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스러운비서
작가 : 상혁이
작품등록일 : 2020.5.15

[아~ 정말 못살겠어. 이러다 난 정말 미칠거야...아니, 죽고 말거야]
[또 안?거야?]

 
(4)
작성일 : 20-05-15 14:16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254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바닥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렸다. 처음엔 동그라미..두 번짼 눈...그 다음은 코... 입.. 점점 그 동그라미가 사람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맘에 안 드는지 그녀는 손바닥으로 모래를 흐트러트리고 다시 그렸다. 요번에도 처음은 동그라미... 두 번짼... 삐뚤어진 눈... 코도 삐뚤..입도 삐뚤... 모두 삐뚤삐뚤....흠..꼭 성난 호빵맨 같잖아...한주는 그렇게 그림을 완성하고 그림에 화살표를 표시한 다음 뭔가를 적었다.

 

 ' 정현우 바보 '

 

 키?...이거 잼있네... 이번엔 그 그림이 진짜 현우라도 된다는 듯이 그녀는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가며 따져 보았다..

 [야.. 정현우....이... 나쁜놈아...너 그러면 안돼...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냐... 왜 갑자기 그렇게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내가 뭘 잘못 했으면 말을 해야지..말을.. 왜 사람 속만 타게 말도 안하고 꿍하고 있냐고... 아니지.. 내가 잘못 좀 했으면 어때.. 자고로 남자면 넓은 아량과 이해심이 있어야지...치..무슨 남자가 치~사하게 삐져서 말도 안 하냐고...]

 쿡쿡...그렇게 화를 냈다 웃었다하니 그녀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미친 여자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크게 웃다가 다시 그 그림을 보며 화를 냈다.

 

 [글구 내가 못생겨서 맘에 안 들었으면 처음부터 데이트 신청은 왜 한 거야... 내가 무슨 니 장난감이야... 그래 나 니 데이트 신청 받고 기분 좋았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감지덕지 해야 했던 거야... 그럼 난 니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해야 하는 거냐고... 이 이기주의자.. 천하의 바람둥이.... 밴댕이 소갈딱지 음..그리고 또... 그래 매너 말소환자 같으니라고 .....]

 그렇게 맘 것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으니 한결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마음속 깊숙한 어느 한 구석은 왠지 더욱 쓸쓸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걸......

 그래...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된 넌 뭐니...! 한주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모래사장에 그려 놓은 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훗..그녀는 아까 와는 달리 그 망가진 현우?의 얼굴을 보며 미소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는 어두워 졌고 그 어둠을 틈타 많은 연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생각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넋 놓고 앉아 있었다는 생각에 그만 별장으로 돌아가려 했다. 너무 늦었으면 어쩌지 그가 걱정했을 텐데...아냐 화났을 지도... 아냐..아냐... 그녀는 머리를 가로 저으며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나에게 무관심인지 봤잖아... 그리고 걱정이 됐다면 벌써 날 찾아오고도 남았을 거야. 그녀는 자리를 훌훌 털며 일어섰지만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다. " 헉~! "

 그녀는 뒤를 돌아보자 배를 잡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고 있는 현우와 마주쳤다.

 

 오~마이 갓.........

 

 현우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가 걱정이 돼서 곧바로 그녀를 따라 나왔는데 금새 그녀가 보이지 않아 한참을 찾았었다. 그러다 이곳에서 노을을 구경하는 그녀가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곤 그녀에게 사과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근데 그녀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그녀가 갑자기 자신에게 욕을 해대는 게 아닌가... 현우는 지금 그녀에게 들켰다간 저 화살이 모두 자신이게 꽂힐 것 같아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그녀가 내뱉는 말에 약간 당황되기도 하고 화도 났다. 하지만 점점 들을수록 그런 감정보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 꺼졌다.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가 다시 화내고 뭐 이런걸 반복할 땐 어찌나 그녀의 모습이 귀엽고 우습던지 하마터면 그녀에게 들킬 뻔했었다. 그렇게 웃음을 꾹~ 참고 있었는데 그녀가 돌아갈 생각인지 뒤돌아 서다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현우는 일어나 자세를 가다듬고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터프 하더군.]

 현우가 눈으로 그녀가 그려 논 도저히 자신이라고 믿기 어려운 엉망이 된 그녀의 작품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야..이 남잔 언제 온 거야.. 첨부터 다 본 건 아니겠지... 아냐 저 표정 봐 다 알고 있단 표정이잖아....에이~ 나도 몰라.....내가 뭐 거짓말했나... 화 낼 테면 내보라지! 근데 뭐가 저렇게 좋은 거야... 아까는 날 본 체도 안하더니... 이젠 화 안났나 보지... 치! 순~ 자기 맘대로 야... 그래 정현우 너도 무시한번 당해 봐라..

 

 한주는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를 모른 척 재치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녀가 아무말도 없이 옆으로 쌩하고 지나가자 현우는 그녀가 단단히 화났단 걸 알 수 있었다. 현우는 얼른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며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까는 내가 미안했소.]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이렇게 데이트를 망칠 순 없잖소...]

 뭐 다시 시작하자고...? 데이트를 망칠순 없어...? 처음부터 누가 망치려 했는데...한주는 계속해서 그를 무시하며 걸었다.

 [한진씨... 내가 미안하다하지 않소...이제 그만 화 풉시다...한진씨 ...한진씨... 나하곤 아무 말도 안 할거요? 그럼 좋소 후회하지 마시오...]

 한주가 자신의 말에 미동도 하지 않자 그녀의 팔을 확 잡아채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 안았다.

 [아!]

 그녀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서 그가 자신을 갑자기 끌어안자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어디 한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보시오... 난 계속 당신을 이렇게 끌어안고 있을 테니...]

 [뭐예요...창피하게...사람들이 보잖아요...빨리 놔줘요..]

 그녀는 얼굴을 토마토처럼 붉히며 그에게 항의했다.

 [보면 좀 어떻소... 그리고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고만....놔주면 화 풀 거요..?]

 그가 능청스럽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고 대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자 현우가 그녀를 고개를 다시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한 다음 더욱 세게 안으며 그녀에게 반 협박 적으로 말했다.

