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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란만장 인생
작가 : Q현
작품등록일 : 2020.3.4

이계의 힘으로 성장한 도시
그 도시를 노리는 테러리스트를 잡아라.
멸망할 것인가 아님 멸망시킬 것인가?

*본 작품의 등장인물, 배경, 사건, 소재는 허구입니다. 만약 현실에 일치한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별들의 고향 (하)
작성일 : 20-04-09 22:15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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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 밤 라마르 가문 저택.

 루만은 대원들을 전부 데리고 집무실로 갔다.

 

 키르간의 탐사대가 종말력 위치를 확인한 사실에 두 자매는 기겁했다.

 

 “겨우 여섯 번째에서 찾아낼 줄이야…”

 

 종말력의 안전 상태 불빛은 아직 파란색이었다.

 

 “오늘은 그들이 안 건드릴 겁니다. 관문은 그들이 통제하니까요.”

 

 “다음 부터가 문제지요.”

 

 엔리가 작심한 듯 말했다.

 

 “더 숨기기도 어렵습니다. 가주님들. 종말력을 유란 의회에 말하는 게…”

 

 “안됩니다. 의회파 가문들은 살육이 적을 뿐이지, 키르간 못지 않은 야심가예요.

 

 성역 탐사 중에도 그들이 성자에게 수작을 부렸다면서요?”

 

 소소메나가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반발하는 사람이 없었다.

 

 복서는 발만 굴렸다.

 

 “아니, 그럼 방법이 없는 겁니까? 비밀통로라도 있으면...”

 

 “부모님이 1,283번 실패를 딛고 만든 성자 교역로예요. <가장 안전한>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용병들이 다른 가능성에 귀가 솔깃했다.

 

 “그 외에는 성역을 가도 살아온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 위험한 장비들이 아직 저택에 있습니다.”

 

 모두가 침만 꼴깍 삼켰다. 루만이 문득 말했다.

 

 “무엇으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중성미자를 사용하는 것부터, 극저온 분해, 초단파 가속 공명…“

 

 “어, 혹시 꿈으로도 가능한가요?”

 

 루만의 말에 라마르 자매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면 중 뇌신경 조작. 다행히 집안에 있습니다만. 왜 그걸 선택하셨죠?”

 

 루만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가문의 비밀을 말씀하신 분이니, 저도 말씀드리죠. 전… 성자와 계약했습니다.”

 

 라마르 자매 그리고 줄리아가 놀랐다.

 

 “대장 참 서운하게… 그런 비밀을 이제야 제가 듣게 말하네요.”

 

 “흔하지가 않아서 그래. 늘 꿈에서 보거든… 그이가 동의해 줄지는 모르지만…”

 

 루만이 말을 흐리자 알디스가 그녀에게 고개를 90도 숙였다.

 

 “루만 씨. 염치 불구하고 한번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힘으로 이 재난을 막아주세요.”

 

 

 루만은 병상 침대에 실린 채 새하얀 실험동으로 향했다.

 용병들이 그녀와 줄줄이 따라왔다.

 

 “병원 드라마도 아니고 너네 왜 이래?”

 

 “위험할 수도 있다는데 대장은 참 초연한 척 하니까…”

 

 루만이 가면서도 엔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이런다고 죽겠니, 이것아?”

 

 수면 중 뇌신경 조작 장비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루만이 눕는 곳은 전체의 1/8도 안 됐다.

 

 알디스가 데운 차를 건넸다.

 

 “마시면 깊이 잠들 겁니다. 동시에 뇌신경 추적 물질이 들었어요.”

 

 루만은 차를 들이켰다. 소소메나와 기술진이 기다란 침 여러 개를 가져왔다.

 

 “머리가 따가울 겁니다. 주의하세요.”

 

 기다란 침이 대장 머리에 깊숙이 박히자, 가스통, 복서와 티나가 더 기겁했다. 연결이 완료되자, 루만이 곧 잠에 빠져들었다.

