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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64. 사과는 직접! 천천히 한걸음부터!
작성일 : 20-04-23 22:20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9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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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아 남부지구 1번가, 케일라 약국 -

 

 

 언제나 보던 풍경이지만, 공기는 무겁다 못해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아넬리나는 케일이 건네준 찻잔을 그저 붙잡고 바라만 보았다. 그 이름만 들었던, 다섯 마녀 중의 남쪽의 푸른색을 담당하는 마녀.

 

 ‘그의 힘은 남쪽에 펼쳐진 끝없는 바다만큼 가늠하기 힘들단다. 그래서 그녀에게 덤비려고 했던 자들은 그 끝없는 힘의 물결에 휩싸이곤 했지.’

 

 옛날, 그저 이야기로만 듣던 그 사람이 바로 앞에 있다니.

 

 “또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야? 그 놈의 별칭 때문에 말이야.”

 

 멍하니 찻잔을 바라만 보고 있는 아넬리나에게 케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그제야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급히 찻잔을 내려두고 말했다.

 

 “아.. 아니에요. 단지.... 그냥 이름만 듣던 사람이 앞에‥…. 그것도 케일씨가 그 사람이었다는 것이........”

 

 “나름 숨기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잘 됐나보네. 너, 마저 속였다면 말이야.”

 

 케일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름 높은 신분의 그녀에게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텐데, 케일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니까. 아니면 반대로 제국에서 그만큼 그녀에 대한 모든 정보를 막고 있었다던가.

 

 “그래서 날 체포라도 하시겠다 이거야?”

 

 “그.. 그래야겠죠?”

 

 아까의 패기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물러설 생각은 없던 모양이다. 나름 정의를 지키겠다는 그녀의 신념 때문인지도. 그 모습에 케일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그래? 흠, 그럼 이걸 보여줘야겠구나?”

 

 분명 아까 전까지는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인쇄기에서 종이가 뽑혀져 나오듯, 천천히 그녀의 손에 한 장의 종이가 나타났다. 도시 내에서는 허가받지 않고는 마법을 쓸 수 없다는 법은 가볍게 무시를 하면서. 뭐, 그렇다고 그녀를 막을 사람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녀가 꺼낸 종이는 그냥 일반 종이 같긴 하지만, 마력으로 감싸진 특별한 종이였다. 그 안에 적힌 내용은 간단하게 이민 신청에 대한 감사 인사와 이민을 인정하고, 제국의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선서가 적혀있었다. 그냥 평범한 이민증이나 마찬가지만..........

 

 “술식을 두 개나 겹쳐서 만들었네요?”

 

 “역시 마법사니 그걸 바로 알아차리는구나? 그냥 무늬만 마법사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케일은 아넬리나의 눈썰미에 칭찬 아닌 칭찬을 하며 가볍게 밑에 숨기진 내용을 보여주었다. 그 내용은 마치 공식 외교 문서와도 같은 빽빽하면서도 복잡한 조항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정보국 수장은 솔직히 어쩌다 된 거라서 말이야. 너무 일을 열심히 하니 주변에서 시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많이 시달렸다고. 근데, 그렇다고 사표를 내자니, 또 안 놔주는 거 있지? 그래서 홧김에 일을 저질러서 이곳으로 넘어왔다고. 일부 정보랑 보호 조건과 함께 말이야.”

 

 “이건 폐하의 직인…‥.”

 

 “그래. 직접 너네... 아니지, 이제는 나도 시민이니까 우리의 황제 폐하에게 말이야.”

 

 약간 비꼬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이민증, 아니 저 망명과 관련해서 맺은 협약에는 황제 이외에는 그녀를 건드릴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으니까.

 

 “뭐, 그런 고로 나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이 말이지.”

 

 “하지만, 아까 식당에서 있었던 일은 뭔가요? 그건 협약 위반 아닌가요?”

 

 망명을 하면서, 공국과의 접촉은 일절 금한다. 협약서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공국에 관련된 사람과 만나서도, 이야기해서도 안 되는 내용이다. 망명을 핑계로 정보를 빼 갈수 있으니 말이다.

 

 “흠, 그건 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좀, 중요한 일이 생겼거든.”

