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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65화 대회가 열리기 2일 전 (4)
작성일 : 20-04-22 11:22     조회 : 83     추천 : 0     분량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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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시은이의 손이 떨려왔다. 그의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머릿속에서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금방 그 결과가 이미지로 확연하게 그려졌다.

 "무슨 말을 할 지 알겠네. 그렇다면 이 베타 세계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세계인 거냐고?"

  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 아무런 의미가."

  단호한 고리온 드의 말에 시은의 가슴이 다시 한 번 더 덜컥 내려앉았다.

 "그런 게 어딨어.."

  이 곳은 이 곳만의 삶이 있었다. 그들도 사람이었다. 슬퍼할 줄도 알고 기뻐할 줄도 아는 그런 평범한 사람.

  아니, 오리진 사람보다 더욱 인간미가 넘쳤다. 솔직했기에 그들은 진심이었다. 서로를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무런 가식이 없는 진심이었던 것이다.

  껍데기로 가려져 있던 오리진. 앞에서 하는 이야기와 뒤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 욕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없어져야 할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왜 오리진이 진짜 세계인 것이고, 베타 세계는 매번 리셋되어야 하는 세상인 것인가.

  긴 시간동안 이 곳에 머물지는 않았지만, 시은이는 이 세계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뿌연 안개로 가득찼던 인간관계가, 이 곳에선 깔끔하게 이뤄졌다. 속이는 것이 없으니 속는 것도 없었다. 가끔 나타난 거짓말 하는 자는, 원래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존재하기 힘든 존재라고 했으니까. 그들이 악이라면 없애면 될 뿐이었다.

  이 곳이야말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시야카와 단보루. 스트론. 벤돌. 기철. 시즌. 그리고 카르탄.

  전부 살아있는 진짜 사람이었다.

  얼굴에 짙은 기색이 깃든 것을 본 고리온 드는 어느새 그의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실례되지 않는 동작으로 그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올렸다.

  시은이의 멍한 시선과 고리온 드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조금이지만 미소짓고 있었다.

 "그래서 너를 찾아온 거야. 선임자에 대해 마음의 빚도 조금 있고, 이렇게 오리진에서 온 사람이 두 명이나 되는 경우는 여지껏 없었으니까."

  아직 시은이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나는 이 베타 세계가 참 좋아. 오리진의 세계가 어땠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나는 이 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 어딜 둘러보나 울창한 숲이 있어서 공기도 좋고, 기분도 좋고. 불편한 일은 일절 없지. 기력이라는 것은 만능에 가까운 힘이니까, 어떻게 활용하냐 따라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잖아?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된 너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하다보면 정말 생각치도 못한 일들도 해낼 수 있어. 이러한 것을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그 무엇이 부족하겠어? 이미 오리진에 있는 편의시설 같은 것들은 전부 재현해낸지 오래야. 시그리안에 가보면 알겠지만, 그보다 더한 것들도 많이 있다고?"

  그럼에도 시은이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풀린 눈 앞에 그저 그가 서있을 뿐이었다.

 "그래, 바로 결론이야. 난 베타 세계가 진짜 세계가 되도록 만들 거야. 오리진의 실험대가 아닌, 이 세계가 진실인 세계. 난 오리진에 딱히 미련이 없거든."

  그제야 시은이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한 것이 가능한 거야?"

  그제야 고리온 드는 시은이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으며, 다시 거리를 조금 벌렸다.

 "아마도? 이번에 열리게 될 대회에 우승해봐야 알겠지. 내가 조사해본 바로는 오리진에서 넘어온 자가 우승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건 왜?"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아까와 비슷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도 알아낸 정보일 뿐이야. 이유까지는 잘 모르겠어."

  시은이의 생각은 더욱 더 빠르게 회전하며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풀어냈다.

 "그런 정보는 어떻게 알아낸 건데? 리셋이 된다고 하면 그 전의 이야기는 다 사라져야 하는 거 아니야?"

  조금 질린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희망을 잡은 기분일 테니까.

 "나도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야. 부분 리셋이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세상은 남아있는데 기억이 사라지는 것일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

  고리온 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간이 부들거리며 떨리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시은이도 이변을 눈치채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없다. 단도직입적을 말할게. 너 나랑 같이 다닐 생각 없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의 능력이라면 이미 펠리온과의 전투에서 확인된 바가 있었고, 그 당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흘러넘치는 여유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었으리라.

  그와 함께 다닌다면 충분히 실운조차도 꺾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의 시간을 조금 줄 수 있을까."

  하지만 같이 다니는 시야카와 단보루의 의견도 전혀 묻지 않은 채 누군가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자신만을 원하는 것 같았다. 시야카와 단보루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고리온 드는 흔들리는 공간속에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곤 답했다.

 "으음.. 좋아. 조만간 대회가 시작 될 거야. 그 뒤에 한 번 더 찾아가도록 하지. 그 전까지 답을 내려줬으면 좋겠는 걸."

 "알았어. 고민해둘게."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고 시은!"

