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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스러운비서
작가 : 상혁이
작품등록일 : 2020.5.15

[아~ 정말 못살겠어. 이러다 난 정말 미칠거야...아니, 죽고 말거야]
[또 안?거야?]

 
(2)
작성일 : 20-05-15 14:15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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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됐어?]

 그녀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진이가 나와 호들갑을 떨었다.

 그녀는 씩~웃으며 일이 잘돼 내일부터 출근이라고 말하자 진짜로 집에서 남편을 조급한 맘으로 기다린 여자 처럼 한주를 끌어 안으며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기독교 신자도 아니면서..)를 연발 했다.

 

 [자 우리 그러지 말고 파티하자... 이한주의 성공적인 사회 첫 데뷔를 위해...]

 [그래.^^]

 그는 일을 마치고 서울호텔 칵테일 룸으로 갔다. 그곳에서 한시간을 기다려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곳의 지배인을 불러 물어보니 그녀가 일이 너무 서툴러 어제 짤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그는 이젠 그녀를 찾을 수 아니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모르게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왜 그런 못생긴 여자 때문에 그런 맘을 갖는 거지? 도대체 그 여자에게 뭘 바라 길래...

 그 여잔 널 알지도 못하는 데... 그래 차라리 잘된 거야. 그 여잘 만나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당신을 보고 욕망을 느꼈습니다. 저와의 잠자릴 같이 해주시겠습니까?..' 하!.. 아마 그녀는 날 미친놈으로 생각 할 것이다.

 

 [오셨습니까.]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가는 복도 앞에서 그를 맏이 했고 그는 그녀에게 백만 불 짜리 미소를 던지며 인사를 받았다. 그리곤 오늘 할 일에 대해 알려줄 테니 들어오라며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이제까지 살면서 저런 미소를 가진 사람은 한 명도 보지도,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도저히 지금 같은 심정으론 사무실에 들어 갈 수 없었는지 사무실 옆에 딸린 조리대로 가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근거림을 애써 숨기며 커피와 노트북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쇼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변호사님, 커피를 타왔습니다]

 그녀는 그가 앉은 쪽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켰다.

 [고맙소]

 

 현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자신이 비서가 커피를 끝내주게 탄다고 생각했다. 하!, 남자비서라 이런 건 꿈도 못 꿀줄 알았는데... 그는 자신의 비서를 바라 보았다. 근데 왜일까 그를 보면 문득 그녀가 생각나는 건... 그녀도 저런 입술을 가지고 있었지... 아주 매력적인... 남자들을 유혹하는 듯한...

 

 그녀는 그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아무 말도 없자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헉!... 그녀는 당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그가 마치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입술을 아주 매혹적인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가....

 그녀는 아까 애써 진정시킨 가슴이 더욱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저 눈빛을 거두지 않으면 그녀는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그에게 모두 밝힐 것만 같았다...

 

 [흠..흠흠]

 그녀는 일부러 큰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그가 정신이 들었는지 시선을 거두고 다시 한번 커피를 마셨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늘의 스케줄부터 그녀가 해야될 서류 정리, 그가 맡은 계약건들... 뭐 다른 사소한 일들까지 모두 일러주었다. 마지막으로 이제부터 열심히 일해보자는 말과 함께.....

 

 현우는 비서가 나가자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남자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지...... ' 안돼겠군 오늘은 아무여자라도 품어야지 '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씁쓸한 맘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주는 그가 다 아는 줄만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신을 그런 눈으로 쳐다 볼 수가 있는가! 그때의 그 두근거림......

 혹시!........그가 변태...?, 아님 게이? 요즘은 동성애자들이 많다던데... 얼마전 신문에도 나지 않았는가? 탤런트 H씨 커밍아웃하다... 오~~맙소사! 정녕 그렇다면 하느님는 그에게 정말 가혹한 벌을 내리신 것이다.(수많은 여자들에게도....)

 

 어찌 저런 완벽한 아름다움을 주고 그런 추잡스런 벌을..... 아냐! 말도 안돼!!! 그가 게이라면 이제 까지 그를 따르던 수많은 염문설은....아마 그것이 사실이라면 매스컴에서 그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그는 재력과 외모 때문에 수많은 여자들은 목표물이었고, 많은 여성 독자들이 그의 소식을 궁금해 했다. 그 결과 그는 연예인보다도 스캔들이 더 많이 나는 기업인! 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아 ~ 말도 안되는 생각 그만해! 이한주! 출근 첫날부터 일은 안하고 잡생각만 할거니?'

 그녀는 맘을 가다듬고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벌써 그녀가 일 한지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한주는 처음 2주는 정신 없이 일만 했다. 그러자 차츰차츰 일이 손에 익었고, 그도 그녀의 신속한 일 처리에 그녀를 인정해 주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상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커피를 마시며 안경을 벗고 눈을 감은 채 의자 깊숙이 앉아 혼자만의 비밀스런 시간을 회상하고 있다. 두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3일전의 일이었다. 그 날은 중요한 계약건으로 둘다 야근을 해야만 했고, 한 12시쯤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일을 다 끝내고 그도 일이 다 끝났을 거라 생각하며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아무 대답이 없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그가 일에 지쳐 피곤했는지 쇼파에서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든 완벽할 것만 같던 그가 이런 모습으로 있으니 그도 평범한 남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그의 외투를 걷어 덮어 주고 나가려다 또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그는 정말 매력적으로 생겼다. 날카롭고 곱게 뻗은 콧날, 다부진 턱, 숯으로 칠한 듯한 진한 눈썹, 시원한 이마...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그의 입술로 옮겨졌다. 그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입과 맵시 있는 입술.....

