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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114. 예상치 못했던
작성일 : 20-06-10 16:29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5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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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 예상치 못했던

 

 

 

  확장되는 동공과 갑작스러운 상황에 평수를 키우는 콧 구멍. 흘러가는 공기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 허스키가 무슨 생각을 품고 그러는 지 몰라도 안 된다는 건 확실했기에, 당장 큰 소리로 이러지 말라는 뜻을 표출했다. 상황이 상황이니, 평범하게 말하지 못하는 내 존댓말 정도는 녀석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예?! 뭐 하는!! 아니.. 아니요!! 저기요!! 이러지 마십시오 허스키씨!!”

 

  그만하라는 진지함을 담아, 허공에 안된다는 의미의 손 흔듬을 반복했지만, 녀석에게선 물러설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되려 단호한 표정으로 기선제압을 시전하더니.. 네 글자를 이용해 이내 입을 막아버렸다.

 

  “조용히 해.”

 

  내가 이렇게나 약한 존재 였던가. 나쁜감정이 1그램도 섞이지 않은 녀석의 순수한 단호함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진 않을 거란걸 어렴풋이 느꼈다. 어째선지 허스키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게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마른 침 넘기는 소리가 꿀꺽모양으로 한 숨 삼켜진다. 나는 멍하니 녀석의 옷이 목 쪽으로 올라가는 걸 바라보고 있다. 옷의 사그락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목에 휘감긴 검은 후드티의 얼굴이 구겨졌고, 안에 자리잡은 하얀 남방이 눈에 닿아왔다. 손을 위로 올려 부드럽게 옷을 벗는 녀석의 자세 때문일까. 당겨진 남방 단추의 주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옷과 녀석의 몸이 밀착한다는 신호를 알리고 있었다.

 

  내 몸과는 다른 다부짐. 아무 생각을 머금지 않은 채 멍하니 바라봄을 반복한다. 검은 후드티가 녀석의 몸에서 거의 벗어날 때 즈음, 남방 끝이 말려 올라가 녀석의 배 근육이 하얀빛 굴곡을 드러냈다. 햇빛이 닿지 않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그림자와 함께 숨어있던 그 부분의 피부는 확실한 우윳빛을 머금고 있었다. 두꺼운 듯 볼록한 느낌의 딱딱함과 다르게 부드러워 보이는 피부. 부끄럽다는 말보다 높게 자리잡은.. 묘한 느낌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윽.”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알려고 생각도 못 한 녀석의.. 나와는 다른 부분. 은밀한 부분을 안 듯한 미묘함에, 준비 하나 않고 있던 심장이, 세차게 냉수 끼얹은 마냥 긴장으로 얼어 붙었다. 멍해져버린 시선과 생각이.. 잠깐 사이 두근거림을 참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녹아내리길 반복했다.

 

  ‘임마.. 너 변태라고 알리기 싫으면 조용히 해라 심장아.’

 

  붉은 색 물감이 당황한 얼굴 위를 활개하는 사이, 고개에 뭉쳐진 부드러움 소리가 얹어졌고.. 녀석의 향기가 묻어있는 따뜻한 온기가.. 천천히.. 스르륵 내려와 목부터 내 골반부분을 꼬옥 감쌌다. 녀석이 입고 있던 후드티가.. 나에게 입혀져 있다. 옷 입은 내 몸을 멍하니 조금씩 흔들때마다.. 녀석이라는 향수를 뿌린 것처럼 부드러운 비누향기가 코를 감싸온다.

 

  지금 이라는 온기가 어색해, 녀석에게 어떻게 된 거냐는 자초지종을 물었다.

  말을 조금 버벅이긴 했지만, 입술을 움직일 제어력은 남아있었다.

 

  “..아..어.. 야, 너 뭐하는거..”

 

  아까 단호하게 ‘조용히 해’를 말하던 녀석과는 다른 느낌의 부드러움이 녀석의 살짝 휘어지는 미소에 비춰졌다. 내 버벅이는 질문에도.. 여느때처럼 비웃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심섞인 말로 나를 마주하고 있을 뿐,

 

  “뭘 입어도 너니까 행복하지만, 이 편이 네가 잘 보여서 좋아.”

 

  “..?!!”

 

  ..역시 녀석은 나쁜 녀석이 아니다. 보이지 않게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것 같다는 피부의 감각이.. 틀리지 않은 걸 보면, 허스키 녀석은.. 한 마디로.. 다정하다, 그래, 어떻게 생각해도 난 녀석을 좋은 쪽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이렇게나 따뜻한 녀석을 어떻게 나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허나, 직접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게.. 빈번하고 볼 순 없었기에.. 지금에 녹아있는 내가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무..뭐,.. 무무무..뭐..뭐라고?!”