 

 소소메나가 신호했다. 그러자 기술자들이 준비된 장치를 가동했다. 순간 루만이 움찔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소소메나가 파장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특이한 파장이 나오는 군요. 문제는… 성역의 것과 다릅니다.”

 

 그 말에 알디스도 용병들도 호기심반 의심반으로 쳐다봤다.

 

 -----

 

 루만은 낡은 병원 침대에서 일어섰다. 밖은 황무지였다.

 

 까라-압특은 근처에 있었다. 드넓은 황무지에서 똬리를 틀고 쉭쉭거렸다.

 

 “참으로 맹랑하구나. 이런 방법까지 생각 했더냐?”

 

 “의뢰인을 도울 방법이 없어 이랬어요. 문제라도?”

 

 “네 부하들에게 나를 얘기할 때까지는 참았지만… 이번엔 지나쳤구나.”

 

 루만은 황무지의 마른 풀을 무심하게 만졌다.

 

 “어떻게… 안될까요?”

 

 “성역은 내 마음대로 가는 게 아니다. 규약에 따라 가는 시일, 방법이 다 정해졌지.”

 

 갑자기 까라-압특이 풀들에 혀를 내밀었다. 그 그득한 침이 풀마다 맺혔다.

 

 “무슨 행위죠?

 

 “나는 늘 네 곁에 있다. 그리고 네가 속으로 바라는 것을 알지. 그리고 네 상태가 어떤 지도 안다.”

 

 루만은 말을 않았다.

 

 “지금 넌 태연하려 하겠지만… 속은 답답하고, 분노가 가득 차오르고 있구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아니 중요하다. 네가 나를 기댈 수 있지만… 오직 네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한다.”

 

 루만이 멈칫했다. 이무기가 얼굴을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그 어린 가주 자매들이 너에게 요청했듯이, 너도 그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렴.”

 

 까라-압특이 침을 바른 풀이 파릇파릇해지고 꽃봉오리까지 생겼다.

 

 “이 풀이 당신 침을 원했다고요?”

 

 “물로 꽃을 피우는 걸 원했다. 그건 꼭 바라는 형태로 오는 게 아니야.”

 

 사방의 풀이 마구 자라기 시작했다. 어느새 루만의 키보다 커졌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서 도움 받을 수 있고 없고를 어떻게 알죠?”

 

 “간절해지면 된다. 너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누구인지 내가 알려두었다.”

 

 어느 새 풀숲이 루만과 까라-압특을 갈라놓았다. 그리고…

 

 “으으…”

 

 루만이 일어났다. 라마르 가문의 실험실로 돌아왔다. 모두가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만 보고 있었다.

 

 “휴. 저기 성역에서 풀이 돋아나던 가요?”

 

 “다른 곳에 계셨군요. 불행히도.”

 

 

 7차 탐사일이 다가왔다.

 상황은 예정대로 안 좋아졌다. 엔리가 급보를 전했다.

 

 “지난번 탐사에서 성자가 폭주한 사건 때문에… 이번엔 키르간이 정해진 인원만 보내겠대.”

 

 “우리는 빠졌겠지?”

 

 “응. 터미널 문고리도 못 만지는 2선 비상 대기조야.”

 

 티나가 주저 앉았다.

 

 “키르간 가문이 눈치를 챈 거야. 이젠 어쩔 수가 없겠네.”

 

 “바투란 사상 첫 의뢰 실패 임무가 생기는 건가…”

 

 가스통의 말에 루만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직은. 일단 터미널로 가자.”

 

 “아니, 우리는 사실상 비번인데 어떻게?”

 

 “성역은 들어가지 못했지만, 가호는 있어.”

 

 그 말에 대원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루만에 홀린 듯이 따라갔다.

 

 그들은 교역 터미널에 도착했다. 과연 키르간 초병들이 고개를 저었다.

