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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12화 <불청객>
작성일 : 20-03-24 22:53     조회 : 71     추천 : 0     분량 : 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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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8시. 아침 출근 시간임을 알리듯, 차량들이 줄지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단 한 대, 안나의 차는 반대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안나의 얼굴은 초췌했다. 운전하고 올 때도 아슬아슬했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냥 침대에 누워 푸욱 잤으면 좋겠지만... 안나는 운전석을 떠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오피스텔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더욱 정확히는, 유진을 마주칠까 두려웠다.

 

 안나는 시트를 뒤로 젖혀 누웠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다가, 아니, 몇 시간만 더 있다가 올라갈 생각이었다.

 아마 유진은 자신을 모를 것이다. 그러니 유진을 마주친다 해서 문제될 것도 없었다. 그 애가 안나를 알아볼 일은 없으니까. 문제는 자신이었다. 그 애를 마주쳤을 때 태연하게 있기 위해선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조금 많이...

 

 지난 밤, 안나가 있었던 곳은 교도소였다. 자신을 보고 기겁하는 소장을 닦달해 1092호에 대해 남겨진 모든 서류를 꺼내왔고, 밤새 그것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모두 없애버렸으니까. 특히 그의 유가족에 대한 부분은 아무도 추적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숨겨놓았다. 만일에 대비하여.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안나는 몸을 벌떡 세웠다. 그렇게 다 숨겨놨는데... 그 아이는 어떻게 찾은 걸까?

 

 그러고 보면 이상한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 당장 이곳의 오피스텔만 해도 월세가 한 달에 수백에 달한다. 이런 곳에 혼자 사는 남자 아이라니, 절대 혼자 힘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그 아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 거기다 그 아이의 부모가 누군지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가 있다. 새로운 부모라든지, 그 아이를 후원하는 제 3자라든지. 누군가 혼자 남은 그 아이를 불쌍히 여겨 후원자가 되어줄 수는 있겠지만, 한 달에 수백에 달하는 월세를 내줄 정도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그 아이에게 그 정도의 금전적 지출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건 분명히 무엇인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랑은 상관없잖아...”

 

 풀썩. 안나는 다시 시트로 쓰러지듯 누웠다.

 

 아들이 아버지 찾고 싶어 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이런 곳의 월세를 내 줄 후원자라면 아버지를 찾아주려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 정도 돈을 가진 사람이라면 동원할 수 있는 인맥도 넓을 것이다. 조금 힘들긴 해도 아주 못 찾을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만약 그 아이가 그런 후원자를 만났다면, 그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15년 전, 그 아이에게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한다면.

 

 [띠리리리리리]

 

 휴대폰이 울렸다. 도현이었다. 안나는 벨을 끄고 보조석으로 던져 버렸다.

 

 [띠리리리리리]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어차피 도현이 할 말은 뻔했고, 그에 대한 안나의 대답은 이미 끝났다. 안나는 아예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똑똑]

 

 안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차창 너머에서 도현이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참으로 끈질긴 인간이었다. 할 수 없이 안나는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

 “내려. 일단 올라가서 얘기하자.”

 “......”

 “안나야.”

 “이제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죠?”

 

 냉정한 안나의 대답에 도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예 입을 닫은 건 아니네. 고마워.”

 

 늘 이런 식이었다. 사람 좋은 척, 상대의 머리 위에서 놀면서 자신의 속은 꽁꽁 숨긴 채 고상을 떤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승자인 척 할 수 있는 사람.

 

 이 사람 앞에서는 버티는 게 더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내려서 끝장을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결국 안나는 운전선 문을 탁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도현을 향해 자동차 키를 던졌다.

 

 “그러고보니 이 차도 당신이 안나에게 사준 거였네요. 가져가요.”

 “학교도 그만두고, 차도 돌려주고, 오피스텔도 나가고... 그럴 필요는 없잖아.”

 “말했잖아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모두 안나의 삶이었다고요. 버리기로 한 이상 다 버려야죠. 말 나온 김에 옷장의 옷이랑 책도 다 가져가요. 그거 다 안나 이름으로 산 옷이고 책이니까.”

 “그러다가 기억까지 다 지워버리겠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안나야.”

