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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스러운비서
작가 : 상혁이
작품등록일 : 2020.5.15

[아~ 정말 못살겠어. 이러다 난 정말 미칠거야...아니, 죽고 말거야]
[또 안?거야?]

 
(8)
작성일 : 20-05-15 14:19     조회 : 163     추천 : 0     분량 : 1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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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고 사랑을 구걸하게 될 것 같아 그는 과격하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자 옆 자석에 놓인 장미꽃다발과 준비한 반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흠..... 제기랄....이런게 다 뭐야...."

 쓴웃음을 지으며 그 꽃다발과 상자를 구석으로 던져 버리고 심한 욕설을 내뱉으면서 차에 시동을 거는데 그의 차 앞으로 누군가 차를 세웠다.

 [제기랄.. 진짜 내 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군..]

 그는 화가 난 나머지 클락션을 울리려는 순간 행동을 멈췄다.

 

 앞의 차에서 연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키스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곧 여자가 남자의 뺨을 때리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남자도 따라 내리고 다시 그 여자를 붙잡았다.

 

 그는 티격태격 거리는 연인들을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앞차가 막고 있어 차를 뺄 형편도 못되었다. 그래서 그는 담배를 꺼내 물고 그들의 행각이 끝나길 기다렸다.

 

 [진이씨... 미안하오. 하지만 내 감정을 당신이 알아 줬으면 좋겠소.]

 [이거 놔요. 난 당신 감정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그를 힘껏 쏘아보며 그의 몸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 쳤다.

 

 [왜 이렇게 날 피하려만 드오. 당신은 정말 내가 싫은 거요?]

 힘으로 그녀를 제지하고 있어 숨을 격하게 쉬며 말해 말끝이 떨렸지만 눈빛만은 너무나 진지했다.

 그녀는 그의 진지한 눈빛에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그의 감정은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냉혹하게 말해야만 했다. 그가 그녀를 잊을 수 있도록...

 

 [네... 당신이 싫어요. 이렇게 날 괴롭히고 있는 당신이 죽도록 싫어요.]

 그녀의 말에 그의 손이 스스로 풀렸다. 그는 충격을 받은 듯 그렇게 그녀를 놔주었다.

 [.....미안하오.]

 그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말하자 그녀는 애일 듯 가슴이 아팠지만 돌아서는 걸음을 주저하진 않았다. 지금 여기서 그녀의 의지가 무너져 버린다면 그를 더 힘들게 만들뿐이었으니까. 그녀는 그를 지나 흔들리는 자신의 감정을 꽉 움켜쥐곤 되도록 다리를 절지 않도록 걸으려 했다. 하지만 가슴이 아플수록 더 자신의 다리는 힘이 풀려 보기 흉할 정도로 다리를 절게 만들었다.

 

 현우가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그 여자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현우는 의아해하며 그녀가 들어간 집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저 여자가 왜.... 왜..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지...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려 그 여자와 함께 있던 남자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고개를 든 순간 그는 입에 문 담배를 떨어뜨렸다.

 

 "헉... 기가 막히는군."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자신의 절친한 친구 김도헌 이었던 것이다.

 비록 타이밍은 안 좋지만 그는 차에서 내려 자신의 친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동안 놀란 나머지 말이 없었던 도헌은 얼굴을 시뜻하게 일그러뜨리며 다가온 친구에게 물었다.

 

 [봤나?]

 [본의 아니 게]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친구에게 담배를 하나 건냈다.

 

 [자..술이나 마시러 가자... 너한테 물어볼 것도 있어...]

 [흠.. 그러지. 하지만, 왜 채였냐고는 묻지마.]

 도헌이 장난 섞인 어투로 자신의 감정을 속이며 말했다.

 하지만 현우는 친구의 마음이 지금처럼 장난 같진 않을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한 여자에게 금방 채인 상태이니까...

 

 그들은 자주 가는 술집에 자리 잡았다. 처음 그들은 말없이 술만 마셨다. 막상 실연 당한 친구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어 입을 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조심스럽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술에 취한 도헌의 입에서 먼저 그 여자에 대한 얘기가 흘러 나왔다.

