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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20화 <습격>
작성일 : 20-05-19 23:54     조회 : 74     추천 : 0     분량 : 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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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일로 전화를 다 주고?”

 [이 소장 소식 들었어요?]

 “이 소장? 아니. 왜?”

 [죽었대요.]

 “아... 그래?”

 [아무튼 모르고 있었다는 거죠?]

 “응.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볼게.”

 [알았어요. 뭐 잡히는 대로 알려줘요.]

 

 도깨비처럼 걸려와선 도깨비처럼 질문을 던지고는 끊어버리는 안나의 전화에 도현은 피식 웃었다. 끝났다는 둥, 그만둔다는 둥, 이러니저러니 말은 많아도, 이렇게 한 번 불붙어 확실한 목표를 잡고 나면 확실하게 파고드는 성격이었다.

 

 “그나저나... 이 소장이 죽었단 말이지... 범인은 뭐 뻔하겠네.”

 

 도현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나야. 전에 그거, 착수해.”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대로 하나하나 착실하게 이뤄져간다면 머지않아 목표에 다다를 것이다. 어쩐지 유쾌한 기분에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나 그 노래는 어느 새 잦아들었고,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37년 전에도 이랬어야 했는데...

 

 40년 전, 어디 가서 도현의 아버지 이름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다 아는 재벌가의 2세였으니.

 다 지난 일이니 솔직히 인정해본다면, 아버지는 똑똑한 편은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천부적인 재능으로 회사를 일궜다면, 아버지는 안 되는 능력에 욕 먹으며, 고군분투하며 꾸역꾸역 버텼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후광은 오랫동안 그 힘을 잃지 않았고, 아버지가 능력은 없어도 인복은 있었는지 주변인들의 서포트로 회사는 나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도현은 부족할 것도 없이 고고하고 패기있게 자랐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가지며.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삶이었다.

 

 37년 전. 행복이 깨진 건 그 무렵이었다.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세무조사야 의례적인 것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늘 하던 대로 받고 하던 대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유독, 그 때는 뭔가 달랐다. 하던 대로가 먹히지 않았다. 꼭 누가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는 것처럼.

 

 15세의 도현이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났다. 회사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고, 집안은 풍비박산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살하셨다. 어머니도 충격으로 미쳐서 돌아가시고 말았다.

 세상에는 도현과 3살 난 여동생 혼자 살아남았다.

 

 다행히 아버지의 형제와 친척들이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들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수월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도현은 그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히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지옥처럼 무섭고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살하셨다고 알려진 그 날, 그 곳에 도현은 우연히 숨어 들어갔고, 아버지의 죽음의 진상을 목격하고 말았으니까. 아버지는 자살하신 게 아니라, 자살을 위장해 살해 당하셨다.

 그렇기에 도현은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그 어떤 호의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친척들. 그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를 용의자였다. 하지만 섣불리 공론화할 수는 없었다. 15세의 도현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에.

 

 가시밭처럼 불안한 길을 10년을 걸으며 25세가 된 도현은 기자가 되었다. 목표는 분명했다. 집안에 비극을 가져온 사건을 파헤치는 것. 하지만 그저 목표일 뿐이었다.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말단기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분노와 좌절, 포기가 반복되면서 하루하루가 흘러갔고, 어느 새 5년이 더 지나갔다. 15년.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공소시효가 15년이었던가. 도현의 마음은 어느 새 포기에 익숙해져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수연의 집에 놀러갔던 동생 안나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수연의 가족과 함께. 안나의 시신은 화마에 휩쓸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만큼 새까맣게 타버렸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현실. 그러나 그 때, 도현에게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군인인 수연의 아버지에서 이어지는 이상한 정황이 아버지의 죽음과 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순간, 도현의 눈이 환하게 뜨였다. 같은 사람이 있다.

 

 모든 걸 포기하려던 그 때, 새로 기회가 왔다.

 아무것도 못한 채 모든 걸 놓아버렸던 그 때와는 다르다. 자신도 더 이상 15세의 도현이 아니다.

 더 차분하게, 더 치밀하게. 그 목을 하나하나 죄여 가다보면, 언젠간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거대한 악마의 실체를.

 

 

 

 

 Bz호텔은 여전히 높고, 삭막했다. 스카이라운지가 꽤 괜찮아서 자주 들렀던 곳인데,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긴, 어느 누가 호텔 주인이 궁금해 호텔에 방문하겠는가?

 

 발렛 맡긴 뒤, 건물로 들어간 안나는 바로 스카이라운지로 향했다.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는지, 스카이라운지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오랫만에 오시네요?”

 “안 짤리고 계속 있었네?”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바Bz의 바텐더이자 안나의 정보원인 지원이 그를 반겼다. 안나는 자연스럽게 카운터의 바 좌석에 앉았다.

 

 “뭐라도 말아드려요?”

 “말이 그게 뭐니?”

 “틀린 말 아니잖아요?”

 “됐고, 커피나 한 잔 줘.”