 

  이상한 듯 묘한 감각의 최대 치. 게이지를 넘어버린 흔들림에 왠지 모르게 손이 떨렸다. 다시 한 번 들으면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 녀석에게 다가가 흔들리는 말 그대로 다시듣기를 요청했다.

 

  “어..야,. 그러니까..말.. 뭐..뭐..”

 

  무턱대고 다가간 탓에, 거리감을 유지하지 못했고, 두 손을 녀석의 얇은 남방 위에 잠시 얹었는데.. 왜 그런지 몰라도 허스키가 움찔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잠시 닿은 옷에 따뜻한 고동이 느껴진 것 같았는데.. 뭐랄까, 고동이 옮겨간건지.. 녀석의 얼굴도 은은한 분홍빛을 보이고 있었다. 녀석의 말에 당황한 나와 달리, 이번엔 녀석이 나로 인 해 당황한 것 처럼 보였다.

 

  “뭐.. 뭐하는!!”

 

  “아니.. 방금 뭐..”

 

  다시금 물어보려고 입술을 뻥끗거리다.. 급 정색을 하고 있는 녀석의 무덤덤함을 보고, 내 환각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성격 상 저런 말을.. 저렇게 부드럽게 하긴 어렵겠지. 퉁명스럽게 하면 몰라도. 뭐, 어떤 식으로 건네주었어도 같은 반응이었겠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무표정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질문의 뒤를 이어 반증한다.

  이제보니.. 뻣뻣하고 단호하게 서있는 회색빛 허스키가 정말 그런 말을 했을까.

 

  “뭘 했는데.”

 

  “아..아니야.”

 

  녀석이 한 것 같은 그 말을 반복해 눈 앞에 비추어보았다. 이제 보니,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던 내가 신기했다!! 감전된 마냥, 오글거림이 몸 전체에 찌릿찌릿 공격을 가했고, 말도 안 된다는 절레절레 밖에 떠오르지 않았기에,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 어번 친 다음 잘 못 들었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 잘 못 들었네.. 잘 못 들었잖아.. 어휴,.’

 

  상기 되어있는 생각을 가다듬은 뒤, 평소의 모습으로 ‘푸슈슉’ 돌아왔다.

  숨을 고르게 안정 시킨 뒤, 녀석에게 평범하게 후드티에 대해 물어보았다.

 

  “근데 너 괜찮아? 이거 나한테 줘버리면 어떡하냐. 넌 이제 옷 그거 하나 뿐인데.”

 

  “니가 너무 건강하니까 아랫배 근육이 보이잖아. 그걸로 라도 가려.”

 

  ..뭐야, 아랫배 근육있는거 어떻게 알았지.

  아니, 아랫배 근육이라고 포장한 것 뿐이지 사실.. 뱃살이다.

 

  “얌마!! 뭐라 했냐!!”

 

  ..다를 바 없다. 역시 아까 녀석의 말은 잘 못 들은 게 분명하다.

  녀석의 말을 어떻게든 예쁘게 듣기 위해, 뇌가 약간의 장치를 가미해 주었을 뿐이다.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눈을 반쯤 접어 녀석을 째려보았다.

  뭔가 심술이 나서, 일부러 못생긴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린 뒤 녀석에게 ‘늬예늬예’톤으로 긍정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아, 예~ 그러쉽니까아~ 녜~”

  “세심한 배려 땡큐베리감사 아리가또개새끼마스..”

 

  “..뭐랬냐?”

 

  중간에 검열을 거치지 않은 상스러운 말이 들어가 있긴 했지만, 외국어 발음 잘 못함이라는 명목하에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옷 그냥 빌려주진 않을 것 같은데.. 혹시 다른 무언가를 원하고 이런 행동을 취한 건 아니겠지? 의심이 피어올라, 상대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쳤다.

 

  “..흠, 이거 대여료 있나요?”

 

  “..대여료..”

 

  ..저거 봐, 저거봐. 분명 뭔가 있을 것 같다. 말 흐리는 것도 그렇고, 머리 굴리고 있는 저 생각 시간도 그렇고.. 의심이 다분하다. 올라오는 불안함까지 녀석이 뭔가 평범하지 않은 걸 생각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식은땀을 숨기며 다가올 녀석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 받을테니까.. 지금부터 아무 말 하지말고 하란대로 해.”

 

  ‘..이자식 뭐야.’

 

  안 받는 다면서 하란대로 하란의미는.. 뭔가 모순되는거 아닌가.

  저걸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나한테 제안하는 건가?

 

  ‘설마.. 지나가는 행인한테 막 고백하라고 하는 거 아니야?’

 

  한가지를 의심하니 여러가지 불안 요소들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온다. 상상만 해도 X팔림이 눈에 선했기에, 충격을 덜 받기 위해 최악의 상황 상상이라는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반복되는 생각 움직임에, 감정기관들이 조금씩 마비되어간다.