 [어~ 계속 이럴 거요... 뭐 그렇다면 한가지 방법 밖에 없지... 이건 당신이 원한 일이오...]

 그리곤 과장된 행동으로 입술을 쭉 내밀며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 그녀는 그의 행동이 분명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그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거의 달랑 말랑할 때 눈을 질끈 감고 그에게 소리쳤다.

 [아..알았어요...]

 

 솔직히 현우는 은근히 그녀가 대답하지 않기 바랬다... 현우는 그녀가 눈을 감고 있는 틈을 타 그녀의 매혹적인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 그 입술에 자신이 얼마나 키스하고 싶었는가... 그렇게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한 이 행동이 진심으로 바뀌는 걸 어쩔 수 없었다. 현우는 그녀의 대답에 멈추려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그녀에게 키스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한주는 자신이 대답을 했는데도 그가 놓아줄 생각을 안차 한쪽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헉! 안돼... 그는 분명히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이다.

 

 순간 그녀가 뭐라고 항의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갑작스런 그의 키스에 그녀는 중심을 잃을 것 같았다. 그도 그것을 느꼈는지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 자신의 몸에 부착 시켰다. 그의 입술은 예전에 느껴 던 것처럼 너무나 부드러웠으며.... 그녀의 벌어진 입술 틈 사이로 들어온 그의 부드러운 혀는 아주 달콤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 구석구석을 탐했으며 그가 탐한 자리마다 그녀의 오랜 세월 동안 잠자고 있던 감각은 생명을 얻은 듯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런 키스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그녀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본능이 일었다. 그가 이끄는 대로 반응을 보였으며 자신도 용기 내어 그를 따라 그의 벌어진 입술 안으로 혀를 들이밀었다. 그리곤 팔을 그의 목에 두르고 그의 얼굴을 더욱 가까이 자신에게로 끌어 당겼으며 누군가 가르쳐주기라도 한 듯 혀로 그의 입술을 쓸었다가 다시 자연스럽게 그의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핥았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그의 키스는 감미로움에서 격정적으로 변해 갔으며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그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깊이 키스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녀를 탐하고 싶었고 그녀와 지금이라도 당장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주위의 소란스러움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둘만이 이곳에 존재하는 듯했다

 한주의 반응에 현우가 정신을 못 차릴 때쯤 주위의 장난스런 환호가 그녀의 귓가를 맴돌면서 그녀를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려놓았다. 한주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자신이 그의 입술을 애무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이렇게 열렬히 반응하였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주위가 아무리 깜깜하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공개된 장소에서 경험이라곤 전혀 없던 자신이 색녀라도 된 듯 그에게 반응을 하였다는 것이 기가 막혔다. 그녀는 서둘러 그를 밀치고 그이 품안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의 눈빛을 뒤로 한 채 그곳을 벗어나 뛰기 시작했다.

 

 현우는 자신에게 열렬히 반응하던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밀쳐내자 당황스러움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그녀의 뛰어가는 뒷모습만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녀의 모습이 점점 시야에서 벗어나자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렸다. 현우는 그들이 키스하던 장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그녀를 돌려세워 자신을 바라보게끔 했다. 그리곤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숨이 찬지 고개를 숙이고 힘들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허..헉....미안하오....처음..부터 그럴려던 건 아니었소]

 현우는 숨을 들이마시며 힘들게 그녀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한주는 현우가 자신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의 사과를 받을 입장은 아니다. 만약 자신이 그의 키스를 조금이라도 거부했다면... 마땅히 그는 그녀에게 사과해야 한다. 흠흠..근데..자신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거부는커녕 더욱 그에게 매달리며 가르렁거리지 않았는가...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입술에 그의 입술이 떠나지 않은 것처럼 그의 느낌이 정확히 되새겨 지고 있지 않은가... 아마도 그때 주위사람들의 환호를 듣지 못했다면 그녀는 지금도 그의 품에서 녹아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런 생각은 무시한 체 뻔뻔스럽게도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오르지 그가 자신에게 억지로 키스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그의 사과를 받아 들렸다.

 

 현우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문득 그녀에게 아까의 그 달콤했던 키스가 첫 키스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공개된 장소에서 키스를 했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는 여자가 과연 있을까... 요즘은 길거리나 분위기 좋은 까페 등... 공개된 곳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키스하는 건 아주 자연스런 일이었다. 비록 자신과 그녀는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는 갑자기 그녀에게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 그녀에게 묻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녀가 첫 키스였다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마 그녀가 이태까지 키스도 못해 봤겠냐 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현우는 자신이 그녀의 첫 키스 상대이길 맘속 깊은 곳에서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혹시... 당신 첫 키스였소..?]

 현우는 끝내 자신의 생각을 확인 받고자 그녀에게 물었다.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대답이라도 하듯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홍조를 보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며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맘에도 없는 말로 그녀에게 다시 사과했다.

 [사실이오...?! 이런...그럼 내가 또 실수를 한 거군...미안하오... 또 내가 당신에게 실례를 범한 것 같소...]

 

 그녀는 그가 왜 그런 질문을 하여 자신을 당혹스럽게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 나와의 키스가 부담스러워서...내가 책임지라고 할까봐..? 아니면 이것이 남자들의 심리일까..? 자신이 모든 여자에게 첫 남자이고 픈...그런 이기주의적 발상인 것일까....그렇다면 그녀는 그에게 우월감 같은걸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로 보여지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녀 나이 24살이 되도록 누구나 한번쯤은 해 봤을 키스도 한번 못해 봤다면 그건 자랑이 아니라 수치였다. 가끔 어떤 여자들은 순결을 지킨다고 그랬다지만 자신은 그런 케이스도 아니잖는가... 이것은 즉 그다지 지키고자 노력하지 않았던 순결이 자신의 매력 없는 모습에 남자들이 자연스럽게 지켜준 결과일 뿐이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에게 거짓말하고 싶었다. 자신도 경험이 풍부한 요즘 여자들처럼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개방된 성적 개념을 가진 여자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아니요....아무리 제가 키스도 못해봤겠어요..?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저 그런 키스 아무렇지도 않아요...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던 그에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아니지...이건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야...거짓말이 아니라고... 며칠 전 그가 그의 사무실에서 잠들었을 때 그에게 내가 키스했으니까... 비록 찐한 키스는 아니었다 해도 내가 느낀 감정은 너무나 스릴 감 있는 달콤하고 짜릿한 경험이었으니까...그것이 나의 첫 키스나 마찬가진 거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와 뒤돌아 별장을 향해 걸었다.

