혀오더니, 여전히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확실히, 오늘 만난 그는 좀 이상했다.

 

 

 

 

 “그 여자가... 성 대표 동생이라고?”

 

 성혁의 표정에 떠오른 것은 놀람을 넘어서 경악에 가까운 것이었다.

 

 “네... 모르셨군요. 저도 몇 번 들락날락 했었는데.”

 “흠흠.. 뭐, 나야 그쪽에 용건이 있어서 가끔 간 거니까.”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당황스러움이 안나와 도현의 관계가 아니라, 안나라는 사람 자체에서 오는 당황스러움인 듯 했다.

 

 “후원하는 아이가 있어 살피러 몇 번 갔었는데 이웃이 누군지 궁금하긴 했지. 그런데 성 대표 동생이었군요.”

 “네. 동생에게 들었습니다. 옆집에 어린 아이가 혼자 사는데 의원님이 가끔 오신다고요.”

 

 성혁은 성의없이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에 한 번 마주쳤던 적이 있죠. 꽤 패기 넘치는 친구 같던데... 대체 무슨 자신감이 있어 그런지 궁금했는데, 오늘 알겠어. 성 대표의 동생 정도 되니 그렇게 거침이 없었던 거지.”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저 긴 문장을 말하는 동안, 호감이라곤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니, 호감은커녕 안나를 떠올리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듯했다.

 

 “그나저나 의외군요. 그냥 잠깐 본 거지만... 성 대표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다르던데.”

 “그런가요?”

 “뭔가...”

 

 긴 침묵이 흘렀다.

 

 “... 굉장히 감성이 풍부한?”

 

 이제 좀 확실해 졌다. 인성혁은 안나라는 인물에게 뭔가 엄청난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짜증은 이해관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안나라는 인물 자체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호적만 같이 쓰는 호적메이트일 뿐이지만, 나름 안나가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인성혁이 안나에 대해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럼 나는?

 

 “저는 어떤데요?”

 

 성혁이 힐끔 도현을 바라봤다.

 

 “냉정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 같은데. 오늘 본 바로는.”

 “아... 그래요?”

 “참. 안목도 높고.”

 

 그게 다였다. 안나에 대해 말할 때와 달리, 어떤 감정적 동요도 없었고, 불안감도, 초조함도, 심지어 뻔뻔함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성혁의 태도에 오히려 초조해진 것은 도현이었다. 도무지 속을 읽을 수 없다는 답답함에 도현의 머릿속이 점점 뿌옇게 흐려지는 것 같았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한 걸음만 더 나가보자. 그러면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제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안평그룹.”

 

 성혁은 아무 변화 없는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언젠간 다시 부활시키려고 합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

 “멋지네. 자식이 부모의 업을 이어간다는 거.”

 “의원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성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 대표 쯤되는 인맥이면 나로서도 땡큐죠.”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성혁이 웃어른의 예를 갖춰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긴장을 숨기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최소한의 동요는 있을 줄 알았고,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감정은 숨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초조해진 도현이 안평그룹을 직접 입에 올렸음에도, 성혁에게서는 어떤 긴장이나 불안, 회한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이럴 수 있는 걸까?

 

 뭔가 모든 것이 꼬여버린 느낌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누워있던 도현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로봇청소기로 대충 쓸어낸 다른 공간과는 달리, 도현의 방만은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했다.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어긋나는 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조정을 해야 한다.

 도현의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현의 가족을 죽이고, 안평그룹을 몰락시켰으며, 수연의 가족도 죽인 김경식. 그래서 도현은 수연으로 하여금 김경식을 잡도록 했다. 그러나 김경식은 살해당했다. 그리고 김경식의 살해와 관련, 교도소장이 의문사했다. 소장이 죽던 날, 그의 행적을 쫓던 안나는 Bz호텔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역설적으로도, 안나는 오히려 괴한을 살해하고 말았다.

 

 Bz의 주인인 두 사람, 인경자와 인성혁.

 하지만 오늘, 도현은 성혁을 만났다. 인성혁은 자신과 안평 그룹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단지, 안나라는 인물에 대해선 뭔가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여기까지 정리하자, 뿌옇던 도현의 머릿속은 두 가지의 의문으로 압축되었다.

 

 인성혁은 안나의 어떤 것에 반응한 것일까?

 그리고 저 모든 과정 중, 인성혁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관되어 있을까?

 

 해결할 문제가 명백하게 정리되자, 밀려온 것은 오히려 허탈함과 불안함이었다. 만약 부모의 살해사건과 안평의 몰락에 인성혁의 지분이 없다면, 지금껏 확신을 가지고 내딛었던 자신의 발걸음을 다시 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쾅!]

 

 책상 위로 내리쳐진 도현의 손이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충분하진 않았지만, 적당히 자극된 통각이 오히려 머리를 맑게 만들었다.

 

 “정신 차리자. 이미 답은 예전에 얻었어.”

 

 복수의 타겟은 이미 명확했다.

 복수를 해야한다는 동기 또한 명확했다.

 

 그 두 가지면 충분했다.

 미씽링크 속에서 그것들이 얼마나 얽히고 설켰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시작점과 끝점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삐비비비- 삐비비비-]

 

 느닷없이 울리는 전화벨이 도현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안나였다.

 

 “무슨 일이야?”

 [그날 Bz 호텔에서 날 공격한 배후. 알아봤어요?]

 “아, 그거?”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말꼬리를 흐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공유해줘야 할까?

 

 아니, 수연에게 나의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을까?

 

 “이 소장의 은행 계좌를 추적해봤는데, Bz에서 세탁용으로 쓰는 계좌에서 입금된 기록이 확인됐어. 그 연결고리는 확실해.”

 [결국 Bz라는 거네요?]

 “그렇지.”

 

 전화 너머가 시끄러웠다.

 

 “밖이니?”

 [학교요.]

 “수업?”

 [... 그게 크죠.]

 

 겸사겸사 일이 있나 보다.

 

 “그래.”

 [퇴근은 오피스텔로 해요.]

 “알았어.”

 

 전화가 끊어졌다.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운명의 수레바퀴였다. 목적지에만 도착하면 그 뿐, 세세한 조정 따위 필요 없었다. 그냥, 굴러가게 두면 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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