 

 [음... 그 여자... 정말 아름다워.. 말할 수 없이... 처음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알았지....흠..]

 현우는 성급하게 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을 수 있도록 가만히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아마.... 너도 봤다면 한 눈에 반했을 거라고...우리 회사 사람들도 다 그녀에게 반해 버렸으니까... 하.. 그런데..세상은 참 웃기더라고.. 그렇게 아름다운 그녀가 다리 불구라면.. 믿어지니? 음? 믿어지냐고...]

 도헌은 괴로운지 술을 다시 들이켰다.

 

 [어쩌다 그랬는데? 사고?]

 현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사고였대. 고등학교 때 그 사고로... 가족도 잃었다더군.]

 [음.. 그래? 근데, 그런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그녀가 말해 준거야?]

 [흠.. 아니.. 가시 돋은 그녀가 일일이 말해 줬을 리가 없지... 내가 알아봤어. 그녀에 대해선 모든게 궁금했으니까...그녀는 내가 이런 사실까지 알고있다는 건 몰라...흠.. 그런데, 넌 왜 거기 있던 거야?]

 현우는 지금이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음.. 아는 사람이 그곳에 살거든... 근데..그 여자 말야. 아까 들어간 그 집에 사니? 내가 아는 사람도 그 집에 살거든...]

 현우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지만 도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아는 사람이 여자라면 이상할 것도 없지. 그녀는 사고 후 친구랑 단둘이 그곳에서 살고 있으니까.]

 [친구? 친구랑 단 둘이서만? 확실해?]

 현우는 친구의 대답에 너무 놀란 나머지 당황하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술에 취해 있던 도헌도 이상한 듯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래. 친구... 근데 왜 그렇게 놀라는데?]

 [음? 아..아냐...]

 

 믿을 수 없어... 친구와 단둘이? 단둘이? 말도 안 돼...그럼 내 비서랑 부인은... 그곳에 살지 않는단 말인가? 아냐.. 그녀는 분명 오빠부부와 함께 산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뭐지?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했다.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속일 필요가 없는 문젠데...

 그는 답답한 심정으로 술을 단숨에 들이키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물었다.

 

 [그 여자, 친구 말야? 내가 알기론 오빠내외와 함께 살고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혹시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도헌은 잔뜩 인상을 쓰며 현우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오빠내외라니? 그녀도 그 여자도 모두 외동딸인걸로 알고있는데.]

 [뭐....?]

 아까보다 더 놀란 얼굴로 현우가 되묻자 도헌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술.. 술이 필요하다. 술이.. 현우는 앞에 있는 술잔 가득 술을 따르곤 계속해서 마셔대기 시작했다. 너무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복잡하게 엉킨 머릿속은 그 엉킨 실타래를 풀길 거부하고 있었다.

 

 무섭도록 그가 술을 들이키자 도헌은 술이 단번에 깨는 것 같았다. 자신에겐 권하지도 않고 그저 술병을 끼고 마셔대는 그가 이상해 보였다.

 [갑자기 왜이래? 무슨 일이야? 실연은 내가 당했는데.. 꼭 네가 실연 당한 사람처럼 군다? 흠....]

 [아무것도 아냐..아무것도...]

 현우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며 계속해서 술을 마셔댔다. 도헌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솔직히 자신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친구의 괴로움을 안다해도 달래줄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웨이터를 불러 술을 더 시킨 다음 말없이 술로 괴로움을 달랬다.

 

 현우는 술이 웬 만큼 들어간 후에야 조심스럽던 그 사실을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그녀는 외동딸이다. 오빠란 있을 수가 없다. 물론 나의 비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 할 수가 없다. 그녀에게 오빠란 없으니까... 물론 부인도 아기도 없겠지.... 그렇담.. 그렇담...

 

 "속은 것이다. 그녀에게... 그녀의 손아귀에서 바보처럼 놀아난 것이다. "

 

 그 순간 일렁이는 술잔에 비친 그의 눈빛은 무섭도록 섬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술잔은 그의 심한 욕설과 함께 허공을 가르며 단단한 벽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산산이 부서졌다. 그의 심장과 함께...

