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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란만장 인생
작가 : Q현
작품등록일 : 2020.3.4

이계의 힘으로 성장한 도시
그 도시를 노리는 테러리스트를 잡아라.
멸망할 것인가 아님 멸망시킬 것인가?

*본 작품의 등장인물, 배경, 사건, 소재는 허구입니다. 만약 현실에 일치한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통곡의 포샨테 강 (하)
작성일 : 20-04-19 22:02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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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룸베즈 시내.

 아치크는 호텔에 일어나는 상황을 멀찍이 지켜봤다.

 

 그는 용병들 음식에 독을 흘려 넣고, 대담하게 현지 시민군에 신고했다.

 

 애애앵!

 시민군 차량과 구급차가 오자 아치크는 서서히 다가갔다. 확인할 게 있었다.

 

 죽은 자들은 트럭에, 부상자는 구급차에 실려갔다.

 

 테러리스트는 그 다른 성자의 계약자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 구급차가 떠날 때까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치크가 아쉬워하며 돌아섰다. 문득 자신에게 수많은 긴급 교신이 들어온 걸 뒤늦게 확인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골목으로 뛰었다. 거기서 연락하기 무섭게 리디아가 소리쳤다.

 

 “아치크, 왜 이제 받아요? 안전국… 놈들이 밖에서 공격하고 있다고요!”

 

 

 팍!

 그는 자기도 모르게 벽을 주먹으로 쳤다. 벽돌 몇 장이 그대로 박살 나 떨어졌다.

 

 “얼마나 됐습니까?”

 

 “20분 전부터 강 건너에서 공격이 시작됐는데… 저들이 하는 말 중에 키르간이 들렸어요.”

 

 “그 원수 놈들까지 왔단 말입니까?!”

 

 아치크의 두려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하지만 시내 한복판에서 당장 산골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단 하나 빼고.

 

 그는 공용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 그는 문을 잠그고 거울에 속삭였다.

 

 “드즐룹! 왜 지금까지 내게 말 안 한 거요?”

 

 화장실이 세면대가 박살 날 정도로 덩굴들이 튀어나왔다.

 

 “멍청한 놈. 한참을 기다린 건 난 데, 네놈이 화를 내느냐?”

 

 “닥치고 얼른 우카벤으로 날 데려다 주시오!”

 

 드즐룹은 아치크의 반항에 오히려 실실 쪼갰다.

 

 “히히히! 잘난 척 하다가 이렇게 한심하게 당하는 꼴이란!”

 

 순간 수많은 덩굴이 아치크를 감싸더니 순식간에 거울로 삼켜버렸다.

 

 

 -----

 

 우카벤 동굴 주변.

 안전국 원정대는 밤에도 끈질기게 공격했다.

 

 “불 켜!”

 

 원정대는 발광 성역체를 땅에 뿌리거나 탐조등을 켰다.

 대낮처럼 환해진 채로 전투가 재개됐다.

 

 자스페르는 슈트의 기계톱으로 성역체를 마구 주입했다. 톱날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벌목공 솜씨 좀 쬐끔 보거라!”

 

 등괴가 마구 썰려 나갔다. 그 틈으로 바투란 용병단들이 길을 열었다.

 

 “건너편에서 날아온다!”

 

 과연 거대한 등괴 줄기들이 맞은편 절벽에서 무더기로 솟아나 날아왔다. 불행한 병사 몇몇이 거기에 그대로 잡혀 끌려가거나 찢겨 흩어졌다.

 

 “저 줄기, 다리로 쓰자.”

 

 가스통의 외침에 동료 모두가 달려들었다. 자스페르가 슈트로 줄기 하나를 붙잡았다.

 

 우지직!

 그러자 바로 맞은편 등괴 뿌리가 스스로 줄기를 끊어 버렸다. 발무가 거만하게 외쳤다.

 

 “우리 기술력에나 기대하시지!”

 

 방패를 두른 사냥개 부대원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특수한 성역체가 장착된 창을 발사했다.

 

 슈우욱!

 창에는 줄이 달려 있었다. 반대편 절벽에 박히자, 창과 줄 모두가 퍼렇게 빛났다.

