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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72. 기사와 요정, 그리고 만물상
작성일 : 20-05-21 22:07     조회 : 337     추천 : 0     분량 : 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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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아 남부지구 3번가, 모퉁이집 -

 

 

 회의가 끝나고. 이옌과 에노는 천천히 1층 복도를 걷다가. 연구실이라고 적힌 방문 앞에서 멈춰 섰다. 문에는 작은 팻말이 하나 걸려있었는데, ‘연구 중 출입 금지!’ 휘갈긴 듯 적혀있는 글씨와, 아주 귀여운 고양이 발바닥이 붙어있는 것에 이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거, 언니가 한 거 아니지? 언니는 이럴 사람이 아닌데?”

 

 “아하하...... 예전에 술에 잔뜩 취했다가 만들어뒀던 건데, 왜인지 모르게 안 치우더라고요.”

 

 “아, 그럼 이해가 되네. 귀찮은 건 죽어도 안하려고 하니까 말이야.”

 

 부끄러운 거나 그렇게까지 심한 게 아니라면 창피함도 감수할 수 있는 뻔뻔한 그녀지만, 그 외에는 어지간히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그녀다. 물론 중요한 일에 관해서는 완벽에 가깝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긴 하지만, 당장 눈앞에 청소나 정리 같은 건........

 

 “그럼 방 안 상태는 안 봐도 뻔~ 하겠네.”

 

 이옌은 말을 마치며, 딸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지저분하게 종이뭉치들과 약병들이 굴러다니는 방. 과연 이게 방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쓰레기장 같은 모습에, 만약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본다면 기겁하고 날뛸 만한 곳이었다. 신기하게도 매번 청소를 하는 데도,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용케도 이런 방에서 잘도 자고 있네.”

 

 “아하하.... 누나가 이옌씨가 들어왔다는 걸 알면 기겁하겠네요.”

 

 “하하! 그러겠네. 외부인 중에서 언니 방에 들어온 거, 내가 처음일 테니까.”

 

 곤히 누워서 자고 있는 케일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주변의 종이뭉치들을 헤쳐 나가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차가운 인형과도 같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 이옌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그때보다 많이 낫은 모습에 안심이 되면서도, 그동안 깨어나지 못 한 채 누워있기만 했다는 게 걱정이 되었으니까.

 

 “자자, 그럼 어서 해보자고.”

 

 “네.”

 

 그녀는 천천히 구슬을 꺼내들면서, 투기를 두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에노 역시 주문서 여러 장을 꺼내들고는 주문서들과 함께 술식들을 마구 꺼내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힘 덕분에 주변에 떨어져있던 종이 뭉치들이 마구 떨리면서 이리저리 밀려다니기 시작했다. 수많은 술식들이 발동되면서, 그것을 작동시키기 위한 마력 역시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반인이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환한 빛을 말이다.

 

 “우와, 이게 마력이라는 건가?”

 

 푸른 마력들은 점점 더 환하게 빛나더니, 백색의 새하얀 눈꽃처럼 변해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이옌은 넋을 잃고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름다운 동산에서 휘날리는 꽃잎과도 같았으니 말이다.

 

 “정확히는 마력의 일부긴 하죠.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니까요. 그럼 시작할 게요.”

 

 “그래. 알았다. 열심히 해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자신의 힘과 술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점점 강력해지는 에노의 마력과 함께, 그녀의 투기 역시 한차례 더 두꺼워졌다. 방 전체를 울릴 정도로, 거대한 두 힘은 서로 경쟁하듯 뻗어나갔고, 점점 방은 환한 빛의 물결과 검은 투기의 물결에 잠기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고 하듯, 모든 것을 덮으려고 하듯 말이다.

 

 

 

 

 - 로하니아 중앙광장, 서부지구로 가는 통행로 -

 

 

 달그락. 달그락. 오늘도 평소와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만물상의 점장 엘레제. 다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장사는 잘 되지 않고 있었다. 아니지, 오히려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하아...... 그냥 오늘 장사 쉴까?”

