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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69화 지긋지긋한 이야기 (2)
작성일 : 20-05-06 15:48     조회 : 71     추천 : 0     분량 : 5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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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기력의 구슬로 시은이가 전에 카르탄에게 선물로 받았던 구슬과 동일한 성질을 가진 구슬이었다.

  기력의 덩어리였으나, 기력을 느끼지 못하는 자도 볼 수 있는, 무형이 아닌 유형의 기력이었던 것이다.

  그 구슬이 어떠한 것인지 아는 시야카와 단보루도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와.. 시은아, 대체 언제 그런 것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거야?"

  솔직한 심정을 곧바로 뱉어내는 시야카 덕분에 시은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시은이의 입가에 꽂혔다.

  시은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커다란 반응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그냥 저번에 스승님이 만드는 거 보고 따라해봤는데 되더라고. 되게 어려운 거라고 해서 이 정도 보여주면 되겠다 싶었는데... 마음에 드신 걸까나?"

  솔직히 물어볼 것도 없었다. 이미 노인은 입을 벌린 채 그 구슬을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옆에 서있던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야, 이런 녀석은 오랜만에 보네. 너 뭐하는 녀석이야? 대단한 걸?"

  정말 순수하게 웃음짓는 사내. 얼굴에 사선으로 그어진 흉터가 물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왠지 시은이는 웃음이 났지만, 그저 가볍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으음. 이 정도면 충분하지."

  노인은 그제야 눈을 여러 번 껌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줄 필요는 없어. 보여 달라고 했지, 달라고 하진 않았잖아."

  시은이는 약간 어색해진 손을 뒤로 빼고 옆에 있던 시야카에게 구슬을 건넸다.

 "..나 주는 거야?"

  잠시 맡아달라고 이야기하려던 시은이였지만, 화사하게 웃는 시야카에게서 커다란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선물이야."

 "우와아... 미안해. 난 매번 받기만 하는 것 같네."

  시야카의 미소가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았다. 시은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다시 노인에게로 시선을 맞췄다.

  노인은 한 두 번 헛기침을 하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럼, 잠시 서가에 다녀올 테니 차나 한 잔씩 들고 있게."

  그렇게 노인은 자리를 떠서 언제부턴가 생겨있는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느긋하게 밟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삼각형의 식탁 위에 세 잔의 찻잔이 올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진한 보라색 빛의 물이 담겨져 있었다.

 "마셔봐. 시그리안에서 유명한 '뷰란꽃' 으로 내린 차니까."

  여기는 다들 갑자기 나타나는 걸 좋아하는지, 시은이네의 눈앞엔 찻잔 말고도 사내가 이미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은이는 계속해서 놀라는 것도 그렇다 싶어서, 가볍게 턱을 스윽 내렸다 올리고는 찻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 입안에 넘겼다.

 '..맛있어.'

  이 곳에 넘어와서 여러 종류의 차를 마셔보았지만, 이렇게 깊고 마음이 편안해짐과 동시에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차는 처음이었다. 오리진과 베타에서의 입맛이 다른 것일까 생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커피를 내려 마셨을 때, 그 맛을 싫어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물론 모든 이에게 커피를 내려준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싫어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혹시..'

  문득 든 생각이다. 의심은 아니었고, 그저 자연스럽게 맛있는 차를 입에 넣고나니 드는 생각이었다.

 "커피라는 차를 아시나요?"

  사내의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커피라..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구만. 어떻게 커피를 알고 있는 거지?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걸?"

  왠지 사내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누군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쁨을 정도 없이 들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랬던 사내의 눈매가 우수에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잔 내려 드릴까요?"

  뷰란꽃으로 내렸다고 한 차를 더 마시고 싶었던 것은 맞았다. 하지만, 저렇게 커피라는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도 미소를 지으며 여러 생각에 잠긴 이에게 한 잔 정도는 대접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커피를 알고 있다는 건 시은씨와 연관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그랬다. 시은이가 생각하고 있던 숲의 여주인과 연관된 사람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의 추측대로라면 커피라는 것을 퍼뜨린 사람은 다름 아닌 숲의 여주인인 과거의 시은이였을 테니까.

 "오오..! 지금 당장이라도 맛보고 싶다만, 슬슬 가봐야 되서 말이지. 내게 조금만 시간을 내어줄 수 있다면 다음에라도 꼭 마시고 싶은데.."

  사내의 얼굴에 안타까움의 역력했다. 정말 그는 어딘가로 돌아가야 될 것 같이 분주해보였다. 단지 잠시 시은이네에게 흥미가 생겨 말을 건 것이라는 걸 누가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요. 언제든지요!"

  시은이가 그걸 놓칠리 없었다. 천년의 대회도 중요했지만, 이 대회에 시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정보를 빠르게 얻은 자가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숲의 여주인에 관련되었을 지도 모를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분명 숲의 여주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녀가 마지막에 남겼던 자신이 실패했다는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분명, 천년의 대회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까. 무엇이 되었든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당연히 봉착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사내는 씨익 웃어보이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잠,잠깐만요. 연락은 어떻게 하면 될 까요?"

  사내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급했다.

  물론 많은 지식을 듣기도하고, 책을 통해서 얻어냈기도 했던 시은이였으나 연락하는 통신망에 대해서는 듣거나 본 이야기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미처 정리하지도 못한 채 곧바로 본론을 내세웠다.

