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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란만장 인생
작가 : Q현
작품등록일 : 2020.3.4

이계의 힘으로 성장한 도시
그 도시를 노리는 테러리스트를 잡아라.
멸망할 것인가 아님 멸망시킬 것인가?

*본 작품의 등장인물, 배경, 사건, 소재는 허구입니다. 만약 현실에 일치한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유란 = 혼란 (상)
작성일 : 20-04-22 23:07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7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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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포샨테 강에서 철수한 지 나흘 후. 국장실은 무덤과도 같았다.

 

 “알폰소입니다.”

 

 창 국장은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이미 짐을 다 보내서 한산했다.

 

 

 “퇴임식은 내가 안 한다고 했을 텐데?”

 

 “마지막 결재입니다. 국장님…”

 

 알폰소가 보고서를 올렸다. 그 중 마지막은 룸베즈 원정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룸베즈에 배상금을 주고 강화를 맺어서 끝…?”

 

 “사실 더 큰 이유가 있었습니다. 유란 가문들이 최근 거기에 막대한 투자를 했더군요.”

 

 “결국 이권 때문이군. 이런 동네에 약값 벌겠다고 온 내가 바보지.

 

 하나 있는 군대마저 가문마다 갈라져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창 국장은 묵묵히 서류에 서명했다. 알폰소가 넌지시 말했다.

 

 “부하를 많이 잃으셔서 안타깝습니다.”

 

 “휴. 군인으로 제 명에 갔으면 다행이겠지만... 아까운 애들이 많아.”

 

 알폰소나 창 국장이나 가리키는 사람은 하나였다.

 

 “전 루만 용병 지휘관이 성자와 계약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말 안 하는 풍습이 있다고 들었어. 그 애가 원래 입이 무겁기도 했고... 그녀가 그리운가?”

 

 알폰소가 얼굴이 더 붉어지다가 헛기침했다.

 

 “해서… 이젠 테러를 어떻게 막을 지 감도 안 잡힙니다.”

 

 “다음 국장이 걱정 해야지, 자네가 해?”

 

 알폰소는 씁쓸하게 웃었다. 갈 시간이 왔다.

 

 “치료 잘 받으십시오. 장군님.”

 

 “그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잃은 게 많은 지 모르겠어.”

 

 그렇게 창 국장은 쓸쓸하게 떠났다.

 

 

 연방은 창 국장을 도와주지 못했다.

 토미리스 대사는 본국으로 긴급히 돌아갔다. 그 이유는…

 

 “연방에 내전이 터졌다고?”

 

 “연간 행사 같아요. 권력자도 군부도 다 나눠져 있으니 말이죠.”

 

 알폰소가 볶음국수를 먹으며 말했다. 유스티안이 혀를 찼다.

 

 “어쩌면 자네가 여기 남는 게 더 안전할 지도 모르겠네.”

 

 “것도 있지만 그 테러범 자식을 끝내야 하는데.”

 

 “스킬라 박사도 어제 똑같은 소리 하더라고. 그 다음부턴 연구실에서 나오지도 않아.”

 

 “그러다 쓰러질 까 걱정이예요.”

 

 두 남자가 정원에서 안전국 내부를 돌아봤다. 키르간 가문이 또다시 빠지면서 한적해졌다.

 

 “발무 키르간의 빈소 갔다 왔는가?”

 

 “가급적 가지 마세요. 안전국에서 그걸로 인사를 가려낸다고…”

 

 “크, 무슨 일을 해도 그런 편가르기부터 하니…”

 

 그때 안전국 임원 하나가 유스티안을 보고 다가왔다.

 

 “유스티안 부장. 지금 한가롭게 밥 먹을 때인가?”

 

 “지역 교통망 보고서는 오전에 보내 드리지 않았습니까?”

 

 “전부 엉터리였어. 당장 수정하시오!”

 

 유스티안은 반도 못 먹은 도시락을 덮고 가야 했다. 알폰소는 기가 찼다.

 

 “국장님 떠났다고 바로 인사보복 하는 꼬라지라니. 어휴!”

 

 그는 홧김에 스킬라 박사가 하던 대로 빈 국수그릇을 걷어찼다. 그건 재활용 통에 튕겨서 누군가의 발치에 떨어졌다.