 

 물론 이렇게 말은 해도, 밀린 주문들을 처리하느라 바빠서 정신이 없는 그였다. 이 이상 밀리게 되면 그때는 단체 항의가 들어오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일을 집중하고 싶어도 그러질 못하겠단 말이지. 참, 왜 이리 주변에서.......

 

 “..... 왜 다들 그런 일들을 당한 건지 원.”

 

 아직도 그 소식에 놀라서 손이 떨리는 그였다. 평소에 치안대 인원들이 많이 들락날락 거리긴 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엘레제씨 있으십니까?’

 

 ‘응? 무슨 일이지?’

 

 갑자기 물건을 찾지 않고 그를 바로 찾는 치안대의 모습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들은 이야기는 충격을 넘어서서 한 몇 십 분은 정신을 놓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게,

 

 “그 천하의 크리엔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그 어떤 사건도 해결하고, 치안대에서 가장 움직임이 좋은, 그러나 조금 어딘가가 모자란 친구인데 갑자기 괴물에게 당해....... 아니지, 애초에 괴물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더 놀랄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래서 그가 크게 다쳤다는 얘기에 한바탕 충격을 먹었었고, 두 번째로는........ 잘 되어간다 싶던 연애가 그만 와장창 깨져버리게 되었다는 것. 갑자기 날아 온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는, 안 그래도 크리엔의 일로 마음이 심란했던 그에게 비수를 꽂아 넣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달그락 달그락. 착착!

 

 ..........

 

 .............

 

 달그락 달그락.

 

 ...........

 

 ..............

 

 “에휴, 그래. 이거 포장 다 끝나면 가게 닫지 뭐.”

 

 결국 오늘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는 그냥 바닥에 잠시 물건들을 내려두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일단 이 배달 포장 끝내고 오늘도 쉬어야겠다. 그게 마음이 편할 테니까.

 

 아, 아니지 시간만 된다면, 포장 맡길 알바생이나 가게를 볼 점원을 구해야겠단 생각이 든 그였다. 솔직히 그동안 왜 혼자서 일을 해온 건지 모르겠다. 혼자 한다고 해서, 그렇게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서 고생만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딸랑!

 

 음? 손님?

 

 “어서 오세요! 무엇이든 파는 트리엘 만물상 입니...... 어라?”

 

 갑자기 가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와서, 그는 얼른 머리에 묻은 먼지를 빨리 털어내고 창고에서 나오며 말을 했다. 정말이지, 한 결 같이 인사를 하다 보니, 아예 누군가가 온다면 자동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발소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발소리였다. 그것도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발소리 말이다.

 

 저벅 저벅.

 

 “너.. 너어?”

 

 “여어. 잘 지내고 있었어?”

 

 반가운 모습으로 손을 흔드는, 항상 멍청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 남자. 그리고 항상 그의 곁에서 세트로 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

 

 “자.... 잘 지내고 있긴?! 잘 못 지내고 있었다고!”

 

 “아아얏! 아프다고! 나 아직 덜 나았어! 덜 나았다고! 덴커일! 뭐라고 좀 말해봐!”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은 크리엔은, 갑작스럽게 날아온 그의 등짝 스매쉬에 아픔을 호소하며 소리쳤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덴커일은 한결 같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우와와. 여기가 만물상이라는 곳이구나.” / “내가 갔던 상회보다는 작은 것 같은데.... 물건이 많네?”

 

 크리엔과 덴커일을 따라 들어온 또 다른 두 사람. 평소에 크리엔은 덴커일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와도 같이 온 적은 없었.... 아니지, 가아~ 끔 치안대 동료들과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보는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어라? 크리엔, 저 사람들은 누구야?”