 

 등괴가 그 줄다리를 끊으려 했지만, 번번이 튕겼다.

 

 “자, 시간 없어! 놈들을 잡으러 간다!”

 

 키르간 부대를 시작으로 원정대가 그 줄다리에 매달려 포샨테 강을 건넜다.

 루만이 외쳤다.

 

 “우린 나중에 간다. 주력을 호위해!”

 

 줄다리에서 흐르던 빛은 점점 약해졌다. 서둘러 건너 가라는 신호였다.

 

 루만 휘하 대원들은 전부 기계식 전투화로 외줄 타기를 했다. 슈트의 자스페르는 추진장치로 건너갔다.

 

 그들은 건너오기 무섭게 등괴들과 격전을 벌였다.

 

 팟!

 

 “으아아!”

 

 불빛이 없어지자, 줄다리가 그대로 붕괴했다. 그때까지 못 건넌 용병 몇몇이 강물로 떨어졌다.

 

 “저 자식들 무사히 갈까?”

 

 “그럴 겁니다. 지금 지원군이 포샨테 강을 따라 가고 있어요.”

 

 놀란 용병들이 돌아보자, 교신기에 알폰소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당신, 어떻게 통화가 가능하지?”

 

 “지원군이 등괴 군락 몇 개를 지우고 올라오고 있으니까요. 물론 호텔 팀의 희생으로…”

 

 “우아아아!”

 

 원정대는 분노와 사기가 함께 폭발했다. 그 바람에 등괴 무리의 저항이 쉽게 무너졌다.

 

 그들은 우카벤 동굴마을로 쳐들어가기 시작했다. 루만이 숨을 몰아쉬며 대원들에게 외쳤다.

 

 “이제… 우리 애들의 복수할 시간이야.”

 

 “루만, 아니 대장, 너 지쳤어. 잠시 쉬는 게…”

 

 루만은 가스통을 붙잡았다.

 

 “그 자가 여기 있는 게 느껴져. 난 멈출 수 없어.”

 

 

 -----

 

 “더 이상의 싸움은 안됩니다!”

 

 부얀이 소리치자 유란 의회장 내부가 울렸다.

 하지만 창 국장은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지금 다 잡은 테러범을 놓아 주란 말입니까?”

 

 “그 전에 룸베즈 한복판에 벌인 일은 다 뭡니까? 어떻게 이런 일을 당신 멋대로 하시오?”

 

 창 국장 옆으로 안전국 임원들도 나와서 쩔쩔매고 있었다. 하지만 내심은 달랐다.

 

 페테르 장군은 눈치 보다가 부얀 편을 들 태세였다.

 반면 스킬라 박사와 유스티안은 일 났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창 국장 홀로 의장과 의원들을 맞서고 있었다.

 

 “국장, 룸베즈는 우리와 유대를 강화하려는 도시요. 이런 짓을 하면 그들과의 동맹이…”

 

 “알리지 않고 작전을 수행한 점은 불찰입니다. 하지만 유란은 이전에도 다른 나라에서 무허가 군사작전을 한 걸 압니다. 주르켄트에서도 그랬죠.”

 

 부얀과 페테르 장군 얼굴이 찌푸려졌다. 벡 두켄을 데려오려던 작전이 그거였으니까.

 

 “이건 들켰잖소? 게다가 룸베즈 시내에서 도청을 했다면서요?

 

 다른 도시 국가들이 우릴 뭐라고 하겠소? 당장 병력 철수시키시오.”

 

 “테러범이 잡히기 전까지는 안 됩니다!”

 

 격론이 오가는데, 의회 비서관이 급히 부얀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원정대가 지금… 포샨테 동쪽의 우카벤 마을에 진입했다는 군.”

 

 의원들이 모두 일어섰다. 부얀은 뒤끝을 날렸다.

 

 “포샨테 강 동쪽이면… 룸베즈 영토지.”

 

 

 -----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원정대들은 동굴 마을 내부에서 당황했다.

 

 등괴는커녕 덩굴 하나 안 보였다. 주민들은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 발무가 소리쳤다.