 “그렇게 부르지 말랬죠!”

 “그래, 수연아.”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지난 22년 간 결코 불릴 수 없었던 이름. 너무나도 조심스러워서 본인조차 부르지 못했던 이름이었다. 그래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시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안나로 살지 않겠다는 네 결정, 존중해. 하지만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거잖아.”

 “......”

 “내 말은... 차근차근하자는 거야. 그렇게 급하게 굴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

 “네가 안나든 수연이든 중요한 건, 지난 22년 동안 넌 내 유일한 동생이자 유일한 가족이었다는 거야. 22년 전 그 날, 너도 가족을 잃었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가족을 잃었으니까. 대신 네가 내 동생이 되어주었지. 그러니... 나도 내 동생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

 

 간곡한 말이었다. 수연은 조용히 눈을 떴다. 자신의 눈에 비친 도현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다정했고, 따스했다.

 

 “나는요... 당신이 왜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

 “당신 동생으로서의 내 역할은 이미 끝났잖아요. 15년 전에 그놈을 잡아 교도소로 보내면서요. 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더 해줘야 할 게 남아있나요?”

 “......”

 

 도현은 답이 없었다. 그 침묵이 대답이나 다름없었다.

 수연은 도현을 향해 짧은 비웃음을 보낸 뒤 꼭대기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올라가는 내내, 도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평소였으면 이리저리 치대며 실없는 농담을 던졌을 터였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래서 만족스러웠다. 간만에 수연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54층에 멈췄고, 수연은 자신의 오피스텔 현관으로 다가가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는다.

 배터리가 없다는 신호는 없었는데. 도어락 여기저기를 눌러도 보고 쓰다듬어도 봤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열쇠공을 부르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며 수연은 생각 없이 도어락의 손잡이를 내렸다.

 

 [딸깍]

 

 현관문이 열렸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쳐왔다. 수연은 서둘러 도어락을 살폈다. 전기로 지졌는지, 검게 타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 도어락을 고의로 망가뜨려놨던 것이다.

 

 범인이 아직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

 

 수연은 가방에서 4단봉을 꺼내 쥐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 이상한 것은 없었다. 정돈되지 않은 빨래와 설거지들은 수연이 나갈 때 두었던 그대로였다. 책장이며 서랍도 그대로였고, 선반의 물건 하나 움직인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마룻바닥 위에 신발자국이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했다. 수연의 도어락을 망가뜨리고 집에 침입한 범인은 목적은 돈이나 물건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수연을 노리고 이 집에 왔던 것이다.

 

 “안나야, 아니 수연아. 괜찮니?”

 “성도현씨.”

 “응?”

 

 수연의 눈이 도현을 빤히 응시했다. 도현도 영문 모를 눈으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똑바로 말해요.”

 “뭐를?”

 “당신 나한테 숨긴 거 있죠?”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난 밤, 강경식의 사건파일을 읽으면서 한 가지 눈에 들어왔던 것이 있다. 바로 증거가 가짜라는 말이었다.

 

 그가 말한 바로 칼이었다. 수건의 살인방화를 저지른 사용했던 칼. 그것이 그가 체포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었다. 그러나 경식은 그것이 가짜라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그 말은 수연 또한 들은 바가 있다. 재판 전, 그를 면회실에서 마지막 만났을 때 경식이 이야기했었다. 7년 전에 없던 증거가 갑자기 튀어나온다니 말도 안 된다고.

 처음에는 그냥 그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주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7년 전에 자취를 감췄던 흉기가 7년 후의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다는 건 사실 납득이 가지 않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증거는 바로 도현이 발견한 증거였다.

 

 “나는요, 지금까지 당신이 혼자 남은 날 불쌍히 여겨 내 복수를 도와주는 줄 알았어요. 더불어 자신의 여동생의 복수도 함께하면서요.”

 “......”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

 “뭔가가 더 있는 거죠? 내가 모르는 뭔가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수연과 도현은 대치상태로 서 있었다. 도현은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가 안나의 삶을 포기하는 건 뒤로 미룰게요. 보아하니 내가 더 해야 할 게 남은 모양이니까.”

 “......”

 “당신이 숨기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숨기려면 제대로 숨기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어떻게든 찾아내고 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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