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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과 머나먼 여정
작가 : 설가1
작품등록일 : 2020.3.9

대학 MT를 가던 중 이세계 아르피아 대륙에 떨어진 현희수!
실버 드래곤과 히드라의 혈투 끝에 억울하게 소환된 인간 현희수를 위해 거대괴수들이 손을 내민다.
[미안해, 인간. 우리가 너를 꼭 집으로 돌려보내줄게!]
인간과 실버 드래곤, 히드라, 종족은 다르지만 서로의 우정을 믿으며 그렇게 함께 머나먼 여정을 출발한다!

 
실버 드래곤 VS 히드라 (下)
작성일 : 20-03-12 11:58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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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잠깐 모은 힘으로는 역시 부족했어. 다시 일어나기 전에 확실하게 기회를 확보해야 해!’

 

 아이스 쇼크웨이브를 히드라의 가슴에 적중시키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 공격이 아니었기에 그 충격은 결코 오래가지 않을 테고, 서둘러 다음 행동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또 다시 위기에 빠질 테니까.

 

 ‘흐릿하지만 약간이나마 시야가 회복되기 시작했어. 얼어붙어 있던 얼음을 털어내고 있는 지금!’

 

 생각은 여기까지, 알카디우스는 심각한 출혈에 고통도 상당했지만 애써 참아내며 자신이 먼저 돌격해 들어갔다. 거세게 히드라와 충돌하여 뒤엉키더니, 녀석의 오른쪽 머리에 송곳니를 박아 넣고 있는 힘을 다하여 머리 전체를 와드득! 뜯어냈다.

 

 “퀘에엑!!!”

 

 단순히 살점뿐만 아니라 그 속에 꼭꼭 감춰져 있던 해골까지 부숴 버린 충격은 엄청났다. 곧 히드라가 고막을 터뜨릴 듯한 비명과 함께 고통 속에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그 틈에 아까보다 더욱 정신을 집중시킨 아이스 쇼크웨이브를 방출하여 가슴 한 가운데에 적중시켰다.

 

 쿠쿵!

 

 히드라의 거대한 몸뚱이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뜯겨나간 머리 부위에서는 마치 분수처럼 엄청난 혈액이 하늘로 솟구쳤고, 멀쩡한 두 개 머리에서는 연신 거친 숨을 헐떡거렸다.

 

 “하아, 하아······.”

 

 알카디우스도 온몸이 적시고 있는 식은땀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현재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일단 둘 다 매우 지친 상황이라 소강상태가 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고, 이 틈에 부상 부위를 서둘러 살펴보니 참혹하게 찢겨진 가슴에서 붉은 피가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콜록! 콜록! 어서 회복마법을······!”

 

 심한 기침이 나올 때마다 피까지 함께 역류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투를 지속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서둘러 회복마법 주문을 외우는데,

 

 “크르르르…….”

 “지, 지독한 녀석! 벌써 저렇게 기운을 차리다니!”

 

 알카디우스는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난 히드라를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자신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어뜯었다고 생각한 히드라의 오른쪽 머리는 어느새 대부분 재생을 끝내고 살기어린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아이스 브레스!”

 

 결국 알카디우스는 회복마법 주문을 읊는 대신 입을 크게 벌려 실버 드래곤만의 특기 아이스 브레스를 방출시켰다. 접촉하는 모든 대상을 눈 깜짝할 사이에 얼음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냉기가스가 히드라를 사정없이 덮쳤다.

 

 “퀘에엑!!!”

 “아, 아니!”

 

 아이스 브레스에 적중한 것은 히드라의 왼쪽 머리. 마치 방패를 내세우듯 기꺼이 아이스 브레스의 희생양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얼음조각이 걸리적거리는 머리를 스스로 잘라내기까지!

 당황한 알카디우스가 주춤거리는 사이 히드라가 코앞까지 다가와 다시 한 번 목을 힘껏 물었다.

 

 “크아아악!!!”

 

 다시 울려 퍼지는 실버 드래곤의 비명소리. 가뜩이나 참혹한 상처가 더욱 크게 벌어지며 엄청난 혈액을 뿜어냈다.