  역시나 하는 반응이 시은이의 눈앞에 아른거린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눈빛. 당연히 이러저러하게 연락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눈빛.

  시은이는 옆의 단보루와 시야카를 둘러보았다.

  그들도 사내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고, 시야카는 미소짓고 있었다.

  시은이의 관자놀이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하지만 시은이는 약하게 입꼬리를 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당황하지 않았다는 듯, 당연한 것을 물어보았다는 듯.

  일 초가 한 시간처럼 느껴지던 그 순간, 사내가 빙긋 웃었다.

 "아, 맞네. 연락은 내 쪽에서 하기로 하지.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연락하고 바로 그 쪽에게로 갈게. 괜찮지?"

  그 연락이 어떤 방식의 연락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시은이는 입꼬리의 위치를 유지하며 말했다.

 "네, 그럼요. 언제든 연락주세요."

 "하하하! 너 정말 마음에 든다. 다음에 꼭 연락하지. 그럼, 정보 잘 듣고 가라고...어이! 나 가볼게!"

  사내는 그렇게 호탕하게 웃어젖히고는 노인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들어주었다.

  곧바로 아래에서 지멋대로 왔다가 지멋대로 가버리는 의리없는 새끼 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사내는 못들은 척 집을 나서버렸다.

  물론 시은이네는 다 들었지만, 역시 못들은 척 해주며 뷰란차를 입에 머금으며 노인을 기다렸다.

  단보루를 제외한 모든 이가 차를 거의 다 마셨을 때쯤, 부시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인이 계단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오랜만에 깊숙한 곳까지 다녀왔구만. 참 오래된 내용들이야."

  허리가 쑤시는지 척추부근을 왼손으로 두드리며, 꽤 많은 양의 색이 바랜 종이묶음을 오른 팔로 감싸앉고 있었다.

  삼각형의 식탁위에 색바랜 종이묶음을 올려놓자, 푸슉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주변에 일었다.

 "어이구. 미안하네. 콜록.. 오래된 내용들이다 보니, 먼지가 많이 쌓여있었어. 알아서 이해들 하게."

  시은이네와 마찬가지로 연신 기침을 콜록거리는 노인에게 뭐라 할 정도로 박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예, 이해합니다.."

  노인은 종이를 묶어둔 붉은색 얇은 끈을 가볍게 풀어내곤 제목이 써져있는 첫 번째 장을 넘겨 두 번째 장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노인의 콧대에 둥그런 안경이 걸려졌다.

  노인의 안광이 안경의 렌즈를 통해 주황빛으로 빛났다.

 "자, 그럼 느긋하게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지. 내게 보여준 오랜만의 즐거움대로 아는만큼 자세히 알려줄 거니까. 알아서들 잘 들어."

  그렇게 노인의 강의아닌 강의가 시작되었다.

 

 

  터억.

  '지긋지긋한 이야기' 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문을 부드럽게 닫으며 난 소리.

  아무런 소리없이 닫아내고 싶었지만,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소리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었다.

  물론 문을 닫아낸 사내라면 충분히 아무런 소리없이 닫아 낼 수 있었지만, 이러한 곳에 그의 기력을 쓸 수는 없었다.

 '낭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그 사내의 손 끝에서 하얀색 기력이 맺혔다가 이내 공기중으로 흩어져내렸다.

  사내는 기분이 좋았다. 원래 별 시덥잖은 이야기나 하러 왔던 곳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인재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한 번 보고 만들어낸 구슬 치고는 너무 정교했지. 마치 그 때가 생각이 나는군. 그 녀석도 참 대단했는데 말이야.'

  꽤 오래전의 기억인지 갑작스레 사내의 얼굴이 폭삭 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괜찮은 젊은 용모와는 다르게 그의 시선, 눈빛, 얼굴근육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그 표정이란, 감히 그가 살아온 세월을 어리잡아 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리곤 갑자기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쉬었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으음. 커피를 내리진 않았나 보군. 내릴 수 있다면 주인장한테도 내려주지 않았나 싶었는데, 아쉬워.'

  조금 더 기다렸다가, 커피 향도 맡고 맛도 보고 싶었으나, 그에겐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곳에 들린 것도 몰래 나온 것이었으니까.

 "에휴. 돌아가야지. 아직 미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야.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 때에 오랜만에 얼굴 봐서 좋았다. 주인장!"

  평소에 더 찾아오지 못한 미안함이 몰려들어왔지만, 오늘이라도 찾아온 것이 어딘가.

  괜히 스스로 위안을 얻으며, 좀처럼 떼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사내는 웃고 있었다. 생각치도 못한 인물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가 그리워 하던 그녀와 이름이 똑같았다.

 '그러고 보니, 생김새도 얼추 비슷한 거 같은데.. 딸..인가?'

  과거의 한 장면을 생각해낸 그는, 그럴리가 없다며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이미 이 곳에 없었으니까.

  지금 그녀와 비슷한 느낌의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난 건, 그저 우연. 그렇지 않다면 만났어야하는 필연일 것이다.

  다시 시작해도 좋다는. 그런 시작의 알림이었다.

  그가 지긋지긋한 이야기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을 무렵, 그의 몸 주변으로 새햐안 기력이 퍼져나가더니 순식간에 그의 몸을 그 공간에서 온데간데 없이 지워버렸다.

 
작가의 말
 

 즐감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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