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19화 <이동>
작성일 : 20-05-12 23:26     조회 : 73     추천 : 0     분량 : 383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나가 앉아있던 사무실의 문을 연 것은 뜻밖에도, 이 소장이 아닌 그 밑에 있던 보안과장이었다.

 

 “헉헉... 성 교수, 여기는... 헉헉... 어쩐 일로...”

 “내가 여기 오는 게 이상한 일인가요?”

 “아니, 헉... 그게 아니라...”

 “일하러 왔어요. 재소자들 그동안 상담 내용이나 가져와요.”

 “아... 흡... 네.”

 

 보안과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기로 걸어갔다. 어찌나 당황했던지,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안나에게도 들릴 지경이었다. 안나는 피식 나오는 비웃음을 숨기지 않고 내뱉었다.

 

 “응. 여기... 헉... 성 교수 사무실로 그 동안 상담했던 거... 헉... 기록한 거 가져와... 그래, 그거... 상관 없어. 그냥 싹 다 가져.. 큽... 빨리.”

 

 교도소는 변한 게 없었다. 삭막한 내부의 모습도 그대로였고, 안을 맴도는 차가운 공기, 일하는 사람들의 반쯤 나가버린 영혼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거라곤, 그 와중에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들여놨다가 시들어 말라버린 화분이 전부였다.

 

 “곧... 후우... 가지고 온답니다.”

 “앉아서 숨 좀 돌리세요. 급할 것도 없는데.”

 “네에...후우우...”

 “뭐, 따뜻한 차라도 좀 가져오라 그럴까요?”

 “아닙... 흡... 니다...”

 

 보안과장이 침을 꼴깍 삼키며 겨우 숨을 가라앉혔다.

 

 안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보안과장의 숨소리까지 잦아들자, 사무실 안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나자 밖에서 자그마한 소음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재소자들이 운동을 하는 소리였다. 쿵쿵 거리며 땅 위를 달리는 소리, 서로 킬킬대며 웃는 소리. 이렇게 눈을 감고 소리만 듣는다면 이곳이 교도소라고 상상하기 힘들만큼 평화로운 소리였다.

 

 이 평화가, 이곳에, 가당키나 할까?

 

 “별 일 없죠?”

 “네? 네, 뭐... 없죠.”

 “그런데 왜 과장님이 나오셨어요? 소장님이 아니라.”

 

 별 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늘 안나가 교도소에 도착할 때마다 어쩔 줄 몰라 뛰쳐나오던 사람이 이 소장이었다. 거기다 지난 번 그렇게 깽판을 친 뒤라 안나를 더욱 신경 쓸 수 밖에 없을 텐데... 의외였다.

 

 “그게... 소장님은 이제 여기 안 계십니다. 곧 새로운 소장님이 오실 겁니다.”

 “새로운 소장이라고요?”

 

 처음 듣는 소식에 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뭔가가 머릿속에 짚히기 시작했다. 경식의 유류품이 사라졌던 그 날, 소장의 태도가 유독 수상했다.

 

 원래 소장은 안나의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도현이 매수한 사람. 도현이 가진 돈과 힘은 의외로 강한 것이어서, 안나를 이곳의 담당 카운슬러이자 강경식의 전담 카운슬러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매수한 사람이 이 소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날, 소장은 안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진실을 숨겼다. 도현보다 더 강력한 어떤 사람.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안나로서는 짜증나고 불쾌한 일이지만, 뭐가 됐든 소장은 더 큰 대가가 기다리고 있으니 선택을 한 것일 터,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좋은 데로 승진하셨나 봐요?”

 “그게... 사망하셨습니다.”

 “뭐라고요?”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그 기세에 과장은 다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언제요?”

 “지, 지난주에...”

 

 지난주... 경식이 죽고, 안나가 이곳을 나간 다음이었다.

 

 “사인은요?”

 “그게 아마 심근경색이라고...”

 “그럴만한 증상이 원래 있던 분이셨나요?”

 “아주 없지는 않으셨습니다. 워낙에 당뇨도 있으시고, 콜레스테롤도 높았던 분인지라...”

 

 과장의 말대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워낙에 비만이었던 사람이라 오히려 그런 위험이 없었다면 더욱 이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뭔지 모르게 찝찝했다.

 

 “자택에서 사망한 건가요?”

 “아니오. 호텔에서 돌아가셨습니다.”

 “호텔? 어디?”

 “Bz호텔이요.”

 

 과장을 보는 안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 시선을 의식한 건지, 과장이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Bz호텔. 인경자가 소유한 호텔이다. 그런데 그 이름을 여기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거기는 왜 가셨대요?”

 “그야... 저는 모르죠. 소장님의 프라이버시일텐데...”

 

 참 좋은 핑계였다. 따지고 봐도, 이 세상에서 호텔을 찾는 사람의 99.9%는 호텔의 객식을 이용하기 위해 찾는 거지, 호텔의 소유주를 만나려고 찾지 않을 것이다. 섣불리 이 소장을 인경자와 엮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참 기가 막힌 우연인 것은 확실하다.

 

 “부검은 했나요? 어쩌다 심근경색이 왔대요?”

 “부검을 못했습니다...”

 “사망 진단서는 누가 뗐죠?”

 “소장님이 자주 가시던 병원 주치의가... 마침 앰뷸란스가 그 병원에 가서요.”

 

 거기다 부검도 못했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나온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똑똑]

 

 그 때, 누군가가 안나의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재소자들 상담 기록입니다.”

 

 과장은 구세주라도 만난 양, 서류를 받으러 달려 나갔다.

 

 “여기부터 여기까지가 전부다 재소자들 상담한 기록입니다. 특이점이 있는 환자는 따로 분류해두었습니다.”