 “헐. 커피는 카페에 주문해야하는데.”

 “하면 되잖아.”

 

 술집에서 커피를 시키는 안나의 억지에 지원이 투덜대며 카페로 전화를 걸어 커피를 주문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능숙하게 계란후라이에 소시지 몇 개를 더해 능숙하게 곁들일 거리를 만들어 내왔다.

 

 “여기 커피랑... 저녁에 만든 브런치예요.”

 “고마워.”

 “돈은 내고 가셔야 해요.”

 “당연하지.”

 

 안나는 지원을 불러 세웠다. 우선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것은...

 

 “투숙객 누구 하나 죽었다며?”

 “아. 지난 주에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분위기가 좀 안 좋아요.”

 “병사라고 들었는데.”

 “컨시어지에서 들어가봤을 땐 이미 사망한 상태였대요. 앰뷸런스를 부르기엔 늦었죠.”

 “체크아웃 시간 넘어서 발견된 건가?”

 “아뇨. 한 밤중에요.”

 “아... 그럼 불타는 밤을 즐기시던 중 그렇게 되셨나보네.”

 “그건 아닐 거예요. 동행이 없었거든요.”

 “그 사람 서울에 집 있는 사람 아냐? 집 놔두고 혼자 호텔엔 왜?”

 “뭐, 호캉스라도 즐기셨나보죠.”

 “그럼 컨시어지에선 어떻게 알고 들어간 거야?”

 “글쎄요... 룸서비스 요청이라도 있었나...”

 

 역시 이 소장은 살해당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죽인 배후가 문제인데... 아무래도 팽 당한 듯 하다.

 이 소장의 죽음에 대해 이것저것 더 물어보며 정보를 알아낸 안나는 별 일 아닌 듯 한 가지를 더 물었다.

 

 “혹시 전에 여기서 내가 모히또 사줬던 아이 기억나?”

 “유진씨요? 그럼요.”

 “어? 그 아이를 알아?”

 “이 호텔에 그 아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바로 밑에 35층 스위트룸에 살았던 아이잖아요. 무려 15년 동안.”

 “그 아이가 이 호텔에 살았었다고? 왜?”

 “집이 없나보죠.”

 “방값은?”

 “글쎄요. 카운터는 제 소관이 아니라서... 그래도 인경자 대표가 인성혁을 보내서 직접 살피던데 설마 걔가 돈을 내겠어요?”

 

 확실히 그 아이가 받는 후원은 인경자쪽인 건 맞는데...

 

 “인경자랑은 무슨 사이래?”

 “그건 잘 모르겠어요. 누구 말로는 인질이라고도 하고...”

 

 인질? 무슨 인질?

 

 “또 누구 말로는 그 아이가...”

 

 지원이 눈치를 살피더니 몸을 숙여 안나의 귀에 귓속말을 속삭였다. 안나의 눈이 점점 커졌다

 

 “설마.”

 “뭐, 믿거나 말거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이유로?”

 “없는 일들은 아니니까요.”

 

 상상도 못했던 포인트였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고작 그런 거 때문에?”라는 생각과 “그럼 말이 되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혼재했다.

 

 “그 아이... 35층 어디 살았어?”

 “35층 복도 지나서 맨 끝방이요.”

 “거기 좀 들어가 볼 수 있을까?”

 “호텔 시스템 아시잖아요. 키 없으면 엘리베이터 안 서는 거.”

 

 안나는 능청을 떠는 지원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자 지원이 못 말린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컨시어지에서는 비상계단으로 전 층을 돌아다녀요. 그 분들은 객실을 청소해야하니 마스터키를 들고 다니시는데, 바에서 술 만드는 바텐더야 마스터키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하지만 또 모르죠. 컨시어지들이 깜빡하고 하나쯤 바닥에 떨어뜨렸을지.”

 

 지원이 만든 브런치는 역시나 맛있었다. 이 정도 능력이면 그냥 개인 까페를 내도 대박칠 텐데. 얼른 돈 벌어서 독립하라는 의미로 팁을 듬뿍 얹어준 안나는 바Bz를 나와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손쉽게 마스터키를 찾아냈다.

 

 “직원 교육 다시 시키셔야겠네.”

 

 35층은 고요했다.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복도의 전망은 좋았지만, 너무 까마득하게 아래에 있어서 오히려 고립된 기분이었다.

 유진이 머물렀다는 방은 더욱 가관이었다. 명색이 스위트룸인데, 그 흔한 TV도, 컴퓨터도 없었다. 벽에 구멍을 뚫은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애초에 없는 게 아니라 일부러 떼어냈음이 분명했다.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숨을 내뱉었다. 이곳에서 15년을 보낸 아이는 대체 무슨 기분이었을까? 이런 곳에서 어떤 세상을 보고, 어떤 세상을 배워왔을까?

 

 그 때,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인기척이 안나의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스르릉’거리는 쇳소리가 안나를 향해 번개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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