 그와 헤어진 후 그녀는 방문을 꼭 잠근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다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새벽녘 잠에서 깨어나 거울을 들여다보며 부어오른 눈을 어루만지다 또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너무나 가엽고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이면 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왜 하필이면...그를 속였을까.. 왜..하필...

 

 허나 이제 와서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었다. 이것은 그녀가 마무리지어야 끝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 이젠 모든 게 확실해진 거야. 난 그도... 일도 모두 가질 수 없어... 처음부터 너무 어리석었어. 내 것이 아닌 것을 억지로 얻으려 했으니... 이제 모든 걸 정리 할 때야... "

 

 한주는 티슈로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닦아내곤 서랍에서 연필과 종이를 꺼냈다.

 이젠 이 엉터리 연극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 바라지 않고 더 이상 겁내지 않고...이 일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을 택해야 했다.

 

 흰 봉투에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적곤 다시금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그녀의 편안하지 않은 심정은 눈과 귀를 잠들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뒤척이며 남은 새벽을 보내고 침대에서 일어나 마지막 출근을 위한 변장을 하기 위해 화장대에 앉았다.

 

 "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

 

 높다란 빌딩에 들어서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 몇 초가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얼마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걸어다니던 이 길이 지금은 가시밭길을 걷듯 한발 뛰기조차 힘이 들었다. 아마도 가슴과 뇌리에 스치는 망설임이 발길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나 보다...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한적한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좁은 공간은 사람을 더욱 움츠리게 만드는지 묘한 엘리베이터 굉음은 떨리던 그녀의 마음속에 공포심과 두려움 마저 심어놓았다.

 

 두려울 건 하나 없는데... 그저 그에게 사표만 내면 이 모든 게 끝나는 것인데...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이 하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다른 날보다 훨씬 일찍 출근한 그녀였으나 사무실엔 그녀보다 먼저 도착한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다. 사무실 복도에 자리한 그녀의 책상이 서류들로 어질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도 수상하게 여겨졌다.

 

 갑작스런 상황으로 인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가 다시금 밀려들었다. 그녀는 가득 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흩어진 서류들을 살펴보다 열린 사무실 안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 도둑이나 산업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몸이 심하게 떨렸지만 용기 내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뒤돌려진 의자 위로 희뿌연 담배연기가 타오르며 그녀의 시선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채취가 묻어나는 코트도 눈에 들어왔다.

 

 휴~ 안심이 되면서 잠시 동안 두려워했던 생각에 웃음이 썩여 나왔다.

 [흠흠.. 변호사님 일찍 오셨네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생각에 잠겨 있던 현우는 혐오감에 불타오르는 자신을 삭히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살짝 미소 짖고 있는 자신의 비서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남장을 한 여자가...

 그는 변장한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다시 보니 그녀를 못 알아본 자신이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녀는 처음부터 몸과 행동으로 자신이 여자임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어리석은 그가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남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운 얼굴 선하며 목젖도 없는 가느다란 목, 당당함보단 여린 행동이 묻어나는 그녀의 몸짓... 흠...이리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녀를 원하고 있는 자신이 역겹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그의 머리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몸은 그녀는 처음부터 알아보았던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그는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우며 냉혹한 시선을 띄었다.

 

 [당신도 일찍 왔군.]

 [네. 근데, 뭐 찾으시는 서류라도 있습니까? 밖에 제 책상이 엉망이던데.]

 [아, 그거...그렇소. 아주 중요한 서류를 찾고 있었소. 아주 중요한...]

 말끝에 여운을 두며 그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다가오는 그가 두렵게 느껴졌다.

 

 [서..서류는 찾으셨어요? 못.. 찾으셨다면 제가 찾아드릴게요.]

 그렇진 않겠지만 모든 걸 아는 듯한 그의 눈빛에서 강렬하게 품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인해 진실의 덩어리가 그녀의 숨통을 옥죄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급한 심정으로 둘러 대답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한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그의 억센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어딜 가시오? 이제 당신이 왔으니 그 서류는 필요 없소.]

 심장에 점점 박차가 가해지며 그녀의 두려움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당신에게 직접 들을 것이니까.]

