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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88. 3분 시험지 (2)
작성일 : 20-04-08 19:02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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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 3분 시험지 (2)

 

 

 

  내 진심 어린 화남이 얼굴에 충분히 드러났을 터 인데, 얄미운 저 녀석은 미동 하나 보이지 않았다. 되려 내 알 바 아니라는 표정만 답으로 비춰질 뿐. 무슨 말을 하던 듣지 않을 것 같은 옆의 못된 독불장군을 건드려봤자, 정신적으로 내 충격만 더 해질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조그만 반항이라곤, 녀석의 책상 위에 놓인 얇은 흰색 종이를 경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흰색의 종이 막 사이로, 좌우가 바뀐 투명도 50%의 문제들이 보인다. 허나, 문제 밑에 있는 ( ) 괄호 안의 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샤프에 힘을 주고 푸는 성격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넘기려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머금을 수 있을리 없었다. 게다가 여태 봐왔던 고슴도치라면 당당하게 안 하고도 남는다. 좋은 생각으로 무마 시키려했던 지금의 상황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아니 이자식아, 문제라는 카피가 있으면.. 본문을 적어야지 뭐하고 있는거야 혼나볼테냐!!’

 

  이글거리는 모든 기관들이 다가올 폐해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녀석과 함께 해쳐가야하는 상황임에도, 일을 벌인 사람과 다르게 내가 더 당황해야 한 다는 사실이 반복해서 신경을 건드렸다. 게다가 저런 반응을 눈에 마주했는데 세상 어떤 사람이 얼굴이 안 찌푸려 질 수 있을까.

 

  내 감정에 대한 합리화를 일으키기 위해, 상황극 속 글로벌함을 상상 안에 주저없이 마구 흩뿌렸다. 제일 먼저 소환된건 영어를 모국어로 가지고 있는 금발의 외국 분. 인터뷰 하듯 가까이 다가가 방금 펼쳐졌던 상황을 응축해 질문을 건넸다.

 

  “Do you know 그래서?”

 

  ‘그래서’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기분 나쁘다는 찌푸림이 몸서리치며 나를 노려보았다. 푸른 눈동자 속 바다가 일렁이는 파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화남섞인 부들거림을 표현하고 있다.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했던 그대로 불쾌하다는 진저리가 섞여있었다.

 

  “Wwwwhat? 그래서? Do you want fight me?”

 

  정말 싸울 것 같이 분노하고 있는 Tom씨의 예비자세를 피해, 사쿠라씨께 다가가 ‘그래서’에 대한 느낌을 여쭈어보았다. 첫번째 상대가 화난 이유에 혹시라도 내 인터뷰 태도가 섞여있을까 싶어, 이번에는 매우 침착하고 부드럽게 질문을 건넸다. 아, 본인이 상당히 콩글리쉬이기때문에, 한국말로 일본어 대본을 짠 점.. 미리 사과 드리고 싶다.

 

  “아노.. 스미마셍, 모시카시테 ‘그래서’ 시잇테룬데스까?”

 

  사쿠라씨는 내 질문을 듣자마자 몸을 들썩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들은게 사실인지 귀 주변을 더듬거리던 손이 미세한 부들거림을 머금은 채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에? 그래서? 히도이데스..”

 

  지나치게 심한 말을 해버린 것 같아, 사람에겐 시도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한 뒤, 이번엔 차원을 넘어서 외계인에게 다가가 여쭈어 보았다. 푸른 색의 큰 눈동자가 매력적인 초록 피부의 ‘Why/Dog/in’ 씨와 함께 화면 앞에 섰다. 투명의자에 앉으라고 배려심 넘치는 행동을 취한 뒤, 입술을 열어 본론을 전해 드렸다. 외계어 이기에 사람의 눈으로 알아보기 힘든 점, 양해 부탁드린다.

 

  “$#^&$^& 그래서?”

 

  조그만 시간 적 텀도 없이, 눈을 깜빡이던 외계인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

 

  초능력까지 써가며 분노하는 Why/Dog/in씨의 돌발행동에, 인터뷰를 이을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상상우주선을 당장 가동시켰다. 뾰로롱 소리를 내며 시공간을 이동하는 우주선이, 인터뷰 했던 세 명의 분노어린 감정까지 싣고 도착해버렸다. 자연스레 공감해버린 내 판단이, 피부를 떨며 서서히 화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 모두 다 이렇게 공감할 거라고!! 전 세계 사람 뿐만 아니라 외계인까지!!’