 

 현우는 자신의 확신이 틀렸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꼭 자신이 그녀의 첫 키스 상대여야만 할 것 같은 소유욕이 일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부끄럼이 많은 여자잖아... 혹 여태까지 키스도 못해봤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는 건...그래...현우는 그녀가 부끄러워서 그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는 그녀의 옆으로 바짝 따라가며 그녀에게 다시 자신의 생각을 확신 지으며 말해버렸다.

 

 [당신 왜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혹시 첫 키스였다고 밝히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라면 이해하오...]

 거짓말..? 이해...? 그녀는 그의 말에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어떻게 내말이 거짓이라고 의심..아니 확신하고 저렇게 물을 수가 있지...? 비록 내가 거짓말을 했다 해도 나도 여잔데 예의는 지켜야지...이 남자 이렇게 뻔뻔한 남자였나...? 아님 나의 키스가 처음이라는 것이 드러날 정도로 그렇게 내가 서툴렀나...그녀는 아까 그와 나누던 키스를 회상해 보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열렬히 반응하던 모습만이 생각나 안 그래도 붉었던 얼굴이 더욱 상기되었지만, 그녀는 지금의 부끄러움을 잠시 접었다. 그리고 현우가 자신을 섣불리 자기 멋대로 판단한 것을 후회하게끔....자신의 거짓을 진실로 꾸미기 위해 한주는 예쁜 눈으로 장난스럽게 그를 흘기며 그의 말을 반론했다.

 

 [무엇 때문에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죠? 제가 한 키스는 첫 키스였다..라고 내 얼굴에 써있기라도 한가요...?.... 아님...]

 그녀는 바로 말하지 않고 일부러 뜸을 들이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현우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도 생각중이라는 듯...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고개도 갸웃거렸다. 그러다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손바닥까지 맞부딪치며 자신이 하던 말을 이었다.

 [아! 그렇군요.. 내가 키스 할 때 전 지금 첫 키스예요..라고 말해 버렸군요? 어머..어쩌다 제가 그런 실수를 했죠....? ]

 

 그렇게 그녀는 부끄러움을 가장한 몸짓으로 그를 골탕 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현우는 그녀의 그런 교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확인하려던 사실도 까마득히 잊은 체 그녀의 유혹적인 행동을 넋 나간 사람처럼 바라볼 뿐이었다. 한주는 자신의 능청스런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렇게 부끄럼을 잘 타는 자신이 이렇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짓 연기로 그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 대견?(..히힛...)스러웠고...지금의 그의 표정으로 보아 완전히 자신에게 KO패 당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에 힘입어 더욱 과감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당신 정말 경험이 풍부한가 봐요... 전 당신과 키스할 때 ...당신의 키스가 하는 말 같은 건 듣지 못했거든요... 그런 건 어떡하면 들을 수 있죠..? 뭐 경험으로 쌓는 건가요..아님..수강을 통해서..? ]

 그녀는 고개를 바짝 그의 얼굴로 들이밀며 눈으론 그의 입술을 쫓으며 애타는 듯하게 그에게 물었다.

 

 현우는 그녀에 유혹적인 행동이 처음엔 당혹스러웠으나 지금은 그녀의 애교 스런 모습과 유혹적인 어투에 빠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은 그녀에게 자신이 첫 키스 상대이건 아니건 그런 것은 중요하게 여겨지기지 않았다.. 이 순간 그에게 제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지금 당장 그녀의 도발적인 붉은 입술에 키스를 퍼 붙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현우가 그녀의 유혹에 빠져 자연스럽게 다시 그녀의 입술를 찾으려 하자 그녀는 고개를 조금 비틀어 그의 귓가와 그의 흥분된 가슴에 정확히 비수를 꽂았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나 봐요...오늘은 당신이 상대의 키스언어를 잘못 들으신 것 같으니...후후.. 전 첫 키스 아니었어요..그리고...당신처럼 키스언어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베타랑은 아니지만.. 뭐.. 당신 키스가 아주 능숙했다는 걸... 느낄 수는 있는 경험 있는 여자라고요..^^]

 그녀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에게서 떨어졌다...그리고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가던 길을 마저 걷기 시작했다. ㅋㅋㅋ..그녀는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작은 연극은 성공이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순진한 처녀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후훗...

 

 현우는 마지막 그녀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못하며 자신이 그녀를 너무 순진하게 본 건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몇 분전만 해도 너무나 확신하던 그녀의 첫 키스 상대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어딘가 모르게 자라고 있던 기대감이 날아가 버리고, 그 자리엔 실망이란 단어가 대신 자리잡았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뒤를 빠르게 뒤따르며 그녀가 자신에게 행한 만큼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흠..! 그렇소? 고맙군... 당신의 그 풍부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내 키스가 능숙했다는 건 내가 키스를 아주 잘한다는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당신도 내 키스가 그렇게 싫진 않았던 것 같군... 흠..! 뭐..또 나의 능숙한 키스를 맛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하시오...... 나도 당신의그 풍.부.한. 경험이 싫진 않았으니까.]

 현우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걸음을 빨리 하여 그녀와 거리를 두고 걸었다.