 

 “전부 손 들어!”

 

 사냥개 팀이 거칠게 돌아다니며 움집 내부를 수색했다. 그러나 등괴 증거라곤 나오지 않았다.

 

 “테러범 놈이… 위장한 거 아냐?”

 

 “분명 신호는 여기가 제일 강해. 안 그럼 아까 밖에서 싸운 등괴는 다 뭐야?”

 

 원정대가 당황하는 사이, 루만은 문득 한 곳을 주시했다.

 

 “저 벽 너머에 뭐가 있어.”

 

 “대장, 확실해? 그… 성자의 가호로 말하는 거야?”

 

 루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투란 용병단은 눈빛을 교환했다. 바로 그 벽을 향해 움직였다.

 

 순간, 나스즈 촌장과 노인들이 막아섰다.

 

 “왜 이러시죠?”

 

 “외지인이여, 여긴 우리의 성소일세. 성자를 모시는 사람들 모르나?”

 

 루만이 분을 삭이고 억지로 미소 지었다.

 

 “아주 잘 압니다. 저도 성자와 계약했으니까요. 지금도 저 곳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요.”

 

 나스즈 촌장은 긴장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다면 더 예를 차려야지. 여긴 이곳 사람들을 위한 성자가 깃들었다고.”

 

 “그게 드즐룹이라도 그렇게 하실까요?”

 

 그 말에 촌로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발무가 끼어 들었다.

 

 “생각보다 쓸 만하군, 야만인 용병. 자 말해, 늙은 것들아, 여기서 뭐한 거야?”

 

 나스즈가 발무 군복의 가문 모양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검은 회색 바탕에 빨간 줄… 키르간이군.”

 

 “허? 이 벽지에서 우리를 알다니, 많이 유명해졌네.”

 

 

 노인들의 표정에 분노가 서렸다. 나스즈가 그들을 자제시켰다.

 

 “너는 끝내 기억 못하는 구나, 하지만 우리는 겪었다. 너네가 그날 우리 형제와 자식을 죽이던 걸.”

 

 “또 시작이군, 왜 다 지어낸 거짓말을 떠드는 거야?”

 

 “거짓말? 이걸 보아라.”

 

 나스즈가 긴 소매를 걷었다. 양손이 없었다. 다른 노인도 턱이 없거나 다리가 없는 걸 보여줬다.

 

 “아 감상 그만 떨고, 비키라고!”

 

 발무가 나스즈를 거칠게 밀었다. 순간, 옆에 분노한 노인이 칼을 들고 그를 덮치려 했다.

 

 “이 무례한 우리의 원수 키르간 놈아, 죽…”

 

 팍!

 발무 옆의 사냥개 용병이 그 노인을 다중날 창으로 찍었다.

 

 날이 벌어지자, 사람이 사방으로 쪼개져 피와 살점을 뿌렸다.

 

 “이, 이런 천벌 받을 놈!”

 

 발무는 항의하는 노인들을 거칠게 밀치며 벽을 밀었다. 과연 순식간에 무너졌다.

 

 루만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따라 들어갔다.

 

 “뭐야?”

 

 분명 드즐룹의 기운이 느껴지던 거대한 홀은 텅 비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용병들이 혼란에 빠졌다. 순간, 이 모든 상황이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히고 있었다.

 

 원정대의 의회파 가문 사병들이었다. 그들 눈에는 작전이 파토 난 걸로 보였다.

 

 “키르간 놈들 이럴 줄 알았어.”

 

 “중대상황이야. 전부 의장님께 연결해…”

 

 그걸 본 키르간의 사냥개 하나가 칼로 내리쳤다. 영상을 찍던 의회파 사병의 손이 잘려 나갔다.

 

 “으악!”

 

 “이 자식들 덤벼!”

 

 순식간에 원정대 내부에 싸움이 벌어졌다. 용병들이나 주민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

 

 유란 의회장.

 의원들은 우카벤 마을에서 보내온 영상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부얀 의장이 창 국장을 사납게 노려봤다.

