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뷸란스는 종합병원 출입구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침대카에 실린 원길
은 졸도한 듯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달려온 의료진들이 급히 침대
카를 밀고 응급실로 향했다.
"뭐... 뭐라구요?"
미령은 원길이 도착해서야 여비서의 연락을 받았다.
"한강병원입니다..."
"고마워요."
옷장을 열어 옷을 고르는 손마디가 뻣뻣해졌다.
움직이질 않아...
빨리 가야하는데...
굳어버린 손을 멀거니를 쳐다봤다.
어떡해... 원길씨...
왼손은 마비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손으로 겨우 옷을 갈아
입고 나갔다. 아무리 오른 손으로 마비된 손을 만져도 소용없었다. 전혀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불안하게 외투 속으로 손을 넣었다.
응급실은 수많은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응급환자.. 보호자들.. 의사 간호
사들.. 저마다 바쁘게 발을 동동 굴렀다. 미령이 어지러워서 헤맬 때 뒤
에서 누군가 어깨를 집었다.
"너가 여길......"
성현이 뻘쭘 서 있었다.
"따라와...."
눈꺼풀을 깜빡거리다 성현을 따라 나섰다.
"나 원길씨 만나야돼..."
성현이 바지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잠깐이면 돼.."
"근데 넌 어떻게 알고?"
"만나려고 회사로 찾아갔지..."
"만나? 뭣... 때문에..."
"글세... 지금와서... 뭣 때문에 만날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넌 괜찮은 거야?"
"안 괜찮아... 경찰에서 냄새를 맡은 거 같아..."
"허..."
"내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는데....."
"성현아...."
"시끄러워. 쓸데없는 소리 나불대지마!"
"저기... 원길씨 괜찮겠지?"
"괜찮아..... 충격받고 쓰러진 거 같으니까....."
"놀라다니? 왜?"
성현이 담배갑을 다시 바지에 넣고 일어섰다.
"들어가봐......"
그러면서 미령을 빤히 내려봤다. 미령이 무안해서 얼굴을 만졌다.
"왜 그렇게 봐?"
"마지막이니까... 널 보는 게 마지막이 될테니까... 눈으로 찍어두는 거
야... 이 심장에 널 새겨두려고......"
성현은 쓸쓸히 미소를 짓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성현아......"
붙잡으러 손을 내밀려했지만 외투 속에 박힌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벌 받는 거지..... 성현아...
너도 알았을 거야... 결국 이렇게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