 

 한주는 그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바램대로 현우는 그녀를 순진한 처자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너무나 기분이 좋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지금 그녀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 울고 싶었다... 그녀는 순진한 처자에서 이젠 그녀의 노고 끝에 완전한 색녀로 그에게 낙인 찍혀 버린 것이다. 하~...그럼 그렇지... 어째 내가 일이 잘 풀린다 했다...ㅜ.ㅜ 아휴... 저남자 또 화난 거 같은데.... 어떻게.... 그녀는 자신이 거짓말을 해서 일이 꼬이자 또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바보 같이 첫 키스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다고... 이렇게 일을 벌렸을까... 아~ 아까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현우는 일부러 그녀 앞으로 걸었다. 지금 자신이 그녀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바라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걷는 다면 아마도 자신이 이성과는 틀리게 그녀를 붙들고 아까 하지 못한 키스를 다시 할 것만 같았다. 그는 이런 자신이 싫었다. 그녀에게 놀림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이런 감정을 갖고 있는 자신이 도저히 예전의 그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우는 앞서 걸으면서 자신에게 이런 감정이 생겨 난 건 모두 그녀 탓이라고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감정를 갖게 만든 그녀에게도 자신과 똑같이 나를 원하고 나에게서 정신 못 차리게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훗.......현우는 자신의 계략을 생각하며 야릇한 미소를 흘렸다.

 그녀가 말없이 화난 그의 뒤를 따르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별장에 다다르고 있었다. 별장에 가까워질수록 한주는 이렇게 끝난 데이트가 너무나 아쉽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에게 있어 이것은 희망이었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더 이상의 데이트는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모든 걸 망친 것이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휴..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모든 걸 체념하는 듯한 한숨을 내뱉으며 터벅터벅 걸었다.

 

 그렇게 말없이 그의 뒤를 따르는 그녀에게 어디선가 짙은 장미향이 그녀의 코끝을 간질이며 유혹했다. 그녀는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발길을 돌려 장미향이 묻어 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그 길로 한 50미터정도 걷다 보니 너무나 예쁜 장미 넝쿨이 보였으며 안쪽으로는 더욱 예쁘게 핀 장미들이 줄을 지어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장미꽃길을 걷을 땐 그 장미향에 흠뻑 취해 몽롱한 정신마저 들었다. 그 꽃길의 종착점엔 예쁜 큐피트 동상의 분수대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장미 화원을 은은한 불빛으로 감싸안은 가로등 불빛은 이 모든 것들을 너무나 아름답게 비추어 하나의 장관을 이루는 것 같았다.

 

 한주는 아름다운 장미로 둘러 싸여진 분수대 앞에 서서 가만히 그 천사 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한 곳 한 곳 옮기며 동상이 진짜 천사라도 되는 듯 머릿속에 천사의 모습을 새겨 넣으려고 정성스럽게 시선을 두었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 큐피트 동상의 가슴 쪽에 뭔가 적혀 있는 듯한 글귀가 보였다.

 

 약간의 어둠과 동상의 높이 때문인지 뭐라고 적혀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분수대의 선반작용을 하는 곳을 밟고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그리곤 동상의 가슴부위를 유심히 살펴본 그녀의 얼굴엔 너무나도 부러움이 가득해 졌다. 그 곳엔 현우씨 할아버님의 할머님에 대한 고백이 적혀 있었다. 어떤 거창한 말이 아닌 " 사랑합니다. " 라는 딱 한마디만이 적혀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말...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동상에 기대어 사랑이라는 말을 되 내어 보았다.

 

 [사..랑... 사랑... 사랑... 사랑합니다... 전 당신을.....정...]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요.]

 현우는 목에 힘을 주고 굵은 목소리로 화를 가라앉히며 그녀의 바로 밑에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헉...

 [ 꺄~~ 악~~~~ ]

 갑작스런 현우의 출현에 깜짝 놀라 그녀가 분수대 위에 있었다는 것도 잊고 그곳에서 발을 떼어 앞으로 나가려 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중심을 읽고 장미 넝쿨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으~~~~ 이제 정신이 들었으면 날 이곳에서 일으켜 주겠소..?]

 한주는 고개를 든 순간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있는 현우의 눈과 딱 마주 쳤다. '오 하느님 맙소사...' 떨어지는 그녀의 바로 밑에 있던 현우가 그녀의 육중한 몸에 깔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당해야 했던 장미가시의 아픔을 그가 고스란히 당한 것이다. 당황한 그녀는 벌떡 일어나 그에게 손을 내밀며 일으켜 주었다.

 

 [어머.. ㅋㅋ... 미..미안해요...쿡..]

 그에게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과를 했지만 갑자기 섞여 나온 웃음 때문에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들뿐이었다. 하지만 평소 그의 모습에선 찾아보기 힘든 저 아픔을 꾹~ 참는 듯한 그의 표정 때문에 그녀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ㅋㅋㅋ...ㅋㅋ..미..미...미안해요..정말 미안..음..흠흠..ㅋㅋㅋ..쿡...]

 [됐소.. 정말 미안 하긴 한 거요?]

 

 그녀의 반복되는 웃음과 사과에 현우는 더욱 화가 났다.

 '참나.. 누구는 그렇게 힘들게 찾아 다녀 것만.. 그리고 목숨?걸고 장미 넝쿨에 뛰어 들어 구해 줬더니... 보답이.. 비웃음이라니...' 조금 전 현우는 한참을 걷다 그녀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곳에 그녀는 없었다. 그는 혹시 어두운 곳에서 그녀가 앞서 걷는 그를 놓쳐 길이라도 잃었을 까봐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그녀를 찾아 다녔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이곳의 장미 화원에 들어 왔는데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뭔가를 흥얼거리며 명상에 잠겨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처음엔 그녀를 찾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명상에 잠긴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저기서 있는 동상.. 큐피트의 아름다운 어머니 비너스 같았다. 장미는 비너스의 눈물로 만들어 졌다는데... 흠..저 여자의 모습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군....이런... 또 그녀에게 끌리기 시작하는 건가... 금방 다짐하고선... 현우는 주체 없이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의 감정을 접으며 몇 시간 전 혼자 그렇게 다짐했던 사항을 다시 떠올리고 그녀에게 다갔다. 그리고 그녀를 부른 순간 그는 그녀의 밑에 깔리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한주는 자신이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닿고 버릇처럼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웃음을 흘리지 않도록 노력해 보았다. 현우는 자신의 옷에 붙은 가시와 먼지를 털어 내며 갑자기 아무 말도 없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순간 상기된 얼굴로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웃음(웃음과 숨을 동시에 참는 듯한)을 참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 왔다. 'ㅋㅋㅋ.. 도대체가 화를 낼 수 없게 만드는 여자라니까...'

