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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61화 대회가 열리기 4일 전 (14)
작성일 : 20-04-13 12:25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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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다른 이의 목숨을 가져가는 행위에 대해서, 그 누가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 아니, 자신과도 동일시 여길 수 있는 다른 이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그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시은이는 고통에 몸부리치는 검은 무리에게 점차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천히 걸어내려오는 그를 보며, 그의 외면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에 순간 고통을 잊은 채로 쳐다봤다가, 이내 다시 피어오르는 고통에 눈쌀을 찌푸렸다.

 "..크아악!.. 대체 네 년은 누구냐!"

  울부짖음으로 밖에 입을 열지 않던 검은 무리들이 단어를 이루어 소리쳤다.

  허나 시은이는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눈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채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점점 그들과 가까워질수록, 검은 무리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갔다. 하지만 그 표정은 검은 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떨고 있었다. 추위가 아닌 그가 뿜어내는 잔혹함에.

  시은이가 손을 거두자, 하얗게 퍼져나가던 이상한 물질이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그제야 검은 무리들은 맘편히 바닥에 엎어질 수 있었다.

  삼십여 명의 인원들이 카르탄을 주변으로 바닥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날붙이들과 여러 기력들이 카르탄을 향해 멈춰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카르탄에게 닿은 것은 없었다. 투명한 막같이 생긴, 일렁이는 짙은 청록색의 기력에 전부 박혀 그 형태를 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시은이는 카르탄의 바로 뒤에 도착했다.

  카르탄은 그 누가 자신의 주변에 왔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몸을 웅크리며 최선의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시은이의 손이 그 기력의 막에 접근했다.

 '순수기 1식 진입.'

  시은이 몸에서 피어오른 푸른 기력이 시은이의 손을 감쌌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청록색의 기력의 막이 풀어지며, 시은이의 손을 허용했다.

  그의 손에 카르탄의 어깨가 잡혔다.

 '순수기 0식 연결.'

  손에 흐르던 푸른 기력이 시은이의 손바닥과 카르탄의 어깨의 밀착면에 골고루 퍼지며 완벽히 고정했다.

  시은이는 그대로 손을 뺐다. 그의 손과 함께 카르탄이 청록색 기력의 막에서 빠져나왔다.

 "..카르탄."

  왠지 모를 연민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일어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건, 시은이의 감정이었다. 지금의 시은이가 아닌, 숲의 여주인이 느꼈던 그리움.

  성장을 거듭하며, 시은이는 본인이 느끼지 못한 사이, 여주인의 힘을 조금 더 받아들이게 되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남기고 간 여러 흔적들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샘솟게 했다.

 '아아.. 책을 읽었을 때와 비슷해.'

  숲의 여주인이 남긴, 시은이가 가지고 있는 두 권의 책.

  연한 갈색 책, 그리고 얇은 녹색 책.

  펠리온과의 싸움뒤로 읽지 못했던 갈색 책을 시즌이 나간 사이에 틈틈이 읽어두었다. 주변 이들을 못믿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이 있을 때 읽기에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내용은 갈수록 신기했다. 베타라는 세계에 대해서 확실히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아니 책을 읽으려고 펼칠 때마다 조금씩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순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숲의 여주인의 기억이 하나 둘 머릿속에서 재생되어갔다.

  단편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파편들이 멤돌았다. 하지만 그 기억속에서 나왔던 인물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그 중에서 카르탄. 그는 여러 편의 기억속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을 토대로 그가 선인인지 악인인지를 판별할 수는 없었다. 전부 누군가와 전투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카르탄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팔은 시은이의 따스한 온기에 닿아 편하게 풀어졌고, 그제야 카르탄은 몸을 축 늘어뜨리며 시은이의 가녀린 팔에 의지한 채, 바닥에 눕혀졌다.

  잠시동안 일어난 복잡미묘한 마음을 추스리고, 시은이는 눈을 들어 아직까지도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는 검은색 천을 얼굴 전체에 두른 이를 쳐다보았다.

  풀었다가 다시 감았는지 얼굴에 감긴 검은색 천은 비교적 깨끗했으나, 그의 몸은 성한데 없이 붉은 피가 섞여 검붉어진 옷을 듬성듬성 걸치고 있었다.

 "..네가 마지막이야. 한 번만 기회를 줄게. 실운을 다시 불러내. 그러면 네 목숨은 살려주지."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가 전장에 얕게 울렸다. 하지만 확실하게 퍼졌다.

 

 

  아름답다.

  그 한 마디. 더 이상의 미사여구는 그녀에게 사치처럼 느껴졌다.

  천장로는 다시 한 번 더 전율했다. 그는 끈질기게 버텨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바로 저 사람이 실운님께서 찾던 사람.'

  동굴에서 만났던 시즌과는 별개의 아름다움. 아니, 시즌은 미완성 되어있었고 여기 천장로의 눈앞에 있는 시은이는 완성이 되어있었다. 적어도 천장로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다른 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분명 이 사람일 것이다.

  실운과 무슨 사이였는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기필코, 목숨을 다해서라도 저자를 데려가겠습니다.'

  그녀가 천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순간 그녀의 미모에 혹했지만, 천장로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의 입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천장로의 귀를 녹여냈다. 하이톤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안돼. 난 절대 흔들리지 않아.'

