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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80. 뭔데 짜증나게 하냐
작성일 : 20-03-22 18:11     조회 : 40     추천 : 0     분량 : 6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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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 뭔데 짜증나게 하냐.

 

 

 

  “….”

 

  “….”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이다.

  이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이 왜 정적 밖에 내뱉지 못하는 지를.

 

  엄숙한 분위기가 다시금 주변에 안개를 한 바가지 들이 붓는다. 과포화된 안개 용량이 담지 못한 알갱이들을 바깥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 주변.. ‘엄숙한 분위기’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천천히 삼킨 침이 목울대를 타고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모든 시작에는 뒤따르는 무언가가 있는 법. 점심시간 전부를 소모하는 것 만큼은 절대 안 일어나길 바랬는데.. 아무래도 점심시간을 넘어서 그 이후까지 벌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몽실몽실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럴 일 없어’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불안한 생각들은 희망적인 생각의 자리를 비집고 올라와 내 마음에 반복적으로 ‘똑똑’ 노크를 시도하고 있었다.

 

  확신에 가까워진 생각들이 발버둥을 시작했다.

  엄습하는 불안감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확장시킨다.

 

  ‘내 예상이 맞다면.. 그 말인 즉슨..’

 

  ..피어오르는 연기가 눈 앞에 미래의 홀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힘듬이 잔뜩 비춰지는 내 모습 속, ‘휴식시간’이라는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화장실청소에 이어 2차적인 벌을 받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처량하기까지 했다.

 

  ‘쉬..쉬는시간도 없이.. 계속!!’

 

  주저 앉아버린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반동을 일으킨 생각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하나 둘 씩머릿속에서 주저앉기 시작했다.

 

  시험 문제도 처음 생각한 답이 맞다고, 나야말로 아까 떠올렸던 내 처음 생각들을 바로 실천했어야 했다. 그래.. 빨리 끝내고 남은 여유로움을 만끽 했어야 했다!!

 

  판단 미스에 부들대던 중, 살짝 삐져나온 세모 조각을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열심히 해봤자, 같이 움직여야 할 동업자가 말 안 듣고 짜증만 내는 빨간 고집쟁이 친구다.

 

  그 부분을 상기한 순간, 방금만 해도 분함을 숨기지 못하던 스스로에 대한 후회가..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으로 긴장과 공기를 아래로 ‘피시익-’ 내뱉었다.

 

  ‘..그래, 어짜피 안 됐었네.’

 

  허무감에 사로잡인 내 고개가 스스로를 이내 푸욱하고 숙였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있다하더라도.. 어짜피 똑같은 결말만 보여질 것 같다.

 

  어떤 말이든 꺼내 보려하던 입술이. 안 되겠다는 듯 힘을 내려 놓았다. 이제 남은 건 우리 둘의 모습을 마주한 선생님께서 내려주시는 처분 뿐. 그냥 뭐든 운명에 맡기자 생각하고 멍하니 있었는데..

 

  “아까 상황은 친구끼리의 사소한 대화 였다고 생각하마.”

 

  ..생각한 것과는 달리, 자상한 말투의 이해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보다 방금의 대화가 어딜 봐서 ‘사소한 대화’ 인 걸까. 스스로가 생각해도 혼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고개를 숙였는데..

 

  ‘..사..사소한 대화..’

 

  감싸준다고 오해할 정도로 유한 표현에, 당사자인 나마저도 조금 당황해버렸다.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나. 그리고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보여주고 있는 선생닝의 온화함.

 

  “선생님은 다른 뜻이 아니라.. 둘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서 잠깐 왔던 거란다.”

  “교무실에서 너희가 말한 얘기들이 틑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 우리를 감시하러 왔다거나 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청소확인을 하러 오신것도 아니었다.

 

  천천히 열리는 대화의 시작 속, 교무실에서 펼쳐졌던 오해의 장막 관련 이야기가 펼쳐졌다. 들려오는 말 들의 의미를 듣자, 사이사이에 내가 몰랐던 상황과 오해가 섞여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녀석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선생님.

 

  “늦었지만..”

  “선생님한테 전에 있었던 상황들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아무 말 않은 채 눈썹을 들썩이는 녀석의 모습 속에 미묘함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내,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리는 고슴도치.

