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령은 그 생활도 질리고 있었나봐요. 아무리 값좋은 옷을 입어
도 파티를 가는 것도 아니였으니까요. 그러면서 자기가 해왔던 공부를 다
시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왔어요. 저는 당연히 승낙했어요. 그녀가 하루
종일 집안에서 심심하게 있는 건... 저도 싫었어요. 복학 하기 전에 이것
저것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자기한테 아직도 창녀 냄새가 난다며 유능
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어요...]
강사가 골프채를 미령에게 건네고 레슨은 시작되었다.
"먼저 골프의 기본인 백스윙에 대해 배우겠습니다."
미령이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성현은 한쪽 의자에 앉아 지켜봤다.
"백스윙은 골프를 치기 위한 동작입니다. 자, 저처럼 잡아보세요."
골프채를 잡고 있는 강사의 손을 봤다.
"무릎은 움직이지 않아요. 완전히 고정시켜야합니다. 허리만 돌리는 건
데 양손과 팔을 가볍게 올린다고 생각하면 되요..... 이렇게....."
미령이 옆에서 따라 해봤다.
자꾸 무릎이 움직여 강사가 지적했고 뒤에 와서 미령을 품에 안 듯 손을
잡았다. 성현의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그거 하나도 제대로 못하냐?"
첫 레슨이 끝나고 성현이 투박스럽게 말했다.
야외카페에 앉은 두 사람은 기분 나쁜 듯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골프는 왜 배우겠다는 거야?"
성현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말했잖아!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골프는 이젠 스포츠가 아
냐. 취미생활이라구.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모르는데 당연히 배워둬
야 하는 거 아냐?"
"그래.. 알았어. 요리 학원도 수강했더라?"
"응... 요리 잘하는 여자는 소박받지 않다는다고 했어!"
"난 널 소박 받게 할 생각 없어..."
"치.. 웃겨. 누가 너한테 시집간대!"
미령이 벌떡 일어나 손가방을 집었다.
[미령은 그렇게 날 멀리하고 있었어요... 날 좋아한다는 것도 까맣게 잊
은 사람처럼 골프에 요리에 그리고 매일 배달해온 신문으로 지식을 키워
갔어요... 공부에 한이 맺혔을지 몰랐다고 생각했죠. 그 갑갑한 공간에
만 갇혀있다보니 하고 싶은게 좀 많았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내 생각
과 너무나도 달랐어요......]
미령은 새벽에 배달 온 5개 신문사 신문을 모두 읽어내려갔다. 가끔 유용
하다 싶은 내용은 메모도 하면서, 알아야 할 상식은 완전히 외워버렸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던 성현이 그런 그녀를 봤다.
"잠 안자고 뭐해?"
"신경꺼. 난 교양수업 중이라구!!"
"무슨 공부를 그렇게 독하게 해. 독종이야...."
성현이 머리를 긁적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미령이 펜을 굴리며 씩 웃었다.
"정말 독종이 어떤 건지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