 

 한주는 갑자기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마구 띄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어찌나 큰지 그 소리에 그가 깨어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 그의 입술로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만져 보았다. 너무 부드럽다. 꼭 실크처럼 매끄러운 것이.... 그의 숨결과 온기가 그녀의 손끝에 느껴졌다.

 

 그녀는 갑자기 그에게 키스하고 싶어졌다. 24년을 살아오면서 키스도 한번 못해본 그녀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녀는 계속해서 방망이 치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그에게 살포시 입술을 포갰다.

 

 아하~ 이 감촉 어찌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단지 입술만 댓을 뿐인데... 언젠가 책에서 읽은 것처럼 너무나 달콤하고, 황홀하다... 신체의 모든 것이 불타 버리고 입술만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으~응]

 

 갑자기 그가 몸을 그녀에게 붙이려 들었다. 한주는 너무 놀라 그에게서 후다닥 떨어졌다. 그리곤 서둘러 사무실을 나와 버렸다.

 그는 꿈을 꾸었다. 아주 달콤한...

 그는 꿈속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그에게 다가와 입맞추어 주었다. 살짝 입술만을 포갰을 뿐인데 그는 그 입술로 인해 온몸이 전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달콤한 꿈은 거기까지 였다...더한 즐거움은 그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남자비서로 변하는 것이 아니가? 참 웃기는 꿈이다...

 

 깨어난 지금도 그녀의 입술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입맞춤이 얼마나 자신을 흥분 시켰는지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직도 그의 아랫도리가 뻐근한데....그는 꿈과 현실도 구분 못하는 자신의 남성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또 각, 또 각.........

 한주는 얼른 자세를 가다듬고 자신의 비밀스런 생각으로 달궈진 양볼에 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안경을 찾았지만 어디다 벗어났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상대방이 가까이 다가와 안경을 쓰지 않고도 볼 수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자였다.

 누구지...아!!! 김미희..! 똑똑히 김미희였다. 그녀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미녀 스타다. TV를 틀면 그녀가 안나오는 곳이 없었고, CF모델 섭외 1순위라고 들었다.

 그녀가 왜 여길......?

 

 [어..어떻게... 오셨죠?]

 이런! 넌 남자야 당당하게 말해...

 [어머! 귀엽다... 오빠 비서 구했구나! 안녕하세요. 저 알죠? 누군지. 싸인 해줄까요?]

 자신의 인기를 아는지 그녀가 당돌하게 말했다.

 [오빠랑 같이 왔어요.. 곧 올라 올꺼예요.]

 [아! 네...]

 

 [근데..? 몇 살이에요? 젊어 보이는데... 애인은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자랑하고 싶은지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고 노골적으로 책상에 다리를 꼬고 앉아 한주를 유혹하듯 가까이 하며 물었다.

 

 제길 ! 가까이서 보니 진짜 예쁘잖아 ! ... 저 큰 눈을 감싸는 긴 속눈섭, 약간 큰 듯하지만 높은 코, 백옥 같이 하얀 피부와 너무나 대조적인 저 붉은 입술, 예쁘게 솟은 광대뼈, 그리고 외국인 엄마한테서 자연적으로 물려받은 저 허리까지 내려오는 황갈색 머리.... 와~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바비 인형 같다......

 [.......네.....? 저.......]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고 있는데 복도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현우가 보였다.

 

 [김미희! 잘못 집었어. 그는 집에 여우같은 마누라가 있는 신세라고. 혹, 모르지 토끼같은 자식도 있는지? 하하하...]

 그가 한주에게 답을 구하듯 그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뭘..잘못 집어? 난 아무 짓도 안 했네요....난~~오빠뿐인 거 몰라...?]

 그녀가 책상에서 내려와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끼고 눈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말했다. 그리곤 그녀에게 살짝 윙크를 하고 현우를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한주는 그들이 사라지자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김미히 그녀는 TV에서 보다 실물이 훨씬 예뻤다. 한주 자신과 비교해 보면 그녀는 공주 같았고 난 ... 갑자기 화가 났다.. 아무리 그녀가 예쁘다지만 그가 그렇게 좋아할 필요까진 없지 않은가? 그것도 자신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를 꼬시려는 여자가 뭐가 좋다고...

 

 그에게 화가 난다... 다른 여자에게 미소짓는 그가 너무 밉다...

 내가.... 왜.. 이러지...? 왜... 그에게 자꾸 여자로 다가가고 싶은 거지?

 정신차려... 넌 일이 목적이지 그가 목적이 아니잖아 ! 그리고 네가 그에게 여자로 다가선들 그는 너 같이 못생긴 여잔 상대도 해주지 않을 꺼야...

 [오빠. 진짜야? 결혼했어?]

 [그래! 그만 관심 꺼라. 그 바람기 언제쯤 고칠래?]