 

 [그리 큰 상처는 아닌 것 같소.. 그냥 옷이 여기 저기 찢어 졌을 뿐이지... 아까는 넘어질 때의 충격 때문이었나 보오.]

 현우는 부드러운 표정과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그녀에게 하던 말을 마저 이었다.

 [이제 웃어도 되니 그만 당신의 아랫입술을 해방시켜 주시겠소..당신의 그 아름다운 입술에서 피가 흘르는 장면은 보고 싶지 않소...뭐 내 입술로 그 피를 닦아주길 원한다면 할 수 없지만...]

 

 그의 말뜻을 알아들은 그녀는 기겁을 하며 자신의 아랫입술을 해방시키고 붉게 달아 오른 그 입술로 그의 말을 되받아 치기 위해 입을 떼었지만 또다시 이어지는 그이 말에 묻혀 버렸다.

 [오... 이거 너무 아쉽군. 난 당신이 그것을 은근히 바라는 줄 알았는데... ]

 [하... 왜 내가 당신의 키스를 바랄거라고 생각했는진 모르지만 난 절대로.. 아니 영원히 바라지 않아요.. 이점 알아주셨음 좋겠네요.]

 한주는 그의 놀리는 듯한 말이 맘에 들지 않아 새침하게 대답해 버리고 그에게서 돌아섰다.

 [화났소?]

 [아니요!!!]

 현우는 화난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감정을 알수 있었다.

 [화내지 마시오. 당신을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었소. 그리고 진짜로 당신에게 키스하려 했던 것도 아니었고..]

 [하... 화 안 났다고 했잖......]

 그녀가 갑자기 그를 돌아보며 대답했지만 끝까지 말을 이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그를 돌아 볼 때 그녀의 아래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 찌~~~~~~~~~~~익~~~~~~~~~~~~~~ '

 

 현우와 한주는 동시에 그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곧 그녀의 얼굴은 창피함으로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것은 바로 그녀의 얇은 탑 원피스의 옆선이 시원하게 뜯어지는 소리였다. 아마도 아까 분수대에서 떨어 질 때부터 찢어지기 시작한 것이니라.... 아~~~ 어떡해...

 [ㅋㅋ...ㅋㅋㅋ...아하... 미안하오... 쿡... 근데... 분위기가 이렇다면 역전 된 것 아니오...ㅋㅋ...]

 한주는 자신의 난처함을 그가 무척이나 즐거워하자 당혹스러워 하는 자신의 표정을 지우고 그의 말은 무시하체 서둘러 어깨에 걸쳤던 숄을 찢어진 원피스 위로 둘렀다. 그리곤 자신의 처사에 뿌듯한 듯 그이 말을 되 받아쳤다.

 [흠~ 이래도 역전 된 건가요..?]

 하지만 그건 그리 좋은 처사가 아니었음을 그녀는 곧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그녀의 맨살은 고스란히 들어 났고 그녀의 들어 난 어깨와 가슴골에 닿는 그의 시선은 장난기 어린 눈빛이 아닌 욕망에 사로잡힌 듯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피하며 다른 얘기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이곳이.. 당신 할아버지가 만든 화원인가요?]

 그 대답이야 벌써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현우에게 무척 궁금하다는 듯이 대답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대답을 들었다. 곤욕스러움과 함께...

 [그렇소. 이 곳이 바로 할아버님이 만드신 화원이오. 맘에 드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지 않소..]

 그가 말을 하며 그녀의 맨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녀를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맨살에 닿자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이끄는 데로 따라가며 그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현우는 그녀의 속셈을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화내던 그녀가 자신의 눈빛이 드러난 어깨에 닿자 분위기를 모면하려고 갑자기 화재를 돌렸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바보가 아니고서야... 훗~ 그는 속으로 미소 지으며 일부러 그녀에게 스킨십을 하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가 아무 말도 없자 처음 의도와는 달리 그대로 자신의 팔을 그녀의 어깨에 두었다. 그리고 몇 초 후 그는 사춘기 소년처럼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이런 또 시작이군...'

 

 그렇게 천천히 몇 걸음 걷다 그가 몸을 숙여 장미 한 송이를 꺽어 그 향을 맡아보더니 그녀에게 선물하듯 내밀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얼떨결에 그에게서 장미를 받았다.

 [알고 있소? 그 붉은 장미와 짙은 향이 당신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갑작스런 그의 분위기 있는 말에 그녀는 그를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현우는 자신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매력적인 미소를 보낸 뒤 하던 말을 이었다.

 [당신이 지어 달라는 애칭 말이오...]

 애칭..? 그녀는 도대체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칭이라니..? 내가 지어달랬다고..?

 [무슨 말...]

 아.... 그녀가 그에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어 보려는데 문득 자신이 낮에 차안에서 그에게 한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가 관심도 없는 줄 알고 실망했었는데 지금와서 이렇게 그녀의 머릿속에서 상기시켜주니 놀라울 뿐이었다.

 [그 애칭...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것이 있소...]

 그녀는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흘러나올지 잔뜩 기대된 눈빛으로 그르 주시하며 물었다.

 

 [뭔..데요?]

 [비너스... 미의 여신 비너스 말이오.. 바로 당신과 딱 어울리는 애칭이라오..]

 [네..?]

 비너스... ㅋㅋ... 그녀는 그의 말에 황당한 웃음이 나왔다. 못생긴 내가 비너스라고... 문득 그녀는 그가 자신을 놀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나 진지한 그의 표정으로 인해 얼굴 가득 퍼지던 웃음이 사라지고 점점 다가오는 그의 행동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뛰기 시작했다.

 

 [흠흠... 너무..거창한 것 아닌 가여.. 난 비너스라는 애칭으로 불릴 수 없어요. 나 같은 비너스가 세상 어디에 있겠어요. 전..]

 [아니. 당신이 어디가 어떻다는 거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부드럽게 반박하고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곤 약간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려 자신의 눈과 마주보게 한 다음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하나하나 묘사했다.

