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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104. 검은 빛의 무단 투숙객
작성일 : 20-05-14 21:07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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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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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 검은 빛의 무단 투숙객.

 

 

 

  악의 없는 미소 속, 편하게 오가는 말. 서로에게 상처가 될 지 모른다는 걱정없이 오가는 감정 들.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편한 감각이 내 웃음에 해맑음과 순수함을 섞기 시작한다. 마음 속 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검열하나 없이 꺼냈다는 걸 알아챘는지, 녀석도 내 모습에 맞춰 살짝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말이라는 형태없이.. 미소로만 이어가던 대화가 맞 닿을때, ‘정적이란 단어도 딱히 나쁘진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 허스키의 느낌에 의해, 마음이 따끔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국은 이렇게 마주하게 된다. 녀석은 진심으로 날 나쁘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잘 알게 된다. 서로의 말을 하던 중간 중간, 다름을 발견해 발끈하다가도 마지막은 ‘이해’라는 말로 미소짓게 된다. 그 안정감이 날 얼마나 지탱해주는 지 녀석은 잘 모르겠지.

 

  한 참 이어가던 파스텔 빛 정적이, 녀석의 씁쓸한 미소에 의해.. 잡고 있던 시간을 바깥으로 흘려보냈다. 어느새 무표정으로 돌아온 녀석이,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좀 전의 느낌을 점점 삼켜 갔다.

 

  “..그래. 간만에 의견이 맞았다니 다행이네.”

  “이 정도면 우리 볼 일은 충분히 끝난 것 같으니까, 난 간다.”

 

  뭘까, 미소가 담긴 행동과는 달리.. 녀석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보였다. 말 속에 묻어나는 무 감각과는 반대로, 표정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드러나고 있다. 녀석과 함께 한 게 몇 년인데, 내가 그 모습들을 그냥 넘길리 없었다. 뒷 모습을 보이려는 녀석의 팔을 살짝 붙잡고.. 잠깐만, 이건 뭐지?

 

  “잠깐, 기다려봐.”

 

  아까는 웃느라 발견하지 못 했는데.. 이제보니 녀석의 셔츠 옷 깃 부분에 거무 튀튀한 벌레가 붙어있었다. 바깥에서 없애야 집에가서 두 번 일하지 않을 터. 없애 주겠다는 생각을 장착한 뒤, 녀석에게 정지를 명령했다.

 

  “너 잠깐만 딱 서 있어봐.”

 

  진지함 가득 차오른, 카리스마 섞인 말투에 녀석이 움직임을 전부 멈추었다. 미간 사이에 박힌 선 두 개가 검지와 엄지 핀셋을 들어올리며 세밀 작업 준비를 시작한다.

 

  난 농부 왕이 될 것이기 때문에, 흰색 벌판위에 들어온.. 흰색 면적을 갉아먹는 저 나쁜 영양분 도둑들을 가만 둘 수 없다. 셔츠에 끼어있는 1mm의 검은 벌레를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이 게슴츠레함을 잔뜩 내뿜으며 시선을 접었다. 제한되는 시야 덕분인지, 시력이 한 곳으로 모아져 눈 앞이 훨씬 선명해졌다. 시도해 본 방법이 나름 효과가 있었기에, 더 더욱 눈의 창문을 좁혀 물체를 바라보았다.

 

  “..흠.”

 

  음.. 스스로는 정말 진지했지만.. 시선 자체의 위치가 미묘하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직진하는 내 모습과 달리, 가슴 언저리를 향한 노골적인 시선에 묶여버린 허스키가 잔뜩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뭐..뭐야.”

 

  “진정해. 난 도와주려는 거 뿐이니까.”

 

  앞 섬을 두 손으로 숨기며 뒷 걸음질 치는 녀석의 수동적인 움직임. 악세사리로 남겨둔 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무리 봐도 녀석은 모르고 있는게 분명했다. 서프라이즈 섞인 깨끗함을 선물하고 싶었던 내 마음은, 쉽게 포기할 생각은 절대 머금지 않고 있었다.

 

  “어허, 이리와봐. 다 털어줄테니.”