 

 [네..? 하지만, 전 무슨 서류인지..]

 [아. 그건 걱정할 것 없소. 당신이.. 아니 당신 밖에 알 수 없는 서류니까.]

 

 점점 불안감이 발끝부터 스며들고 있었지만 그녀는 미리 속단 할 순 없었다. 그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네?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 당신만이 알고 있는 그 서류를 찾고 있는 것이오. 진정 모르오? 아니,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소. 분명히!]

 

 그는 그녀가 직접 모든 사실을 털어놓길 바라며 기회를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을 말할 의도가 없는 듯 그를 조롱하며 끝까지 발뺌했다.

 [무..무슨 말이세요?]

 순간 그의 눈빛이 서늘할 정도로 차갑게 빛났다.

 [흠, 이한주씨 당신 인사기록 파일을 찾고 있었다면 당신에게 답을 얻을 수 있을까?]

 

 헉... 발끝부터 퍼지던 불안감이 그녀의 심장을 관통하며 그것의 기능을 정지시켜 놓은 듯 그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어떻게 알았을까..? 그가 어떻게... 백 번을 생각한들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짧은 순간 그렇게 자신에게 몇 번이고 되 뇌이며 묻고 있었다. 그러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두려운 존재로부터 피하기 위한... 하지만 그의 단단한 손에 붙잡혀 있는 상황에선 그것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어딜 가려는 거지? 할말이 많으실 텐데?]

 [하..할 말 이라뇨? 제 인사 기록 파일이라면 처음에 보셨잖아요.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가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진실을 말해 버린다면 그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녀의 말은 단지 불 난데 기름을 부운 격 일 뿐이었다.

 

 [흠, 끝까지 날 바보로 만들 샘이군. 좋아, 하지만... 이래도 당신이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갑작스레 그의 손이 올라가자 그녀는 순간 적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약한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분명 그가 자신을 때릴 줄 알았으나 아무런 아픔이 없었다. 그녀는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뜨며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헉...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그녀의 머리에서 벗겨진 가발이었다.

 

 그는 가식적인 그녀의 모습이 드러나자 혐오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말할 필요성을 느꼈겠지.]

 그녀가 어떤 대답도 하기 전에 그가 쇼파에 그녀를 밀어 앉혔다.

 [그래... 어디다, 얼마나, 얼마에 팔았소?]

 모든 사실이 들통났다는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그에게 진실을 해명하기도 전에... 무너진 그녀의 뇌리에 그의 말이 띄엄띄엄 정확하게 꽂히자 정신이 번뜩 드는 것 같았다.

 

 [네? 무슨 소리예요 팔다뇨? ]

 [나나, 우리 회사에 대한 정보 말이오?]

 [아..아니에요. 오해예요.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요.]

 

 그는 끝가지 거짓을 말하는 그녀의 입술을 비틀 듯 바라보며 냉담하게 받아쳤다.

 [당신이 언젠 사실을 말한 적이 있었나?]

 [오.. 아니라고요. 제발요. 전 단지 비서 일만을 원했을 뿐이에요. 정말이에요.]

 그녀는 무너지는 자존심을 버리고 그에게 애걸하듯 말했다.

 

 [당신 정말 날 바보로 아는 거요.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하오? 그렇다면 당신의 입에서 진실을 듣기란 힘들 것 같군.]

 

 그가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가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다시 들어왔다.

 [뭐..뭐 하는 거예요?]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가방을 테이블에 쏟아 버렸다. 그러자 서류들과 변장용 화장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가 서류를 살피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서류들은 뭐지?]

 [어제 못다 한 일을 집에 가지고 갔었어요. 꼭 내 가방까지 뒤져야 하나요?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그럼...이건?]

 

 그의 손에 흰 봉투가 들려 있자 그녀는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잘 짜여진 각본처럼 그녀를 함정 속으로 몰아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그건...]

 [사직서라고 써있군. 그렇게 원하던 일이라면서 이리도 빨리 그만둘 수 있는 거요? 흠, 그래 이제 무슨 일을 할거요? 또 원하는 다른 일이 있소? .....당신이라는 여자는 도대체 누구요?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거짓말만 하는 거요? 증거가 버젓이 이렇게 있는 데도 말하지 않으니...혹시, 법적인 절차를 받고 싶은 거요?]

