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미령이 땀나도록 수화기를 붙잡았다.
저편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야. 조성현! 남 실장이 알아버렸다구. 원길씨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
제야... 이건 내가 한때 동업자였던 우정을 생각해서 충고하는 거야. 당
장 한국을 떠나. 안 그러면 넌 죽어!"
"아무대도 가지 않아."
"뭐?"
"아니 하루 빨리 장 회장이 알아주길 바래. 내가 원하던 결말이니
까....."
"미친 놈. 그래. 너 죽어. 근데 나까지 물에 빠뜨리지마!"
"그게 무서운 거니?"
"뭐라구?"
"넌 나보다 더 지독한 년이야! 벌써 생명의 숨통을 끊어봤잖아."
"무슨 소릴하고 있는 거야!!"
"니 아기... 아니 우리 아기...."
미령의 눈동자가 점점 붉게 충혈되었다.
"이제와서 무슨 헛소리야!"
"걱정마. 시작할때도 약속했듯이 물이 빠지는 건 나 하나야..."
"고맙다. 장례식장에서나 보자."
미령이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렸다.
원길이 비어있는 남 비서 책상을 바라봤다. 쓸쓸한 미소를 짓고 돌아서는
데 여비서가 노란 봉투를 내밀었다.
"회장님... 남 실장이 떠나기 전에 드리라고 했어요..."
원길이 아무렇지 않게 봉투를 받고 회장실로 들어섰다.
노란봉투를 책상 끝에 올려놓고 창 밖을 내다봤다.
//그래도 날 십수년 지켜주던 사람인데... 뭐 때문에 미령씨를 때렸을
까... 이유라도 들어보고 보냈어야 하는 건데.... 너무 경솔했어....//
삐- 필터음이 울렸다.
"회장님.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연락 왔습니다."
화들짝 놀라 원길이 필터를 향했다.
"연결 시켜!!"
"장 회장님 범인이 잡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대체 누구요!"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 팩스로 넣어드렸습니다."
"아......"
"저희는 지금 범인이 살고 있는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아직 그 집에 머
물고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곧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원길이 심장을 달래듯 왼쪽 가슴을 만졌다.
잠시 후 여비서 팩스를 들고 들어왔다.
"여깄습니다. 회장님...."
하아!!
원길이 팩스를 받고 경악했다.
조성현......
아내의 동거남.......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실린 거야.....
- 우리 언제 본 적 있지 않습니까?
- 그럼요.
- 미령씨 아파트 입구에서요
- 아니.. 아니.. 그 전부터 구면이죠?
//미령씨... 미령씨는 알고 있는 건가요.....//
쌕쌕 호흡이 거칠어진 원길이 서랍에서 약병을 찾았다.
"회장님!"
"약을 좀 찾아줘...."
"어디요.. 어디요..."
여비서도 안절부절 애쓰며 약병을 찾으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약병을 찾지 못한 원길이 심장을 움켜쥐고 휠체어 아래로 떨어졌다.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