 히드라의 중앙머리에 목을 물리고, 오른쪽 머리에는 왼쪽 어깨를 물려 힘을 전혀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

 

 ‘크으윽!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돼. 어서 떼어내지 못하면 숨이 끊어지고 말거야!’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던 알카디우스가 이를 악물고 한줌의 힘마저 모두 쏟아내어 가까스로 히드라를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송곳니에 살점이 찢겨나가 허연 뼈가 보일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상황이었지만 정신을 잃을 틈 따윈 없었다.

 

 “아이스 브레스!”

 “퀘에엑!!!”

 

 다시 방출된 아이스 브레스가 히드라의 가슴에 정확히 명중했다. 가슴에서부터 그 속의 뼈, 내장기관까지 얼려버리는 위력에 다시 한 번 히드라가 통나무처럼 땅바닥을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지체하면 안 돼. 어서 다시 회복마법을······.’

 

 지금은 괴로워하고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던 녀석이다. 최대한 회복마법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일단 몸을 피할지, 끝까지 싸워 승부를 가릴지 결정해야 한다.

 

 우우웅.

 

 다시 발동된 회복마법은 먼저 절벽에 부딪치며 발생한 머리상처부터 완벽히 회복시켰다. 상처에서 흘러나오던 피가 계속 눈을 침범하여 사실상 암흑에 떨어뜨리고, 그 사이에 히드라의 송곳니가 박혔을 때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

 

 “하아, 하아······.”

 

 알카디우스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겨우 머리 상처하나 치료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까? 뿐만 아니라 완전히 회복된 머리에서 점점 두통이 몰려오기까지 했다.

 

 ‘싸움의 충격 때문일까? 아니야,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알카디우스.

 

 ‘설마, 아까 히드라가 나한테 강제로 먹인 것이······.’

 “크르르르······.”

 ‘이런! 히드라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어!’

 

 고통의 몸부림을 끝낸 히드라가 다시 거대한 몸뚱이를 일으켜 세웠다. 머리 세 개에서 땀이 흥건한 것을 보아 억지로 모든 힘을 쏟아 부어 아이스 브레스의 힘을 소멸시킨 것 같다.

 방금 전과 비교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위험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지친 몸뚱이에 비해 아직까지도 건재한 저 송곳니가 무려 여섯 개나 있지 않은가!

 

 “고, 고통스럽지 않아, 실버 드래곤?”

 ‘고통스럽지 않느냐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알카디우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입을 떼는 히드라를 조용히 쏘아보았다.

 

 “이제 슬슬 내가 먹인 ‘가르론의 알’이 반응을 나타낼 거야. 폭넓은 지식을 가졌다는 드래곤 종족이 그게 뭐냐고 질문을 던지지는 않겠지?”

 ‘가르론의 알?! 설마 했는데, 그 저주받은 물건을 어떻게 히드라가 가지고 있던 거지?!’

 “본래의 자아를 갉아 먹는 기생충 정령 가르론.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이 점점 심해질 거야. 하지만 드래곤과 관련 없는 인간으로 변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어서 인간으로 변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편안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겠어.”

 

 히드라의 말투가 마치 자비를 베풀어주는 것처럼 부드럽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알을 깨고 나온 가르론이 실버 드래곤의 자아를 신나게 갉아먹기 시작하여 두통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히드라, 너의 정체는 뭐지? 뭘 원하는 거지? 아무리 살육과 약탈을 일삼는다 해도 전투에서 만큼은 정정당당한 전사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비겁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거지?!”

 

 알카디우스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히드라가 조금이라도 양심에 가책을 느낄 수 있도록 정정당당이란 단어에 유독 힘을 실었다.

 

 “마을을 습격하여 나를 이곳으로 유인하고, 머리 두 개를 스스로 물어뜯어 죽어가는 시늉까지! 이런 식으로 나를 죽여 도대체 무엇을 얻을 생각이지?!”

 “······.”

 

 히드라, 아무리 잔인한 괴물이라도 감정 없는 사이코 패스는 아니었던 건지, 히드라의 살기 가득한 눈동자가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사람들을 습격하고 죽어가는 척 연기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저주받은 물건이라는 가르론의 알까지 강제로 먹였으니. 정정당당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 않은가.