 

 “아! 너한테 얘길 안했었구나? 여기 이 얘는 내 소꿉친구이자, 그 유명한 로하니아 출신 궁정 마법사 이샤나. 그리고 한 사람은.... 예전에 내가 의뢰했었던 총탄의 주인. 리엔씨야.”

 

 금발 머리의 짙은 눈썹이 인상인 이샤나와, 주황빛 머리를 뒤로 모아 묶고 있는 리엔. 특히 저 특이한 두 가닥의 머리카락이 마치 더듬이 마냥 솟아 있는 게 신기한 사람이었..... 자.. 잠깐? 근데, 지금 뭐라고?

 

 “응? 크리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겠지?”

 

 “응? 그게 왜? 뭔 문제 있어?”

 

 “아니... 저 꼬마가... 총의 주인이라고?”

 

 “핫! 누가 나한테 꼬마라고 하는 것 같았어?!”

 

 리엔의 말에 이샤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설마. 리엔씨한테 뭐라 그럴 사람이 있나요? 저 바보가 아니면 있을 수 없잖아요?”

 

 이런! 가만히 있던 크리엔은 어쩌다보니 그녀의 말에 세게 후드려 맞아버렸다. 그는 그런 그녀의 말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곤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뭐? 바보라고 하지 말라고. 그리고 내가 아니라 얘가 했어, 얘가!”

 

 “우.. 우와왁! 왜 갑자기 날 엮어버리는데?! 무.. 물론 내가 한 건 맞지만?!”

 

 엘레제는 진땀을 흘리며 그에게 말을 했다. 그런 그의 말에 뾱뾱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리엔은 가볍게 폴짝 뛰어올라 그의 눈앞에 얼굴을 마주한 채, 눈살을 한껏 찌푸리며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꼬마라고 하는 건 실례라고.”

 

 “아... 아하하.. 죄송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말을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맑은 눈동자와 빛나는 눈망울. 그리고 아름답게 펼쳐진 채 짧게 펄럭이는 은빛 날개.... 어라? 은빛 날개는 또 뭐야?

 

 “우와, 역시 요정의 날개는 처음 봐요!”

 

 “흐음, 이건 나밖에 없는 특별한 날개라고!”

 

 리엔은 이샤나의 말에 한껏 웃으며 날개를 짧게 펄럭였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아보였다.

 

 “요정이라.... 공국 사람이 아니라, 하번 사람인 건가?”

 

 “아하하... 흠, 일단... 은? 하번 사람이야!”

 

 뭔가 얼버무리며 말을 하고 있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저 묘하게 빨려드는 눈동자에, 무엇인가 모르게 빠져드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참, 그건 그렇고, 너 진짜 괜찮은 거 맞냐? 큰 사고를 당했다며?”

 

 맞아. 그러고 보니, 크리엔 녀석 괴물에게 당해서 쓰러졌었다고 했는데.

 

 “아, 괜찮아 졌어. 매제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응? 에노한테? 그러고 보니... 케일씨도 많이 다쳤다면서?”

 

 순간 그의 말에 모두가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섰다. 엘레제는 그런 그들을 보며, 아차 싶어서 살짝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 모두들 그녀와 많이 관련된 사람들이었지. 거기다 크리엔의 경우에는 거의 스토커 마냥 따라다니다시피 하는 녀석이니 말이다.

 

 “아하하하... 미안. 괜히 말을 꺼냈나?”

 

 “아.. 아니야. 뭐, 그럴 수 있지. 솔직히 다른 사람들도 물어보긴 하더라고. 람프씨는 진짜 발칵 뒤집어지다 못해 날뛰셨다니까? 그래도, 지금은 좀 많이 나아졌어. 곧 있으면 일어날 거라고 에노가 그러더라고.”