 

 그의 말로 인해 그녀의 눈은 두려움으로 더욱 커졌다. 또한 복잡한 감정들은 서로 엉켜 그녀의 정신을 흐트러트리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만들어 버렸다.

 [아뇨. 아니에요. 사실이 아니라고요. 그건...제 스스로... 자책감 때문에 결정한 거예요. 더 이상 당신을 속일 수 없어서...당신을... 당신을 사랑하...]

 [혹시,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은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거라면 집어치우시오. 그거만큼 믿을 수 없는 말은 또 없을 테니까...하, 당신은 정말 교활하고 가증스런 여자요.]

 

 어리석은 고백으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모욕적인 비난이었다. 모두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끔찍한 결과였고, 이를 예상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막상 지금의 상황에 처하고 보니 이보다 더 괴로울 순 없을 것 같았다. 모두 다 거짓이라 말해도 좋지만 자신의 사랑마저 거짓으로 받아져 철저히 그에게 거부당하자 더 이상 괴로울 것은 없을 것 같았다.

 

 " 그러죠... 다시는 당신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않겠어요... 다시는..."

 내리깐 눈 밑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그녀는 상념 같은 혼잣말을 되뇌었다.

 그녀의 조그만 심장 속에서 소중히, 조심스럽게 혼자만이 키워나가던 사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잔인한 말로 산산이 부서져 온몸에 파편이 되어 날아가 그녀의 뼈 속까지 깊은 상처로 남은 것이다.

 

 계속되는 상처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한들 또다시 돌아오는 건 상처뿐일 테니까...

 그저 지금 같은 복잡하고 난해 한 심정 속에서 그와 같이 숨쉬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뿐이었다.

 

 [그래요. 전 교활하고 가증스런 나쁜 여자예요. 그러니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절 자르든, 경찰에 고소를 하든.. 뭐든 당신 맘대로 하라고요.]

 그녀가 자포자기하듯 말함과 동시에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의 단조로운 낯빛에 꽂히며 냉담한 그의 말이 이어졌다.

 [흠, 드디어 인정하는 건가? 더 이상 변명 할 것이 없어서? 그래 좋아. 당신이 말 한대로 내 맘대로 할 것이오.]

 

 그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앉아있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끌다시피 걷게 만들었다.

 [어..어딜 가는 거죠?]

 [걱정 마시오. 아무리 당신을 죽이고 싶어도 그러하진 않을 것이니, 물론 바보 같은 경찰들에게도 넘기지 않을 것이오.]

 

 그리곤 입을 굳게 다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놀다란 빌딩을 빠져나와 그녀를 자신의 차에 태웠다.

 최대한의 속도로 달리는 포르쉐 안은 무서운 침묵만이 흘렀다. 그 속도에 못 이겨 그녀는 심한 멀미가 일었지만 그에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한시라도 빨리 이 순간이 지나길 바랄 뿐이었다.

 

 드디어 차가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내리는 것도...허나 멀미는 계속되고 있었다. 거북할 정도로 속이 뒤틀리고 매슥거렸지만 그녀는 혼신을 다해 그것을 참았다.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그의 억센 손에 이끌려 차안에서 내려졌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귀소본능으로 인해 그곳이 어딘지 한눈에 알아 볼 수가 있었다. 그곳은....그와 첫 번째 데이트를 했던 곳이었다. 장미 정원이 딸린 별장....

 

 [여긴...]

 [그렇소.]

 차가운 응답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을 뿐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별장에 들어선 그는 다짜고짜 그녀를 방안으로 밀어놓고, 잠시 밖으로 나가 묵직한 도구함을 들곤 다시 돌아왔다. 그리곤 방안의 문고리를 때어내는 것이 아닌가?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게 닫혀진 그의 입술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므로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 해도 계속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는 거냐고요?]

 두려움으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혹시..혹시.. 날 여기 가둘 생각은 아니겠죠? 네? 현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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