 현우와 그녀는 외사촌 지간이다. 2년 전 그의 외삼촌 내외가 프랑스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그 당시 방송활동을 하던 그녀는 부모를 따라 가지 못하고 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됐다. 딸이 없던 그의 부모님들은 그녀를 친딸처럼 대했고, 그도 귀여운 여동생이 있는 것도 괜찮다 싶어 친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해 주었다. 비록 지금은 5개월 전에 회사 근처 아파트로 독립을 해 그녀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현우는 자신의 비서가 안경을 벗은 모습은 오늘 처음 보았다. 그리 못생긴 얼굴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못생겼다기 보다 미소년 같이 생긴게 남자치곤 얼굴선이 너무 고아 보였다.

 솔직히 아까 내색은 안 했지만 미희로 인해 그 고운 얼굴선에 홍조가 띌 땐 바보같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 혹... 내가 게이 기질이 있는 건가? 저번에도 그런 이상한 꿈이나 꾸고......

 

 [.....빠, 오빠 !]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냐.. 아무것도... 아! 너 이제 이미지 관리 잘해라? 이제부터 넌 우리회사 신제품 모델이야. 한동안은 말썽피우지 말고 자중해라.]

 그는 일부러 그녀가 더 묻기 전에 다른 화재로 그녀의 관심을 옮겼다.

 [치! 무슨 이미지 그깟 컴퓨터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사실 나 같은 스타가 광고를 찍어 주는걸 영광으로 알아야 된다고.]

 

 [어~그래?.. 아버지가 다음에 새로 개발된 화장품 모델도 너로 생각하고 계시던데...고려해 봐야겠는걸?]

 [뭐! 진짜야? 우~와! 고마워 오빠]

 그녀는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그를 끌어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볼에 뽀뽀까지 해주었다.

 화장품 CF는 미녀 스타라면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어하는 것이었고, 그녀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그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차를 갖다주려고 문을 연 그녀는 그들의 그 장면을 목격하고 다시 나가 버렸다. 그를 끌어안고... 그이 볼에 아주 자연스럽게......그리고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그녀는 커피를 싱크대에 쏟아 버렸다.

 

 갑자기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 싱크대에 떨어졌다. 왜 이러지? 왜 이러는 거야! 왜, 왜... 눈물이 흐르고 배신감이 느껴지는 거야. 그들이 특별한 사이라는 것은 짐작했잖아...... 그러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커피를 들고 가래?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티슈로 닦았다. 무엇 때문인지 눈물은 그칠 생각도 안 했고, 자꾸만 흐르는 눈물에 그녀는 가슴이 아팠다. 그래...그래.. 인정해... 난 그를 어느 순간부터 사랑으로 받아 드리고 있던걸...... 근데... 어쩌지 난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데... 그는 날 남자로 아는데......

 

 일을 마치고 퇴근준비를 하는데 그가 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권했다. 아마 그들만 밖에서 식사를 하면 또 스캔들이 날까봐 나에게 권하는 것이니라... 난 가고 싶지 않다.. 어찌 저들의 데이트에 끼어 그들의 애정표현을 보며 밥을 먹을수 있을까... 하지만 맘 한 구석엔 따라가고 싶은 맘이 더욱 컸다.

 

 그들은 그의 차로 한강 근처에 있는 "산타마리아"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언젠가 이모와도 한번 와본 곳이기도 하다. 그때는 그녀의 15번째 생일날이었는데 이모가 그녀의 부모가 떠나고 외로워하는 그녀를 위해 여기서 깜짝 파티를 열어 주었었다. 그곳은 배 모양으로 생겼고 실내에서 바같 풍경을 보았을 때도 진짜 바다 속에 있는 것처럼 꾸며놓은 곳이었다.

 

 샹들리에와 조명이 어찌나 화려한지 꼭 옛날에 보았던 타이타닉에 나오는 그런 연회장 같은 실내 분위기에 매혹되었었다. 그녀는 그 날처럼 행복한 날이 없었다. 그 날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그 날만은 영화 속에 나오는 케이트 윈슬렛이 부럽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왕자님 아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멋있는 남자와 같이 춤도 추었으니......) 훗... 그렇게 이곳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추억이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턴 이곳은 그녀에게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 버릴 것이다...그녀는 씁쓸한 생각은 하며 그곳으로 들어갔다.

 

 [오빠! 여기 근사하지? 저번에 여기서 촬영 있었는데 넘 분위기가 괜찮더라... 그래서 여기 자주 오는 편이야. 어때?]

 하나도 안 변했네... 그때의 그 화려함이 그대로 남아... 지금의 그녀를 조롱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나도 안 변했군.. 나도 딱 9년만이군...]

 [오빠.. 9년만...? 그럼 여기 왔었단 말야...?]

 

 그래 딱 9년만이다...

 그에게 아주 아련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땐 한참 여름이 무르익고 있을 때였다.

 대학 신입생 때 그는 선희선배의 반 협박적인 성화에 못이겨 선희 선배의 작은 조카를 위해 그곳에서 다른 동기들과 깜짝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도헌의 누나가 하던 곳이라 그는 그곳을 쉽게 전세 낼 수 있었고 그곳에서 작그만한 소녀를 위한 파티를 시작했었다. 그 소녀는 너무나 기뻐했고 그 소녀에게 더한 기쁨을 안겨주기 위한 나의 화려한 쇼도 진행되었다. 어디선가 댄스음악소리가 나왔고 난 그 소녀를 위한 왕자님이 되었다.