 

 [당신의 눈은 너무나 맑소.... 마치 한 여름밤의 맑은 호수에 보석을 비춘 듯하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눈을 그 바보 같은 안경으로 가리고 다닌 거요..]

 한주는 자신의 눈이 너무나도 맑고 보석을 비춘 듯하다는 그의 말에 분명 렌즈를 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이어지는 말에 말문이 막혀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당신 코... 아름다운 비너스의 코도 이 정도로 완벽하진 않을 꺼요.]

 그의 시선이 그녀의 코선을 따라 입술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도 점점 시선이 닿은 곳으로 다가왔고, 이제 한주는 바보같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매혹적이오... 당신의 입술....그 어떤 비유도 부족할 것 같소.....남자라면 어느 누가 이곳에 키스하고 싶지 않겠소.... 그래서 내가 그토록 당신에게 키스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소.]

 그의 잘생긴 얼굴이 그녀의 코앞까지 와 닿자 너무나 어지러웠으며 그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어지럼만 더할 뿐이 없다. 아마도 짙은 장미향과 그의 강한 남성적인 향에 취해 버린 탓이니라 생각했다. 너무나 빠른 심장의 박동과 타는 듯한 갈증에 그녀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희미하게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속 어둠의 적막을 깨고 다시금 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무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괜찮다면 내게 당신의 그 매혹적인 입술에 키스할 수 있는 영광을 주겠소?]

 '안..안...돼....' 그녀는 자신의 남은 이성을 끄집어내어 꼭 감긴 눈을 뜨고 그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그의 단단한 두 팔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놓아달라고 말하려 했으나 그 순간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은 언제나 처럼 너무나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운 감촉이 그녀의 이마와, 코끝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이제 그녀의 감정과 이성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부드러운 감촉을 맛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입술로 그의 입술을 찾았다. 그렇게 시작된 키스는 아까와는 달리 너무나 감미로웠다. 그들이 존재하는 곳도 그의 존재가 느껴지는 입술에서도 깊은 장미향이 느껴졌다.

 

 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직접 키스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그래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그였으며, 혹 그녀도 자기에게 끌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 좋은 의혹도 들었다. 사실 그는 일부러 그녀을 유혹해보았다. (그녀에게 갖는 이 감정이 자신만의 일방적인 것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에...) 이렇듯 그의 유혹은 대 성공인 듯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건... 지금 그로선 그녀와의 키스를 도저히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모든 신경이 그녀로 인해 하나하나 깨어나는 듯 했으며 그의 음밀한 부분은 벌써부터 그녀에게 속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다. '오... 빌어먹을... 왜 이 여자에게 이토록 미쳐 버린거지...' 그녀의 손이 어설픈 애무로 그의 어깨와 등을 방황하며 쓸어 내리는 동안 그의 손은 그녀의 원피스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원피스 안의 부드러운 살결이 그의 손끝에 느껴져 그의 몸을 전율케 했으며 허리선까지 내려간 원피스로 인해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과 매끄러운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드러난 그녀의 상체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단지 딱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아름답다는...... 정말 말 그대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진짜 비너스가 장미 꽃속에서 다시 태어난 것처럼...... 그는 아직도 살포시 눈을 감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핀을 풀렀다. 그로 인해 그녀의 긴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와 그녀의 드러난 윗 가슴을 살짝 덮어 주었고, 그는 그 내려온 머리카락을 따라 그녀의 매끄러운 살결에 키스를 이어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가슴에 와 닿자 그녀는 어색한 감정이 자신의 발끝부터 몽롱했던 정신까지 꽤 뚫는 쾌감 느꼈다. 이제 도저히 그 누구도 멈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애무는 점점 과감해 지기 시작했고, 그녀도 뒤질세라 그의 몸 구석구석을 탐험해 갔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매끄럽게 내린 그의 척추를 따라 점점 밑으로 내려갈 때 그의 손과 입술도 그녀의 가슴 선을 따라 점점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당신은...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하오...]

 현우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감정이 표출될 뿐이었다.

 

 [왜 그토록 당신에게 끌리는지 모르겠지만 난 당신을 너무나 원하오...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소.]

 그의 손이 그녀를 살짝 들어 올려 자신의 남성이 그녀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느끼게 해주었지만 다급히 떨어지는 그녀의 행동에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뒤늦게 현우는 깨달았다.. 그녀는 생소한 그의 남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어둠의 쾌락 속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주는 감겼던 눈을 번쩍 뜨고는 다급히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숄을 주서 드러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그녀는 자신이 벌인 쾌락의 흔적을 보며 너무나 부끄러웠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으며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미쳤어... 내가 어떻게.. 아무리 그를 사랑한다지만... 아니 일방적인 짝사랑이지......'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탓하고 싶었다. 자신을 유혹한 그를 원망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원망도 하지 못하고 그녀도 모르게 그저 한줄기 눈물만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그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눈빛에 눈물이 맺혀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어쩌자고 그녀에게... 그는 지금에서야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 왔다.

 

 [미안하오.. 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은 혼자 있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드러난 속살에 대한 굴욕감에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를 외면해 버렸다.

 

 현우는 자신에 대한 그녀의 반응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에게 취한 행동이 그녀를 상처 입힌 것이라면 그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선 그녀가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

 [그만 돌아갑시다. 차안에서 기다리겠소.]

 

 장미화원에 혼자 남은 그녀는 그가 떠난 것을 확인하자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그 자리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는 멍하니 그가 떠난 빈자리를 응시했다. 그곳엔 그녀와 그가 열정에 휩싸였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그녀의 시선이 곧 땅에 떨어진 장미 한 송이에 닿았다.

 

 아까 그가 그녀에게 선물한 그 장미였다. 아까는 너무나 짙은 향과 붉은 색감의 생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향과 생기를 잃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시들어 버린 꽃이었다. 그녀는 그 시든 꽃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 꼭 지금의 내 신세가 이렇지 않을까...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나의 모습도.... ' 그녀는 그 꽃에 다시 한번 시선을 주고는 땅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곤 자신의 흐트러진 머리와 옷매무새을 고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나마 열정을 꽃피었던 그리고 후회를 남겨버린....그 장미화원을 나와 버렸다.

