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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널사랑하는것
작가 : 상혁이
작품등록일 : 2020.5.20

야! 강진우 빨랑 나와라!!"

선영은 진우네 대문 앞에서 큰 소리로 소릴 질렀다. 그와 동시에 짙은 갈색으로 칠된 철대문이 열리며 160cm정도 되는 남자애가 오른쪽 어깨에 쌕을 질머지며 모습을 나타냈다.

"넌 아침부터 힘이 남아도냐? 무슨 목소리가 그렇게 크냐?"

진우는 짜증난다는 듯 자신보다 10cm는 더 큰 선영을 노려보았다.

 
3
작성일 : 20-05-20 12:31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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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럴 정도로 내가 탐 났으면 진즉 손을 썼어야지~ 이제와서 후회하면 뭐하나~~! 이미 떠난 배인걸~~"

 

 선영은 으시대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가슴을 펴더니 우아하게 긴 다리를 꼬았다.

 

  "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콧대만 높아져서 큰일났다. 누가 데려갈지 걱정이야, 정말..."

 

 재영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포기하듯 말하자 선영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누가 데려가긴? 난 결혼 안할 거니까 그런 염려 놓으시죠~"

 

  "너 이젠 노처녀 소리 들을 나이야. 그런 어리광은 그만 부리고 좋은 혼처 놓치기 전에 얼른 얼른 알아봐! 뭣하면 내가 알아봐 주랴?"

 

 재영은 일부러 심각하게 말하며 선영일 놀렸다.

 

  "됐네요! 쓸데 없는 얘긴 관두고 나 부른 이유나 말해. 바쁘니까."

 

 선영은 일부러 가느다란 팔찌형 손목시계를 쳐다본 후 팔짱을 꼈다.

 그 때 세희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어머~ 선영씨 왔어요?"

 

  "네, 언니. 어디 다녀오셨어요?"

 

 선영은 세희를 보고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아래 스튜디오에. 방금 쥬얼리콜렉션 시간 안에 매진 됐어요~"

 

 세희는 재영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세희는 재영이 서림엔터라인을 경영할 때부터 비서로 일해 왔고 재영이 자릴 옮긴 후 함께 이곳으로 자릴 옮겨왔다. 그만큼 재영은 세희와 일하는 게 편했고 서로 손발이 척척 맞는 사람이었다.

 재영은 당연히 예상 했다는 듯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세희는 테이블 위의 커피잔을 쟁반 위로 올리며 선영에게 물었다.

 

  "커피 드릴까요?"

 

  "아뇨. 오늘 벌써 세 잔이나 마셨어요. 그냥 두세요... 예정일이 언제랬죠?"

 

 선영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하곤 세희의 제법 불러온 배를 보았다.

 

  "6월 말이예요. 한 창 더위가 시작 될 때라 좀 걱정이긴 하지만..."

 

 세희는 그러면서도 은근히 자랑스러운 듯 배를 조금 내밀며 쟁반을 들고 나갔다.

 그런 세희의 뒷모습을 선영이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얼른 결혼해서 네 애 낳을 생각이나 해."

 

 동생의 표정을 보며 재영이 또 한 번 선영의 약점을 찔렀다. 선영은 유난히 애들을 예뻐했다. 재영의 이제 백일이 갓 지난 딸 혜민일 선영은 꼭 제 딸인 마냥 귀여워했다. 오피스텔에 따로 나가 살면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연희동 집에 들렀고 조카얼굴에 날마다 눈도장을 찍었다.

 

  "결혼은 싫고... 애는 낳았으면 좋겠는데..."

 

 선영이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재영이 갑자기 숨이 막힌 듯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며 자기 가슴을 툭툭 쳤다.

 

  "너 이녀석!! 못하는 소리가 없어! 행여나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그런 소리 했단 봐라."

 

 재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동생을 노려보았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 데 아무나 하고 하란 말야? 난 그러기 싫어."

 

  "누굴 만나 볼 생각을 해야 결혼 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던지 말던지 하지. 맨날 만나는 남자라곤 영양가 없는 마누엘 뿐이니..."

 

  "마누엘이 어때서?"

 

 선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재영이 입을 떡 벌리며 동생을 쳐다보았다.

 

  "너... 마누엘이랑...?"

 

  "얼씨구~ 마누엘이랑 결혼한다고 했다간 당장에 숨 넘어가겠구만!"

 

  "그 녀석은 절대 안돼!"

 

  "왜?"

 

 울그락 불그락 변해가는 오빠의 얼굴을 보며 선영의 눈이 장난스레 빛났다.

 

  "그 녀석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랑 관련되어 있는 줄이나 알아? 사진찍는 모델들하곤..."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 아니었었나~?"

 

  "난 소문이었을 뿐이고! 그 녀석은..."

 

  "마누엘도 소문일뿐이야. 밀라노에 있을 땐 다들 나랑 마누엘이랑 애인사이로 알았는데 뭘.... 그 정도 얼굴에 체격이면 우리 둘의 2세는..."

 

  "박선영! 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누엘은 절대 안돼! 절대로! Never!! 알았어?"

 

 재영이 양 손을 엇갈려서 크게 저어보이며 양 미간에 주름을 잔뜩 잡은 채 인상을 써댔다.