 

 그 소녀는 너무나도 작고 가벼운 인형 같았다. 단발머리 인형..... 우린 신나는 댄스부터 브루스까지 여러 곡에 맞춰 춤을 추었다. 그리고 난 마지막 춤이 끝나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도 해주었다. 순간 소녀는 부끄러운지 얼굴에 홍조를 띄었고, 그런 모습이 너무나 순수해 보여 언제까지고 그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었다...... 이것이 나의 소중한 추억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그래.. 옛날엔 여기 도헌이 누님께서 하셨거든. 너도 도헌이 알지?]

 [어. 근데 지금은 아냐?]

 미희는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현우에 물었다.

 [글세... 그때 얼핏 듣기론 도헌이 누나 시누이가 인수했다고 들었는데...잘 모르겠다.]

 그곳 지배인이 현우와 미희의 유명세를 알아 봤는지 그들을 다른 테이블과 많이 떨어진 특별석으로 안내해 줬고, 그 테이블은 넓은 자석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희는 그와 떨어져 앉기 싫은지 그에게 바짝 붙어 앉았다.

 

 한주는 그들을 마주보고 있자니 불편함이 더해 죄 없는 메뉴 판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그녀가 없다는 듯이 자기들만의 대화를 나누며 계속 실실댔다. 그녀는 속으로 바보 같이 괜히 따라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그들이 앉은 테이블로 왔다. 그녀가 어찌나 메뉴 판을 유심히 드려다 봤는지 벌써 그 메뉴판에 적힌 메뉴와 가격을 다 외어 버렸다. 그녀는 화가 난 나머지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랍스터 스페셜 풀 코스을 시켰다.

 

 그 가격은 정말 놀라웠다. 어찌 음식값이 40만원이나 한단 말인가...? 하..! 말도안돼 그가 나를 어떻게 보겠어. 일부로 이날이다 싶어 따라왔다고 생각 할 거야... 아냐.. 그에겐 40만원은 애들 껌 값이나 마찬가지일 꺼야.

 

 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럼 그렇지...! 그는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마치 거지에게 적선하는 듯한 표정, 아니 배고픈 고아에게 케익을 사주는 표정...? 몰라 몰라... 비웃어라. 그래! 난 이런거 처음 먹어본다!!! "맞다....! 난 랍스터를 어떻게 먹는지 모르는데... 아~이~ 왜 이렇게 돼는 일이 없냐..! 그래 뭐 먹느게 다 똑같지... 그거라고 틀리겠어. 저들도 그걸 시키면 따라 먹으면 돼지....뭐..!" 한주는 그들이 무엇을 주문하는지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니... 왜 둘 다 날 쳐다보는 거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이상했다. 그는 날 보고 웃고 있으며 미희는 뭔가 이상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주문은 안하고 뭐하는 거지...? 그리고 웨이터는 왜 그냥 가는 거야...

 

 [여기여! 주문 받으셔야죠.]

 그녀가 돌아서 가는 웨이터를 불렀다. 웨이터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들에게로 다시 다가왔지만 현우가 미안하다며 다시 돌려보냈다. 한주는 그들이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

 

 [크큭..큭큭...뭐예요. 한주씨! 더 시키게요? 한주씨 맘대로 우리 것까지 시키고.....]

 [예..? 제가 언제...]

 [어머~ 한주씨 지금 발뺌하는 거예요? 뭐..그래도 용서해주죠... 솔직히 나도 랍스터 좋아하니까...오빠도 괜찮지?]

 미희는 웃고있는 현우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물었다.

 [하하...앗!..어? 어 그래 나도 괜찮다.]

 한주는 순간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들고 있던 메뉴 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랍스터 풀 코스 옆에 '3인이상 추천식'이라고 작게 써 있는게 아닌가...하!!!

 

 [화..화장실.. 좀 잔깐...]

 그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들에게 미안하단 말도 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왜 그러시오. 그렇게 당황할 것 없소. 이런데 첨이면 누구나 그런 실수는 하오.]

 [그러게~ 한주씬 남자가 뭐 그렇게 소심해요.]

 그들이 그녀를 위로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얼굴은 더욱 빨개지는 것 같았고 잠시라도 이 자릴 피하고 싶었다.

 [아.. 아니요. 정말 화장실이 급해서 그러오...]

 그녀는 일부러 더욱 남자 같은 목소리로 가장해서 답하고 자리에서 돌아섰다.

 

 [아! 잠깐 한주씨 나도 같이 갑시다.]

 그녀는 그 말에 깜짝 놀랬다. 어떡해...! 저 남자는 가만히 있지 않고 왜 따라 나서는 거야?

 그들은 남자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고... 더욱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맘은 두근거렸다.

 

 아~이씨. 어쩜 좋아. 괜히 화장실은 간다고 해갔고... 내가 어떻게 남자화장실을 들어가겠어.

 아무리 지금 남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난 여잔데...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지 않고 머뭇거렸다. 현우가 안에서 머뭇거리는 그녀를 이상한 눈으로 보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간 그녀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 현우가 변기 가까이 들어서는 것이 눈에 들어 왔고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칸막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그 부끄러움으로 얼굴은 홍당무처럼 익어 있었고 가슴은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 마냥 마구 뛰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래도 회사 사무실 화장실은 현우와 그녀만이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있었으므로 그와 마주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이 꼬이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여길 따라온 것이 잘못이지... 그러게 남에 데이트는 왜 따라와서 이꼴저꼴 다 당하니..?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화장실에서 언제 나갈지 몰라 한참을 앉아 있었다.