 

  “필요 없어요.”

 

  돌린 고개와 함께 녀석의 발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가려고 하는 듯 보이는 모습 가운데 다시금 꽉 쥐어진 녀석의 손이 내 시야에 닿아왔다. 그 모습을 마주한 이상. 가만히 있기가 어려웠다.

 

  재빨리 옆으로 다가가, 걸어가는 녀석의 경로 앞에 내 오른발을 장애물로 올려두었다. 최단거리로 움직이던 녀석의 발걸음이었지만.. 나로 인해 소요시간이 몇 분 추가되었다. 꽤 짜증났는지 녀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톡 쏘듯 말을 이었다.

 

  “야, 족발 안 치우냐?”

 

  상황이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면.. ‘족발’이라는 단어를 그냥 넘어가도록 내버려 두진 않았을 것이다. 허나, 분노보다 더 높게 올라오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난 니가 오해받는거 별로야.”

 

  “..뭐?”

 

  무슨 의미냐며 이마 근육을 움직이는 녀석의 표정랭귀지.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기에, 다음을 잇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그때처럼 선생님께 말하기만 해줘.”

  “네가 한 게 아니라면.. 안 했다고 말하면 돼.”

 

  잘못 한게 있다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합당한 무언가를 하는게 맞는 거지만.. 녀석의 경우는, 하지 않았던 부분임에도 여러 사람.. 그리고 선생님께 오해를 받고 있는 격이다. 왠지 모르게 녀석을 믿고 싶었기에, 한 치의 흔들림조차 머금지 않은 채 녀석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내 시선을 마주한 녀석의 눈동자가 양 옆으로 살짝 떨렸다. 믿고 있다는 마음이 녀석에게 닿은 것 일까. 마주치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간 눈동자 주변에 약간의 분홍빛이 보여지는 듯 보였다.

 

  “..너, 진짜 짜증나.”

 

  나가려던 고슴도치의 경로가 취소되었고, 천천히 되감기되는 녀석의 발걸음이 자신이 서있었던 좌표에 다시금 안착했다. 입을 통해 내뱉는 고슴도치의 숨소리가 주먹 쥔 손을 천천히 펼쳤고, 그 속에 숨어있던 뾰족한 세모들을 바닥으로 한 두개씩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하.”

 

  아주 편한 상태의 긴장감은 아니었지만..

  많은 부분을 내려놓으려 노력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저 따끔한 세모들이 녀석을 꽤나 상처입게 했을텐데도..

  녀석은.. 주먹 쥔 손을 여태 피려하지않았나보다.

 

  “그래..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군게 컸던 것 같구나.”

  “그래도 학교는 꼭 나와주렴.”

  “나쁜 성적도 아닌데다.. 강우 너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소중한 학생이란다.”

 

  녀석의 풀어냄 이 후, 선생님께서 미소와 함께 천천히 생각을 들려주셨다. 미묘한 분위기의 세 사람 사이, 선생님께서 오른손을 이용해 고슴도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셨다.

 

  혹시라도 가시를 세울까 싶어, 걱정스레 바라본 녀석의 모습은.. 내 예상과 달리 단조로웠다. 시선을 다른쪽으로 이동하며 가만히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는 고슴도치의 모습.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러운 듯 나쁘지 않다는 감정이 녀석에게서 보여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동요했고.. 살짝 기쁘기 까지 했다. 그 풍경이 따뜻해, 녀석을 멍하니 바라보ㅗ고 있던 중..

 

  ‘..?’

 

  가만히 있는 내 머리 위에, 선생님의 왼쪽 손이 얹어졌다. 천천히 올려다본 선생님의 표정엔 미소가 보여지고 있었다.

 

  “전학생에게도 고맙구나. 나도 무언갈 잊고 있었던 것 같네..”

 

  ..내가 고마움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녀석이 노력한 것 뿐.

 

  “아니에요.”

  “얘가 운을 뗀거지,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선생님께 말을 건넨 후. 녀석을 바라보며 ‘그렇지?’라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멈칫하던 녀석의 표정이, 아무 말없이 홱하고 반대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적당한 쓰다듬음 이 후, 박수를 두 번 정도 치신 선생님께서 천천히 갈 준비를 시작했다.

