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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널사랑하는것
작가 : 상혁이
작품등록일 : 2020.5.20

야! 강진우 빨랑 나와라!!"

선영은 진우네 대문 앞에서 큰 소리로 소릴 질렀다. 그와 동시에 짙은 갈색으로 칠된 철대문이 열리며 160cm정도 되는 남자애가 오른쪽 어깨에 쌕을 질머지며 모습을 나타냈다.

"넌 아침부터 힘이 남아도냐? 무슨 목소리가 그렇게 크냐?"

진우는 짜증난다는 듯 자신보다 10cm는 더 큰 선영을 노려보았다.

 
5
작성일 : 20-05-20 12:34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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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선영은 한 쪽으로 멀어지는 둘의 목소리를 귀를 쫑긋세운 채 듣고 있었다.

 어딜 가는거야??

 그들의 목소리가 멀어지자 선영이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두 남자는 저 쪽 의자에 앉아 금방 친해져서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자신이 함께 있었다는 건 생각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진우라면 엄연히 자신의 친구였다.

 선영은 자기가 아닌 오빨 찾아 온 진우가 괘씸하게 생각되었다.

 저 녀석!!

 

  "혹시 아는 남자예요? 정말 근사한 미남이네요..."

 

 옆의 수진이 두 눈을 반짝거리며 진우를 보고 있었다.

 수진의 한 눈에 반한 듯한 표정에 선영은 슬며시 화가 치밀었다.

 선영은 자기보다도 10cm는 작았던 예전의 진우를 떠올리다 오빠와 함께 있는 현재의 강진우라는 남잘 보았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뭐야... 저 놈! 언제 저렇게 변한거야!?

 

4.

 

 

  "여러분! 감사합니다. 고객 여러분의 탁월한 안목과 선택으로 저희 서림홈쇼핑에서만 찾으실 수 있는 이 시대의 명품 '박선영'이 오늘도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언제나 고객님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리며 저희들은 또 빠른 시일 안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여러분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보이는 쇼호스트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지고 카메라의 불이 꺼졌다.

 모든 스탭들이 박수를 쳤고 선영도 그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한차례의 축하인사와 자축하는 분위기가 가실 즈음 여전히 한 쪽 의자에 앉아있는 진우에게로 재영이 선영을 데려갔다.

 선영은 두근거리는 맘과는 달리 심드렁한 표정을 보이며 진우 앞에 섰다.

 살짝 미소를 보이며 진우가 일어났다.

 

 젠장...

 

 선영이 웬만해선 고개를 올려 쳐다볼 정도의 남자는 없었다. 기껏해야 오빠와 자주 만나는 마누엘 뿐... 게다가 이 녀석은 항상 자신이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었는데 마주 일어선 진우와 눈을 마출려다보니 선영의 고개가 들어졌다.

 

  "여전하구나! 박선영!"

 

 지극히 형식적인 말투의 인사였다.

 선영의 눈에 파직하고 순간 불꽃이 일었다가 사라졌다.

 

  "넌 많이 컸다? 외국물 먹고 키에만 투자했나보지?"

 

 괜시리 기분이 상한 터라 말도 곱게 나오지 않았다.

 진우와 선영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선영이 너,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그게 무슨 말이야?"

 

 옆에서 재영이 동생을 보며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여긴 웬일이냐?"

 

 오빠의 말도 무시한 채 선영은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서서 아니꼬운 말투로 물었다.

 

  "흠... 넌 내가 별로 반갑지가 않구나?"

 

 진우는 여전히 살짝 미소 띤 얼굴 그대로였다.

 

  "반가운 거 좋아하네! 너 그 때 어떤 식으로 나랑 헤어진 줄 몰라서 하는 말이야? 내가 니한테 그리운 친구라도 돼? 엉? 나쁜 놈!! 한국에 들어 왔으면 재깍 나한테 먼저 와야지 오빠 먼저 보러 온 놈이 내 친구야? 내가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를거라 기대했냐?"

 

 바락바락 대들 듯이 달려드는 선영에게 잠시 놀란 표정을 보이며 진우가 멈칫하자 재영도 어이 없는 얼굴로 동생을 보았다.

 

  "선영아! 너..."

 

  "나 이제 그만 가봐야 돼. 약속있어서 바빠."

 

 선영은 휙 몸을 돌리면서도 진우를 쏘아보는 걸 잊지 않았다.

 

  "저 녀석이 정말... 왜 그러지? 매진 때문에라도 기분이 좋을 법도 한데..."

 

 재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터벅터벅 화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선영을 보며 말했다.