 

 “금일 탐사 대상자들만 우선 투입됩니다.”

 

 그러나 루만은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터미널 앞은 요란했다. 바뀐 규정 때문에 항의하거나 소란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루만은 돌아다녔다. 아는 얼굴을 만났다.

 데니즈 그체가 혈액 센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 루만 씨.”

 

 “오늘 가시는군요, 근위대장님. 건승하세요. 엄청난 병력이네요.”

 

 그체 가문의 근위대와 방패 든 수백의 자동인형들이 터미널로 진입했다. 데니즈는 커다란 차크람을 들고 왔다.

 

 “저번 난리 때문에 방비를 강화했죠. 사실 키르간 가문 좀 이상해요.

 

 다른 가문이 성자에 공격당하는 건 가만 두면서… 다 감시하고 있다더군요.”

 

 “역시나. 저번 탐사 때도 우리 주변에 그들이 있었죠.”

 

 “그래요?”

 

 “그 때… 제가 머뭇거린 거 기억나요? 그 가시 바위틈에서 영롱한 빛을 봤어요.”

 

 데니즈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루만이 계속했다.

 

 “전 야만족이라 전승을 좀 알아요. 그 빛은 분명 성자의 잃어버린 물건이죠. 그런데 키르간 탐사대가 그걸 노리는 눈치였어요.”

 

 “그 자들… 그런 것 때문에 성역에서 우리의 피를 대신 흘리게 한 거군요.”

 

 “정황상 그런 거 같아요.”

 

 데니즈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심각하면서도 신기해 했다.

 

 “정말 묘해요. 당신이 말하는 이 상황, 어젯밤 꿈 속에서 웬 목소리로 들었거든요.”

 

 <가지면 안되는 물건을 가지려는 자를 막아야 한다>

 

 루만의 눈동자에서 빛이 났다. 일단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성역이 위험하다고 들었어요. 스킬라 박사가 성자들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그래서 다들 방비를 강화하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지금 의회 가문도 나눠졌어요.

 

 아직도 성자들과 비밀 교섭 같은 걸 하던데, 저도 동료만 더 있으면…”

 

 “내가 있잖아, 왜 빼?”

 

 변장한 남작이 합류하며 투덜거렸다. 문득 루만과 묘하게 눈이 맞았다.

 

 “미안하지만 좀 엿들었어. 이상하게 나도 어제 명상 중에 환청을 들었지.

 

 <네 원수를 키우는 짓을 못하게 하라>고. 어쩐지 키르간 놈들이 성역을 공개한 게 이상했었어.”

 

 남작까지 그렇게 말하자, 루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중요 정보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루만 씨. 임무 중에 확인토록 하죠.”

 

 “저야 말로 고맙군요.”

 

 “이 참에 주탄과 발무 녀석 엉덩이에 혼구멍을 만들거야. 시간 늦기 전에 챙기라고.”

 

 두 남자가 자신 있게 인형들을 거느리고 터미널로 사라졌다.

 

 이제 루만 차례였다. 그녀가 대원에게 장비를 갖추라고 했다. 티나가 한 숨 쉬었다.

 

 “저번 일 때문에 다들 방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네. 대기조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줄리아가 무심하게 귤을 까서 그녀에게 줬다.

 

 “가호를 믿는 수 밖에요.”

 

 탐사가 시작됐다. 비상대기조는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2시간이 지나자, 교신이 왔다.

 

 “여기 알디스 라마르입니다. 정말로… 키르간이 종말력을 가져갔어요.”

 

 알디스의 홀로그램이 종말력 상태 신호를 보여줬다.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확실하던가요?”

 

 “발무 키르간이 통보까지 보내왔어요. <그 동안 격에 맞지도 않는 걸 챙기느라 애썼다>고.”

 

 “얼마 못 갈 겁니다. 기다려 주세요.”