 

 현우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자신의 남자 비서가 이상해 보였다. 평소엔 얼마나 차분한지 마치 여자처럼 꼼꼼하지만 신속하게 일 처리를 잘해 비록 한달 밖에 같이 일하지 않았지만 벌써 그에 신임을 얻은 그였다. 근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계속해서 그답지 않은 행동만 보여주고 있다. 왜 그러지? 혹 미희가 옆에 있어 떨려서 그런가? 하긴... 아무리 결혼한 남자라도 미인 앞에선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미희가 어디 일반 미인과 같은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미녀스타가 아니가...! 그는 그 때문이라 생각하며 담배를 끄고 먼저 테이블로 돌아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와보니 다행히 밖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손을 씻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아직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양볼에 갖다 대었고 손에 묻은 물기 때문인지 시원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 ..... 아~~~~!]

 어떡해. 어떡해... 내가 못살아... 정말 끝까지 말썽이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마치 누군가 손도장을 찍은 것처럼 검정색으로 얼룩져 있었다. 수염을 가장한 아이새도가 금방 그녀의 행동으로 손바닥 모양으로 지워진 것이다. 도저히 이런 얼굴론 테이블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여자 일 때처럼 가방을 들고 화장실을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떡하지...? 아휴~ 정말 오늘은 기억하기 싫은 날의 연속이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세안을 하여 얼룩을 깨끗이 지웠다. 얼룩을 지운 그녀의 얼굴엔 다시 얇아진 눈썹과 깨끗하고 부드러운 여성스런 턱 선만이 남아있었고, 남자다운 모습은 하나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안경 때문에 조금 멀리서 보면 그가 그녀를 비서로 알아 볼 테지만 그녀가 테이블 가까이 가면 그녀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 그녀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고 그를 농락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고소 해 사회에서 매장 시킬지도 모른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그를 속이며 이런 일을 꾸민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지우고 그녀는 그가 그녀를 찾으러 오기 전에 몰래 집으로 돌아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곳을 나왔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실내를 지날 때 그와 눈이 마주쳤지만 못 본척하고 그곳을 도망치다 시피 나와버렸다.

 차라리 따라오지 말 걸.....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오늘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과, 이번에 자신이 벌린 일은 진이의 말처럼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상황을 회피하는 비겁자라는 것... 하... 그의 당황하던 그 눈빛...

 

 "♬♪♪♬♪♪♬∼∼∼∼∼"

 초인종 소리에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간으로 갔다.

 [어디 갔다오니..좀 늦었네...]

 진이가 평소보다 늦은 것 같아 걱정스런 맘으로 물었다.

 [으응. 그냥 신문사에 좀 들렸다 왔어. 원고 갖다 주러.]

 갑자기 서있으니 어지럽고 두통이 이는 것 같다. 왜 이러지...?

 [아... 그래. 밥은 먹었어..?]

 [응. 넌 ?]

 [나도 먹고 들어왔어.]

 그녀는 안 먹었다고 하면 진이가 차려준다고 할까봐 진이를 번거롭게 하기 싫어 거짓말을 했다. 그리곤 지금 같은 심정으로 뭘 먹는다 해도 아무것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왜 그래.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 어디 아픈 거야?]

 [ 응 그냥. 머리가 좀 아프네. ]

 [ 어떡해 많이 아파? 지금 이 시간엔 약국 다 닫았을 텐데... 우선 침대로 가서 좀 눕자...]

 [어]

 진이가 그녀를 데리고 한주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우선 아스피린이라도 먹고 푹 자....]

 [응]

 그녀는 진이가 갖다준 두통약을 먹고 오늘의 악몽을 잊으며 잠이 들었다.

 

 [안 돼..안 돼~~~~~~~~~~~]

 새벽에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글을 쓰고 있던 진이가 놀라 그녀의 방으로 뛰어 들어 왔다.

 [ 무슨 일이야 한주야.]

 아직 잠에서 덜 깬 그녀를 안고 달래주었다.

 [악몽이라도 꾼 거야..? 괜찮아.. 이젠 괜찮아..]

 [그가.. 그가 날 ... 떠났어.]

 진이는 그녀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친구가 놀란 나머지 떨고 있어 일단은 진정시켜야 될 것만 같았다.

 [누가.. 아냐 그건 그냥 꿈일 뿐이야. 아무도 널 떠나지 않아.]

 [아냐..아냐... 난 춤을 추고 있었어... 그 날은 내 15번째 생일이었어... 난 넘 행복했어... 그 행복이 깨어지지 않길 바랬어......]

 진이는 갑자기 한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지만 그녀가 다시 말을 잇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린 그곳에서 매일 같이 춤을 추었어... 아주 열정적으로... 거기... 모인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그녀의 15번째 생일날에 대해서는 진이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날을 자신의 일생 중 가장 행복했던 날로 곱을 정도로 그 날을 잊지 못했었다.

 [그 남자.. 항상... 나의 이상형이었던 그 남자... 어릴 때 봐서... 얼굴이 잘 생각이 안 났어... 어렴풋이... 그냥 젤 멋있는 남자라고만... 그냥 나의 소중한 추억의... 남자였는데...]