 

 “테러범 근거지도 아니고… 키르간 학살 피해자 마을에… 그 주민 살해에다… 아군끼리 싸운다…”

 

 “지금 무슨 짓입니까? 비밀 작전을 무단 공개하다뇨!”

 

 국장의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부얀 의장이 소리쳤다.

 

 “이건 총체적 실패고 망신입니다, 국장! 더 악화되기 전에 병력을 철수시키세요!”

 

 스킬라 박사가 외쳤다.

 

 “아직 안됩니다. 분명 저 어딘가에 드즐룹이 있어요. 그 자만 처리하면…”

 

 “박사는 탐지 장비가 100% 정확하다고 확신하오? 만약 놈들이 유인하려고 저랬다면…”

 

 스킬라가 말을 못하자, 소소메나 라마르가 의원석에서 일어섰다.

 

 “장비 성능은 저희 가문에서 만들어서 보증합니다. 원정대에 시간을 더 주심이…”

 

 “라마르 가주는 그리 생각하는 군. 하지만 자네는 애꿎은 주민 희생을 놔둘 건가?”

 

 “무슨 말씀을…?”

 

 “자네 부군은 키르간의 만행을 알리려 애썼지만… 자네는 지금 그걸 조장하고 있어. 아는가?”

 

 그 말에 소소메나가 말문이 막혔다. 부얀이 말했다.

 

 “룸베즈에 일어나는 전쟁 행위을 모두 중단하시오. 안 그럼 국장 당신을 경질하겠소!”

 

 창 국장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옛날부터 군사일을 정치가가 개입해 잘 된 적 없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멈추면 안됩니다!”

 

 안전국 부관이 다가왔다.

 

 “의회 가문 병력들이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창 국장이 기가 막혀 좌우를 살폈다. 페테르 장군이 헛기침하다가 딴 곳 보며 말했다.

 

 “상황이 기울었습니다. 더,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습니까?”

 

 “장군, 지금 자네… 내 지시를 받는 안전국 임원 맞나?”

 

 “임원이지만… 동시에 유란 사람이자, 의회의 결정을 따르는 행정인으로…”

 

 부얀 의장은 단상에 다가갔다.

 

 “최종적으로 의회의 고견을 묻겠습니다. 본 작전을 중단해야 한다 생각하시면 거수하시오!”

 

 의회 가문은 사실상 부얀의 편이었다. 거의 모두가 손을 들었다. 의원들이 닦달했다.

 

 “라마르 당신도 얼른 결정하세요!”

 

 소소메나는 루만을 생각하며 눈치를 살피다가…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들어버렸다.

 

 스킬라 박사는 어이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녀가 의회장에서 소리쳤다.

 

 “이제 다 끝이구만! 다 끝났어!”

 

 

 -----

 

 키르간과 싸우던 의회 가문 사병들이 갑자기 철수하기 시작했다.

 

 “겁쟁이들아, 왜 떠나는 거야?”

 

 “지시가 내려왔다. 너네가 주민을 학살하는 자리에 더 있지 말라는데?”

 

 교신기의 알폰소의 발언은 더 암울했다.

 

 “지원군도… 도중에 철수를 결정했답니다. 의회의 지시입니다.”

 

 루만과 용병들이 경악했다.

 

 “군사 작전을 의회 다수결로 처리해요?!”

 

 “미인가 작전이었으니까요… 룸베즈가 알아차리기 전에 지금 당장 철수하랍니다.”

 

 “꼭 이럴 때 규정을…”

 

 나스즈 촌장이 용병들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나 발무는 이를 갈았다.

 

 “지금 감지기가 분명 반응하고 있어! 이 거짓말쟁이 늙은이들 말에 속지 말라고!”

 

 그러나 이미 상당수 병사들이 떠난 뒤였다. 루만이 나스즈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숙였다.

 

 “어르신… 여기 분명 드즐룹이 있는 걸 저는 압니다. 아무리 과거가 참혹했다더라도… 그와 손 잡아선...“

 

 “그분을 믿든 말든 더 성자를 모독하지 말고 이만 물러나게.”

 

 발무가 루만을 비웃으며 소리쳤다.