 

  집중한 스스로의 표정을 1:1로 마주한 적이 없었기에, 녀석의 반응이 반은 이해되지만, 반은 이해되지 않았다. 도망 칠 수 없는 공간 속에 도착한 녀석의 뒷걸음 질. 반짝 빛나는 내 눈이 녀석에게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고 간접적인 신호를 날린다.

 

  “이녀석, 드디어 멈추었군.”

 

  가까이 본 녀석의 셔츠 위에 남아있는 허스키의 털 갈이 흔적. 큰 조각과 작은 조각들이 규칙없이 솔솔 뿌려져 있다. 엄지 검지 핀셋을 딸깍딸깍 움직이며 녀석에게 다가가는 행동 속, 주저함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아까 미용실에서 제대로 안 털어 주셨나 보네.”

  “딱 서 있어, 털어 줄 테니까.”

 

  “..?!”

 

  1차적인 시작의 의미로, 오른 손을 이용해 머리카락 묻은 부분을 털었는데.. 옷이 부스럭대는 소리와 동시에, 내 힘에 의해 남방이 눌릴때마다..얇은 셔츠를 사이에 두고 내 손과 녀석의 피부가 맞 닿았고.. 그에 의해 녀석의 몸에 움찔거림이 찾아왔다.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다, 그냥 하던거나 이어가기로 했다.

 

  “야! 뭐..뭐하는건데!!”

 

  “이거 잘 안 털린다.. 남방에 제대로 끼었나봐.”

 

  녀석의 가슴께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머리카락 조각들에 집중해 있다 보니 잘 몰랐지만, 전체적인 느낌으로 보면 꼭 녀석의 품 속에 들어가 있는 내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집중한 내 머리 속에 그 부분이 노크할 리 없었다.

 

  촘촘히 짜여진 면의 미세한 구멍에서 면 이불을 덮은 채 자고 있는 머리카락들.

 

  ‘아니, 보증금도 안 내고 감히 무단 숙박을 해?!’

 

  미용실 직원분께서 네모난 스펀지로 충분히 경고를 주셨음에도, 머리카락 조각은 아직도 뻔뻔하게 녀석 옷 위에 누워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구에게 피해가 가는 걸 내가 내버려 둘 수 있을 리가.. 절대 안 된다.

 

  “안 되겠어. 거슬리니까 다 떼버려야지.”

 

  손으로 털며 경고를 했음에도 안 떨어지다니.. 어쩔 수 없지.

  준비했던 엄지 검지 핀셋을 이용해, 투숙객들을 한 명씩 잡아서 떼어 냈다.

 

  “요 놈들!! 요노옴들!!”

 

  “윽.. 야!! 어딜만..!!”

 

  상대는 무단 투숙객. 본체가 하는 말이 들릴 리 없다.

  머리카락을 하나씩 떼 낼때마다 녀석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알 수 있을리 없다.

 

  “기다려봐, 아파도 좀 참아봐, 거의 다 뽑았으니까.”

 

  확실히 다른 사운드를 배제하고 작업에 집중하니 속도가 빠르다. 허나, 마지막 남은 머리카락이 난관이었다. 핀셋을 이용해 떼내봐도 나올 생각 조차 않는 머리카락 녀석의 뻔뻔함에, 승부욕이 차올랐다. 어떻게든 뽑겠다 다짐하고, 한 쪽을 기대고자 왼손을 잠시 녀석의 가슴 주변에 댔는데..

 

  “…?”

 

  ..심장 주인의 혈압 수치가 높은건 지 몰라도 , 따뜻한 북소리가 손바닥의 피부에 전해져 왔다. 고개를 들어올리라는 신호 인 것 같아,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는데.. 내 시술이 꽤나 아팠던 건지, 녀석이 연 분홍색 물감을 이용해 목 부터 귀 끝을 칠하고 있었다. 이상한 느낌도 들고, 뭔가 미안해서.. 열심히 집중하던 끈을 놓은 뒤 멍한 사과를 전했다.

 

  “..아.. 어.. 나는 그냥..”

 

  “돼..됐으니까 떨어져!!”

 

  부드럽게 바깥으로 밀어내진 내 어깨.

  녀석의 반응도 그렇고.. 분위기도 미묘하고.. 왜 그런지 몰라도 내 심장까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뭐..뭐야..뭔데..”