 

 “앗, 데니즈… 방범대장님?”

 

 “시간 있어요?”

 

 알폰소는 이제 자기가 조치 당할 때라고 생각했다. 데니즈가 그런 걸 하는 게 이상했지만.

 

 “각오는 돼 있습니다...”

 

 “네? 전 그저... 단젠 루만 지휘관의 빈소를 찾으려 합니다만.”

 

 알폰소는 황당한 표정으로 데니즈를 봤다.

 

 “정말 가시려고요?”

 

 

 -----

 

 8구역 바투란 용병 사무실은 어두컴컴했다.

 창문을 닫은 것도 모자라서 블라인드를 쳤다.

 

 줄리아는 풍선껌을 마구 불었다 껐다. 에트렉은 완전히 구석에 주저 앉았다.

 

 자스페르는 씩씩거렸고, 가스통은 루만의 영정사진을 보며 술만 마셨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엔리를 시작으로, 룸베즈 당국에 억류됐던 도시 정찰팀이 돌아왔다.

 

 “모두 무사했구나.”

 

 “치료비에 벌금까지 뜯기고 왔어… 목숨 건진 게 다행이지.”

 

 복서가 티나의 부축을 뿌리치고 루만의 영정사진으로 뛰었다.

 

 “으아아아아!”

 

 “야야, 무리하지 마! 너 아직 독 기운 남았다고.”

 

 “으으으. 시발! 대장 미안해... 내가 밥 한번 잘 먹으려다 이런 꼴을 당해서…”

 

 복서가 통곡하자 티나도 엔리도, 벨리냐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한참 뒤 잠잠해지자, 엔리가 일어서서 말했다.

 

 “우린 아직 안 끝났어. 루만 대장이 늘 말했던 대로… 티나 누나가 지휘관을 맡았으면 해.”

 

 티나가 한숨 쉬며 말했다.

 

 “이의가 없다면… 내가 지휘권을 받겠어. 첫 명령은… 3일 뒤엔 전원 업무 복귀야.”

 

 “난... 빼줘.”

 

 가스통은 다시 술병을 까며 말했다. 티나가 기가 막혔다.

 

 “신입 지휘관 앞에서 무슨 헛소리야?“

 

 “루만도 없고, 더 이상 감당하기가 힘들어…”

 

 엔리가 언성을 높았다.

 

 “형이 이렇게 간다고? 그럼 동생들은 다 어쩔 거야?”

 

 “너네들 오기 전까지 우리는 뭘 겪었는 지 알아?”

 

 루만의 최후를 봤던 수색조원들은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줄리아가 전자신문을 보여줬다.

 

 “의회 청문회도 다녀오고, 사무실에는 매일 기자가 쳐들어왔죠.

 

 작전 실패 원인에… 민간인 학살 의혹까지 다들 우리를 얼마나 씹으려는지.”

 

 “파파라치가 무슨 저격수 마냥 도촬까지 해서... 이틀째 문을 못 열다고, 선배.”

 

 자스페르가 투덜거렸다. 티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지휘관인 만큼 반드시…”

 

 그때 문이 열렸다. 라마르 자매 가주가 수행원을 데리고 왔다.

 

 

 알디스와 소소메나 모두가 고개 숙이고 왔다.

 

 “기자들을 따돌리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스통이 라마르 자매들을 손가락질하며 다가왔다.

 

 “낯짝 두꺼우십니다. 우리더러 도와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의회에선 왜 우리를 버리셨습니까?”

 

 “형, 진정해…”

 

 엔리가 말렸지만 다른 용병들도 심정이 불편했다.

 

 알디스가 무릎을 꿇었다. 소소메나가 놀랐다.

 

 “언니!”

 

 “우리가 남을 의식해서 선택한 건 잘못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잊은 적은 없어요”

 

 그녀가 절하다시피 고개를 숙이자 모두가 민망해졌다. 티나가 헛기침하고 말했다.

 

 “일어나세요 가주님. 이러면 우리 대장도 편하게 눕질 못하…”

 

 “넌 배알도 없냐, 티나? 또 얼마나 이용당하려고 그래?”

 

 “닥쳐 가스통! 술 처먹고 떠나는 주제에 참견하지 마!”