 

  “그래.. 준비 완료.. 뭘 시킬 거..”

 

  뭐든 던지라는 의미를 담아 마음 글러브를 오물오물 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녀석이 손을 도로쪽으로 내밀더니.. 지나가던 택시를 세웠다. 예고없이 찾아온 택시라는 등장인물에, 무조건 적인 긍정 보다는 의문점이 피어올랐다.

 

  “..응? 이게 뭔..?”

 

  “아무 말 하지마.”

 

  “아..어..그래..”

 

  부드럽게 택시 문을 열어준 허스키가 강제적인 느낌 전혀 없이 천천히 나를 택시안으로 안착시켰다. 코에 풍겨오는 퀘퀘하면서도 짙은 방향제냄새와, 무거운 느낌이 피부에 닿아오는.. 택시 냄새. 오래 있으면 어지러움을 동반할 것 같은 그런 냄새가 섞여들어 올..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내가 탄 택시라는 차의 공간은 넓었고,. 마치 매일 청소하는 듯한 부드러운 향기가 느껴졌다.

 

  ‘요즘엔 이렇게 관리하는 대형택시도 있구나.’

 

  안락한 느낌과 편안한 향기에 취해 잠시 멍하니 앉아있던 중, 분위기에 휩쓸린 스스로를 알아채고 정신차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 보이는 단호함 가득한 녀석의 표정. 이녀석은 대체 뭘 시키려고 택시까지 잡는 걸까. 예상되지 않는 전개에 아무 말 않은 채 있었는데.. 녀석이 기사아저씨처럼 보이는 뒷 모습에게 내 주소를 읊었다.

 

  “자세한<구> 내용은<동> 생략한다<동네>로 가주세요.”

 

  “..?”

 

  익숙한.. 아니 잘 알고 있는 주소언급을 듣고, 녀석과 눈을 마주치고자 시선을 돌렸으나, 녀석의 시선은 깜빡임조차 보이지 않은 채 올 곧이 기사님을 향하고 있었다.

 

  “돈은 여기요.”

 

  ‘아니.. 뭐지? 우리 집 주소는 왜 나오는 거고.. 돈은 왜 내?!’

 

  장소를 벗어난다는 기어소리가 들려왔고, 확실하게 정신을 붙잡은 내 생각이 녀석에게 뭐든 안된다는 부정의 의미를 들려준다.

 

  “..야, 뭐 하는건데! 아저씨, 돈 환불이요! 제가 낼 거에요!”

 

  “아무 말 하지 말라니까.”

 

  바깥으로 나가려는 내 행동이 실천되기도 전에, 녀석의 손에 의해 자동차의 문이 닫히는 탁 소리가 들려왔고.. 녀석의 모습이 유리창 사이를 넘어 점점 멀어져갔다. 1배속으로 흘러가던 시간이 갑자기 3배속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삐걱이는 생각들이 이게 뭐냐며 세상에 의견을 울부짖기 시작한다.

 

  “야!! 뭐냐고!! 뭐야!!!”

 

 

  ***

 

 

  멀어지는 차의 뒷 모습에서 무슨 좋은 점을 발견한 건지, 순수한 미소를 머금은 소년이 피식 소리의 웃음을 한 번 지은 뒤, 입을 꾹 다문 채 반대편을 향해 달려갔다. 달려가는 소리도 잠시, 반대편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짙은 갈색 중 단발머리 소녀에게 걸음을 멈추는 소년. 아까의 미소는 어디간건지 딱딱함과 회색빛만 가득한 공기가 쌀쌀한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

 

  가벼워 보이는 포스트잇의 무게 이건만, 소년에게서 종이를 받아드는 소녀의 손은 무거운 것을 드는 마냥 흔들리고 있었다. 이내, 종이를 받아든 소녀가 꽉 깨물다 푼 붉은 입술을 열었다. 아파야하는 건 입술인데.. 소녀의 눈에서 이유모를.. 잘 보이지 않는 투명 방울들이 찰랑이고 있었다.

 

  “..다 내가 했지 누가 했겠어.”

  “누구도 원망하지마, 다 내가 했으니까.”

  “누구에게도 상처받지마. 나만 미워하면 돼.”

 

  “..적당히 하라고 했을텐데.”

 

  화가 많이 드러난 소년의 날카로운 말투에, 잠시 움찔한 소녀가.. 어느새 침착함을 유지한 채 방울을 꿀꺽 삼켰다.

 

  “얼른 둘이 좋은 쪽으로 되는게 어때?”

  “안 그러면 너희 엄마 어떻게 되실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정말 최악이다, 너.”

 

  “..응, 그렇게 생각해주니까 기쁘다.”

 

  ..소녀의 웃음 뒤에 삼켜진 눈물이 기쁨으로 옷을 바꿔입은 채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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