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이 콧물 눈물 뒤범벅된 채 죄를 고백했다. 형사는 잠시 밖에 나갔다
오더니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들고 왔다.
"형님은 그렇게 신뢰하고 믿었던 남비서가 주가조직에 개입된 걸 알고 쓰
러지셨습니다."
훌쩍거리다 코를 팽 풀어냈다.
"남비서는 혼자만 당할 수 없다고 미령의 비밀까지 폭로한 거죠.... 그리
곤 깨어나시지 못했습니다. 깨어날 수도 있었겠죠... 미령이는 의사가
일주일 이내 깨어난다는 말을 듣고 무서웠던 겁니다. 깨어나 자길 죽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 거죠..."
"그러면 중환자실로 옮긴 후 은미령씨가 죽였단 말입니까?"
"네... 미령이가 자기 남편을 죽였다고 날 찾아왔어요...."
//밤늦게 자고 있던 성현의 집 벨이 마구 울려댔다. 성현이 부스스하게
깨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비에 홀딱 젖은 미령이 부들부들 떨고 서 있었
다.
- 미령아. 어떻게 된거야?
- 내... 내가... 남편을 죽였어...
- 뭐... 뭐라고 했어?
- 원길씨를 죽였어...
미령이 그만 실신하고 쓰러졌다.//
형사는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
"미령이가 날 범인으로 지목했다니...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시간이 늦었는데 좀 쉬세요....."
형사가 서류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반장과 동료 형사들이 몰려와 수혁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제가 잘못 판단한 것 같습니다."
반장은 인정하고 옆 형사를 돌아봤다.
"지금 당장 은미령을 잡아와!"
형사들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뛰쳐나갔다.
수혁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부끄러워했다.
"그럴 수도 있네...."
반장이 다독이듯 등을 두드렸다.
"그 여자가 말을 너무 재밌게 꾸몄어....."
연희동 저택. 현장에는 잠복하던 형사 두명이 있었다. 한밤중을 지난터
라 하품이 저절로 나왔다. 서로 하품하는 모습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집 좋다.... 난 언제 한번 이런 집에서 살아보나..."
"새끼... 넌 어림없지. 너도 저 여자처럼 살아보든가..."
"푸하하. 어디 돈많은 과부가 있음 해보겠네요."
"미친 새끼... 말하는 거 하곤..."
어스름 새벽빛이 뜨자 형사들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두루루... 언덕 아래
서 스쿠터 한 대가 올라왔다. 신문배달부였다. 저택 앞에서 스쿠터가 멈
췄다. 철컥. 철문이 열렸다.
"어? 배달부가 왜 들어가죠?"
"그러게....."
두 형사가 바로 앉아 집을 올려봤다.
윗층 계단에서 에이프런을 두른 도우미가 내려왔다.
"이 집은 아줌마한테 직접 주나본데요...."
관심없는 듯 팔짱을 끼고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신문배달부는 스쿠터를 타고 유유히 떠났다. 형사들의 단잠을 깨
운 건 전화벨소리였다.
"예? 예... 문제없습니다. 음... 신문배달부만 왔어요. 밖에서... 아뇨.
차 안에서 봤는데요.."
"멍청한 새끼들!!"
저너머에서 상스러운 욕이 들려왔다. 갈득이나 잠을 못 잔 탓에 날카로워
진 형사가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 집 안으로 들어가보게! 만약 은미령이 벌써 사라지고 없다면 니 목
이 달아날 줄 알아!!"
형사가 벙쪄서 전화를 끊었다.
"야. 빨리 일어나!"
형사들이 다급히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마당 바위틈 사이에 배달부가 결박된채 쓰러져 있었다.
"이런 써글!!!"
"그럼 아까 그 도우미가?"
형사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는 사이 경찰차가 출동했다. 이
미 때는 늦어버린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