 

 “야! 너가 뭘 안다고 큰 소리야?”

 

 그 바람에 빈소는 말싸움장이 돼 버렸다. 다시 문이 열렸다.

 

 “왜 이렇게 소란이죠? 아, 알디스, 소소메나 당신들도 왔군요?”

 

 “데니즈 방범대장님?”

 

 복서는 어안이 벙벙해서 벨리냐에게 물었다.

 

 “뭔 VIP들이 우리 사무실에… 오늘은 운세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이런 건 그냥 개판이라고 하죠.”

 

 

 데니즈도 고개를 푹 숙였다.

 

 “의회에서 철수를 결정한 건 외교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바투란 용병들은 여전히 못마땅했다. 새 지휘관인 티나가 말했다.

 

 “덕분에 우리 용병단은 타격이 <참으로> 크네요. 하실 말씀은 그게 다 인가요?”

 

 “피해를 추스리고 의혹을 피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는 게 어떻습니까?”

 

 자스페르가 기가 차서 말했다.

 

 “또 청문회 나가서 말해야 합니까? 거기 테러범 있었다고요! 용병들은 민간인 건들지도…”

 

 “저는 믿습니다. 그래도 불신하는 이가 있어요. 그들이 계속 의심하게 만들면…”

 

 용병 생활을 끝내야 할 수 있다, 는 뜻이다. 엔리가 딱딱하게 말했다.

 

 “정말 그런 이유로 저희와 협력하자는 것인가요?”

 

 데니즈는 장탄식을 했다.

 

 “지금 연방이 내전으로 빠지면서 유란은 힘의 공백이 생겼습니다. 의회와 키르간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어요.

 

 안케는 아들 발무의 죽음을 제 아버님과 의회 탓이라고 비난합니다. 그의 장례식이 끝나면...”

 

 “가문의 이름을 건 복수가 있겠군요. 아, 우리가 총알받이 하면 될 거 같아서… 찾아오신 건가요?”

 

 줄리아가 날카롭게 지적했지만 데니즈는 태연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안전국 용병, 두켄과 남작, 저까지… 모두 같이 합니다.”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티나가 입을 열었다.

 

 “생전의 루만 대장의 결정을 제가 따라하진 못하지만…”

 

 그녀는 뜸을 들이고 말했다.

 

 “방범대장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고려하겠어요.”

 

 엔리와 벨리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줄리아와 자스페르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의견 조율할 시간은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적인 감정을 말하자면…”

 

 데니즈가 씁쓸한 말을 보태고 떠났다.

 

 “루만을 잃은 고통은 저에게도 뼈가 사무칠 정도로 느껴집니다.”

 

 그가 떠나자, 에트렉이 구석에서 일어섰다.

 

 “닥터 류 말고 눈빛만으로 날 믿어준 다른 사람은 대장 뿐이었어. 이젠…”

 

 “우리가 믿어, 자식아. 현실이 뭣 같지만 받아들여야 해.”

 

 티나가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녀는 창문에서 데니즈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

 

 몇 시간 후, 멸망 가문 연합 비밀 기지.

 

 “바투란의 대답은 기다리기로 했어.”

 

 데니즈는 홀로그램으로 두켄, 남작 앞에 나타났다.

 구잘은 남작 옆의 태블릿으로 출석했다.

 

 “뭐, 거기는… 루만의 후계부터 수습해야 하니까.”

 

 남작이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룸베즈에서 겨우 살아 돌아와서 더 핼쓱했다.

 

 두켄은 호기롭게 말했다.

 

 “의회에선 정말 안케가 복수할 거라 생각해?”

 

 “반반이야. 비용이 좀 들지만, 지금처럼 견제할 사람도 없거든. 여론은 어때?”

 

 데니즈가 한숨 쉬었다. 구잘의 목소리가 말했다.

 

 “주민 동향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의회 편이야. <절단마왕>이 날뛴다고 다들 그래.”

 

 “절단마왕이라고요?”

 

 “어떻게 인간들이 귀찮은 나보다 더 몰라? 마왕하면 안케 키르간이잖아?”

 

 구잘이 너스레를 떨었다. 두켄은 데니즈에게 미소 지었다.