 

 그녀는 자신이 꾼 꿈을 진이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음악이 멈췄어.. 우릴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등을 돌리는 거야. 난 그들을 불렀어 가지 말라고.. 계속 날 축복해 달라고...그런데도 그들은 모두 떠났어. 난 그 마저 날 떠날까봐 두려워 그를 쳐다보았는데.... 희미하기만 하던 그의 얼굴이... 뚜렷해지는 거야. 난.... 너무 놀랬어. 그 얼굴에 하나씩 윤각이 나타나면서 그 남자가...그 남자가 정현우. 그 사람의 얼굴로 변하는 거야... 그 얼굴을 확인 한 순간 난 그 자리에서 한발작도 움직일 수 없었어. 그가... 나를 아주 더러운 인간인 듯 쳐다보더니 서슴없이 뒤돌아 서서 가는 거야. 난 그를 붙잡고 싶었어. 그와 다시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가 춤을 추고 싶었어. 하지만... 하지만 내 몸은 마비된 사람처럼 움직여지지 않고..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거야.. 난 안된 다고, 안된 다고 몇 번이나 외쳤지만 그 소린... 그도.. 사람들도.. 아무도 듣지 못했어. 모두들 그냥 날 외면 한 체 떠나가는 거야......]

 

 얘기를 마친 한주의 볼에선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이는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의 눈물을 보니 더 이상 꿈에 대해선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냥 그녀를 안고 위로해 줄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한주야. 그건 그냥 꿈일 뿐이야. 그리고 만약에 모든 사람들이 널 떠난다 해도 나만은 남아 널 지켜줄 꺼야.]

 네가 나한테 해준 것처럼...

 [고마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자신을 위로해 주는 진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는 자신이 꾼 꿈 때문에 너무나 서러웠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으며 왜 그 행복했던 순간에 그의 얼굴이 나타났는지도 정리가 되지 않았었다. 아마 진이가 물어 보았다 해도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눈물을 그친 그녀는 진이의 위로를 받으며 다시 잠이 들었다.

 

 [한주야. 그만 일어나.]

 진이가 그녀의 침대 맡에 앉아 그녀를 깨웠다.

 어느새 아침이 됐는지 날이 밝아 있었다.

 [한주야 이것 좀 먹어봐... 너가 좋아하는 쇠고기 죽이야.]

 진이가 일어나 앉은 그녀의 앞에 음식을 차린 상을 내려놓았다. 어제 저녁을 굶어서 그런 지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팠다. 그녀는 물을 마시고 죽을 먹기 시작했다. 진이가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진아 고마워 역시 내겐 너밖에 없어. 만약 너가 없었다면...]

 [그래 알아.. 내게도 너 밖에 없기 때문에 너에게 이렇게 해주는 거야. 넌 내게 있어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이며 친구잖아... 자. 어서 먹어....]

 [응... 근데 진짜 맛있다.]

 

 그녀는 말없이 죽을 다 먹었다. 그리곤 샤워를 하고 다시 변장을 하기 위해 화장대에 앉았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제의 꿈을 생각해 보았다. 그 꿈의 의미는 뭘까? 왜 내 추억의 남자가 현우씨로 바뀐 거지? 정말 그 남자가 현우씨 일까? 아냐 그건 말도 안 돼... 그냥 내가 그를 속이고 있는 것에 대해..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그러니깐 불안한 마음에 그런 꿈을 꾼걸 거야......

 근데... 내가 이일을 계속하게 되면..어떡해 될까? 정말 꿈처럼 되어 버릴까? 그렇게 된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안 돼! 그렇게 되게 해선 안 돼... 그래 내가 언제까지 그를 속일 수 있겠어... 그만 이일을 끝내야해..... 그래 맘먹은 김에 오늘부터 나가지 말자... 아니 그래도 사직서는 내러 가야 하지 않을까..? 아무연락도 없이 가지 않으면 그가 얼마나 황당해 하겠어.. 어제 그냥 식당에서 나온 것도 그런데.... 아냐.. 아마 난 그를 보면 욕심이 생겨 그의 곁에 계속 남고 싶어 할 거야......

 

 [한주야. 늦었어.]

 진이가 들어와 그녀를 재촉 했다.

 [뭐 한거야.. 아직 변장도 안 했잖아...]

 [응. 진아. 나... 이일 그만 할래...]

 진이는 자신이 금방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주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혹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님 꿈 때문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첨부터 네 말을 들었어야 했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정당한 일이 아니야. 그가 아무리 나를 인정해주고 있다해도 그건 내가 아닌 내가 만든 또 다른 사람의 성과일 뿐이야.]

 [아니야... 그렇게 자의식 하지마. 넌 누구보다 능력이 있어. 단지 사람들이 널 격어 보지 않고 결과를 판단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너였어...]

 [그래 그렇다 해도 난... 해서는 안되는 일은 한 건 사실이야. 여기서 그만 모든 일을 끝낼내... 네가 날 걱정하는 건 알아 하지만 계속 이렇게 그를 속이며 언제 들킬지 두려워하며 일을 할 순 없어. 그리고 그 결과를 생각해봐. 난 무서워... 내가 그를 속였다는 걸 그가 알면......하...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예전처럼 지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꺼야.]

 [그래... 알았어...네 맘이 그렇게 결정됐다면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솔직히 나도 너 그일 하는 거 불안해서 싫었으니까... 근데 너 정말 맘 굳힌 거야...?]