 

  "방금 그랬잖아요... 자기한테 먼저 안 들르고 형에게 먼저 인사하러 왔다고. 그래서 기분 나쁜가 보죠."

 

 진우가 싱긋 웃으며 재영의 말에 대답했다.

 

 

 

 

 자신을 처음 보는 선영의 반응이 어떨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색하고 쑥쓰러워 할지, 아님 환히 웃으며 양 손을 잡고 반가워할지, 그것도 아니면 방금처럼 대할지...

 진우는 이상하게 선영의 지금 행동이 맘에 들었다.

 재영형 비서의 안내로 스튜디오에 내려왔다가 뒷모습만으로도 선영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재영형과 함께 뒤돌아 본 선영인 진우의 생각 그대로였다.

 잡지와 신문상의 사진으로만 대했던 선영의 모습보다 아니 지금껏 보아왔던 어떤 여자들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적어도 진우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정말 얼마만인가...! 서울에 와서도 당장에 찾아가고 싶은 걸 참았고 이제서야 얼굴을 보게 되었다. 진우는 눈 앞에 있는 선영의 얼굴을 감싸고 한 동안 들어다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재영에게만 아는 체를 했다.

 재영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선영에게로 시선이 갈려고 하는 걸 참고 있었다. 그러다 선영이 비틀거리며 넘어질려고 하자 부축하기 위해 불쑥 뛰어갈 뻔했다.

 잠깐의 소동이 진정되고 선영인 등을 돌려버렸고 재영형은 그저 반가운 마음에 자신과 선영일 인사 나누게 한다는 것도 잊고 한 쪽에 놓인 의자로 데려갔다. 맘 한 구석에선 '아니... 형! 선영이랑 인사는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잠자코 재영을 따라 갔었다.

 

 

 

 

 

  "저녁에 다른 약속있니?"

 

 재영이 묻자 진우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재영을 보았다.

 

  "아뇨. 별다른 일은 없어요."

 

  "그래. 그럼 잘 됐다. 같이 우리 집으로 가자. 부모님도 반가워 하실거야."

 

 재영은 진우의 등에 손을 올리며 다음 방송을 위해 준비 중인 스튜디오를 나섰다.

 

 

 

 

 

  "아는 사이였어요?"

 

 주차장으로 가면서 수진이 물었다.

 

  "누굴?"

 

 약간은 찡그린 얼굴로 선영이 돌아보았다.

 

  "좀 전의 그 멋진 남자요. 친구예요?"

 

 기대감을 가지고 묻는 수진에게 선영은 잠시 머뭇거렸다.

 다른 여자가 진우에게 관심을 갖는 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게 다가왔다.

 

 뭐냐? 박선영!! 강진우 그 자식이 뭔데?

 

 중학교에 다닐 때도 자신에 비해 진우가 키만 좀 작았지 얼굴은 다른 여학생들이 줄줄 따를 만큼 잘생긴 축에 속했다. 그 때 역시 다른 여자애들이 선영에게 진우와 다리를 놔줄 것을 요구하면 딱 잘라 거절하곤 했었다. 진우의 여자친구는 나 혼자여야했다.

 나보다 작은 녀석 데리고 다니기도 편했었는데... 어느 순간 진우는 선영에게 거리감을 가지고 대했다. 얼굴도 언제나 삐딱한 표정이었고 말투도 딱딱했다.

 그러더니 제대로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그 먼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다시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었다.

 

 나쁜 녀석!!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 태연한 얼굴로 인살하다니!!

 

  "팀장님..."

 

 선영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서있자 수진이 조심스레 불렀다.

 

  "아, 미안... 내가 좀 바쁘네... 수진씨 어디로 가요?"

 

 선영은 조수석에 가방과 다른 물건들을 던져 넣으며 물었다.

 

  "잠실에서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요."

 

  "그럼... 반대 방향이네. 나 연희동으로 갈건데..."

 

  "예. 들어가세요. 전 지하철 타고 가면 되요."

 

 수진은 선영에게 차에 타라며 손짓을 하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래요. 그럼. 다음 주에 봐요. 안녕!"

 

 선영도 살짝 손을 들어보이곤 자신의 은색 아우디 스포츠카에 올랐다.

 

 

 

 

 

  "어서와요! 방금 TV봤어요. 축하해요~ 아가씨!"

 

 현관에 들어서는 선영을 시원이 반갑게 맞아들었다.

 

  "고마워요, 언니~ 우리 이쁜이 어딨어요? 자요?"

 

 선영은 들어오자마자 혜민일 먼저 찾았다.

 

  "아뇨. 아버님께서 데리고 계셔요."