 

  나는 중간에 왜 요상한 감정을 포함시켰던 걸까.

  지도를 그려줬던 것도 그냥 그때 그러고 싶었던 기분이어서 그랬을지 모르는데 감히 좋게 생각해 버리다니.

 

  ‘이렇게 나쁜 애를!!’

 

  교실의 산소만 축내며 아무일 없는 듯 앉아있는 고슴도치 녀석.

  뭘하든 안 듣고 안 바라봐줄게 편하기에,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녀석과 싸우던, 혹은 녀석에게 일명 ‘찍힘’을 당하던.. 나는 다가올 점수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화를 낼 생각은 없었다.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다른 방법을 이용하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테니까. 후후..

 

  ‘내 존심이든 뭐든.. 점수가 평생가지, 저녀석과의 사이가 평생가겠어?’

 

  일부러 웃어서 그런걸까. 보조개에 돌 낀 마냥 올라가지 않는 입 근육을 최대한 사용해서 프로처럼 싱긋하고 미소지었다. 너무 빠른 미소였던 것 같아, 재 정비를 한 뒤 녀석이 무심코 내 쪽을 바라보는 틈을 타 마주한 시선과 함께 싱긋미소를 양념으로 첨가해 주었다.

 

  ‘시..싱긋!’

 

  마음 속으로 주문이라도 걸어야 할 것 같아, 스스로에게 지시한다는 기분으로 마음에게 ’싱긋’이란 단어를 계속 외쳐댔다. 성공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의 기대감을 머금고 있었는데.. 내 웃는 얼굴을 마주한 녀석의 대답 글자가 심각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See Foot.. 얼굴 Me쳤나..”

 

  반응을 보아하니 한 대 칠까 싶어 눈을 질끈 감았는데, 삐걱이던 녀석의 손이 향한 곳은 내 얼굴이 아닌 자신의 샤프였다. 손가락으로 두 어번 탭핑하는 샤프에서 딱딱한 플라스틱 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의 도착이 샤프로 향했다는 걸 확인한 녀석이, 샤프의 끝을 엄지로 세 번정도 눌렀다, 녀석의 반복되는 작업에도 샤프심이 앞으로 나오질 않는다. 어떤 의미인가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데, 의외로 녀석이 먼저 답을 들려주었다.

 

  “..고장.”

 

  나오지 않는 샤프를 이용해 종이위에 투명한 글씨를 적는 녀석.

  그 획을 따라가보니, 고장이라는 단어가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후로 아무 말 않는 녀석의 고개. 샤프가 하나뿐이라는 간접적인 의미 같다. 제대로 된 방법이 생각나질 않아, 일단 녀석의 샤프를 건네 받아 치료해주기로 했다. 아랫부분을 돌려 분리를 시도 한 뒤, 톡 톡 톡 몇번 두드려서 샤프심 조각들을 책상 위로 털어내어 안 쪽에 있는 샤프 속 조그만 고무에 있는 조각들도 정리 했고, 샤프의 몸통부분에 연결되어 있는, 두 갈래로 나눠진 쇠부분에 끼어있는 샤프심의 잔해들까지..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안 나와?’

 

  전전긍긍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손에 흑연이라는 머드팩이 묻기 시작한다. 손가락에 번져가는 부드러운 B심의 문신. 조그만 시간 투자 이 후, 완전체로 돌아간 샤프의 끝을 여러번 눌렀더니 정상적으로 샤프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고였던 땀이, 성공적인 시술 이라는 결과를 보고 스스로 하늘로 날아갔다.

 

  ‘아.. 나 좀 쩔었잖아..’

 

  다 고쳐진 샤프를 녀석의 얼굴 앞에 보여주며 두 번 위 아래로 흔들었다. 물론, 도와준 상대에 대해 감동해도 괜찮다는 의미를 가득 담아서.

 

  ‘어떠냐, 좀 마음이 동하지? 감동 먹었지?’

 

  작지만 기분나쁠만한 깝죽거림을 몇 번 정도 보여준 뒤, 녀석의 종이옆에 샤프를 도르륵 놓아주었다.

  이 정도면 안 풀고 못배기 겠지. 양심이 있다면 분명 하고도 남을 것 이다.

 

  [자.. 됐지?]