 

 “중요한 일? 협약을 무시할 만큼, 황제 폐하와의 약속을 어길 만큼 큰일인가요?”

 

 아넬리나는 그녀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기다니! 약속은 어기지 않았어. 일전에 레이아크에서 있던 일 알지? 그것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라고.”

 

 “도시 붕괴 사건? 그 얘기인 건가요? 근데, 왜 케일씨를........ 아!”

 

 반년은 더 넘게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레이아크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가 되곤 했다. 그야 비슷한 일이 8년 전에 한 번 더 있었으니, 다시 그 사건이 반복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 때문에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당사자인 케일이, 세간에는 폭발에 휘말려 죽었다고 알려졌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뭐, 대충 감 잡은 것 같네. 다른 이유들도 있긴 하지만, 내가 그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말이야. 거기다 최근에 녀석들이 사고를 쳐서 말이지. 어지간히 일이 제대로 안 풀리는 모양이라 이곳저곳에 도움을 청하고 있더라고. 나라면 그냥 혼자서 처리했을 텐데 말이야.”

 

 그녀만큼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얘기를 마친 케일은 숨을 돌리듯, 다시 차 한 모금을 마셨다. 아넬리나는 그녀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참, 그녀를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주책없이 덤비다가 한 대 얻어맞은 꼴이었다.

 

 “참, 그건 그렇고. 너한테 분명 에노 곁에서 100보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아넬리나는 앞에 앉은 그녀에게서부터 나오는 살기에 온몸이 떨려왔다.

 

 “그... 그건....”

 

 “네 아버지랑 약속을 한 것이고, 분명 지키겠다고 약속한 건 너였을 텐데?”

 

 방금 전까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지금은 평소와 다르게 화가 많이 났다는 게 표정으로 드러날 정도로, 그녀의 모습이 달라보였다. 마치 동화 속의 마왕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에노의 일이라면 불같이 화를 내는 그녀니까 말이다. 아넬리나는 그녀의 타오를 것 같은 눈빛에, 아까보다 더 위축되어 바닥에 눌러 붙어 버릴 것 같았다. 분명 이대로라면 저번보다 더 큰 일을 저지를 수도 있을........

 

 “하하하, 하지만 아가씨가 근처에 있어도 가만히 있으신 것도 케일님이 아니셨습니까? 그것도 제재 하나, 하지 않으시면서 말입니다.”

 

 여태 가만히 있던, 그들 옆에서 자연스럽게 차를 따르던 집사가 말을 꺼냈다. 순간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그런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아? 영감님? 제가 가만히 있었다고요?”

 

 “네. 가게에 항상 오는 것도, 약초상 거리에 에노님이 약초를 사러 갈 때도,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말이죠. 그럼 왜 그동안 제재를 안 하신 겁니까? 버젓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신 데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가게에 그녀가 있었음에도 화를 내지 않고, 쫓지도 않았다.

 

 물론 다른 가게라면 영주의 딸을 함부로 쫓아낼 순 없겠지만, 남매와 영주의 일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얘기이기에, 만약 그녀를 쫓아낸다고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거기다 그 일 이후, 그녀에 관한 일에 불이익이 있을 경우 영주가 직접 엄벌을 내린다고 한 것도 있어서, 아넬리나를 이용해서 케일을 괴롭히려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지, 오히려 그녀가 찾아가서 몰래 짓밟아줄 수도 있으니 그건 빼야겠다.

 

 어쨌든 그녀는 아넬리나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케일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집사의 모습에, 내뿜던 살기를 거두고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안쪽 창고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멜, 에노를 데리고 좀 나와 줄래?”

 

 “아... 네, 알았어요.”

 

 아멜은 그녀의 말에, 천천히 에노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에노의 모습에 순간 아넬리나는 가슴이 빨리 뛰었다. 매번 도망가는 그가, 케일과 같이 있어서 곁눈질로만 보던 그가, 매번 제대로 말을 걸어보지도 못했던 그가 눈앞에 있으니까. 반면, 에노는 파르르 몸을 떨며, 케일의 말에 따지듯 말했다.

 

 “왜.. 왜 나를 부른 거야? 구.. 굳이 부를 필요는 없잖... 아아악!”