 

 “고개 숙이면 더 만만하게 보는 거 몰라? 이것들은 이렇게 다스리는 거야!”

 

 “이봐, 살육은 절대…”

 

 팍!

 발무가 저지하려던 루만을 밀쳤다. 동시에 사냥개 용병들이 주민에게 달려들었다.

 

 “죽여!”

 

 그 순간, 연보라 빛이 번쩍 하더니 곳곳에서 촉수 덩굴이 솟아났다.

 

 촤악!

 

 “끄아아악!”

 

 키르간의 최정예 용병들이 미로 같은 동굴로 끌려가거나 갈기갈기 찢겼다. 사방이 피로 물들었다.

 

 나스즈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 더 참지 그랬나.”

 

 “아닙니다. 제가 더 일찍 와서… 저 놈들 피로 제를 올려야 했는데 말이죠.”

 

 그 말을 마친 남자가 아무것도 없던 홀에서 걸어 나왔다. 아치크였다.

 

 “역시 이 늙은 것들의 속임수였어! 저 놈이 그 테러범이다!”

 

 발무가 소리쳤다. 원정대와 아치크가 기다란 복도를 두고 대치했다.

 

 루만은 드디어 그 성자의 가호를 받은 테러범을 알아봤다.

 

 아치크는 드디어 자신을 노린 다른 성자의 계약자를 알아봤다.

 

 루만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아치크는 발무의 키르간 문장부터 노렸다.

 

 “우리 누나의 복수를 받아라, 키르간!”

 

 

 아치크는 등괴로 변이한 칼날을 휘두르며 돌격했다.

 

 발무가 무수한 장검과 총을 빼 들었다. 손에 든 두 개를 뺀 나머지는 공중에 저절로 떴다.

 

 캉! 타타탕!

 그들이 서로를 죽일듯이 노리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애애애!

 용병들이 아치크를 노리려는 찰나, 곳곳의 동굴구멍에서 등괴가 튀어나왔다.

 

 “바보 같이 미로에서 싸우다니, 어리석은 것들아!”

 

 혼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용병들은 동굴 속 등괴에 하나 둘 쓰러졌다. 자크가 외쳤다.

 

 “이 숫자론 안 돼! 얼른 탈출구를… 크어?”

 

 자크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등괴 덩굴이 그의 배를 관통했다. 그리고 동굴로 빨려 사라졌다.

 

 루만이 소리쳤다.

 

 “자스페르! 퇴각로 뚫어!”

 

 “대장…”

 

 “어서!”

 

 자스페르의 슈트가 유탄을 마구 발포했다. 그러자 저 아래 강줄기로 통하는 구멍이 났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드즐룹의 덩굴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쳐 그 구멍까지 집어 삼켰다.

 

 “어림도 없지!”

 

 발무의 남은 병력들이 성역체 무기 공격을 가했다. 가까이 있던 등괴들이 조각나 버렸다.

 

 그 틈에 그는 아치크를 향해 총칼을 디밀고 돌진했다.

 

 “크아악!”

 

 1103호가 달려들어 발무의 얼굴을 할퀴었다.

 

 “악! 이 원숭이 같은 게!”

 

 샥!

 발무가 칼로 내려치자, 1103호의 왼팔과 왼눈이 그대로 잘려 날아갔다.

 

 “크헉!”

 

 나스즈 촌장과 주민들이 발무의 마구잡이 총칼질에 쓰러졌다. 분개한 아치크가 돌진했다.

 

 “쓰레기 같은 키르간의 개!”

 

 그의 몸이 엄청난 변이가 일어났다. 양팔에 무수한 덩굴 칼이 돋아났다. 그게 발무를 무더기로 덮쳤다.

 

 “이게 겁도 없이… 아아아아악!”

 

 거침없이 막던 발무 키르간은 덩굴 칼에 밀려서 조각조각 고깃덩이가 돼 버렸다.

 

 

 쾅!

 자스페르가 다시 구멍을 만들었다. 남은 용병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 가스통이 소리쳤다.

 

 “빨리 나와, 루만!”