 

 그 말에 알디스도 루만의 대원들도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2시간 뒤였다. 갑자기 터미널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스킬라 박사가 외쳤다.

 

 “1선 비상 대기조 투입 준비하세요!”

 

 “뭔 일이래?”

 

 1선 대기조가 들어갔다. 잠시 후, 이번에는 알폰소가 외쳤다.

 

 “2선 비상 대기조도 투입 준비하세요! 이건 긴급 상황입니다!”

 

 루만은 태연하게 기계 전투화를 신었다. 그러나 나머지 대원들은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

 

 “뭐해? 가야지.”

 

 

 성역으로 들어가자, 알폰소가 창백한 얼굴로 용병들을 맞았다.

 

 “지금 미확인 구역 성자들이 날뛰고 있어요. 벌써 구역 침범으로 싸우는 성자에, 인간 희생자까지 있습니다.”

 

 대형 사건이었다. 알폰소가 홀로그램 상황판을 가져왔다.

 

 “카-룽반에 구즐릭 악시, 랑둣차… 성자들은 날 뛰는데 각 가문들은 거의 대응을 못 하고 있어요.

 

 이 판에 가문들이 버린 성역체 폐기물이 인형들과 접촉해서 폭주까지 일어났어요.”

 

 “개판이군요. 가장 위험한 곳은?”

 

 스킬라 박사는 분통을 터뜨렸다.

 

 “발무 키르간의 탐사대야. 무슨 호송대 같은데, 성자에다 폭주한 인형까지 몰려서 갇혔어.”

 

 종말력이 아직 성역에 있다는 뜻이다. 루만이 말했다.

 

 “저희가 가 보겠습니다.”

 

 “지금 데니즈 근위대장도 그 숫자로 고전하는데?”

 

 “기동력 있는 소수가 이럴 땐 더 낫죠.”

 

 루만과 탐사대가 기계 전투화 밑창을 갈았다. 감시를 맡은 줄리아가 루만에게 씁쓸하게 말했다.

 

 “우리가 바라던 형태의 기회는 아니군요.”

 

 “그래. 하지만 남은 건 우리가 어떻게 하냐에 달렸지.”

 

 루만 탐사대는 발무 호송대를 찾아갔다.

 

 곳곳에 굉음과 함께 거대한 성자의 실루엣이 몸부림 쳤다. 탐사대는 몸 낮추고 기어 통과했다.

 

 떼거지 드론으로 감시하던 엔리가 소리쳤다.

 

 “전방에 폭주 인형들이야!”

 

 폐기 성역체를 뒤집어쓴 인형들이 방패며 창, 총을 겨눈 채 루만의 탐사대에 몰려왔다.

 

 “전원 공격 대형으로!”

 

 “유탄 먹어라!”

 

 복서가 개조한 유탄발사기를 마구 쏴 댔다. 사거리는 줄었지만, 성역체 억제 능력이 탁월했다.

 

 쾅! 콰쾅!

 그들과 치열하게 전투할 때, 저격하던 가스통이 소리쳤다.

 

 “대장, 2시 방향! 남작의 용병대야! 성자에 쫓기고 있다!”

 

 남작은 체인 의수를 뻗치며 날아왔다. 루만의 탐사대는 그를 재빨리 구출해 생선 뼈 성자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남작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현상황을 되는대로 알려줬다.

 

 “미안, 너네가 싸우던 폭주 인형, 우리가 발무 놈의 호송대 길목마다 둔 거야.”

 

 “좋은 방해야. 하지만 이렇게 성자들이 날뛰는 상황인 줄은 몰랐어.”

 

 “제길. 누굴 탓하겠어? 가문들이 공짜 성역체에 눈이 먼 게 탈이지. 그들은 집단 최면 상태 같아.

 

 성자와의 맹세를 지키겠다며 날뛰는 데 심지어 서로 싸우고 있다니까?”