 그런 오빠를 선영은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았다.

 

  "왜 이렇게 과민반응이셔~?"

 

  "너 솔직히 말해. 마누엘에게 조금이라도 남자로서 관심이 있는 거야?"

 

 재영은 건성으로 대꾸하는 선영의 얼굴을 잡아 자신을 똑바로 보게 만들곤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불과 며칠 전 마누엘이 광고촬영을 한 모델과 함께 뒷풀이를 하고 바로 호텔로 직행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재영은 여동생이 마누엘에게 조금이라도 연정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걱정스러웠다. 지금껏 둘은 남들이 보면 오해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자기들 말론 그저 오빠, 동생과 같은 사이라지만 엄연히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임에는 틀림없기에 내심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둘의 일이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기에 일부러 떨어뜨려 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서요, 아저씨!! 마누엘이 짧은 핫팬츠 하나만 걸치고 작업하는 모습을 봐도 전혀 흥분 내지는 조그만 감정의 동요도 안 생기니까. 마누엘은 어디까지나 내 취향대로 일 잘해주는 동료고, 술 잘먹는 술상대고, 말 잘듣는 친구일 뿐이야."

 

 선영은 오빠의 손을 얼굴에서 떨어뜨리며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눈을 흘겼다.

 

  "그럼 좀 전에 마누엘과 2세 어쩌고 한 건 무슨 뜻이야!"

 

 여전히 재영은 눈을 부라리며 동생의 얼굴을 살폈다.

 

  "거야~ 뭐... 내 주위에 독신이면서 체격이나 외모, 두뇌회전력 등을 따지자면 가장 상등급이 마누엘이잖아."

 

 선영이 생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자 재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 행여나 그런 생각 실천할 생각은 절대 하지마! 알았어? 당장 내일 신랑감 물색해 볼테니 선이나 봐!"

 

  "오케이~~ 거기까지!! 마누엘이랑 그럴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니까 제발 선보란 소린 말아주세요~~ 오라버니!!"

 

 선영은 재영의 손을 꼭 쥐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 번 더 말하는데 마누엘은 절대 안돼!"

 

  "알았다니까!! 건 마누엘도 마찬가질거야!"

 

 재영이 다시 한 번 강조하자 선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다가 짐짓 슬픈 표정으로 고갤 흔들었다.

 

  "불쌍한 마누엘... 어쩌다가 오빠에게 이렇게 신임을 잃었을꼬...?"

 

  "다른 건 다 좋아도 내 매제로는 불합격이야. 그러니 너도 행여라도 마누엘과 엮일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말아!"

 

 재영이 여전히 선영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하자 선영은 오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오빠!!"

 

 재영은 가까이 다가온 선영의 얼굴에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빤 나랑 그거 할 수 있어?"

 

  "뭐?"

 

 선영의 느닷없는 말에 재영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 너 이 녀석 못하는 소리가 없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지? 그렇지? 거봐~ 그렇다니까! 마누엘이랑 나도 그래. 우린 절대 둘이서 그 짓 못한다구. 이해 하겠수? 마누엘은 나한테 오빠랑 똑같아. 그건 마누엘도 마찬가지고."

 

 선영이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듣고 있던 재영의 얼굴이 점점 찌푸려졌다.

 

  "그럼 혹시 니들..."

 

  "아!! 거 참, 이 아저씨 되게 말 안 듣네 그려!! 오빠 이렇게 꽉 막힌 남자란 거 새언니가 알고 있어? 원래 이런 사람이었수?"

 

  "네가 지금 그렇게 만들고 있잖아!"

 

  "전에 밀라노에서 밀레니엄 신년맞이파티 할 때 마누엘이랑 파트너로 갔다가 카운트 세고 딱 키스 한 번 해봤네요!! 그 때 둘이 무슨 생각한 줄 알아? 둘 사이엔 절대 연애감정같은 건 안 생길거라는 거야. 뭐랄까 이건 근친상간이란 느낌... 꼭 가족하고 키스하는 느낌 있잖아. 그 잘난 얼굴과 키슬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더라 그 말씀이야. 건 마누엘도 똑같았구!! 이해 되겠어? 궁금하면 지금 오빠한테 키스해줘? 어떤 느낌인지? 엉?"

 

 그러면서 선영이 입술을 쭉 내밀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됐어! 저리가!! 끔찍하게 어디서 그런 호박을 갖다 대는 거야?"

 

 재영은 다가오는 선영의 얼굴을 한 손으로 퍽 누르며 뒤로 밀었다.

 

  "호박이라니!! 이렇게 이쁜 호박 봤수?"

 

 선영이 눈썹을 휘면서 노려보자 재영이 힐끗 쳐다보며 이어 말했다.

 

  "시원이한테 비하면 호박도 많이 쳐준거다."

 

  "네에~~ 어련하실려고요!! 오빠 눈에 새언니말고 어떤 여자가 예뻐보이겠수? 저도 자알 알고 있으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같은 건 하지 마시고, 어서 절 부른 본론이나 얘기 하라고요!! 팔불출사장님!"

 

 선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건들건들 말했다.

 재영은 싱긋 웃고는 서류철을 넘기며 고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요청에 '박선영'의 TV홈쇼핑 생방 건수를 늘리는 건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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