 

 그러나 루만은 기계전투화 바닥을 사정없이 갈았다. 그녀 눈과 귀는 오직 아치크 뿐이었다.

 

 발무를 조각 낸 자리로 루만이 급가속해서 날아갔다. 아치크는 그녀를 맞았다.

 

 카캉! 캉! 채챙! 챙! 챙 채챙-챙!

 

 루만의 무수한 비도와 아치크의 덩굴 칼날들이 충돌했다.

 

 두 사람 모두 곳곳에 베였지만, 칼질을 멈출 줄 몰랐다. 루만이 살기등등하게 말했다.

 

 “내 부하에게 손을 대?”

 

 “내 복수에 방해 마라. 다른 계약자. 여기서 그만 두면… 그냥 보내주겠다.”

 

 “이 숨이 붙어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어!”

 

 루만이 아치크를 강하게 밀쳤다. 아치크가 넘어지려 하자, 만신창이가 된 1103호가 달려들었다.

 

 퍽!

 루만이 그를 걷어찼다. 그러자 아치크가 그 빈틈에 루만을 찔렀다.

 

 “윽!”

 

 루만의 어깻죽지가 베였다. 잘린 정도는 아니지만, 팔을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다.

 

 <물러나라! 제발… 지금은 아니다!>

 

 분명 까라-압특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루만은 더 독기 어리게 소리쳤다.

 

 “그런 소리 할 바에 날 도우라니까, 당신!”

 

 루만의 초월적인 공격에 드즐룹이 감탄했다.

 

 “지독한 것. 그냥 끌어서는 안되겠구나.”

 

 홀에서 연보라 빛이 번쩍였다. 그 때 아치크가 갑자기 옆으로 빠졌다.

 

 그 빈자리로 드즐룹이 보낸 덩굴다발이 밀려들었다.

 

 탕!

 가스통이 저격했지만, 덩굴에 밀려 소총창이 튕기고 말았다.

 

 그가 머뭇거리자, 에트렉이 루만에게 뛰었다.

 

 “위험해, 인마!”

 

 가스통을 뿌리친 에트렉은 루만을 엮어 올 갈고리를 꺼냈다.

 

 푹!

 

 그 순간, 드즐룹이 보낸 굵은 덩굴이 루만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크헉!”

 

 줄기는 루만을 관통해 피를 뿌렸다. 가스통은 충격으로 멈춘 에트렉만 간신히 구해냈다.

 

 “아, 안돼, 대장! 대장이!”

 

 “시발… 늦었어, 바보야!”

 

 루만은 줄기와 함께 홀로 끌려가 사라졌다.

 

 남은 대원들은 그저 도망쳐야 했다. 가스통은 강물에 떨어지는 중에 울부짖었다.

 

 “루마아아안!”

 

 그의 비명을 끝으로 원정도 끝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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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귀환 (하) 2020 / 4 / 25 211 0 6407   
39 귀환 (상) 2020 / 4 / 24 187 0 5958   
38 유란 = 혼란 (하) 2020 / 4 / 23 204 0 7483   
37 유란 = 혼란 (상) 2020 / 4 / 22 200 0 7367   
36 통곡의 포샨테 강 (하) 2020 / 4 / 19 203 0 7898   
35 통곡의 포샨테 강 (중) 2020 / 4 / 18 241 0 7787   
34 통곡의 포샨테 강 (상) 2020 / 4 / 17 203 0 6764   
33 죽어서 명예, 살아서 불명예 (하) 2020 / 4 / 16 199 0 6633   
32 죽어서 명예, 살아서 불명예 (상) 2020 / 4 / 15 204 0 6559   
31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하) 2020 / 4 / 12 207 0 6909   
30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중) 2020 / 4 / 11 214 0 6832   
29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상) 2020 / 4 / 10 221 0 6860   
28 별들의 고향 (하) 2020 / 4 / 9 209 0 8927   
27 별들의 고향 (중) 2020 / 4 / 8 210 0 6879   
26 별들의 고향 (상) 2020 / 4 / 5 199 0 6831   
25 아침드라마겟돈 (하) 2020 / 4 / 4 196 0 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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