 

 그들은 서로 단 한마디도 없이 그 적막한 새벽 도로를 달려 그녀의 집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 날의 그 어떤 약속도 아닌 '좋은 꿈꾸시오' 라는 짧은 밤 인사만을 남기고 그녀의 집 앞을 떠났다.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한주는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그녀의 매끄럽고 따뜻한 살결에 갑자기 찬물이 닿자 그녀 모든 세포가 깨어나는 듯 했으며 그녀의 몽롱한 정신도 맑게 해주었다. 그녀는 어제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그 짧았던 순간이 마치 영화 필름처럼 천천히 그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젯밤 그와 자신이 겪은 열정을 생각하니 찬물에 닿는 자신의 몸이 뜨거운 물에 데인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어딘가에 그런 면이 숨어 있었던 걸까..? 이제 까지 연애한번 못해보고 키스도 못해봤던 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만약... 내가 그때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겠지... 그리고 내게 책임을 물었을 꺼야...... 하지만..그때 그는 날 정말로 원하는 것 같았어.. 나의 모든 걸...' 갑자기 어제의 일을 생각하니 너무나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행동했어야 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니 누구에게가 아닌 진이에게 조차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이가 자신이 취한 행동을 알면 분명 그녀를 탓할 것이다. 진이가 말한 유혹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었으므로....

 

 한주는 샤워하고도 한창 무르익은 여름에 시원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제 진이와 쇼핑 때 산 짧은 반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상위는 깔끔한 흰색 반팔 티를 골랐다.

 거실로 나오니 진이가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이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주는 속으로 열심히 생각해 보았지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 일어났어.]

 진이는 한주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를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응. 글쓰고 있던거야?]

 [그렇지 뭐...밥 먹어야지... 내가 차려 줄게..]

 진이가 거실 테이블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한주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일어서는 그녀를 말리고는 진이가 먼저 어제의 이야기를 묻기 전에 대화를 다른 쪽으로 유도해 갔다.

 [아..아냐... 내가 차려 먹을게... 넌 글써야지.. 원고가 언제 마감이야? 요즘 바쁘지..?]

 [헤... 그럼 그렇게 할래..? 안 그래도 내일이 마감이라 지금 넘 바쁘거든...]

 [어.. 어쩐지 너 피곤해 보인다..]

 [음..그래? 근데 한주야....]

 그녀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서다 진이의 부름에 무슨 죄진 사람처럼 깜짝 놀랬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한 척 진이를 돌아보았지만 그녀의 머리속은 진이에게 대답해야하는 말들로 복잡하게 엉키고 있었다.

 

 [어..왜?]

 [아...아냐. 밥먹고 예기하자.]

 한주 딴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지만 진이의 눈에 비친 한주의 행동은 뭔가 어색함이 묻어 났다. 진이는 한주의 행동으로 미루어 어제 그들의 데이트에 뭔가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냉장고 문을 열고 음료수만을 꺼냈다. 혼란스런 머릿속 때문인지 아무런 식욕도 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진이에게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사실대로 말한다면 진이가 과연 날 탓할까? 아냐.. 사실대로 말할 순 없어. 아무리 진이가 날 탓하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 그런 얘길 하겠어... 그에게 열렬히 반응하고 내가 그에게 느꼈던 그 뜨거운 욕망을.....아무리 진이가 내가 갖는 감정을 알고 있다 해도 이 감정만은 나만이 간직해야해 할 사실이야.'

 

 진이가 주방으로 들어와 한주 앞에 앉았다. 그녀는 다짜고짜 한주에게 묻지 않았다. 다만 한주가 먼저 얘기해주길 기다렸다. 한주는 진이에게 그와의 데이트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 빼버리고 그냥 간단히 식사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만 나눈 아주 평범한 데이트였다고 말해 버렸다.

 [진아.. 아무래도 어젠 실패 한 것 같지?.... 아니.. 어쩌면 그 3일의 데이트가 아주 끝난 걸지도 몰라.]

 그녀는 진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진이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엔 약간의 실망과 한주에 대한 걱정이 베어 있었다.

 

 [흠...내가 하는 게 그렇지 뭐...내가 워낙 연예라면 완전 초보잖아... 난 뭐...솔직히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너무 걱정하지마.]

 한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허나 진이는 그런 한주의 행동에 더욱 걱정이 되었고 도움이 못되는 자신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긴 일러. 너무 서두르진 말자... 아직 이틀 더 남았잖아? 난 분명 그도 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믿어... 왜냐하면 넌....]

 진이는 한주의 손을 꼭 잡고는 친구에게 환한 미소를 보내며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거든. 그래서 나도 널 사랑하잖아.]

 피식~~~ 하하하.... 그녀는 진이의 표현에 행복한 웃음이 나왔다.

 [진아. 나도 사랑해.]

 하지만 한주의 가슴 한 켯은 자신을 이토록 생각해 주는 진이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미안함으로 자책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하루종일 청소를 하면서 보냈다. 괜시리 가만히 있으면 장미 정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 것 같아 분주하게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그녀는 더럽지도 않은 옷가지들도 모두 가져와 빨래를 했고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접시와 그릇들도 모두 꺼내 닦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의 그 번잡한 행동 속에서도 모든 신경은 거실 탁자에 놓인 전화기에만 쏠려 있었으며 시간이 흐를 때마다 그녀의 심장은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저녁 8시 40분. 이제 그녀는 아침에 자신이 갖던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그가 오늘 오지 않을 것임을...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화기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녀는 무릎을 감싸고 쇼파에 앉아 전화기와 벽에 걸린 시계만을 번갈아 가며 보고 있었다.

 

 밤 10시 50분... 이제 그녀는 거실에 불도 켜지 않은 체 어둠 속에서 전화기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 따르릉~~ 따르릉~~ "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그 전화기를 향한 그녀의 눈길도 그녀의 가슴도 미칠 것처럼 두근거렸다. 한주는 아주 조심스럽게 전화기로 손을 옮기며 수화기를 들어 자신의 귓가에 갔다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목소린 한주가 그토록 기다리던 현우의 전화가 아니었다.