 

 쫙! 떨고 있는 에노의 모습에 케일은 그의 등짝을 한 대 후려쳤다. 너무나도 세게 쳤는지, 가게 전체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에 아멜과 아넬리나, 그리고 크리엔은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덤으로 표정하나 변함없는 덴커일의 눈썹까지 슬쩍 들썩였을 정도였다. 그 사이 케일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손바닥으로 그의 등을 쓸어냈다. 아넬리나는 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에게 말했다.

 

 “무.. 무슨 짓이에요! 에노씨, 괜찮아요?!”

 

 “으이구,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야? 조금씩 붙여놓으면 나아질까 해서 놔뒀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기만 했네. 차라리 그냥 이렇게 마주앉게 할 걸 그랬나?”

 

 케일의 말에 아넬리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천천히, 에노를 자리에 앉히며 말을 이었다.

 

 “나는 약사야. 의사처럼 기술이 좋은 건 아니라고 해도, 환자가 있다면 그 환자에 맞는 치료법이나 약을 건네는 게 내 일이거든. 이 망할 동생이 예전에 납치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네 덕분에 그 일이 떠올라서 그대로 트라우마로 자리잡아버렸지 머람.”

 

 그녀의 말에 아넬리나는 푹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물론 그녀가 공국의 수장이었으니 이해는 갔지만, 어쨌든 그런 줄도 모르고 납치를 했었으니‥….

 

 “죄.. 죄송합니다.”

 

 “흠, 드디어 사과를 들은 것 같네. 그것도 당사자들끼리 마주 한 채로 말이야.”

 

 사실 납치 사건이 있은 직후, 떨고 있던 에노를 대신해 불같은 케일이 영주성을 쳐들어가 사과를 받아냈었다. 하지만 엄연히 에노 본인이 아넬리나에게 받은 게 아닌, 케일이 에노를 대신해 받은 것. 물론 그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케일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경황이 없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에노의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까.

 

 “하아... 그래도 언제까지 떨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면시킨다는 게 굉장히~ 위험하고 또 자칫하면 잘못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거든.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내 손에 반으로 갈라졌을 테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어떻게든 그의 상태가 호전 되도록 조금씩, 조금씩 마주보게 대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그게 잘 안 되어서, 계속 제자리걸음으로 있어서 답답했던 그녀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러니까 이 이상한 관계를 어서 끝내보라고. 알았지? 더 이상 애가 빌빌대는 것도, 네가 이상하게 쫓아다니는 것도 보기 싫으니까 말이야.”

 

 아예 대놓고 마주해서 대화를 시켜보려는 것이었다. 아넬리나는 그녀의 말에 그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에노 역시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어떻게 할 줄 몰라 계속 그녀와 케일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하하, 충격요법이라.... 그런 생각인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집사는 그녀의 말에 웃으며, 어쩔 줄 몰라 쩔쩔 매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수염을 만졌다. 하기야 이런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을 테니까. 매번 쫓기고 쫓는 상황이 반복되고, 그럼 그만큼 그녀의 집착도 더 심해지고, 에노의 트라우마도 더 깊어질 테니 말이다. 뭐, 그렇지만

 

 “으.. 어... 저기...”

 

 “으... 네....”

 

 여전히 저 상태니 그것도 잘 되려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부채 안에 푹 얼굴을 숨긴 채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말을 못하는 아넬리나를 보며, 자신보다 더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에노는 당황스러웠다. 여태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매번 그녀의 모습만 보이면 빠르게 도망쳤으니까. 케일 곁에 있을 때는 그녀가 다가오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게에서는 마주치지 않으려고만 했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이 상황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만들어져서 더 어색할 뿐이었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시작해봐야 할지도, 어떻게 끝내야 할지도 말이다.

 

 “저어....”

 

 “아, 네.....”

 

 “그...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마치 목안을 다 쥐어짜듯 말을 꺼내는 그녀를 보며, 에노는 마음을 조금 진정 시켰다. 그는 그녀의 부채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괘... 괜찮아요. 대신 다음번에는 절대 그러지 마세요. 절대!”

 

 “네... 네에! 알.. 알았어요!!!”