 

 남작이 사방을 둘러봤다. 자줏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위로 비명소리와 굉음이 메아리 쳤다.

 

 “성자는 저 메아리 같은 거야. 그 소리가 누적돼서… 사람 안에서 충동질하는 거라고.”

 

 그 말에 루만의 대원들이 자기 대장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루만이 무안해 했다.

 

 “그래서 까라-압특이… 현실대신 꿈에서만 나를 찾는 걸까…?”

 

 “무슨 소리야?”

 

 “미안, 혼잣말이야. 파르한. 우리가 할 일을 말해.”

 

 “하, 당신이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줄 때가 있군.”

 

 남작은 바로 데니즈와 교신했다. 차크람을 휘두르는 그의 홀로그램이 힘겹게 소리쳤다.

 

 “폭주 인형은 처리했고, 랑둣차 성자는 따돌렸어요. 하지만, 발무의 호송대가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런, 어느 쪽이지?”

 

 “장군머리 협곡. 오직 한 방향 길만 있죠. 거기서 저지해야 해요!”

 

 루만 일행은 호송대부터 막을 채비를 했다.

 

 “복서와 가스통은 남작과 협곡에 매복해. 나는 티나와 갈 곳이 있어.”

 

 그리고는 티나에게 귀마개를 건넸다.

 

 

 루만과 티나는 멀지 않은 강언덕에서 베가우르-분을 찾았다.

 

 의회 가문 사병들이 이성을 잃고 주변에서 날뛰고 있었다. 성자를 지나치게 알아버린 탓이었다.

 

 티나가 전기 충격 몽둥이를 들었다. 루만이 외인부대 수화로 지시했다.

 

 <아주 살짝만 때려, 나머지는 내게 맡기고>

 

 티나가 이를 악물고 방패를 앞세워 돌진했다. 이성 잃은 사람들이 소리쳤다.

 

 “베가우르-분에게 무슨 무례냐! 이 불경한…”

 

 퍽!

 그러나 귀마개한 티나에게 소용없었다. 그녀는 맛이 간 사람들을 방패와 몽둥이로 찜질했다.

 

 곧바로 그녀는 알폰소에게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 사이, 루만은 다시 베가우르-분의 앞까지 갔다.

 

 “귀찮은 다른 성자의 것아. 방책이 무너져서 방황하는 나를 조롱하러 왔느냐?”

 

 “그 보상이 될 것이 있어 알려드리고자 왔습니다.”

 

 “교활한 것. 나를 이용하려다니. 어디인지 말하거라.”

 

 “장군머리 협곡에서 번득이는 파란 불빛입니다.”

 

 티나가 수신호를 보냈다. 발무 키르간이 협곡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그 이상한 기운을 알지. 불쾌하지만 너란 것이 쓸모가 있으니 가는 줄 알아라!”

 

 순간 루만이 티나에게 답신했다.

 

 <성자 등에 올라타!>

 

 5분 후, 장군머리 협곡

 발무 키르간의 공중 호송대는 상상도 못한 불행을 마주했다.

 

 “여기 분명 정찰대가 안전하다며?”

 

 상황은 정찰보고와 정반대였다. 협곡 꼭대기 마다 굉음과 함께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심지어 총알까지 날아왔다.

 

 “저격이다! 빗나갔지만, 성자에 미친 가문 놈들인 거 같습니다!”

 

 가스통과 복서가 발무를 죽어라 훼방하기 시작했다. 남작도 크게 거들었다.

 

 우지직!

 키르간의 호송대가 가는 방향으로만 바위가 무너졌다. 하지만 모두 종말력을 신경 쓰느라 누가 그러는지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대장님, 우리 뒷편으로 성자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뭐야?”

 

 정말이었다. 베가우르-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거기에 루만과 티나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젠장, 저게 왜… 빨리 도망쳐!”