 [어...진이구나]

 그녀는 다소 상대가 진이임에 실망이 되었다.

 [집에 있었던 거야..?]

 [어?..으응. 근데 왜 안 오고...어디야?]

 [어..여기 사무실인데.. 아무래도 여기서 원고 마감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애. 그래서 나 기다리지 말고 자라고...]

 [그래? 알았어.. 그럼 수고해....]

 한주는 차라리 진이가 오늘 안 들어온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어 그래.. 문단속 잘하고.. 잘자....]

 [응. 너도.]

 

 ' 띠 띠 띠 띠 띠 ......'

 진이가 전화를 끊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한주는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녀는 어두운 거실에 앉아 세운 무릎사이에 그만 고개를 묻어 버렸다. 그리고 그 버리지 못한 헛된 희망에 목매는 자신에게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 바보 이럴 줄 알았잖아... 짐작했잖아... 왜 이렇게 미련을 못 버리는 건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거실엔 희미한 달빛만이 존재했으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곳의 고요함에 적막한 기분마저 들었다.

 

 

 현우는 아무런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는 그곳을 갈등에 찬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어제 그녀는 데려다 주고 술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자신이 그녀에게 취한 그 파렴치한 행동을 생각할수록 자신을 용서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그의 머릿속에 각인 되어 계속해서 그를 괴롭혀왔다.

 

 지금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 생각에 터질 것만 같았다. 오늘 그의 하루 일과는 그녀 모습 하나하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과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끔직한 시간을 반복하던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퇴근 시간도 되기 전에 사무실를 나와 그녀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이렇듯 몇 시간째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가 머무는 곳을 바라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그녀에게 전화도 할 수가 없었다. 어제 그렇게 헤어지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녀를 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시계 바늘은 자정을 넘어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잠이 들었겠지...' 그는 새벽의 기운을 빌려 용기 내어 핸드폰의 통화키를 눌렀다.

 

 " 띠.띠.띠.띠.띠. 띠.띠.띠.띠.띠. "

 " 띠.띠.띠.띠.띠. 띠.띠.띠.띠.띠. "

 하지만 몇 번을 다시 걸어도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통화 중을 알리는 경보음 뿐이었다.

 

 [제기랄...]

 핸드폰을 옆 자석으로 집어던지며 그의 입에서 험악한 욕설이 튀어 나왔다. 그저 그녀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는 그 걸걸하고 시원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의 목소리만 듣고 끊겠다고, 욕심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힘들게 걸은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그는 화가 났다. 아니 이렇게 화내고 있는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나는 건지도 몰랐다.

 16편

 

 그는 돌아갈 결심에 자신의 포르쉐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녀의 집 앞을 지나치는 찰라 그의 머릿속을 뚫고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계속 이곳에서 그녀의 집을 바라보며 오후를 보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4시부터 지금 까지 불이 켜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필시 그녀의 집엔 지금 아무도 없다는 것인데...전화는 계속 통화중이다.....분명 그녀의 오빠와 새언니는 아직도 병원에 있을 것이고 그녀도 어딘가 외출한 것이 분명하다... 근데.. 이 시간까지... 그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결론은 두 가지였다. 지금 그녀의 집에 도둑이 들었거나, 그녀가 전화를 잘못 놓고 외출한 것이다. 두 번째라면 다행이지만...만약 첫 번째라면..... 그는 차를 천천히 몰며 그녀의 집을 지나 다른 도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현우는 분명 그녀가 전화를 잘못 놓고 외출을 한 것이라고 자신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맘속에서 아무리 그렇게 자신을 설득해도 그는 벌써 차를 돌려 다시 그녀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이제 정의감에 휩싸여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집 문 앞에 선 그는 문득 노크를 하려는 자신의 행동에 약간 당황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곧 정색을 하고 그는 현관문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려보았다. "덜컥" 아니나 다를까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이제 그의 심장이 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열린 문을 향해 그 어두운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고요한 거실의 적막을 깨는 어떤 소리에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슨 소리지?' 그녀는 순간 자신이 현관문도 잠그지 않은 체 깜박 잠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갑작스런 두려움에 심장이 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현관 쪽에서 무직한 남자의 발자국 소리가 조용히 들려오고 있었다. 하필이면 자신이 혼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녀의 입에선 난생 처음 겪는 두려움에 아무런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곳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숨었다. 하지만 도둑이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 챌까봐 문을 닫지는 못했다. "분명 도둑이라면 화장실은 뒤지지 않을 거야....뒤지지 않을 꺼야...않을 꺼야..."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키며 욕조 안에 꼭 붙어 숨을 죽이고 앉아 있었다. 이방 저방을 살피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으며 그녀는 떨리는 자신의 달래기 위해 그 어둠 속에서 맘속으로 하느님만을 외치며 기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열려 있던 화장실 문이 스르르 열리 때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구나..하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포기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 도둑을 맞서기로 맘먹었다. 그녀는 도둑이 먼저 손을 쓰기 전에 샤워기를 들고 물을 틀며 도둑에게 마구 뿌려댔고 옆에 있는 샴프며 린스, 비누..뭐 손에 잡히는 건 모두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다해 괴성을 지러 댔다.

 

 [아악~아악~~~악~~~]

 [악....]

 도둑도 타격을 입었나 보다.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가 자신의 괴성을 뚫고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그녀의 이성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고 두려움을 더할 뿐이었다. 그때 도둑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챘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대항했다.

 

 [그만..그만하시오.. 나요..나란 말이요]

 도저히 그녀를 말릴 수가 없었다. 벌써 그녀는 이성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8) 2020 / 5 / 15 163 0 10144   
7 (7) 2020 / 5 / 15 178 0 9810   
6 (6) 2020 / 5 / 15 176 0 8195   
5 (5) 2020 / 5 / 15 155 0 6072   
4 (4) 2020 / 5 / 15 180 0 25423   
3 (3) 2020 / 5 / 15 185 0 24539   
2 (2) 2020 / 5 / 15 175 0 21110   
1 (1) 2020 / 5 / 15 304 0 1085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결혼의 비밀
상혁이
널사랑하는것
상혁이
기억
상혁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