 

 그의 떨림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이 보였다. 뭐, 그래도 아직 완전히 정리 된 건 아니니, 앞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겠지만.

 

 “후우.. 정말 장족의 발전이네요.”

 

 어떻게든 말을 꺼낸 그녀의 모습과, 그걸 받아주는 에노의 모습에 집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박수를 쳤다. 나름 그녀에게 있어서 많이 발전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니까.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자, 그러면 더 할 얘기는 없는 것 같고. 난 이제 가게 문 닫을 거니까, 다들 나가줬으면 해.”

 

 “엥? 케일씨 문을 닫으신다고요?”

 

 “그래. 도둑이 들어서 기분이 매우 안 좋거든. 거기다 얘 옷도 사주려고 하고.”

 

 케일의 말에 아멜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전 괜찮아요…….”

 

 “아니야. 매번 같은 옷만 입잖아. 아니면 내가 입던 옷만 입거나. 내일 극장에 가야하는데, 그 차림으로 가면 그렇잖아. 안 그래?”

 

 “그러네요! 매번 가게를 올 때마다 같은 옷이긴 했죠.”

 

 매일 같이 찾아오는 아넬리나도 그녀의 옷이 매번 같은 옷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에노의 곁에서 항상 있기에 꾸준히 관찰해왔었으니까. 하지만 에노는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젓다가,

 

 “정작 사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은.. 꽥!”

 

 “으이구. 이 녀석 조금 진정 되고 나니까, 바로 입이 살아나네.”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어요! 그 곳으로 가실래요?”

 

 아넬리나는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다. 이걸로 케일에게 점수를 따고, 에노와도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오, 그래? 뭐, 그렇다면야 고맙지.”

 

 케일도 대충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얻겠다는 심보기도 하고. 참, 속이 보인단 말이야. 너무나 뻔히.

 

 “그럼 가게도 거의 정리가 다 됐으니 가볼까?”

 

 “정리는 무슨! 정리되긴 그대로잖아.”

 

 티격태격 거리는 남매를 두고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그래 이 모습을 앞에서 보고 싶었지. 그러니까 아넬리나에게는 지금의 이 한걸음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그토록 꿈꾸던, 그런 일이었으니까.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덕분에 엄청난 일들에 휘말려버리고 말았지만.

 

 

 

 - 로하니아 남부지구 3번가, 모퉁이집 -

 

 

 딸각.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펠트와 아이샤는 천천히 문밖으로 나왔다. 펠트는 슬슬 떠나려는 두 사람을 배웅해 주기 위해, 뒤따라 나오는 리엔과 이샤나를 보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쩌다보니, 점심까지 먹고 가네요. 점심 잘 먹었어요, 리엔씨. 정말이지,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요리 배우러 와도 되나요?”

 

 “뭐, 상관없지.. 요. 케일씨만 괜찮다면....요오.”

 

 “괜찮아요. 어차피 전 에노 형보다도 나이가 어린 걸요. 말 편하게 하셔도 된다니까요.”

 

 참, 에노한테는 편하게 말을 하겠는데, 펠트에게는 말을 놓기가 힘들었다. 그도 그럴게 꼭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옛날 그의 상사의 모습이 떠오르니까. 똑같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그 모습이 말이다.

 

 “우웅..... 아.. 알았어! 최대한 편하게 해볼게!”

 

 리엔은 애써 최대한 밝게 웃으며 말을 했다. 그래도 어색해서 적응이 되질 않았지만.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죠.”

 

 “저도 그럼 이만 가볼게요.”

 

 펠트를 따라 아이샤 역시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을 했다. 리엔과 이샤나는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조심히 가!”

 

 “조심히 가세요!”

 

 모퉁이 집을 나서니 주변의 풍경이 바뀌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약간씩 일그러지는 것 같은 모습이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것이었지만.

 

 “정말이지,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저런 술식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마력이 들까요?”

 

 “그러게요. 마법사로서 정말 존경한다니까요.”

 

 아이샤의 말에 펠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다. 그래 마법사로서는 케일과 에노를 견줄 사람은 아마 이 세계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지,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 한 둘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용병단 단장이... 이옌씨네 따님이라고 하셨죠? 마치 이옌씨랑 닮았네요.”