 

 “크아아아! 닥쳐, 시끄러워!”

 

 그러나 망설임은 잠시 뿐, 히드라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알카디우스에게 달려들었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 살기어린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기어이 승부는 가릴 작정인 모양이다!

 

 “그만! 이제 그만해!”

 

 알카디우스가 앞발로 히드라의 좌우머리를 움켜잡고, 머리를 쭉 뻗어 중앙머리의 목을 콱 물었다. 그러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송곳니에 치명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사실상 최후의 발악이나 다름없었다.

 

 “난 그래도 최대한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는데, 그게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지금 그 상태에서 심장을 꺼내줄 수밖에!”

 “나의 심장을?! 네가 노리는 건 드래곤 하트였구나!”

 “그래, 드래곤 하트! 너희 실버 드래곤은 남에게 봉사하기 좋아하는 종족이니, 이 불쌍한 히드라를 위해 희생 좀 해줘야겠어!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 불쌍한 나를 위해 목숨 좀 바쳐 달란 말이야!”

 “이런 미친!”

 

 처절한 싸움으로 심한 출혈에 회복마법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알카디우스에 비해, 히드라는 몇 번의 물리적 타격으로 기운이 빠진 것 외에 다른 이상이 없는 편이었다.

 모든 상황에서 실버 드래곤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곧 알카디우스의 최후의 발악을 뿌리치고 피니쉬를 날릴 기세다.

 

 ‘힘이··· 점점 빠지고 있어. 아아, 제발! 누가 좀 도와줘! 제발!’

 

 비 오듯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간절한 마음이었지만 아무도 없는 이곳, 아니 설사 있다손 쳐도 드래곤과 히드라 같은 거대괴수의 싸움에 감히 끼어들 엄두조차 낼 수 있을까?

 결국 시간이 흘러 알카디우스는 남아 있던 한 방울의 힘마저 다 빠져버리고, 히드라는 최후의 일격을 날려 승부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그때!

 

 콰아앙!

 

 느닷없이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져 히드라의 중앙머리 한 가운데를 사정없이 때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알카디우스의 몸이 뒤에 있던 절벽으로 튕겨나가고, 히드라는 꽥!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일단 위기에서 벗어난 거야?!’

 

 고통을 참아내며 주변을 살펴보는 알카디우스의 시야에 하늘에 떠있는 커다란 은빛 소용돌이가 들어왔다.

 

 ‘저건 소환 문? 너무 고통스러워 나도 모르게 발동시킨 소환 마법에서 뭔가가 나타난 것 같은데, 바퀴 네 개가 달린 저 탈것인가? 아르피아 대륙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흐릿한 시야로 현희수의 SUV 자동차 투산을 목격한 것을 마지막으로, 알카디우스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

 

 히드라와의 처절한 대결부터 소환 마법으로 떨어진 자동차에 의해 위기에서 벗어난 것까지. 모든 기억을 되새겨본 알카디우스는 난감해졌다. 낯선 인간 현희수가 자신의 설명을 들으면 분명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될 텐데.

 

 “크으윽!”

 

 그러나 알카디우스의 고뇌는 갑자기 몰려오는 엄청난 두통에 철저히 묻혀버렸다.

 

 “이, 이봐, 도마뱀! 갑자기 왜 그래?!”

 

 방금 전까지 표정이 편안해보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다니!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휘수 앞에 갑자기 눈부신 은색 빛이 발생했다.

 

 “아, 아니. 도마뱀은 온데간데없고, 이 아가씨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휘수는 한참 동안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은색 빛이 사라진 자리에 화려한 은발에 새하얀 미스릴 갑옷을 입은 여기사가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쿠웅!

 

 “이, 이 소리는 설마?!”

 

 엎친 데 덮친 격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음에 내 몸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까지! 죽은 듯이 고꾸라져 있던 머리 셋 달린 뱀 괴물이 벌떡 일어나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 움직일 수가 없어. 이게 뱀 앞에서 굳어버린 개구리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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