 

  “자! 선생님은 여기까지고! 너희를 믿고 있으니까.. 청소 마무리 잘 해놓고 가야된다!”

  “제대로 안 되어있으면 다시 부를테니까 그렇게 알고!”

 

  활기찬 느낌의 박자 이 후, 선생님게서 화장실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셨다. 한 사람이 사라졌을 뿐인데.. 어째선지 공간에 많은 부분이 비어버린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서있는건 녀석과 나 둘 뿐.

 

  심지어 녀석은 쓰다듬당한 아까부터,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해.. 중간 정적을 깨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왕 펼쳐진 분위기니까.. 그 안에 내 진심도 조금 내려두고 싶었다.

 

  “있잖아.. 거짓말 안 하고 말하면..”

  “죄책감 안 생기게 하려고 내가 다 했다는 듯이 말한거야.”

  “의도친 않았지만.. 내가 벌인 상황인건 맞으니까..”

  “그리고, 선생님들 속에 오해 섞인 네 모습이 있다는게 왠지 모르게 불편 했..”

 

  천천히 적어내려가고 있는 말소리의 한 페이지를 녀석이 냅다 가로막았다.

 

  “닥쳐. 골 아프니까 더 이상 말하지마.”

 

  ..말 하는게 정말 왜 저딴 식일까.

  녀석의 삐딱함에 뭔가 빠직하고 머리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그냥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하면 될 걸.. 왜 매번 저렇게 말 하나 몰라.’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인지, 녀석이 자신의 대 걸레를 딛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눈에 띄는 하나의 특징이, 기대와 함께 내 눈을 반짝이도록 만들었다.

 

  잠깐.

  대걸레를 손에 쥐고 일어났다니!!

 

  ‘처..청소하려고?!’

  ‘무슨 일로 저런 정상적이고도 당연한 생각을!!’

 

  잘 생각했다고 녀석의 어깨를 토닥인 뒤, 잘 부탁한다는 미소를 머금고 말로 기쁨을 드러냈다.

 

  “그래! 좋은생각 이네. 얼른 청소해버리자!”

 

  마음먹고 청소도구를 잡은 녀석의 노력을 지지대 삼아, 나도 기분 좋게 대걸레를 손에 쥐었다. 저절로 나오는 콧노래가 녀석과 자연스러운 협상을 유도한다.

 

  “자자.. 그럼 아까 얘기했던거 잊고, 우리 사이좋게 반반씩...”

 

  ..허나, 나 녀석은 미리 알아차려야 했다.

  고슴도치 녀석이 강펀치를 날릴 수도 있다는.. 그런 가능성이 존재 한다는 걸.

 

  무슨 의민지 몰라도, 긴 갈색몸뚱이에 회색 레게머리를 가진 물구나무 물체가 내 옆구리에 머리를 기댄다.

 

  “다 됐고, 이거 니가 다해라.”

 

  이.. 이게 무슨 똥같은 소리 일까.

 

  “뭐라고?!”

  “아..안돼!! 절대 안 돼!!”

 

  다 하라고 당당히 말하는 녀석의 이기심. 너무 당당해서 고개를 끄덕일 뻔 했지만, 피곤한 내 몸이 절대 안된다고 이성을 붙잡도록 만들었다. 세차게 고개를 흔드는 내 거부답변 뒤로, 녀석의 말이 들려온다.

 

  “이거 다 네 잘못이 잖아, 아니야?”

 

  녀석이 매우.. 심각하게 얄미운 표정을 짓더니 오른쪽 입꼬리를 씨익 올린다. 그렇다고 반박하기엔.. 틀린말도 아니었으니 부들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화장실 혼자 전부 청소는 무리다. 녀석과 비슷한 단호함으로 그래도 이건 아니지를 당장 언급했다.

 

  “저기 아저씨, 그래도 제 입으로 이거 다 한다고는 말한 적 없는뎁쇼.”

 

  나름대로의 소심한 거부가 화장실에 울려퍼졌지만..

  ..녀석은 내 얘길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있었다.