  [한 문제라도 제대로 읽고 풀어보자.. 응? ^_^]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표정의 녀석 이었기에, 종이 위에 말하고 싶었던 글자를 적은 뒤 인심써서 귀엽게 스마일 표시까지 그려주었다. 그 다음, 내 빼지 못하도록 샤프를 들어 녀석의 손에 강압적으로 쥐어주었다.

 

  툭-

 

  “….”

 

  쥐는건 내가 해주었으니, 녀석이 힘주어 잡아야 하는게 맞는 건데.. 샤프가 빈혈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움직임 하나 없는 녀석의 다섯손가락들은, 긴장을 머금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이렇게나 열심히 보조하는 내 생각은 하고 있는걸까. 그냥 네 스스로 열심히 해주면 되는걸 내가 왜 이리 노력해야 되는거지?!!! 어!!

 

  ‘아니, 뭐냐고!!’

 

  차마 화는 못내고, 눈을 부릅뜬 뒤 다시금 웃으며 녀석에게 협박어린 요구를 종이에 적어내렸다.

 

  [빨리 하자.. 응?]

 

  녀석의 손가락 사이에 샤프를 끼워 준 다음, 세상의 친절함을 전부 끌어모아 총공을 펼쳤는데.. 다시 한번 샤프가 2차 빈혈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기둥이 되어야할 녀석의 손가락이 중심잡을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니.. 샤프 혼자 노력해봤자 문제를 풀 수 있을리 없었다.

 

  ‘으아아악!!’

  ‘너만 못보던가!! 내 점수도 걸려있다고 이 자식아!!’

 

  참을대로 참았다. 이제 더 이상 좋은 맕투로 못 말할 것 같다. 쒸익쒸익 움직이는 콧구멍이 인중을 향해 뜨거운 김을 내뿜는다. 나만 좋으라고 이런것도 아니고, 고슴도치 녀석도 좋은건데 대체 왜 이리 답답하고 화나게 구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화내는 내 모습이 즐거워서 그런거라면 녀석은 진짜 SSㅏ이코 중의 SS ㅏ이코다!

 

  감정 실린 내 손가락 덕분에 필기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찍기라도 하는게 안 푸는것보단 나으므로, 녀석에게 다른 방안을 건네 주었다.

 

  [야, 그럼 찍기라도 하라고!!]

 

  [X친, 난 그런거 안해.]

 

  안하무인 붉은 고슴도치 녀석이 이젠 아주 팔짱을 끼더니 다리까지 꼬았다.

  안돼. 녀석과 소통안되는 분노글자를 이어갈때마다 금같은 시간이 지나간다.. 내 수행평가 점수가 낮아지고 있다!!

 

  “하라면 해!!!!!!! 하라고!!!”

 

  아까까진 숨겨오며 글자로 얘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눈에 보인 녀석의 대답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반에 쩌렁쩌렁 악을 지르고 말았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정적어린 바람소리에, 일어난 상황을 파악한 내 당황스러움이 당장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허..허업..”

 

  이미 말을 뱉어버린지 오래. 늦게 입을 막아봤자.. 선생님께선 진즉 이쪽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으셨다.

  굳어버린 내 회색빛 표정이 삐걱이는 고개를 선생님께로 마주한다.

 

  “해다야, 시험 안 끝났는데 시험 중간에 얘기하면 실격인거 알지?”

 

  멍하다 못해 정신을 놓아버린 내 무감각함이 일단 아니라고 상황을 부정했다.

 

  “으어.. 아..어.. 아니, 그러니까 이건..”

 

  “그냥 짝꿍점수로 매길테니까, 시험지 안 풀어도 되고.”

 

  눈에 보이던 풍경의 컬러감이 전부 흑백으로 물들었다. 나락으로 떨어진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머리부터 발까지의 연골들이 힘을 잃고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자세를 유지할 관절들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안돼.. 안된다고..’

 

  지금 나보고 저런 3분 시험지 점수를 받으라는 걸까.

  그냥 버린 점수나 다름없는 저 점수를 나보고.. 받으라고? 구겨서 버린 시험지를 주워도 저것보단 많이 맞을 것 같은데..?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저번 모의고사에서 받았던 충격이 적진 않았기에, 나름대로 예습 복습을 적당히 했었다. 본 시험이 아닌 간이시험일 뿐일지라도.. 시험 속 지문에서 아는 단어가 발견될때마다 설명 못 할 쾌감을 느꼈던 나였다. 그래, 적어도 70점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30점을 맞는다해도, 나와 합쳐 평균이 50이니 이 정도면 만족하자 생각했는데..

