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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47화 대회가 열리기 5일 전 (9)
작성일 : 20-02-21 17:08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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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카르탄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공기중에 바람을 타고 흘러가며,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는 숲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방금 전까지 있던 온아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카르탄은 먼 곳을 응시하며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깨어난 촌장의 말을 듣고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다가올 줄이야.'

  마음 속 깊이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매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입장으로서 이랬던 적은 이미 한 두 번이 아니었으나, 매번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하필 이럴 때..'

  그리고 신기하게도, 최악의 상황이란 건, 바라지 않았을 때 더 자주 찾아왔었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찌됐든 일은 일어났고 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으니까.

  촌장의 말은 간단했다. 아무래도 재곤마을에서 약속을 깬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도 그렇게 확정지을 수는 없었다. 자신을 습격한 이의 기력은 처음보는 기력이었다 했고, 그가 남긴 말에 자신의 추측을 더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모두들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기 시작했고, 이미 카르탄을 만났던 세 명의 인물들이 마을 곳곳이 상황을 전파했다.

  그들 모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스타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여기 계셨습니까."

  이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느껴지는 기력도 당연히 없었다. 지금도 아무런 기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모를리는 없었다.

  카르탄은, 자연스레 검을 뽑아내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검날을 세웠다.

 "..어? 촌장님이었소?"

 "하하.. 죄송합니다. 기력을 감추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온아마을의 촌장 멘호는 멋쩍게 웃으며, 손바닥을 가볍게 핀 채 손을 들고 있었다.

  카르탄은 곧바로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무슨 일이시오. 더 안정을 취하셔야 되는 거 아니었소?"

 "뭐, 체력은 회복 됐으니 금방 나을 겁니다. 헌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말입니다. 조금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 카르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먼저 화제를 입에 담기를 기다렸다.

  자연스레 멘호가 카르탄의 옆으로 와서 앉았고, 카르탄이 바라보던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보라빛 세상을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재곤마을에서 보낸 자 일까요?"

  조금 떨리는 목소리가 카르탄의 귓가에 머물렀다. 카르탄은 한 템포 쉬고나서 시선을 살짝 바닥으로 내렸다가 옆에 있는 멘호를 곁눈질했다.

 "..조금 사적인 감정을 보태서 이야기 해도 되겠소?"

 "예, 물론입니다."

 "5년 정도 전에, 재곤마을에 다녀갔었는데 그 때의 촌장이라면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단언 할 수 있소. 애초에 그럴만한 분위기의 마을도 아니었고.. 본인이 다녀왔던 재곤마을은 누구보다 신의를 져버리지 않는 마을이었소."

 "하지만.. 지금은.."

 "맞소.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본인이 알던 촌장이 더 이상 촌장이 아니라고 들었소. 지금은 시즌이라고 하는 자라고 들었소만, 확실히 그 자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으니, 내 뭐라 확신하진 못하겠소. 하지만 재곤마을이 스타시 막바지에 그러한 일을 벌였으리라고는 솔직히 상상하기 힘드오."

  힘없게 웃는 카르탄의 미소에 멘호는 뭐라 말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저도, 시즌이 그렇게 했으리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무언가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체 누가 스타시의 방해 공작을 할 수 있을까요."

  정확히 카르탄의 마음 속에 걸려있던 말이었다.

 "하아.. 확실하게 그냥 재곤마을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편한데 말이오. 하지만 역시 그렇게 그냥 넘기기엔 마음이 편치않소."

 "예,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또 다른 세력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습니다."

  이미 마음을 잡고 온 것인지, 멘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초조함이 보이지 않았다.

 "그건 조금 위험하지 않겠소? 정말로 그러한 일을 벌일 사람들이라면, 거짓말도 서슴치 않을 정도의 사람일 터인데."

 "아닙니다. 시찰단원이신 반 카르탄님하고 대화를 나눠보니 더 확신이 듭니다. 이건 저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진행중인 스타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오. 바로 내일이지 않소."

  계속해서 부정적인 질문으로 가로막는 것 같았지만, 충분히 해야 할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지금 이러한 위험한 이야기를 하는 건 다름 아닌 한 마을의 촌장이었다. 심지어 작은 마을도 아니고, 스타시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실력있고 명성있는 마을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무엇이 어떻게 바뀌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중대한 자리인 것이다.

 "그래서 이 곳으로 온겁니다."

  하지만 멘호는 이미 이 모든 대화를 예상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확신을 얻고 싶었을 뿐이었다. 오랜기간 마을을 통치했던 촌장으로서 이미 수많은 상황을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나서 이 곳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이 곳으로?"

 "반 카르탄님, 도와주십쇼. 저와 함께 따로 움직여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된다.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 그 모든 것을 일순간 베어넘겨버린다.