  활기찬 목소리를 끝으로 그 공간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미 그의 눈앞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고, 가까운 곳의 시그리안의 성벽이 보일뿐이었다.

 "방금 그 빛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 때 감사인사조차 하지 못했거늘."

 "나도.. 인사 정도는 하려고 했는데.."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단보루와 시야카가 빛이 있던 자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게요. 갑자기 번쩍이더니 사라져서 저도 별 말 못나눴네요."

  그들에게 그와 나눈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됐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건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그들의 정신을 위한, 그런 거짓말.

 '아, 그러고보니 신분증은?'

  시은이는 다급히 빛이 있던 자리로 뛰어가듯 걸어갔다.

 "왜 그래?"

 "왜 그러는가?"

  시야카와 단보루가 바로 달려와 시은이의 뒤에서 머뭇거렸다.

 "없어...없다고!"

 "뭐,뭐가?"

  너무나도 다급한 목소리에 시야카가 시은이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안색을 살피니 창백해졌다가 곧바로 붉어지고 있었다.

 "이 나쁜자식!"

  고리온 드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시은이가 소리친 목소리만 남아 멀리 울렸고, 그로 인해 성벽 쪽 대문을 지키던 병사 중 한 명이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들어올 수 있어서."

  팔짱을 끼고 있는 시야카가 환하게 웃어보였다. 시은이는 한숨을 얕게 쉬며 옆머리를 슬쩍 긁었다.

 "뭐가 됐든, 들어왔으면 된 거 아니겠나. 일단 숙소부터 찾으러 가세."

 "그래요. 들어왔으면 됐죠. 하하.."

  시은이는 안쪽 주머니에서 발견된 신분증을 매만졌다.

  방금 전, 시그리안의 병사가 그들에게 달려오고 난 뒤, 그들은 자연스레 신분을 증명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그리안 주변에서 수상하게 행동한 죄로 감옥에 갇힌다고 했나.

  시야카와 단보루는 다들 자기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신분증을 보여주었고, 달려온 병사는 몇 번의 확인 절차를 거치더니 그 둘에게 다시 신분증을 돌려주었다.

 -당신은 왜 내놓지 않는 것이오.

  그들의 질문에 시은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야했다.

 -자,잠시만요.

  걸치고 있는 갈색 코트를 뒤지는 척을 했다. 옆에 있던 시야카와 단보루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여차하면 병사를 기절시키고 도망갈 생각까지 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 옆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당연히 없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무언가 처음 느끼는 감촉이 손가락을 통해 전해졌다.

  일단 집어서 꺼내놓았다.

 -있었으면, 진작에 내놓았어야지. 왜이리 굼뜨시오.

  그 병사는 시은이의 손에 들린 신분증을 낚아채고 아까와 똑같은 질문을 시은이에게 던지며 신분을 확인했다.

 -시그리안에 용무가 있다 하셨소? 저를 따라 들어오시오.

  그렇게 더 이상의 제재없이 시그리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만만세일 터인데, 왜 시은이의 반응이 저리 힘이 없는가.

  그 이유는 신분증에 적혀있는 내용 때문이었다.

 

 [김시은]

 고유번호 : 100-13-0435

 나이 : 17세

 성별 : 여

 출신 : 진그마을

 특이사항 : 기력을 다룰 수 있음

 

  고유번호위에 사진도 마련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은 기억은 없었지만, 신분증이라는 것 자체가 대장장이가 만들어낸 기력의 종이에 각자의 기력을 불어넣으면 알아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 기력의 종이 자체에 허가가 나지 않으면 아무리 기력을 불어넣어도 아무것도 생성되지 않기에 그리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신분증에 적혀있는 성별이었다.

  시은이의 성별은 남자다. 허나 그에게 들어있던 신분증은 다름아닌 여자로 되어있던 것이었다.

 "괜찮아! 시은이는 예쁘잖아."

  왠지 어깨가 조금 축 쳐진 시은이의 힘을 돋아주려고 노력하는 시야카가 보였다.

  칭찬인지 아닌지, 무슨 반응을 보여야 될까 싶었지만, 시은이는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조금 미소지어 주었다.

 "으음. 이 곳에 돌아온지 시간이 조금 되어서 그런가, 그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이 생겨났구만 그래."

  시은이가 괜찮아진 것을 확인한 단보루는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조그마한 지도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의 시선에 담긴 곳마다 사람이 넘쳐났다. 스타시의 영향은 1도 없는지 그들은 각기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웃고 있었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중심부였던 만큼 치안이 좋아서였을까, 그들의 얼굴에 근심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좋아 보이네요."

  어떻게든 기운을 차린 시은이도 그제야 시그리안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최초의 도시이자 왕이 사는 도시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나."

  단보루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들 떠 있는 것 같았다.

 "배고파요.."

 "저도 조금.."

  시야카와 시은이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이 많은 터라 그 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으나, 붙어있던 그 셋은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단보루는 잠시 고민하면서 지도를 살펴보더니, 무엇인가 찾은 듯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밥부터 먹으러 가지. 숙소는 그 주변에서 알아보도록 합세."

 
작가의 말
 

 즐감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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