  천장로는 날이 다 상해 반쯤 부러진 검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찔렀다. 날이 상했지만, 여전히 살에는 쉽게 파고들었다.

  검을 통해 붉은 선혈이 흘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은이의 눈빛이 경멸하듯 바뀌며, 천장로의 일그러진 마음에 다시 공격을 가했다. 허나 이젠 버텨낼 수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그렇게 죽고 싶은 거야?"

  시은이가 천장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천장로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실운님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널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었지. 곱게는 안보내줄 테지만.."

  천장로는 얼마 남지 않는 검날을 시은이에게 들이밀며 나름의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본인만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너무나도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그럼 순순히 따라가주면, 실운을 만나게 해주는 거야?"

 "크흐흐.. 당연히 순순히 따라오지 않을 거라.. 뭐라고? 순순히 따라온다고?"

  생각치도 못한 반응에 천장로가 순간 자세를 풀었다. 그 때였다. 언제 조합된 것인지 다시 생성된 하얀구름이 천장로의 두 팔을 붙잡아 지지고 얼리고를 반복했다.

 "크아아악!"

  다시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동자가 천장로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네 말대로라면 아마도 실운을 만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적을 치러 적의 본진을 아무생각없이 걸어갈 정도로 난 멍청하지 않아."

  시은이는 전과 다르게 훨씬 냉철해진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된 전력이 확인되지 않은 실운이었다.

  카르탄과 시즌, 그리고 멘호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아 도망쳤고, 여기서까지도 행패를 부리면서 카르탄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도우러 온 시즌의 공격을 자신의 발을 잘라가면서까지 어떻게든 도망쳐 목숨을 부지한 사내다. 당연히 함부로 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시은이는 이미 실운에게 압도된 경력이 있던 사람이었기에, 그가 어떠한 존재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시은이는 실운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몇가지 묻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가 가져간 회색의 두꺼운 책을 다시 손에 넣고 싶었다.

 "난 모른다..내가 할 일은 널 그저 데려가기만 하면 될 뿐이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이미 자신의 팔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두 팔을 그림자에서 솟아난 검은 손으로 잘라냈다. 그러자 하얀구름은 언제 그랬냐는듯 서서히 옅어지더니, 공기중으로 사라져버렸다.

 "눈치가 좋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일까나."

  이미 잘려진 두 팔에서 붉은 피를 수도없이 뿌리고 있었지만, 확실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더 이상 천장로는 고통에 울부짖진 않았다.

  천장로의 그림자에서 검은색 기력이 더욱 솟구쳐올랐다. 그 기력은 어느새 두 팔을 넘어선 여덟 개의 팔의 형상을 만들어내며 천장로의 날개뼈에 달라붙었다.

  매우 기이한 형태의 검은 거미같은 모양이 되었다.

 "순수기 111식 종말의 여덟 개의 팔."

  다 죽어가던 천장로에게서 엄청난 기력이 폭발하듯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그의 두 눈, 코, 입가, 두 귓구멍, 어디 하나 가릴 것 없이 검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보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공포를 일으킬만한 비주얼이었다. 시은이도 사람인지라, 그의 모습이 너무 혐오스러워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아졌다.

  먼저 공격을 나선 건 천장로였다.

  날개에 연결되다시피한 여덟 개의 팔이, 각자에게 의식이 있는 것처럼 아무런 규칙 없이 시은이에게 뻗어나갔다.

  시은이는 가볍게 기력보호막을 자신의 몸에 둘렀다.

 "하! 그 따위 기력보호막! 내 적수는 되지 못한다!"

  검은 피를 흘려대는 것과는 달리 힘이 넘쳐나는지, 천장로의 목소리가 전과 달리 유달리 활기차졌다.

  허나 그 활기참도 한 순간이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대량의 검은 피를 쏟아냈다.

  무규칙적으로 뻗어나간 여덟 개의 팔. 그 모습은 각기 다른 무구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검, 도끼, 둔기, 창, 언월도, 낫, 클로, 통파 등 계속해서 변형이 일어나며 목표물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공격이 별 거 아닌 기력보호막에 모조리 막히고 있던 것이었다.

  파바바바박. 콰광. 터덩.

  여러 타격음이 섞여 들어오지만, 정작 시은이는 멀쩡하게 우뚝 서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천장로를 경멸스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말도 안돼."

  천장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확실히 동요하고 있는 두 동공이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있었다.

 "말이 안 될 건 없더라고. 이 세상은."

  시은이의 손에 푸른 창이 하나 맺혔다. 거기에 다른 손에 의해 만들어진 불꽃이 휘감겼다.

  두 눈이 번뜩이며 천장로의 가슴 정중앙을 노려보았다.

  기력의 흐름이 보였다. 천장로의 기력은 그림자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정중앙에서부터 온몸으로, 그리고 바깥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시은이는 지체없이 손에 맺힌 불꽃에 휘감겨 차갑게 타오르는 창을 쏘았다.

 "가서 전해. 조만간 책을 가지러 간다고."

 
작가의 말
 

 30분 전에만 올릴 수 있었다면.. 오전인데..

 그래도 늦지 않았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ㅠ

 즐감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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