 

  생각할 수 있는 틈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를 향해 실격이라는 단어가 들려올 줄이야.

 

  이런 상황이 다가왔음에도 옆에 있는 녀석은 손 까딱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뭐랄까.. 그냥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노력해보려 했는데 이리 되버린 걸 보면.. 미래가 없는 것 같다. 모의고사도 이런식. 간이 시험도 이런식이라고 한다면..

 

  두 손이 저절로 볼에 올라간다.

  모든 생각들을 팔로 모아 좌절하 듯 엎드러지고 말았다.

 

  ‘읗넝난ㅇㅎㅇ넣ㄴ아 C!!!…’

 

  지금의 상황을 통해, 소박한 하나의 꿈이 생겨났다.

  평범하게만 지내게 해달라는 것. 어떤 것이든 높은 위치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평범하게만 유지되면 좋겠다.

 

  팔 안의 공간에 퍼지는 습기 가득한 숨소리. 마음으로 소리지르던 내 심장이 소리를 약간 낮출때 즈음, 선생님께서 대 국민 점수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이 이상의 절망은 사양이다. 안 들을거라고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꼴등소리 같은거 후에 다가올 시험때 또 들을지 모르므로, 지금은 멘탈관리가 더 필요했다.

 

  “에베베베 안들린다~ 으어어 안들려어~~”

 

  들릴 듯 말듯 발버둥치는 내 모습. 원흉녀석이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다. 자신에 의해 이런 내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걸까. 정말 다시봐도 민폐중의 민폐 녀석이다!

 

  “뭘 봐, 얼굴 치워.”

 

  핵 당당한 저 모습이 역겨워서, 중지손가락을 꺼내어 녀석에게 보여주었다. 허스키녀석에게 잘 못 보여줬던 손가락의 주인이 여기 있었네. 고슴도치 녀석 이었나 보다. 원래의 주인을 찾게 되어 너무너무 벅차오르고 기쁘다.

 

  “응, 니가 더. 이거나 먹어라.”

 

  이에 대한 반응으로 녀석의 욕 섞인 말이 들려오는 듯 했지만, 들려오는 선생님의 발표에 의해 기분 나쁜 말들이 금방 파도에 휩쓸려 가 버렸다. 이게 무슨소리인가 싶어, 귀를 의심하며 새끼손가락으로 귀지를 찾아보았지만..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강우, 90점.”

 

  ‘뭐..뭐..뭐어?!!’

 

  ..자..잘못들었겠지. 우리반에 동명 이인이 있었을지 모른다. 평소 이름을 잘 못외우는 타입이다보니 녀석과 이름이 똑같은 반 아이 한 명을 잊고 살았던건 아닐까. 반 아이들 전체의 이름을 불러주고 계셨기에, 이때쯤이면 고슴도치의 이름이 다시나오겠거니 생각했는데.. 어째선지 그대로 끝나버렸다.

 

  “안 불러준 사람있니?”

 

  내 옆자리 한 분의 점수를 불러주시지 않았다. 아니라면 오류가 분명하다. 의문가득 섞인 표정으로 선생님께 손을 들어 의아함을 표출했다.

 

  “저, 제 짝꿍점수 안 가르쳐 주신 것 같아요.”

 

  “그래? 넘어가 버렸나? 음..”

 

  눈으로 종이를 훑던 선생님께서 확신을 담아 다시한 번 목소리를 높이셨다.

  긴장감어린 생각들이 꿀꺽하고 침을 삼키며 다음 들려올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 준비되었다.

  나락으로 떨어질 준비가 완료..

 

  “..90점.”

 

  ‘..으응?!’

 

  긴장감에 잠식되어 부들부들 얼굴을 덮었던 두 손이.. 힘없이 책상 위로 스르륵 떨어졌다. 생각했던 점수와 지나치게 차이나는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상황이 정말 사실인 걸까. 혹시 꿈이라면 잔인하다 못해 희망고문 최 상급인게 분명한데.

 

  저절로 녀석을 바라보는 내 고개.

  원래 그랬다는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녀석의 당당함. 의심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닿아오는 걸 보니, 거짓은 아닌 듯 보였다.

 

  ‘지..진짜 고슴도치 점수가 저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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