 

 그에게서 용병일에 관해 들었을 때, 참 신기한 일들뿐이라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특히 특별한 약초를 캐러 동굴에 갔다가 집채만 한 거미를 상대했었다는 이야기는 마치 먼 옛날 모험을 떠나러 다니는 탐험가들의 이야기와 같았으니까. 그것은 한때 이옌이 돌아다니면서 있던 일들을 듣는 것과 같았다.

 

 그때, 혹해서 한번 탐험가들이 있는 용병 길드에 가입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말려서 하질 못했었는데.......

 

 “뭐, 아줌마한테 영향을 받긴 받았죠. 근데, 사실 말이 단장이지 웬만한 일은 제가 다 처리해요. 차라리 아줌마가 단장을 하는 게 더 낫다니까요.”

 

 펠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진짜 말이 단장이지, 실질적으로 교섭을 하든, 정보를 모으고 자금을 관리하는 일이든 모두 그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거기다 툭하면 사고를 치지 않나, 매번 의견 충돌로 싸우질 않나. 정말이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흐으, 정말이지 괜히 하자고 해서 고통이나 받고........”

 

 “그런가요? 그래도 계속하시는 걸 보니 싫으신 건 아닌 것 같네요?”

 

 그녀의 말에 펠트는 잠시 멈춰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그녀의 말대로 싫지는 않다. 오히려 가끔은 즐거울 때도 있다. 다만,

 

 “싫지는 않죠. 그냥..... 그냥 애들을 돌보는 것 같아서 그런 거죠. 그것도 넷 쌍둥이를 한꺼번에 돌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에요. 안 그래도 동생 하나로도 버거운 데 말이죠.”

 

 동생은 귀엽기라도 하지, 그 녀석들은 진짜.......

 

 “그런가요? 흠, 만약 저까지 들어가게 되면 더 힘들게 되겠군요.”

 

 “네? 지금 무슨.......”

 

 갑자기 내뱉은 그녀의 말에, 펠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쾅!

 

 “우와왁!”

 

 거대한 굉음과 함께 땅이 한차례 울리는 게 느껴졌다. 참, 그녀의 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말이다. 순간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멈춘 채, 바로 마력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이거.... 분명.....”

 

 “쳇, 골치 아파 졌네.”

 

 선명한 두 줄기의 마력. 이건 분명 녀석들임이 뻔했다. 그냥 지나치고 싶긴 하지만, 하필 녀석들이 움직이는 방향이 중앙 광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쫓을까요?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하는 것 같은데.......”

 

 “하아, 그러게 말이네요. 그냥 지나치고 싶은데 말이죠.”

 

 아이샤의 말에 펠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녀석들...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아주 커다란 무엇인가를 말이다.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자, 두 사람은 곧장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계획을 저지시키기 위해서.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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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2. 비밀 요원 2020 / 4 / 16 331 0 8779   
63 61.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 2020 / 4 / 10 352 0 8438   
62 60. 궁금증/ 덜 풀린 실마리 2020 / 4 / 9 352 0 8425   
61 59. 추적 2020 / 4 / 3 351 0 8414   
60 58. 새로운 인물의 등장? 2020 / 4 / 2 347 0 8560   
59 57. 만남의 광장? 2020 / 3 / 27 347 0 8109   
58 56. 수호자들, 모이다! 2020 / 3 / 26 352 0 8647   
57 55. 우리 아직 잊지 않았죠? 2020 / 3 / 20 350 0 8031   
56 54. 정령 납치 사건? 2020 / 3 / 19 354 0 8460   
55 53. 마법사와 요정, 그리고 정령 2020 / 3 / 14 346 0 7882   
54 52. 에노와 셰이옌 2020 / 3 / 12 372 0 7786   
53 51. 대화, 대결, 태엽인형과 초대장 2020 / 2 / 28 352 0 8973   
52 50. 다시 일상으로 2020 / 2 / 27 508 0 9137   
51 49. 다른 세계의 사람들. 2020 / 2 / 21 352 0 8361   
50 48. 땅의 정령. 2020 / 2 / 20 372 0 8468   
49 47. 무엇이든 있는 만물상 2020 / 2 / 14 362 0 8163   
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56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1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0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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