 [응]

 [그럼 됐어... 이제 그것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게... 몸은 좀 어때. 이젠 괜찮아?]

 [어. 그냥 어제보단 나아졌어.]

 진이는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 힘든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그녀가 힘들어 할 것도... 한주의 얼굴빛은 아직도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도 일자릴 얹은 그녀의 모습은 활기차 보여 그녀를 보는 자신도 한동안 즐거웠었는데......

 [근데 아직 아파 보여...침대에 가서 좀 누워 있어...]

 [응]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자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고 되새기며 잠을 청했다.

 

 그 시간 현우는 자신의 비서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제 음식점에서 그렇게 나가버리고 어떡해 아무런 연락도 없이 출근도 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게 무모한 사람 같진 않아 보였는데...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래 무슨 일이 있겠지... 퇴근하고 한번 찾아가 봐야겠는걸 현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비서가 없어서 그런지 그는 뭔가 허전한 맘으로 평소보다 더욱 바쁘게 움직여 일을 해야만 했다.

 

 얼마나 잤을까? 어느덧 해가 지고 창가에 노을이 일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 다음 흰색 면 티와 반바지를 입고 서랍에서 한달 전에 자신이 끼던 안경을 찾아 꼈다. 모든 것을 다 정리한 마당에 다시 변장용인 안경을 끼기는 싫었다. 그리곤 배가 고파 뭐라도 먹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그 곳엔 진이가 차려놓은 듯한 음식이 있었고 쪽지도 있었다.

 

 『 한주야. 잠깐 나갔다 올게. 신문사에서 잠깐 나오라네......

 널 깨우려다 너무 곤히 자서.... 음식은 차려놓고 나가니 맛이게 먹고.

 늦지 않게 돌아올게...

 - 너의 친구 진이가.... 』

 

 그녀는 쪽지를 내려놓고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녀는 진이가 벌써 돌아왔나 싶어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어 주었다.

 [벌써 온 거.........]

 [당신은......?]

 그녀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 졌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진이가 아니라 자신의 상사인 정현우였다. 그녀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가 찾아 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신은.......!]

 [저... 사실은...]

 [오! 당신은... 난 당신을 아오.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당신을..아..아니.....이곳에 사는 거요?]

 현우는 자신을 그렇게도 혼란스럽게 하던 그녀를 뜻밖인 곳에서 만나니 기분을 자제하기 힘들었다.

 [..네? 네...]

 날... 못 알아보는 건가? 아니데.. 그는 날 알고 있어. 도대체 뭐야.....?

 [아... 그래... 그래서였군. 어쩐지 그를 보면 당신이 생각난다 했소...이제야 이해가 되는군...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그녀는 도통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혼란스럽던 머리가 그의 엉뚱한 말에 더욱 복잡하기만 했다.

 [아...아무것도 아니오.]

 

 [저.. 사실은...사실은...]

 그녀는 진실을 그에게 어떡해 밝혀야 할지 난감해 말이 제대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 사실 나도 당신 오빠에게 볼일이 있어 왔소. 그는 어디 있소?]

 오빠...? 갑자기 무슨 오빠?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느.......혹시? 그럼 날...여동생으로.....?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은...마치 놓쳤던 자신의 먹이 감을 다시 발견한 맹수처럼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맞아! 그의 말투로 봐선 그는 날 여동생으로 착각 하는게 분명해.... 어떡하지..? 진실을 말해...? 아냐..

 아냐.....그녀는 막상 그를 마주보고 있자니 진실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저.. 우선 들어오세요.... 저기 쇼파에 앉아 계세요.. 차라도 내올게요.]

 

 그는 쇼파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이 참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은은한 원두커피 향이 방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흔한 결혼사진 한 장 걸려있지 않은 게 결혼한 부부가 살고 있다는 느낌이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여동생과 같이 살아서 그런가...? .....암튼 저 여자...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후훗... 그는 뜻밖의 행운에 기분이 좋았다. 그는 그녀가 현관문을 연 순간 그녀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매일 밤 자신의 꿈으로 찾아오는 여자를 잊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 그녀는 매일 밤 그의 꿈속에서 이상한 안경을 끼고 슬립만 걸친 체 그의 침대로 띄어들었다. 그리곤 그와 열정적인 밤을 보냈으며 그는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탐닉하고 자신의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키려했다... 마치 뜨거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방랑자처럼... 하지만 그는 항상 오아시스를 찾지 못했고 날이 갈수록 그의 갈증도 더해 갔으며 새벽에 잠에서 깬 그에게 남는 건 허탈하고 공허한 맘뿐이었었다. 허나 아까 현관에서 그녀를 마주친 순간 그 공허한 맘은 거짓말 같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커피를 따르는 그녀의 손은 주체 할 수 없는 떨림으로 커피포트를 들고 있는 것도 힘에 겨웠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아무 생각도 할수 없었다. 어떡하지..어떡해...? 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거야.... 언제 까지 그를 기다리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빨리 어떤 것이라도 좀 생각나라.....!

 

 그녀는 커피를 쟁반에 담고 주방을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손에 힘이 풀려 쟁반을 놓쳐버렸다. ' 쨍그랑...탁....' 그 충격으로 쟁반과 커피 잔은 바닥에서 산산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무슨 일이요?]

 그가 그 소리를 듣고 헐래 벌떡 주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도 너무 놀란 나머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깨진 유리 파편을 줍기 시작했다.