 

  쏴아-

 

  세면대 물을 틀고 손을 씻으며 갈 준비 하고 있는걸보니..

  ..정말 양심이라곤 쥐뿔도 없는 녀석이다.

 

  “야, 안 된다니까!!!”

 

  녀석을 붙잡으려는 내 손 갈고리. 어떻게 알았는지 재빠르게 내 갈고리를 내던진 고슴도치가 어느새 화장실 문 앞에서 나갈 태세를 보이고 있었다.

 

  ‘저..저 놈이!!’

 

  한 발짝만 나아가면 녀석은 프리덤.

  ..어쩔 수 없다. 그냥 생각을 놓고 시간아까우니 바닥이나 닦기로 했다.

 

  ‘..네 녀석.. 다음번엔 절대 이렇게 넘어가도록 두지 않을테다.’

 

  녀석의 특징을 하나 더 알았기에..

  다시금 실수 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이를 갈면서 분노의 걸레질을 시작했다.

 

  체념하고 고개 숙여 바닥을 닦고 있는 내 등에, 나간 줄 알았던 녀석의 목소리가 똑똑하고 노크 했다. 허리를 세우긴 했지만,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짜증을 숨길 수 없어,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뒤돌아 서있었다.

 

  “..야.”

 

  “..뭐야.”

 

  뜸 들이는 듯한 머뭇거림.

  목소리에 잔뜩 깔린 숨소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시간을 머금고 있다.

 

  “..그.. 고..고맙..”

 

  ..!! 이건 들어야 한다!

  고슴도치 옷을 입은 고맙다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에, 당장 녀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 고..맙?!”

 

  녀석이 부들거리는 입술을 벌리려다.. 머리 아픔을 호소하고 고개를 양옆으로 휘저었다. 보고 있었던 내 마음도 양 옆으로 허무했다.

 

  “..아C 됐으니까..!”

  “See발, 어쨌든 신경쓰지마. 짜증니까 남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사실을 말하면 상처받는건 너밖에 없으니까..”

  “B신같이 뒤통수 당하기 전에 대가리 잘 챙겨라.”

  “..지금처럼.”

 

  마지막 문장 이 후, 내가 멍해있는 틈을 타..

  .녀석이 걸레 물을 엎고선 화장실 바깥으로.. 도망..갔다.

 

  “….”

 

  진흙이 섞인 듯한 탁색의 물이 스프링처럼 한 번 바닥에서 흔들리더니 상공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양말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회색빛 움직임.. 건더기 섞여 얼굴과녁으로 날아오는.. 명중률 100%의 물줄기.

 

  “으아아아악!!! 뭐야아!!!”

 

  달려가던 녀석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소리를 죽이고 멀어져간다. 동시에, 내 성질에 불이 붙었다. 내가 녀석에게 얼마나 심한 짓을 했길래.. 이런 짓을 당해야 한 단 말인가.

 

  지나친 광경과 그 속에 녹아 잔뜩 젖어있는 내 모습.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하고 있나 생각하자마자, 입 바깥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으아악!! 진짜 개 Bird Baby네!!”

  “저 이씨!! 나쁜 Sae끼!! 나쁜놈 중에 상 DDo라이!!”

  “제 정신 아니야 진짜!! 빡치네!!”

 

 

  ***

 

 

  화장실 속에서 벗어난 그림자의 어깨가 진심 섞인 욕소리를 듣고 피식 웃으며 몸을 들썩인다. 새롭다 못해 조금.. 흥미로운 반응.

 

  “..풋.”

 

  저 녀석, 대체 뭘까.

  ..약간 즐겁다.

 

  즐겁다는 단어가 머릿 속에 스며들자, 어색함을 잔뜩 머금은 내 발이 빨리 움직이던 자신의 모습을 살짝 멈추었다.

 

  “..see발, 뭐야..”

 

  나도 모르게 올라가버린 입꼬리가 왜 이러는 거냐며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나, 웃은건가?’

 

  ..즐겁다고.. 생각해버렸다.

  사르르 누그러든 마음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흔들흔들’ 물결치고 있었다.

 

  “..쟨 뭔데 이런 걸로 자꾸 짜증나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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