 

 “그거 다행이네. 정말. 너도 그렇고, 그 사람도 그렇고. 다들 어떻게 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정말.”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갑자기 도시의 명물인 가게 하나가 사라진다는 건 너무나도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일이니까 말이다. 거기다 아직도, 크리엔이 노래를 부르는 그놈의 매제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은 데, 못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기왕 케일의 얼굴도 봤으면 좋겠고. 워낙 단골손님들이 하나같이 그녀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으니까 말이다.

 

 “참, 근데, 여긴 왜 온 거야?”

 

 “아! 맞다. 물건 사러 온 거였지? 리엔씨?!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요!”

 

 “흠, 드디어 내 차례가 온 건가?”

 

 리엔은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주머니에서 작은 설계도 하나를 꺼내들었다. 총을 다룬다고 했으니, 저런 설계도가 있는 것쯤은 이해를 하겠다만....... 저 복잡한 설계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는 그녀가 참 대단할 따름이었다.

 

 “뭐... 뭐야? 저 복잡한 설계도는?”

 

 “아! 찾았다. 이 부품이 떨어져서 말이지. 혹시 여기에 있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녀는 천천히 설계도의 한 곳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순간, 복잡한 설계도와 이상한 부품들이 잔뜩 그려져 있어서 걱정했었는데, 그녀가 가리킨 부품은 의외로 간단한 소형 볼트와 너트, 그리고 용수철이었다. 간혹 대장간이나 가공 작업장에서 사가는 물건들이니, 몇 개를 쟁여두긴 했었지.

 

 “아, 물론 있죠. 가끔씩 이걸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우와! 진짜 있네?! 다른 공업소나 대장간에는 없다고 하는데, 이리로 가라는 이유가 있었구나.”

 

 역시 그의 만물상이다. 별의별 물건이 다 있는, 없는 물건이라면 만들어서라도 주는 그런 특별한 가게. 아참, 그러고 보니,

 

 “아참!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창고에서 꺼내 와야 하니까요.”

 

 이런 부품 같은 경우는 찾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잠시 창고에 갔다와야했다. 솔직히 개인이 이런 물건을 찾는 건 드문 일이니까 말이다.

 

 “뭐, 천천히 꺼내와도 돼. 어차피 우리 시간 많으니까.”

 

 크리엔은 그런 그에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엘레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하하, 알았어. 금방 꺼내올게, 친구.”

 

 작업 장갑을 끼고 창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장갑을 끼는 건 뭐냐고 묻는다면....... 물건들이 상자에 정리되어 담겨있는데, 그냥 꺼내려다 보면 다칠 수 있으니 말이다. 참, 다들 이건 안전 문제니 모두들 기억해 두라고! 작업할 땐 항상 안전장비와 장갑을 끼고! 안전하게!

 

 토도도도도. 드르르륵. 탁!

 

 그렇게 창고 안으로 뛰어 들어간 그는 천천히 선반을 살피며 부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뭐, 깔끔한 성격의 그라서, 강박적으로 오와 열을 맞추고, 상자에 어떤 물건이 담겼는지 모조리 적어둬서 금방 찾을 수 있었지만.

 

 “5번 열....... 세 번째.”

 

 달그락 달그락. 그는 부품이라고 적혀있는 상자를 선반에서 찾아내어 천천히 바닥으로 꺼내 내렸다. 그리곤 거기서 다시 소형 부품 상자를 꺼내, 리엔이 필요한 부품들을 꺼내 가죽 주머니에 종류별로 나눠두기 시작했다.

 

 “흠, 근데, 그 설계도는 뭘까? 분명 총 부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거참, 궁금해 죽겠네.”

 

 짜르륵. 짤랑. 경쾌한 소리와 함께 볼트와 너트들이 주머니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천천히 볼트와 너트를 담은 주머니와, 따로 담아 둔 용수철들을 천천히 쥐고는 다시 창고를 나왔다.

 

 “오오! 금방 나왔어!”

 

 “역시 만물상!”

 

 “아하하하..... 주문하신 물건 나왔습니다.”