 

 “우린 걱정 말라고. 의회의 지시만 받으면 언제든 행동하게 해 놓을 테니.”

 

 “그렇게 말하니 다행이군. 만약 공을 세운다면… 명예 회복하라고.”

 

 데니즈가 통신을 종료했다. 한참 뒤, 두켄이 코웃음을 쳤다.

 

 “명예 회복은 개뿔… 또 일 끝나면 우릴 숙청하려 들겠지.”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니즈 자식은 여전히 샌님이야. 구잘 누님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다니.”

 

 구잘이 이를 갈았다.

 

 “거짓말은 부얀 그체가 먼저 했지. 우리 가문을 살린다 해놓고 버린 주제에…

 

 지 애비가 작전을 훼방해서 절단마왕이라고 욕먹는 줄은 꿈에도 모를 걸?”

 

 “그렇지. 그래서 사람 말은… 눈치껏 맥락에 맞게 들어야 한다니까.”

 

 두켄이 탁자 위에 양반다리한 도인처럼 앉았다.

 

 “의회 꼰대들이 한 게 뭘 까?

 

 키르간은? 징벌 못해. 테러범은? 못 잡아. 빈민들은? 그냥 놔둬.

 

 자기들 가문 생존에만 골몰해. 그렇다면…”

 

 “두켄, 네 뜻이 뭔 지 알아. 하지만 지금은 뜻만 가지고는…”

 

 남작의 말에 두켄은 비웃듯이 말했다.

 

 “내가 늘 말만 앞선다고 생각해? 전에 내가 13구역 갔던 거, 라마르 가문 연회에서 사람들 눈도장 찍은 거.

 

 전부… 우리 연합의 힘을 보탤 방법을 찾는 거였어.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네.”

 

 문이 열렸다. 주르켄트의 건장한 외지인이 흰 가면을 쓰고 왔다.

 

 “바하두르! 내 혁명 동지! 소풍은 잘 다녀왔나?”

 

 “물론이지 두켄. 주르켄트를 도와준 빚을 갚으러 왔는데, 이 정돈 해야지.”

 

 “좋아. 우리 지지세력은 다 끌여 들이자고. 아, 구잘 누님은 제가 말한 거 했나요?”

 

 구잘이 한숨 쉬고는 말했다.

 

 “혁명의 달인께서 친히 만든 소문은 이미 퍼뜨렸어. 거기에 키르간이 낚이는 게 달렸지.”

 

 “여기저기 다녀서 시장한데, 간식 좀 같이 들자고.”

 

 바하두르가 달달한 과자를 잔뜩 내밀었다.

 그러나 남작은 룸베즈 사건이 기억나서 멈칫했다.

 

 “아, 난 조금 있다가…”

 

 

 -----

 

 부찬트, 키르간의 영지 도시.

 발무의 빈소에 키르간 가문 일족들이 모여 있었다.

 

 주탄 키르간은 묵묵이 자리를 지키다가 아버지 안케의 호출을 받았다.

 

 부자는 대저택의 회랑을 걸었다. 아무도 없지만, 가장 보안이 잘된 곳이었다.

 

 “이복동생이라 안 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왔구나.”

 

 “어릴 적엔 그래도 함께 놀던 사이였습니다.”

 

 안케는 납득했다.

 

 “발무와 끝까지 같이 있던 자가… 우리에게 종말력을 앗아간 그 야만족 계집이라니.”

 

 “루만 그 자에 관심 있으십니까?”

 

 “죽은 사람에게 무슨 관심? 그냥 인간사가 묘하니 그런 거다.”

 

 주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문득 생각난 걸 말했다.

 

 “요즘 유란 내에서 이런 말이 돌고 있습니다.”

 

 <룸베즈의 참사는 의회 때문이다. 거기 테러범 기지는 실제로 있었다.

 

 사실 의회는 키르간을 엎기 위해 테러범을 지원했는데, 기지가 공격당하자 억지로 철수시켰다>

 

 안케가 눈이 떠졌다.

 

 “우리 쪽 언론에서 이걸 다뤘느냐?”

 

 “어떤 미디어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누구인지 잡을 까요?”

 

 “아니다… 뭐 일을 재밌게 만들 거 같구나.”