 

 선영은 얼른 욕실로 달려가 손 먼저 씻은 후 안방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고모 왔다~~ 이리와 이쁜이!!"

 

 선영은 손뼉을 두어번 치곤 혜민이에게 손을 뻗었다.

 

  "손은 씻었어?"

 

 손녀를 보고 있던 박회장은 혜민일 데려가려는 딸의 손을 쳐다보며 물었다.

 

  "예~ 깨끗이 씻었습니다!!"

 

 선영은 아빠에게 비누향을 맡아보라는 듯 코밑에 손을 쫙 펴 보았다.

 제법 웃는 시늉을 하는 혜민을 보고 선영은 예뻐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품안에 꼭 안았다. 너무도 부드럽고 기분 좋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아기가 예쁜 거 보니까 너도 시집갈 데가 됐다."

 

 딸이 손녀를 안고 코를 부비고 까꿍 소리를 연발하며 어쩔 줄 모르자 박회장이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동안 선영의 짝이 될 만한 적당한 나이의 남잘 몇몇 물색해 놓은 상태라 한 명씩 차례대로 선을 보일 생각이었다.

 

  "전 결혼 안 합니다~~"

 

 선영은 아빠가 선보라는 말씀을 하시기 전에 혜민일 안은 채로 재빨리 방에서 나왔다.

 

  "넌 옷이나 먼저 갈아입지!"

 

 투피스 정장차림의 선영이 가슴과 어깨에 잔뜩 침을 바르고 있는 혜민일 안고 나오자 최여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 아가씨... 어떡해요."

 

 선영의 값비싼 정장이 혜민의 침으로 물들자 시원이 당황하며 손수건을 들고 일어섰다.

 

  "괜찮아요. 언니. 잠깐만요~~"

 

 선영은 시원이 내미는 손수건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혜민의 볼에 자신의 볼을 부빈 다음 시원에게 혜민일 안겨주었다.

 

  "어쨌든 옷은 갈아입어야 겠네요. 그래야 우리 이쁜이하고 맘껏 놀지~~"

 

 선영은 혜민의 손에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넣었다가 혜민이 꼭 쥐자 흔들어대며 혜민의 볼에 쪽하니 입을 맞췄다.

 

  "고모 얼른 옷 갈아입고 올게~~ 보고싶다고 울면 안돼~~"

 

 선영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쉽다는 듯 혜민의 손을 놓지 않고 말했다.

 

  "저것 좀 봐... 그만 하고 얼른 옷이나 갈아입어!"

 

 최여사는 딸의 엉덩일 손으로 찰싹 쳤다.

 

 

 

 

 

 선영이 흰색 반팔 면티와 회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왔을 때 거실엔 오빠와 진우가 와서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선영의 발소리가 요란했는지 모두들 계단 중간에 멈춰 서있는 선영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선영과 진우의 눈이 마주쳤고 진우가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눈썹을 치켜올려 보였다.

 

  "너 약속 있다더니...?"

 

 재영이 선영을 보고 묻는 얼굴로 보았다.

 

 진우는 왜 데려왔담!!

 

 선영은 오빠를 죽일 것 같은 눈으로 노려본 뒤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혜민이랑 편히 놀려고 반팔티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는데 깔끔하게 갖춰입은 진우를 보자 다시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싶어졌다.

 모여 있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서도 선영은 진우를 무시하고 시원이 안고 있는 혜민을 받아서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 새 잠이 들어 있었다.

 

  "아하~ 혜민이랑 한 약속이었구나?"

 

 재영이 놀리 듯 말하자 선영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도움이 안돼요! 정말!!

 

  "그렇게 예쁘면 얼른 시집가서 네 애기나 낳으라니까!!"

 

 툭 던지듯 말하는 엄마의 말에 선영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저 놈의 시집가라는 소리!! 혜민이만 아니면 내가 이 집에 안 오는 건데!!

 

 요즘들어 부쩍 시집가라는 소리가 잦아졌다. 선영은 당분간 여기 출입은 삼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는 최여사의 말에 순간 몸이 굳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선영의 집에선 나이 찬 딸 선영을 하루라도 빨리 결혼시키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알았어요!! 며칠 안으로 한 사람 데려올테니 걱정 마시라구요!"

 

 선영이 질렸다는 듯 말하며 자고 있는 혜민일 눕히러 위층으로 향했다.

 

 뭐...?

 

 진우는 계단을 오르는 선영의 뒷모습을 굳어진 얼굴로 쳐다보았다.

 설마... 그 꽁지머리 마누엘인가 하는 작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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