 

 키르간 가문의 특수복은 빨리 날았다. 그러나 거대한 성자가 큰 아가리를 벌리고 혓바닥을 내밀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건 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장 무거운 종말력 상자가 맨 뒤로 쳐졌다.

 

 “대장님! 이대로는 다 빨려들…”

 

 “안돼! 목숨을 걸고 막아! 종말력이 뒤쳐지지 않게…”

 

 참다 못한 발무가 선두를 포기하고 뒤로 갔다. 상자가 뜯겨지며 종말력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체는 허공에서 녹색 비슷한 기괴한 색을 뿜었다. 발무의 필사적인 손이 잡으려다가… 협곡에 떨어지는 돌을 맞았다.

 

 “으악!”

 

 발무가 아찔해 하는 사이, 종말력은 그대로 베가우르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계속되는 돌사태를 피하느라 꽁무니 빠지게 달아났다.

 

 종말력을 삼킨 베가우르-분은 소리쳤다.

 

 “크으… 생각도 못한 힘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정도는…”

 

 캉!

 남작이 양손으로 <성자 파괴검>을 들어 민달팽이 성자를 쳤다. 이름과 달리 그 기계칼은 성자를 죽이기엔 에너지가 모자랐다.

 

 대신 베가우르-분은 칼의 충격파 때문에 바닥 모를 협곡 아래로 튕겼다. 남작 또한 충격파로 의수가 꺾인 채 수 십 미터 뒤로 마구 밀려났다.

 

 “크으, 이게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이봐 남작, 대장이랑 티나가!”

 

 민달팽이 성자를 탔던 두 여자는 함께 추락 중이었다. 그 때였다.

 

 작지만 기다란 검은 형체가 그 두 사람을 엮었다. 그것은 단단한 협곡 꼭대기에 루만과 티나를 올려 두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스통과 복서는 말을 잃었다. 같이 구출된 티나는 그 존재의 촉감에 넋이 나갔다.

 

 “검은 깃털이 가득한 뱀 같은데… 굉장히 부드러웠어. 설마 대장의…?”

 

 “그래, 티나. 거기까지만…”

 

 잠시 후, 데니즈와 그체 가문 근위대가 나타났다.

 

 “발무가 퇴각했어요. 이제 맛이 간 사람들을 진정시키러 갑시다.”

 

 용병들은 그대로 그를 따라갔다. 모두 지쳤지만 발걸음은 경쾌했다.

 

 

 -----

 

 성역 미확인 구역의 소동은 겨우 진정됐다.

 

 의회파 가문들의 피해는 컸다. 키르간 몰래 성자에 지나치게 가까이했다가 650명 넘는 사병과 더 많은 인형이 각각 희생되거나 폐기됐다.

 

 페테르 장군의 오트라 가문은 전투에 무능함을 다시 증명했다. 그체 가문은 데니즈 덕분에 피해를 줄였지만 부얀 의장은 속이 편치 않았다.

 

 “키르간이 자기 조언을 무시하고 성역을 어지럽힌 책임을 우리에게 돌릴 까봐 두렵다.”

 

 “걱정 마십시오 아버님. 성자 전문가가 우리 쪽에 있으니 같이 맞서면 될 겁니다.”

 

 “단젠 루만… 말이냐? 그 야만족 용병 여자는 너가 열 번도 넘게 말했다는 거 아느냐?”

 

 아버지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데니즈는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안케 키르간 그자의 음모를 못 막을 뻔 했습니다.”

 

 데니즈의 장담대로 키르간 가문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겨우 찾은 종말력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베가우르-분이 종말력의 힘으로 차원 도약을 한 거 같답니다.”

 

 안케는 책상을 내리쳤다. 분노는 두 아들에게 향했다.

 

 “의회파 놈들이 병력을 잃은 건 잠깐이지만, 종말력을 잃은 건 오래 간다. 이건 우리 패배야!”