  베어버리는 순간, 전보다 더 많은 것이 눈앞에 떠오른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똑같이 베어버릴뿐이다.

  땀방울이 얼굴을 타고 흐르다 못해, 사람의 모든 땀구멍에서 물방울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이가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목이 마를 정도로 과도하게 몸 안의 모든 수분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잘라내면 낼수록 두 배에 가까이 떠오르는 적들에 그는 매순간 두 배의 움직임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미 10번의 적을 베어낸 그의 모습은 공기중에 섞여들어가 온갖 풍압을 주변으로 휘날릴뿐이었다.

 "..흐음.. 무뎌졌나."

  어느새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풍압이 잦아들고, 그의 모습이 공기중에 갑작스레 나타났다. 조각을 낸 것 같은 근육질로 덮어있는 몸에서 물방울이 미친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간편하게 입고 있던 검은색 반바지는 이미 그가 흘린 땀에 흠뻑 젖어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그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서, 더 많은 땀방울을 배출해내고 있었다.

  숨이 조금 거칠어진 것과 온몸의 근육 주변으로 성대하게 핏발이 선 것 빼고는 그는 아주 멀쩡했다.

  그의 오른 손에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나타나던 모든 적을 베어버린 검이 한 자루 들려있었다. 실체의 적을 베어낸 것이 아니기에 피가 묻어있지는 않았으나, 그의 칼에 잘려나간 수많은 기력의 조각들이 검날에 세세하게 묻어있었다.

  그는 가볍게 검을 주변으로 털어내고는, 자신의 기력을 검에 둘렀다. 그리고는 반대손에 똑같은 기력을 두르고 자신의 검을 재빠르게 두 어번 닦아내었다.

  별 거 아닌 동작으로 검은 깨끗하게 손질 되었고, 검을 들고 있던 오른 손 주변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그 검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요새 할 일이 좀 많았나. 꽤나 힘든 걸."

  가볍게 어깨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고는, 자연스레 이 공간에서 벗어났다.

  상쾌한 바람이 그의 몸을 간질였다. 보랏빛으로 물들은 숲속의 바람은 왠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땀으로 흠뻑 적신 그의 몸은 불어오는 바람에 재빠르게 식어갔다.

  그는 이러한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극한으로 단련하고 맞이하는 상쾌한 이 느낌. 언제까지고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세상을 뒤바꿔버리는 일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고통과 분노와 좌절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감정을 넘어서는 목표가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그 누군가가 했었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나타나지 않았고, 세상은 변함 없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기회가 온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그는 진실로 만들 것이다.

  모든 진실은 마지막에 밝혀지는 법이다. 선과 악은 마지막에 밝혀지는 법이다. 마지막에 선에 오른 자가 되어야 비로소 악을 규정할 수 있을 테니까.

 "으음?"

  그의 젖어있는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검게 물들인 동그란 구슬 두 개를 꺼냈고 그 중 하나를 자신의 귀에 붙였다. 나머지 하나는 손으로 들고 입술 앞쪽에다 가져다댔다.

 "어, 무슨 일이야."

 "옛, 도 소대장입니다."

  그의 귀에 붙은 검은색 구슬에서 긴장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무슨 일이냐고."

  조금 짜증이 섞여있는 목소리였다. 지금 시간에 연락이 왔다는 것은, 정말로 급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루 중에 제일 즐거운 이 시간을 허비하게 한 죄로 죽음을 선사할 테니까.

 "죄,죄송합니다!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막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바로 내일 스타시가 예정대로 진행될 거랍니다."

  멀리서도 경례를 하는지, 옷깃이 펄럭이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나름 중요한 이야기였는지, 땀방울을 거의 다 말려가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풀어졌다.

 "아아, 그래? 확실히 천장로 말대로 된 거야?"

 "예, 실운님. 천장로쪽에서도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걸 보니, 잘 끝난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

 "자,잘 끝났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천장로 이 자식은 진행되는대로 연락하라니까. 잘 준비됐다고 연락 한 마디가 없냐."

 "하하.. 그래서 제가 연락드린 거 아니겠습니까?"

 "..넌 조용히 보고만 해."

 "죄,죄송합니다!"

 "시끄럽고, 다음에 또 보고해라."

 "예, 그럼."

  그 목소리를 끝으로, 검은색 구슬의 미세한 진동은 멈췄고 실운은 귀에 붙인 구슬을 떼어내어 손에 들고 있던 구슬과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뭐가 이렇게 불안하냐."

  재단한듯한 눈매가 조금 찌그러졌다. 하지만 실운은 미소짓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비춰진 세상은 반쯤 걸친 태양빛에 물들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으니까.

  마치 그가 꿈꾸는 자신의 미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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