 

  녀석이 나에게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었을 뿐 더러, 그냥 상대의 반응만 봤을 뿐인데.. 뭔가 약간 부끄럽다. 나로 인해 움직이는 녀석의 부분 부분들이 귀엽게 느껴져버린다. 아까 봤던 목 주변과 귀끝의 붉음도.. 나 때문일까 싶어, 심장이 이유모를 떡방아를 찧고 있었다.

 

  “..?!”

 

  그러던 중,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들었는지 답을 알아챘다. 아까의 경우, 가까이 다가선 거리 때문에 시야가 녀석 하나로 꽉 차있다보니 몰랐었는데.. 녀석에 의해 밀려난 시야 속.. 배경에.. 생각지 못했던 인물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주머니와 경찰아저씨의 실루엣이 정확한 형태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그랬구나.. 본능적으로 직감을 발휘한 심장이.. 미리 알아내고 이리 빠르게 뛰었나보다.

 

  녀석이 그래서 저렇게 두근거리고 귀가 빨개진거구나!!

  그래, 모든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녀석도 몸이 반응했던 것이다. 경계신호가 발동했을 뿐, 큰 의미는 없었던 게 분명하다.

 

  당장 빠져나가자고 녀석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전, 갑자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구면임을 알려주는 목소리 경보음이 찾아왔다. 발견했다는 의미가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 전부 드러난다. 급한 숨을 몰아쉬는 아주머니의 손가락이 우리들을 한 군데에 모은다.

 

  “그래!! 가까이서 보니까 알겠네!!”

  “이 남자애야!!”

 

  그게 아니라고 변명하려 했는데.. 아주머니께서 걱정했다는 토닥임과 함께 부드러운 말투로 말의 시작을 뺏어갔다.

 

  “학생,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포기하려다가 혹시 몰라서 여기 와봤더니 딱 찾았네..”

  “괜찮은거야? 소매치기 당한 물건은 찾았어?”

 

  순수한 걱정과 부드러움을 잔뜩 머금은.. 친절 가득한 목소리에, 당황을 머금은 채 균형을 잃어버린 목소리가, 순두부하나 못 자를 만큼 무뎌지고 말았다.

 

  “아.. 어.. 음.. 그러니까...어버버..”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준비도 안 된 상태로 꺼낸 말이었기에, 신호를 잡는데에 시간이 걸렸다.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머니께서 마음 아픔을 한 술더 얹기 시작했다.

 

  “충격 많이 받았나봐..”

 

  ‘그런거 아니에요!!’

 

  나에게 향하던 부드러운 아주머니의 시선이, 어느새 따끔한 전기를 잔뜩 모으더니.. 고개를 확 틀어 당황한 표정의 녀석에게 쏘아졌다.

 

  “학생!! 그렇게 나쁜 짓 하면 못 쓰는 거야!!”

 

  “아.. 저기..”

 

  “두 사람 다 잠깐 ‘서’로 와 주겠니.”

 

  단호한 경찰아저씨의 결론.

  제 발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구덩이로 향하는 힘없는 발자국 소리.

 

  “아주 혼쭐이 나야 해!!”

 

  큰 소리로 말하는 아주머니 주변에 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주변의 잡초들이 조금 고개를 숙인 것 같이 보였다.

 

  “경찰 양반, 미성년자라고 봐주면 내가 다시 신고할거니까!!”

 

  “아니.. 아주머니 그러니까!!”

 

  “아줌마가 일이 바빠서 일단 가는데.. 무슨 일 생기면 경찰한테 연락처 남겼으니까 꼭 나한테 연락해야 한다!”

 

  “저기.. 그런거 아닌..!!”

 

  이불을 안 덮어 감기에 걸린 앞머리의 본체가 끼익 거리며 양 옆으로 움직인다. 잘 못 열어버린 입에게 내려진 형량. 어느새 나는 한 번도 가 본적없는 취조의 현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도 잘 모르겠고, 잠시 후에 어떤 상황들이 찾아올 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이게..’

 

  상황적응 때문에 힘을 주지 못했던 생각들이.. 뱅글뱅글 팽이처럼 방황을 반복하다..

  이내, 전체적인 상황 파악을 마친 다음 큰 소리로 발버둥을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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