 

 안케는 아들을 마주하고 바라봤다. 한참 있다가 주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준비하겠습니다.”

 

 안케는 아들과 헤어진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총수 시절의 제복을 꺼냈다.

 

 그는 집사를 불렀다.

 

 “이거 세탁해 놓게.”

 

 침대 머리맡의 여인의 초상화가 그를 뚫어져라 봤다.

 

 

 -----

 

 며칠 후, 바투란 용병단은 아주 조용히 업무에 복귀했다.

 

 가스통은 예외였다. 그는 전날 자기 물건과 함께 떠났다.

 

 에트렉이 그의 행선지를 알지만 말해주지 않았다.

 

 바투란에 대한 안전국의 시선은 따가웠다. 누구는 대놓고 엉터리 기사 내용을 말했다.

 

 “저 자들이 룸베즈의 마을에서 민간인을 잡고 테러범이라 우겼다지?”

 

 복서와 자스페르가 흘겨봤지만, 그들은 아랑곳 않았다. 데니즈는 달랐다.

 

 “마음 정하셨습니까?”

 

 “지금 별 선택지가 없는 걸요. 대신…”

 

 티나는 말이 잠깐 멈췄다. 데니즈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언론이 여러분을 공격하는 일은 최대한 막아드리겠습니다.”

 

 “한결 낫군요. 그러면 어떤 임무부터 도와드릴까요?”

 

 “키르간 쪽 동향부터 좀 계속 확인을…”

 

 그렇게 논의를 하고 있는데, 데니즈의 부관이 왔다.

 

 “지금… 안케 키르간이 중대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둘러 방송을 켰다. 총수의 제복을 차려 입은 안케가 연단에서 말하고 있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은 과거고, 유란의 번영은 미래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보기로 하고, 키르간과 의회의 연합 정치를 제안합니다.

 

 당장은 어려워도 계속 해서 좋은 논의를 끌어낼…”

 

 모두가 그 발표를 의아해했다. 데니즈가 한숨 쉬며 계획을 수정했다.

 

 “저 발표가 사실이면 당분간 긴장할 필요는 없겠군요. 다만 경계는 해 두세요.”

 

 “늘 하는 일인데요, 뭐.”

 

 티나와 용병들이 물러났다.

 

 

 연설을 마친 안케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방문과 창문, 커튼을 모두 닫았다. 그리고 여인의 초상화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뭔가 반짝였다. 안케는 가서 초상화를 들어냈다. 벽에 비밀금고가 있었다.

 

 그가 암호를 넣어 문을 열었다. 그건 1인승 엘리베이터였다.

 

 단추를 누르자, 안케 홀로 저 깊은 지하로 내려갔다.

 

 <-50m, -100m, -150m, -200…>

 

 지하 500미터 지점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안케는 보안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르르르…

 어둠 속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안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손전등에 의지해 눈 앞의 것에 다가갔다. 크고 투명한 수조탱크가 나타났다.

 

 수많은 케이블이 물 속에 있는 어떤 거대한 형체와 연결 돼 있었다.

 

 그르르르…

 안케가 손전등으로 그것의 <머리>부분을 비췄다.

 

 “잘 지냈소?”

 

 수조 안의 것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안케가 말했다.

 

 “이제야 모습이 갖춰졌구려. 슬픈 말을 전해야겠는데… 당신 아들이 떠났소.”

 

 수조 안의 것이 낮게 소리를 냈다. 아까보다는 부드러웠다.

 

 “새롭게 변한 당신이 나설 때가 됐소. 세상이란 게 그렇지. 하나가 오면, 하나가 가는 거야.”

 

 수조가 덜컹거렸다. 물 속의 그것이 움직였다. 수조 옆에 있는 기기들이 상태를 알려줬다.

 

 <경고: 공명 파장 발생률 증가 중…>

 

 안케는 가만히 귀마개를 했다. 그 수조 안의 형체의 몸 곳곳에서 빛이 일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안케는 그것의 오싹함을 느꼈다.

 

 빛이 꺼지자, 그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산책 한번 하고 싶지 않소? 부인, 아니… 성자 유란이여.”

 

 
작가의 말
 

 수정하느라 조금 늦어져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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