 

 “하지만 그자들도 우리와 약속을 깨고 성자들에 덤볐다가 당했습니다. 이걸로 그들을 압박해야…”

 

 “듣기 싫다! 이번일은 잘 살피지 못한 네 책임도 있으니 당분간 총수 일은 내가 하겠다!”

 

 주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며 물러났다. 안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성자를 아는 외인 용병단이라… 가만 둬선 안 되겠어.”

 

 어찌됐든 양 진영 어느 쪽도 상대를 공격하기를 주저한 채 소동을 마무리해야 했다.

 

 

 유일한 승자는 안전국이었다.

 

 그들은 사고 친 가문들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얻은 정보는 무조건 공유했다.

 

 스킬라와 알폰소, 조사팀은 성자의 규약을 얼추 파악했다. 그래서 성자들을 자극하지 않고 요주 지점 수십 곳을 정밀 수색했다.

 

 14번째 탐사 이후 보름 뒤, 안전국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스킬라 박사는 등괴 조각과 덩굴로 된 보금자리 등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녀가 말했다.

 

 “성자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성역의 규약 대로면 이것 만으로도 중대 타격을 준 겁니다.”

 

 로자나 국장은 사진 속 할퀴듯이 적힌 글자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제 그 드즐룹이란 괴물과, 그 하수인 놈을 잡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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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는 매주 수~일, 주5회 연재합… 2020 / 3 / 8 570 0 -
공지 설정 팩트북 (4.8 업데이트) 2020 / 3 / 4 571 0 -
54 (완결) 마지막 화 2020 / 5 / 15 261 0 5575   
53 결전 (하) 2020 / 5 / 14 203 0 6302   
52 결전 (상) 2020 / 5 / 13 210 0 7617   
51 복수의 날 (하) 2020 / 5 / 10 211 0 8589   
50 복수의 날 (중) 2020 / 5 / 9 220 0 7721   
49 복수의 날 (상) 2020 / 5 / 8 201 0 7708   
48 괴물과의 악수 (하) 2020 / 5 / 7 217 0 8241   
47 괴물과의 악수 (상) 2020 / 5 / 6 196 0 7834   
46 그들이 무서운 것은… (하) 2020 / 5 / 3 193 0 7790   
45 그들이 무서운 것은… (중) 2020 / 5 / 2 182 0 7043   
44 그들이 무서운 것은… (상) 2020 / 5 / 2 204 0 7497   
43 금단의 영역x2 (하) 2020 / 4 / 30 205 0 7975   
42 금단의 영역x2 (중) 2020 / 4 / 29 210 0 6950   
41 금단의 영역x2 (상) 2020 / 4 / 26 234 0 6875   
40 귀환 (하) 2020 / 4 / 25 211 0 6407   
39 귀환 (상) 2020 / 4 / 24 187 0 5958   
38 유란 = 혼란 (하) 2020 / 4 / 23 204 0 7483   
37 유란 = 혼란 (상) 2020 / 4 / 22 200 0 7367   
36 통곡의 포샨테 강 (하) 2020 / 4 / 19 203 0 7898   
35 통곡의 포샨테 강 (중) 2020 / 4 / 18 241 0 7787   
34 통곡의 포샨테 강 (상) 2020 / 4 / 17 203 0 6764   
33 죽어서 명예, 살아서 불명예 (하) 2020 / 4 / 16 199 0 6633   
32 죽어서 명예, 살아서 불명예 (상) 2020 / 4 / 15 204 0 6559   
31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하) 2020 / 4 / 12 207 0 6909   
30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중) 2020 / 4 / 11 214 0 6832   
29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상) 2020 / 4 / 10 221 0 6860   
28 별들의 고향 (하) 2020 / 4 / 9 210 0 8927   
27 별들의 고향 (중) 2020 / 4 / 8 210 0 6879   
26 별들의 고향 (상) 2020 / 4 / 5 199 0 6831   
25 아침드라마겟돈 (하) 2020 / 4 / 4 196 0 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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