 

 열렬한 칭찬을 받는 와중, 순간 그를 빤히 쳐다보는 순수한 눈망울에, 엘레제는 깜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물론 그의 얼굴에 그렇게 티가 나지 않아서 눈치 챈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의 특유의 주황빛 머리와 주근깨가 그걸 가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참, 대금은 얼마죠?”

 

 “아앗! 부품들 가격은.... 4카운티 정도에요.”

 

 이샤나의 말에 정신을 차린 그는 급히 가격표와 함께 부품 주머니를 건넸다. 어떻게 보면 싼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비싸다고 해야 할까? 뭐, 근데 자주 찾는 물건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지만 말이다.

 

 “흐음! 뭐, 부품 상태도 좋아 보이고, 괜찮네! 자, 여기 4카운티!”

 

 동전 4개를 건네면서,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순수한 꼬마아이의 웃음을 보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몰라도 그동안 정신없었던, 힘들었던 것들이 날아만 가는 것 같았........

 

 “후, 그러면 볼일은 끝! 나중에 시간 날 때 또 들릴게!”

 

 “아앗! 알았어. 또 들릴.... 아니지, 놀러오는 건 영업 끝나고! 아니면 손님으로 올 것!”

 

 하아, 하마터면 녀석의 제 2의 피난처가 될 뻔했잖아? 케일라 약국에 가지 못하면 매번 이 가게에서 죽치고 앉는, 매번 차와 음료수를 축내는 녀석이니 말이다.

 

 “쳇, 들켰나?”

 

 “당연하지. 너무 속이 뻔히 보이는데?”

 

 “속이 너무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이샤나...... 덴커일... 그렇게 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농담이었다고 농담.”

 

 “농담은 무슨. 넌 한다면 하는 사람이잖아.”

 

 “맞습니다. 이샤나씨 말대로 분대장님은 너무 나가지 않습니까?”

 

 이샤나와 덴커일의 딴지에 툴툴대며 말을 하는 크리엔. 참, 이 자식은 한 결 같이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뭐, 이렇게 훌륭한 억제 장치가 둘이나 있어서 다행이지만 말이다.

 

 “알았어. 알았다구! 손님으로 올게, 손님으로.”

 

 “어련하시겠어. 그럼 몸조심하라고.”

 

 그 말을 끝으로, 슬슬 나갈 채비를 하는 네 사람과 그런 그들을 보며 엘레제는 천천히 그들을 따라 가게 현관까지 걸어 나왔다. 참, 평소에는 가게 손님이 나가도 뒤따라 간 적은 없었는데, 뭐, 친구기도 하고 특별한 사람들이니까.

 

 “그럼 우리 간다.” / “갈게요.” / “갑니다.”

 

 “모두들 잘 가요.”

 

 천천히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에, 엘레제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그들을 배웅해 주었다. 천천히 떠나가는 그들, 그렇게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순간 그의 몸에 들어있던 힘을 모조리 풀어버렸다. 그동안 경직되어있던, 불안한 생각에 긴장했던 몸에 힘이 풀린 것이었다.

 

 그렇게 다리의 힘이 풀려버리자, 그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덕분에 밑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온몸에 쭉쭉 퍼져나갔지만, 그런 충격이 몰려와도 그는 오히려 웃음만 나왔다. 아니, 그저 기뻐서 눈물이 나온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계속해서 똑같은 말을 되 뇌이며, 그는 한참을 그렇게 크리엔 일행이 떠난 자리를 바라만 보았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니, 안도의 눈물을 흘리면서 쭉 말이다.

 
작가의 말
 

 정말이지 가끔씩 드는 생각이지만, 작가의 말에 뭘 적어야 할지 고민이네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적으려고 하면.... 백지가 되버리니까요......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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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8. 땅의 정령. 2020 / 2 / 20 377 0 8468   
49 47. 무엇이든 있는 만물상 2020 / 2 / 14 367 0 8163   
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61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6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6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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