 

 할 수 없이 과장이 전해주는 서류들을 받아들었다. 핑계로 댔던 상담기록 검토였지만, 안나의 할 일이기는 했다.

 안나는 건성으로 서류들을 넘겨보며 다시 과장에게 넌지시 운을 띄웠다.

 

 “1092호... 아들이 있었다면서요?”

 “1092호요?”

 

 1092호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느라 보안과장의 미간에 주름이 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기억해냈다.

 

 “아, 얼마 전에 죽은 사람이죠? 기억 납니다. 그런데 아들이라뇨?”

 “아들이 있었다는데...”

 “아들이 있었다고요?”

 “몰랐어요?”

 “네. 몰랐습니다.”

 

 혹시나 모른 척 시치미 때는 건 아닌가하여, 안나는 과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과장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 사람 유골이 무연고자로 들어갈 뻔했다가 간신히 아들이 찾았다는데...”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그 아들이란 사람이 여기 찾아온 적 없었어요?”

 “네. 왔으면 제가 바로 알았을 텐데, 김경식의 아들이라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유류품은요?”

 “다 폐기 되었죠. 유가족이라고 나타나는 사람이 없어서.”

 

 안나는 혼란에 빠져 생각에 잠겼다.

 안나의 스카프. 분명 교도소에 두고 간 것이다. 그리고 이걸 유진이 안나에게 건넸다. 그렇다면 그 손수건은 어떻게 이 교도소에서 유진에게 옮겨갈 수 있었을까? 심지어 유진은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는데?

 

 “그럼 김경식의 아들 말고, 김경식을 찾는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성혁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가장 가능성이 큰 사람이었다. 유진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유진이 아버지 찾을 것을 부탁했던 성혁이 이곳에서 스카프를 받아 유진에게 건넬 수도 있다. 그런데 대체 왜? 그 스카프가 뭐에 쓸모가 있다고?

 

 혹, 아버지를 괴롭힌 사람을 찾고 싶었던 걸까?

 

 “네, 없었습니다.”

 

 안나의 또 다른 가정도 무너졌다. 뭐가 됐든, 유진도 성혁도 이곳에 오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안나와 도현이 만든 보안시스템들은 문제없이 작동을 했다는 거니까.

 

 “소장!”

 “네?”

 

 왜 잊고 있었지? 안나의 스카프를 유진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유력자가 있었다. 바로 소장이었다. 굳이 유진이나 성혁이 이곳에 오지 않아도, 소장이 직접 가지고 가서 전달할 수 있다. 의문이 하나 풀리면서, 소장과 Bz 호텔 사이의 관계에 개연성도 생겼다. 이 스카프가 바로 그 증거였다.

 

 “과장님. 소장이 타던 관용차 있죠?”

 “네. 있죠.”

 “어딨어요?”

 “저기 주차장에 있습니다.”

 “키는요?”

 “키는 행정실에...”

 

 안나는 읽고 있던 서류를 대충 덮어버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검토 끝났고, 별 거 없네요. 그럼 전 가 볼게요.”

 

 

 

 소장이 타던 관용차는 과장의 말처럼 교도소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안나는 차를 열고 네비게이션을 켰다. 그리고 소장이 새로 찍은 주소들을 살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Bz호텔이 찍혀있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

 

 “아주 단골 손님이셨던 모양이네... 한 번 가 볼까나?”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9 제56화 <땡큐> 2021 / 4 / 9 267 0 4713   
58 제56화 <사살> 2021 / 3 / 5 273 0 3427   
57 제55화 <교차> 2021 / 2 / 19 312 0 3006   
56 제54화 <균열> 2021 / 2 / 12 314 0 3651   
55 제53화 <정리> 2021 / 1 / 28 290 0 3778   
54 제52화 <탱고다운> 2021 / 1 / 20 313 0 3674   
53 제51화 <침입> 2021 / 1 / 14 296 0 3704   
52 제50화 <잔상> 2021 / 1 / 7 312 0 3516   
51 제49화 <진상> 2020 / 12 / 31 329 0 4108   
50 제48화 <경계> 2020 / 12 / 16 340 0 3016   
49 제47화 <회귀> 2020 / 12 / 9 314 0 3901   
48 제46화 <연합> 2020 / 12 / 2 313 0 3496   
47 제45화 <고리> 2020 / 11 / 25 315 0 3400   
46 제44화 <기만> 2020 / 11 / 18 325 0 3514   
45 제43화 <원점> 2020 / 11 / 11 344 0 4159   
44 제42화 <책임> 2020 / 11 / 4 340 0 3159   
43 제41화 <마음> 2020 / 10 / 28 361 0 3442   
42 제40화 <직시> 2020 / 10 / 21 342 0 3666   
41 제39화 <의도> 2020 / 10 / 14 320 0 3291   
40 제38화 <조우> 2020 / 10 / 7 518 0 4263   
39 제37화 <비밀> 2020 / 9 / 23 313 0 3383   
38 제36화 <함정> 2020 / 9 / 16 344 0 4522   
37 제35화 <설화> 2020 / 9 / 9 344 0 4008   
36 제34화 <픽업> 2020 / 9 / 2 316 0 3715   
35 제33화 <유희> 2020 / 8 / 26 344 0 3477   
34 제32화 <반응> 2020 / 8 / 19 358 0 3352   
33 제31화 <꿈과 현실> 2020 / 8 / 11 341 0 4020   
32 제30화 <탐색> 2020 / 8 / 5 341 0 5093   
31 제29화 <기만> 2020 / 7 / 28 351 0 4208   
30 제28화 <환기> 2020 / 7 / 21 344 0 302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