 [그냥 두시오. 그렇게 치우다 다치기라도.................]

 [아야~!]

 그녀는 유리파편에 의해 베인 손가락을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빨았다.

 [그것 보시오. 어디.. 어디 좀 봅시다.]

 그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 속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약간 깊게 베었는지 한주의 검지 손가락에서 선혈 같은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손가락을 감싸주었다.

 

 [괜찮소...? 다른데 다친 곳은 없는 거요?]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픈 것보단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창피해 죽을 것만 같았다. 아휴~~~ 바보 같이 이게 무슨 꼴이야... 그리고 왜 이렇게 가슴은 두근거리는 거야...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살피고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옆에 앉아 상처를 봐준다면 어떤 여잔들 안 떨리겠어......

 갑자기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여 고개를 깊이 숙여 그를 피했다. 그리곤 공중으로 붕 뜨는 자신을 느꼈다.

 [뭐..뭐 하시는 거예요?]

 그녀가 놀란 나머지 몸을 빼내려고 비틀거렸다.

 [가만히 있으시오. 저기 앞에 유리파편이 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오.]

 

 현우는 한주를 쇼파에 앉히고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그녀가 다친 것이 꼭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오..]

 [네..?]

 [괜히 내가 찾아와서....]

 [아..아니에요.... 제 실수였는걸요... 뭐....]

 그를 가까이서 마주 대하자 그녀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미칠 지경이었다. 아.. 요즘은 이렇게 가슴이 떨리니 내가 심장병에 걸린 게 아닐까 싶다.... 한주는 그의 시선을 피하고자 일부러 손수건을 떼며 아픈 척 연기했다.

 [아...]

 [왜 그러시오. 많이 아픈 거요..?]

 [아..아니..요 그냥 조금 따끔거려서요...]

 그의 시선이 다시 그녀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아마 그럴 꺼요. 우선 소독부터 하고 치료합시다. 약상자는 어디 있소?]

 [저기 저 방... 화장대 서랍이요...]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방을 가리키며 말했고 그가 발을 돌려 방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 안돼...............갑자기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막으며 말했다.

 [하하... 제가.. 제가 가져올게요.. 아마 못 찾으실 거예요..]

 [아니오. 괜찮소. 내가 가져오겠소. 당신은 저기 앉아 나에게 설명만 해주시오.]

 [아..안돼요..아니.. 하하.. 저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다고요.]

 그는 그녀의 엉뚱한 행동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녀는 자신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한숨을 쉬었다. 휴...큰일날 뻔했어.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방을 가르쳐주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엔 자신이 아침에 늘어놓은 변장의 소품들이 화장대에 그대로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모두 옷장에 숨기고 서랍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그 자리에서 스스로 치료를 하려다 은근히 그가 치료해주길 바라며 그냥 방에서 나와 버렸다.

 방에서 나온 그녀는 또 한번 놀랬다. 글쎄... 그가 거실에 있던 미니 청소기로 파편을 치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그녀는 대기업회장 아들이 보잘것없는 자신의 주방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냥 두세요... 제가 치울게요.]

 그녀가 다가서며 말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오... 그러다 또 다칠거요... 이건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저기 앉아있으시오. 거의 다 했소.]

 그녀는 이남자가 자신이 알던 상사가 맞나 싶었다. 자신이 알기론 그는 웬만해선 여자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가 아니었다. 저 남자 뭘 잘못 먹고 왔나? 아냐... 그냥 내가 자신 땜에 다쳤다고 생각하니까...그래...맞아. 그래서 일거야.

 

 현우는 지금 자신이 뭘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꼭 자신이 해야만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찌 다친 여자에게 이런 일을 시키겠는가.... 그는 청소를 다하고 그녀의 옆에 앉아 약상자를 열었다.

 

 그녀가 그에게 다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다소 큰 듯했지만 손가락은 얇고, 길게 뻗어 있었다. 자신의 손과 비교했을 때 그녀의 손은 마치 아름다운조각품 같았다. 갑자기 그는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키스하고픈 욕망이 일었다. 만약 내가 그녀의 손가락에 키스한다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내 뺨이 성하진 않겠지? 훗....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손을 치료해주지 시작했다. 식염수부터 반창고까지 붙여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기 내어 그녀의 다친 부위에 살짝 입맞추며 말했다.

 [빠른 쾌유를 위해....]

 그리곤 자신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녀는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의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으로 인해 그녀는 얼굴부터 온몸이 상기되는 것 같았고 다친 손가락은 마비된 기분이었다. 이 남자가 오늘 진짜 왜이래...? 혹시 다 알고 날 조롱하는 걸까? 아냐.. 아~~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야... 하지만....어떤 이유에서건 그에게 이런 대접받는 거.. 기분은 좋다.....

 지금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그녀에게 그가 매력적이고 굵직한 목소리로 이 곳에 온 용건을 상기시키며 말했다.

 [근데, 당신 오빠는 여기 없는 것 같은데...]

 [네....?]

 갑자기 말을 돌린 그를 보며 그녀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녀는 무슨 의도로 그가 그것을 묻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놀라오... 못 알아들었소? 말 그대로 그가 지금 어디 있냐는 소린데...?]

 [아~! 오..오빠요..?]

 [그렇소]

 어떡하지... 뭐라고 말해...? 에이~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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